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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뜨거운 녀석들>의 제작사, 워킹 타이틀 A to Z

로맨틱코미디, 런던 그리고 휴 그랜트. 워킹 타이틀 영화를 보고 이 세 가지를 떠올렸다면, 당신은 제대로 짚은 거다. 노동자 계급의 진지한 드라마가 영국영화의 전부로 여겨지던 시절, 워킹 타이틀의 존재를 알린 것도 대부분 말랑말랑한 로맨틱코미디였으니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워킹 타이틀이 넘나드는 영역은 생각보다 넓다. 이들에게 정말 중요한 것은, 특정 장르가 아니라 근사한 스토리와 캐릭터이기 때문이다. 최근 <새벽의 황당한 저주>의 제작진이 다시 뭉쳐 만든 <뜨거운 녀석들> 역시 워킹 타이틀의 대표적인 필모그래피에 오를 만하다. 이 ‘황당’하고 ‘핫’한 프로젝트는 워킹 타이틀이 얼마나 뻔한 것에서 신선한 것을 뽑아내는 데 귀재인지를 증명해준다. 이쯤에서 다시 질문. 워킹 타이틀 하면 떠오르는 것들은? 다음의 A to Z 소사전이 해답에 작은 도움이 되길 바란다.

Atkinson, Rowan 로완 앳킨슨 본명보다 ‘미스터 빈’으로 더 익숙한 사나이. 시나리오 작가 리처드 커티스와 최고의 파트너십을 이루기도 했다. 로완 앳킨슨의 1인 코미디 <미스터 빈> 시리즈는 TV, 비디오, 영화 등으로 뻗어나가 엄청난 생명력을 자랑했고, 로완 앳킨슨에겐 찰리 채플린에 견줄 만한 명성을 안겨줬다. 극장용 영화 <>(1997)은 전세계에서 흥행에 성공하며, 워킹 타이틀의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Bevan & Fellner 팀 비반 & 에릭 펠너 워킹 타이틀의 공동 대표. “영국영화의 두 톱” “대단한 취향과 본능을 가진 도박사들” 등 엄청난 수식어들이 따라붙는 영국 영화계 중요 인사다. 뉴질랜드 출신의 팀 비반이 1984년 프로듀서 사라 래드클리프와 워킹 타이틀을 공동으로 설립했으나, 이후 래드클리프가 독립하면서 신예 제작자 에릭 펠너와 다시 손잡았다.

Coen Brothers 코언 형제 워킹 타이틀은 선배 감독들이 물려준 영국영화 전통에 별로 신경쓰지 않았다. 이들은 가장 보편적이고 세계적인 것이 최상이라고 생각했는데, 그래서 코언 형제나 팀 로빈스 같은 미국 감독들과도 지속적인 관계를 유지해왔다. <바톤 핑크>(1991) <파고>(1996) <오! 형제여 어디에 있는가?>(2000) 등 코언 형제의 대표작 대부분이 워킹 타이틀을 통해 탄생했다.

Daldry, Stephen 스티븐 달드리 히트작들이 거듭되면서, 자연히 워킹 타이틀 영화의 제작비도 올라갔다. 특히 시나리오 작업에 막대한 비용을 투자했는데, 때때로 새로운 작가를 발굴해 저예산 영화를 만들기도 했다. 그 대표적인 케이스가 스티븐 달드리의 장편 데뷔작 <빌리 엘리어트>(2000)다. 500만달러 예산으로 만든 이 눈부신 영화는, 미국 내에서만 2200만달러의 수익을 올렸다.

Elizabeth <엘리자베스> 워킹 타이틀이 상업적인 성공뿐 아니라 비평적 성과도 올렸음을 증명한 대표작. <엘리자베스>(1998)는 인도 출신 감독 세자르 카푸르의 첫 영어권 영화로, 엘리자베스 1세의 전성기를 그렸다. 흥행성적은 시원찮았으나 그해 아카데미 7개 부문 후보에 오르며, 워킹 타이틀의 입지를 더욱 단단히 했다.

Friends 친구들 술 마시고 노래하고 춤추며, 함께 인생의 고민을 나누는 존재들. 이제 워킹 타이틀의 로맨틱코미디에 나오는 친구들은, 친숙하다 못해 클리셰로 여겨질 지경이다. 그러나 주인공의 별난 친구들은 로맨틱코미디를 단순한 로맨틱코미디 이상으로 만들어주며, 사소한 일상에서도 성숙한 철학을 이끌어낸다. 물론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2000)의 잭 블랙처럼 인생에 별 도움 안 되는 친구도 있지만.

Grant, Hugh 휴 그랜트 워킹 타이틀 영화에서 휴 그랜트는 꾸준히 복제된다. <사랑도 리콜이 되나요>의 존 쿠색이나 <브리짓 존스의 일기>(2001)의 르네 젤위거를 보고 있으면, 허술하고 소심한 영국 남자 휴 그랜트의 분신처럼 여겨진다. 열심히 연기한다기보다 그저 자기 자신을 연기하는 것 같은 남자, 휴 그랜트. 그의 어색한 미소와 난감해하는 표정은 영화마다 빛을 발한다.

Humor 유머 과격하고 무자비한 유머를 맛보고 싶다면 <새벽의 황당한 저주>(2004)와 <뜨거운 녀석들>(2007)이 딱이다. 웃긴 것은, 상황은 극단적으로 치닫는데 정작 주인공은 진지하고 무표정하다는 사실. <새벽의 황당한 저주>에서는 할리우드 문화를 거침없이 비웃더니, <뜨거운 녀석들>은 온갖 경찰액션을 쪼개고 해체해 버무려놓는다. 오마주와 조롱이 공존하는, 독특한 유머다.

International Appeal 세계적인 어필 워킹 타이틀 대표 팀 비반은 “우리는 영국인이지만, 전세계 관객을 위해 영화를 만든다”고 강조했다. 영국적인 색채가 들어가되 스토리와 캐릭터, 감정은 최대한 보편적으로. 워킹 타이틀 영화의 특징이다. <노팅힐>(1999)이 런던 홍보용으로 손색이 없었던 것, 그러면서도 영국 남자와 미국 여자의 인터내셔널한 결합을 시도한 것은 다 계산된 것이었는지도 모른다.

Jet-Hopping 제트기로 출퇴근하기 팀 비반과 에릭 펠너는 영국의 젊은 프로듀서들에게 롤모델이나 마찬가지다. 단순히 이들이 성공했기 때문이 아니라, 제트기를 타고 런던 본사와 LA의 지사를 오가는 국제적인 활동범위 때문일 것이다. 워킹 타이틀은 이에 그치지 않고 호주로 건너가 새로운 지사 WTA를 설립했다. 그곳에서 현지 인력들과 함께 만든 첫 영화는, 히스 레저가 주연한 <네드 켈리>(2003)다.

Key Element 중요한 사실 반드시 작품성이 흥행을 보장해주지는 않는다. 첫째도 마케팅, 둘째도 마케팅. 이 냉혹한 영화 비즈니스의 법칙을 워킹 타이틀은 일찍이 터득했다. 이들은 미국, 유럽의 회사들과 고정된 배급·마케팅 파트너 관계를 맺고, 공격적인 마케팅에 들어갔다. 결과적으로 탄탄한 배급망이 구축됐고, 워킹 타이틀은 작품에 좀더 주도적으로 임할 수 있었다.

Low-Budget 저예산 영화사를 좀더 체계적으로 관리하기 위해, 워킹 타이틀은 1999년 WT2(Working Title 2)라는 자회사를 설립했다. WT2는 저예산 영화에 전념하기 위해 설립한 제작사로, 첫 영화는 전세계적으로 1억900만달러의 수익을 낸 히트작 <빌리 엘리어트>다. 이외에도 WT2의 영화로는 <새벽의 황당한 저주>, <인사이드 아임 댄싱>(2004) 등이 있다.

My Beautiful Laundrette <나의 아름다운 세탁소> 스티븐 프리어스 감독의 1985년작이자 워킹 타이틀의 창립작. 파키스탄계 이민 작가 하니프 쿠레이시의 소설이 원작이다. 파키스탄 청년과 백인 청년의 우정과 동성애를 노동계급의 현실에 날카롭게 담았다. 원래 채널4의 제작지원으로 완성한 저예산 TV영화였으나, 에든버러영화제에서 평론가들의 극찬을 받은 데 힘입어 극장 개봉까지 이어졌다.

Notting Hill <노팅힐> 워킹 타이틀이 가장 근사한 홈런을 날린 성공작. 리처드 커티스와 휴 그랜트 콤비에 할리우드 슈퍼스타 줄리아 로버츠가 가세해, 전세계에서 3억7400만달러를 벌어들였다. 평론가들의 반응은 미적지근했으나, 눈부신 노팅힐 거리와 미국 여자에 대한 묘한 환상까지 곁들인, 달콤한 로맨스영화다. 할리우드대로 카섹스 스캔들로 맘고생 심했던 휴 그랜트에겐 고마운 재기작이기도 했다.

Outside Hollywood 할리우드 밖 할리우드의 관습적인 장르와 요소로 할리우드 안팎을 제패한 워킹 타이틀. 할리우드는 여전히 이들의 주요한 비즈니스 영역임이 틀림없지만, 실제로 워킹 타이틀의 성과는 할리우드 밖에서 더 빛난다. 일례로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은 전세계적으로 2억5천만달러 수익을 올렸지만, 미국에서 번 돈은 5천만달러도 채 안 된다.

Polygram 폴리그램 팀 비번은 인디영화들만 만들 생각은 추호도 없었다. 운 좋게도, 그는 친분을 맺고 있던 폴리그램의 대표 마이클 쿤한테 “영화 파트를 만들려 한다”는 소리를 들었다. 폴리그램은 멀티미디어 산업에서 두드러지는 존재였으니, 든든한 파트너로 손색이 없었다. 1991년, 워킹 타이틀은 폴리그램의 든든한 지원하에 제작비 고민 없이 영화에 전념할 수 있게 됐다.

Queer 퀴어 시트콤 <프렌즈>에서처럼 대학교수 로스와 전직 강도 피비가 친구가 되는 게 말처럼 쉬울까? 현실에선 어떨지 몰라도, 워킹 타이틀의 영화에선 충분히 가능하다. 동성애자, 유색인종, 지식인과 노동계급, 장애인 등 쉽게 화합할 수 없는 등장인물들은, 영화에서 서로 포용하고 친구 혹은 연인이 된다. 다소 비현실적이긴 하지만 놀라운 마법의 순간이다.

Richard Curtis 리처드 커티스 <네번의 장례식과 한번의 결혼식> <노팅힐> <브리짓 존스의 일기> <러브 액츄얼리>… 워킹 타이틀의 히트작은 모두 시나리오 작가 리처드 커티스의 머리에서 나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리처드 커티스는 블랙유머로 가득한 시트콤과 활달하고 달짝지근한 로맨틱코미디의 귀재다. 그가 없었다면 휴 그랜트라는 시대의 아이콘도 존재하지 않았을 것이다.

Single Life 싱글 라이프 <어바웃 어 보이>(2002)에서 “인간은 섬”이라 여기는 윌 프리먼(휴 그랜트)의 인생철학은, 곧 워킹 타이틀 영화들을 관통하는 명제다. 빛나는 로맨스가 완성된다 해도, 개인이 품은 고민은 해결되지 않는다. 워킹 타이틀의 로맨틱코미디가 뻔하지 않은 이유는, 바로 이런 30대 독신들의 문제점들을 끌어냈기 때문. 심지어 <새벽의 황당한 저주>의 주인공은 좀비를 퇴치하면서도 개인의 문제를 해결하느라 바쁘다.

Turning Point 전환점 <네번의 결혼식과 한번의 장례식>의 성공 이후 워킹 타이틀은 전환점을 맞았다. 리처드 커티스와 휴 그랜트가 일종의 브랜드로 거듭난 것도 이 영화를 통해서다. 영국에선 오랜 침체기를 딛고 영국영화 르네상스의 계기를 마련했고, 미국에선 6년 만에 영국영화가 박스오피스 1위에 올랐던 순간. 450만달러 제작비를 들여 전세계에서 2억5천만달러를 거둬들인 이 영화는, 워킹 타이틀의 매뉴얼이나 다름없다.

Universal Pictures 유니버설 픽처스 폴리그램의 지원에 힘입어 승승장구했던 워킹 타이틀. 1999년, 폴리그램을 인수한 유니버설과 계약을 맺으면서 워킹 타이틀은 다시 한번 막강한 메이저 스튜디오로 거듭났다. 유니버설은 제너럴 일렉트릭을 모회사로 둔 기업으로, 워킹 타이틀의 지분 67%를 보유하며 이들의 영화를 배급한다. 워킹 타이틀의 나머지 지분은 창립자와 BBC필름, 개인 투자자들이 보유하고 있다.

Variety 다양성 30대 독신 남녀들의 고민과 로맨스를 담은 로맨틱코미디는, 이제 워킹 타이틀의 전유물이 됐다. 그러나 워킹 타이틀의 영역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밥 로버츠>(1992) 같은 정치 풍자극에서 사형제도에 관한 묵직한 드라마 <데드맨 워킹>(1995), 장애우와의 따뜻한 교감을 그린 <제8요일>(1996) 그리고 최근에는 9·11 테러 당시의 혼돈과 열기를 그린 <플라이트93>(2006)까지, 다양성을 모색하는 중이다.

Wright, Edgar 에드거 라이트 <새벽의 황당한 저주> <뜨거운 녀석들>의 감독. 두 영화의 주연배우 사이먼 페그와는 절친한 친구 사이다. TV시리즈를 주로 연출했던 에드거 라이트는, 아주 단순한 열정으로 영화를 만든다. 조지 로메로의 좀비영화가 좋아서 <새벽의 황당한 저주>를, 경찰액션이 좋아서 <뜨거운 녀석들>을 만드는 식. <새벽의 황당한 저주> 이후에는 조지 로메로의 새 좀비영화 <랜드 오브 데드>에 카메오 출연하는 영광(?)을 누리기도 했다. 그의 차기작은 ‘피와 아이스크림 3부작’이라는 소문이 있다.

Xtra 엑스트라 <뜨거운 녀석들>에는 빌 나이, 스티브 쿠건, 짐 브로드벤트, 티모시 달튼 등 유명 배우들이 특별출연한다. 눈썰미가 뛰어난 관객이라면, 혹시 카메오 출연한 피터 잭슨 감독(<새벽의 황당한 저주>의 후원자였던!)과 케이트 블란쳇(<새벽의 황당한 저주>의 열렬한 팬인!)을 발견했을지도 모르겠다. 피터 잭슨은 산타로, 케이트 블란쳇은 주인공 니콜라스의 헤어진 여자친구로 등장했다 순식간에 퇴장한다.

Young Moviegoer 어린 관객 잘나가는 워킹 타이틀에게도 실패의 순간은 있었다. 프랑스의 스튜디오 카날과 손잡고 6500만달러 예산을 들인 <썬더버드>(2004)의 사례. 20, 30대뿐 아니라 어린이 관객도 끌어들이겠다는 전략으로, 1960년대 컬트 TV시리즈를 영화화한 작품이다. 엄청난 야심과 자본을 갖고 시작했으나, 흥행수입이 제작비의 3분의 1도 안 될 만큼 처참했다.

Zenith 정점 누군가는 워킹 타이틀을 “영국산 바지를 입고 일하는 할리우드 스타일의 회사”라며 비아냥거렸다. 선배 감독들이 물려준 영국영화의 전통을 무시했으니, 뭐 틀린 말은 아니다. 하지만 가장 영국다운 것이 무엇인지는 반문해볼 필요가 있다. 분명한 것은 워킹 타이틀의 영화는 세계 영화시장에서 잘 팔리고 있다는 사실이다. 이들에겐 가장 세계적인 것이 곧 가장 영국적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