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DVD Topic > 기획특집 > 특집
추석 특집 - 볼만한 DVD 20편

추석이다. 온갖 사건사고로 얼룩지고 불황으로 민심이 축 처져있는 2005년에도 팔월 한가위는 어김없이 찾아온다. 전국 각지에 흩어져 있던 사람들은 가족, 친지를 만나기 위해 먼 길 거슬러오기를 마다않고, 그렇게 모인 사람들은 잠시나마 어려운 생활을 잊고 정을 나누는 시기다.

많은 사람들이 오순도순 모이는 때이니만큼, 여러 가지 놀이나 오락도 빼놓을 수 없는 중요한 요소. 이럴 때 작년에 했었던 것 같은 비슷한 내용의 TV 특집이나 사람들 바글거릴 극장도 좋지만, 영화 말고도 이런저런 볼거리들을 담은 DVD는 어떨까. 온 가족이 모여 함박웃음 터뜨리며 볼 수 있고, 시끄럽게 뛰놀며 정신 빼놓는 아이들을 잠시나마 조용히 만들기에 딱 좋고, 설사 고향에 못 갔더라도 가족들의 따스한 정을 느끼거나 우울함을 날려버릴 수 있는 재미 모두를 담은, 간단히 말해 ‘괜찮은’ 타이틀들을 모아 보았다.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 모두들 행복했으면 좋겠다.

판타지 영화

해리포터 1, 2, 3 (2001~2004)

소설 6편 <해리포터와 혼혈왕자>의 한글 번역판 발매와 영화 4편 <해리포터와 불의 잔>의 개봉을 앞두고 있는 요즘, DVD로 발매된 전작 영화들을 복습하기에 딱 알맞은 시기이다.

천덕꾸러기 고아 소년이었던 해리 포터는 이제 사춘기를 맞이하게 되고 론 위즐리와 헤르미온느는 서로에 대한 묘한 감정을 느끼는 나이가 되었다. 쑥쑥 성장해가는 아역배우들의 모습과 점점 어두워져가는 영화의 내용은 보는 재미를 더해주며, 퀴디치 경기로 대표되는 스펙터클한 영상은 <불의 잔>에 묘사될 트리위저드 시합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해준다.

마법이 실제로 있는 듯 착각을 일으키게 하는 뛰어난 특수효과도 볼거리지만 DVD로서 음향효과가 특히 뛰어난 작품들이다. 국내 타이틀로는 흔치않게 우리말 더빙이 포함된 것도 해리포터 DVD의 매력. 게다가 ‘호그와트 학교 탐방’ 등 완벽하게 한글화된 인터렉티브 부가 영상 등 어른들보다 아이들에게 환영받을 부록들로 가득하다. 모처럼 한자리에 모인 친척 아이들에게 점수 따기에 이만한 타이틀도 없을 듯싶다. (워너브라더스 발매)

E.T. (1982)

지구를 찾아 온 착한 외계인과 소년의 순수한 우정을 그린 <E.T.>는 이미 너무나 잘 알려진 영화고, TV로도 여러 차례 방영되기도 했지만 볼 때마다 감동을 주는 영화이기도 하다.

처음에는 공포의 대상처럼 묘사되는 이티지만 점차 엘리엇 소년에게 마음을 열며 ‘별을 초월한’ 친구가 되는 과정은 스티븐 스필버그 감독의 섬세한 연출을 통해 감성이 풍부한 작품으로 승화되었다. 클라이맥스에서 자전거를 탄 이티와 엘리엇 일행이 어른들의 추격을 따돌리고 하늘로 날아가는 대목은 여전히 가슴 속의 꿈과 동심을 자극하는 마법의 명장면이다.

DVD는 개봉 20주년을 기념하여 2002년 극장 재개봉 후 출시되었는데, 이전에는 없었던 이티의 목욕 장면 등 미공개 장면들이 추가된 버전이며 복원된 화질과 사운드가 훌륭하다. 작곡가 존 윌리엄스의 라이브 연주와 함께 영화를 볼 수 있는 기능도 있으며, 제작과정, 아역 배우들의 오디션 장면 등 풍성한 부록도 즐길 수 있다. (유니버설 발매)

피터팬 (2003)

네버랜드의 영원한 소년 피터 팬, 그리고 웬디, 그녀의 동생들이 함께 하는 모험은 너무도 유명해서 별 다른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이다. 그러나 100년을 이어온 이야기가 왜 한 번도 제대로 영화화가 되지 않았던 것일까?

가장 적역일 것 같았던 스필버그는 <후크>를 통해 네버랜드로의 티켓을 끊었지만, 원작과는 전혀 상관이 없는 늙은 피터 팬을 보는 게 고작이었다. 이처럼 영화화가 쉽지만은 않은 <피터 팬>은 세기가 바뀐 지금에 와서야 비로소 제대로 된 영화가 만들어진다. P. J. 호건은 마치 이 영화를 위해서 감독이 된 것처럼 보인다. 그는 최대한 원작을 충실하게 영상으로 표현을 했고, 캐릭터의 적절한 성격 변화만을 통해 성공적인 네버랜드 세계를 구축했다. 완벽한 경지는 아니어도 적어도 오랜 시간 동안 가장 잘 만들어진 <피터 팬> 영화 자리는 확고하게 다진 셈이다.

어른들을 위한 슬픈 동화. 피터 호건의 <피터 팬>은 그것을 너무도 충실히 영상으로 옮겼다. 탁월한 드라마의 완성도뿐만 아니라 네버랜드의 환상적인 풍광의 시각적 볼거리도 빼놓을 수 없다. 특히 DVD 타이틀에 수록된 극장에서는 볼 수 없었던 성인이 된 웬디와 피터팬의 슬픈 재회의 순간은 명장면으로 손색이 없다. (소니픽쳐스 발매)

라비린스 (1986)

어른과 아이를 위한 최고의 판타지 영화. 머펫 애니메이션의 대가 짐 헨슨과 브라이언 프라우드가 <다크 크리스탈> 이후 다시 한번 뭉친 매혹 만점의 세계. 특히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에서 발레를 하던 청순한 소녀로 영화 팬을 사로잡았던 제니퍼 코넬리의 미모가 가장 빛나던 순간을 <라비린스>를 통해 볼 수 있다.

자신의 동생을 납치한 마왕을 찾아가는 사라(제니퍼 코넬리)의 험난한 모험의 여정. 그녀의 발길이 머무는 곳마다 만나는 다양한 크리쳐들과 요정들. 때론 적으로 때론 우정을 나누는 친구가 되어, 동생 토미를 찾는데 동행을 한다.

영화 내내 시선을 끄는 아름다운 세트와 미술의 미학. 날로 발전하는 애니매트로닉스 기술의 경이로움을 만끽할 수 있다. 개성 만점의 요정들, 라스트의 유명한 계단 장면, 제니퍼 코넬리의 청순미, 마왕을 직접 연기하며 경쾌하면서 또 한 편으론 몽환적인 노래들을 부르는 데이빗 보위의 매력이 넘쳐 난다. 화면이 유난히 아름답고 노래가 큰 비중을 차지하기 때문에, DVD 타이틀로 감상을 할 때 작품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다. (소니픽쳐스 발매)

애니메이션

인크레더블 (2004)

픽사의 애니메이션은 단순한 성공을 뛰어 넘어 이제 신화가 되고 있다. 단 한 편의 실패작도 없는 이들은 늘 최고의 기술력으로 살아 숨쉬는 듯한 3D 캐릭터를 창조하며 관객을 매료시켰다.

여기에 <인크레더블>은 조금은 특별한 선택이 아닐 수 없다. 변함없이 풀 3D로 작품은 만들어졌지만, 연출을 맡은 이가 뜻밖의 인물이기 때문이다. 흥행 참패를 기록했지만 뛰어난 작품적 완성도를 지닌 <아이언 자이언트>의 브래드 버드가 그 주인공이다. 그는 외부인임에도 불구하고 잘나가는 픽사에서 전혀 주눅 들지 않고, 자신이 좋아했던 수퍼 히어로에 대한 애정을 듬뿍 담은 오락 만점의 작품을 내놓았다.

평소 히어로 물에 남다른 관심을 가지고 있다면 <인크레더블>은 이전의 그 어떤 픽사 작품들보다 더 나은 재미를 보장한다. 액션과 코미디, 히어로 가족들이 겪는 좌절과 슬픔, 그리고 극복의 순간이 감동적으로 펼쳐진다.

전통적으로 픽사 작품들은 늘 최고의 DVD 타이틀로 인정을 받았다. 최고의 화질과 음향, 그리고 철저한 기획으로 제작된 부록 영상의 꼼꼼함은 그 명성이 드높다. 2장의 DVD 타이틀은 <인크레더블>을 탄생시킨 그들의 노력이 하나에서 열까지 모두 수록이 되어있다. 제작과정과 삭제 장면, 그리고 픽사의 단편 애니메이션 <바운딩>의 수록은 부록에서도 최고의 재미를 보장한다. (브에나비스타 발매)

슈렉 2 (2004)

전편을 능가하는 패러디와 한층 스케일업한 유머로 돌아온 초록 괴물 슈렉. 그 곁엔 괴물신부가 된 피오나 공주가 있으니 더욱 든든하다고 해야 할까. 아니 오히려 더 큰 고민거리가 생겼다고 해야 하나. 어쨌든 겁나 먼 왕국에서 펼쳐지는 한바탕 소동극에 보는 이들은 즐겁기만 하다.

DVD 마니아들이라면 픽사의 애니메이션들과 함께 이미 하나쯤 소장하고 싶지 않을까 싶은데, 그야말로 눈이 부실정도로 뛰어난 화질 때문. 동키의 털처럼 세세한 묘사는 물론 형형색색의 풍경과 캐릭터 묘사는 감탄을 자아내기에 충분하다.

제작과정 등의 부록도 충실하며 극장에서 보지 못했던 유쾌한 단편 애니메이션들도 담겨 있다. 특히 ‘아메리칸 아이돌’을 풍자한 ‘겁나 먼 왕국 아이돌’은 단연 압권. 본 영화만큼이나 즐길 구석이 많은 타이틀이기 때문에 온 가족이 둘러 앉아 DVD의 이모저모를 살펴보는 것도 연휴를 즐겁게 보내는 좋은 방법이 아닐까 싶다. (CJ엔터테인먼트 발매)

아이언 자이언트 (1999)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많이 만들어진 미국 애니메이션 가운데, 단 하나의 작품을 꼽으라면 주저 없이 <아이언 자이언트>를 추천한다. 테드 휴즈의 동화를 각색한 이 애니메이션은 놀라울 정도로 뛰어난 완성도를 지녔지만, 철저히 외면을 받은 '저주받은 걸작'으로 손색이 없다. 지구에 불시착한 거대한 로봇과 지구 소년과의 감동적인 우정을 그린 작품으로, 여러 가지로 스티븐 스필버그의 <이티>를 떠올리게 한다.

<아이언 자이언트>는 모든 면에서 탁월하다. 가슴 벅찬 감동의 순간이 있으며, 많지는 않지만 박진감 넘치는 액션 장면도 일품이다. 무대가 되는 1957년 미국 당시 시대를 풍자한 코미디 역시 빠질 수 없다. 또 하나는 눈에 잘 드러나지 않는 기술적 성과다. 거대한 로봇은 풀 3D로 이루어졌지만, 2D와의 조화가 너무도 자연스럽다. 그래서 별다른 티가 나지 않음이 이 작품의 뛰어난 점이다. 무엇보다 <아이언 자이언트>는 미치도록 재미있다. 어른과 아이 할 것이 이 작품은 러닝타임 내내 환상적인 시간을 보내게 한다. 죽기 전에 반드시 봐야할 애니메이션의 0순위가 되겠다.

두 가지 화면비를 지원하는 DVD 타이틀의 완성도도 매우 뛰어나다. 아, 마지막 한 가지. 빈 디젤의 팬이라면 역시 놓쳐서는 안 된다. 그는 이 작품에서 거대 로봇의 목소리 연기를 완벽히 소화했다. (워너브라더스 발매)

이웃집 토토로 (1988)

과거 비짜 테이프로만 볼 수 있었던 명작 애니메이션을 정식 DVD로 볼 수 있게 된 것은 참으로 격세지감이 아닐 수 없다. 재패니메이션 마니아들에게는 유명한 작품이지만 정작 감상해야할 이들은 동심을 잃고 사는 어른들, 그리고 자연을 모르고 자라는 도시의 아이들이다.

병든 어머니의 요양을 위해 아버지와 함께 시골에 내려온 사츠키와 메이 자매. 숲의 정령 토토로와 만나 그들이 겪는 신기한 모험담. 거장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의 세심한 연출과 사실적인 풍경묘사는 도시생활에 지친 우리들에게 마치 고향에 온 듯한 청량감을 느끼게 해준다.

DVD는 셀 애니메이션의 따스한 질감과 화사한 색채를 잘 전달해주고 있으며, 밝고 경쾌한 주제가를 풍성하게 들려준다. 부록으로는 애니메이션으로 완성되기 전 밑그림을 볼 수 있는 콘티 영상과 제작 당시의 모습을 담은 짧지만 귀중한 메이킹 필름이 담겨 있다. 추석이지만 부득이한 사정으로 인하여 고향에 내려가지 못하고 있다면 어린 자녀들과 함께 이 작품을 감상하는 것이 어떨까. (대원디지털 발매)

월레스와 그로밋 (1992~1995)

포복절도의 장편 애니메이션 <치킨 런>을 만든 닉 파크 감독과 영국의 아드만 프로덕션이 제작한 작품. 치즈 크래커를 즐기는 발명가 월레스와 세상에서 제일 똑똑하고 귀여운 강아지 그로밋이 펼치는 아기자기하고 즐거운 모험담을 그린 3편의 단편을 모았다.

이들은 로켓을 타고 온통 치즈로 이루어진 달에 가기도 하고, 가정부로 위장하고 집에 들어온 강도 펭귄을 잡기도 하며 양들과 함께 감옥에 갇힌 그로밋을 구하기 위해 동분서주하기도 한다.

점토로 만든 인형을 한 콤마 한 콤마 움직여가며 촬영한 클레이메이션 기법을 활용한 작품으로, 3D 애니메이션과 같은 부드러운 동작과 화려한 색감을 보여주지는 않지만 만든 이들의 땀과 숨결이 느껴지는 정감어린 영상과 탄탄하게 짜인 재미있는 스토리는 남녀노소 누구나 즐기기에 충분한 뛰어난 완성도를 지니고 있다. 우리말 더빙이 되어 있어 어린이들도 편하게 감상할 수 있으며, 부록으로는 제작과정을 수록했다. (미라클 발매)

가족물

사운드 오브 뮤직 (1965)

줄리 앤드류스 주연의 뮤지컬 작품으로 굳이 설명이 필요 없는 영원한 가족 영화. 명절마다 끝없이 재방송되어 도레미송은 물론 대사마저 외울 법도 하지만 아직 DVD로 보지 못했다면 이번 기회에 꼭 챙겨보시기 바란다.

화질과 음질이 좋은 것은 당연지사. 여기에 2.20:1 화면비로 담긴 알프스의 전경은 팬앤스캔되어 방송되었던 TV 방영분하고는 차원이 다르다. 그림 같은 웅장한 산세와 손에 잡힐 듯 아름다운 풀밭. 그 위에 뛰어노는 아이들의 모습이 기막힌 구도의 와이드스크린 영상으로 펼쳐진다. 기껏 홈시어터를 장만해놓고도 놀리고 있다면 이참에 친지들에게 이 영화를 틀어주기를. 고전영화와 함께 ‘DVD 뭐 그까이꺼’하는 이들의 고정관념을 바꿔놓을 수도 있다.

부록으로는 실제 폰 트랩 일가의 모습과 이제는 중년이 된 아역배우들의 모습을 볼 수 있는 다큐멘터리가 담겨있다. 다만 DVD 초창기 시절 발매되었던 타이틀인지라 한글자막이 지원되지 않는 것이 흠이다. 참고로 오는 12월에는 40주년 기념판도 발매될 예정. 지난 14일 별세한 로버트 와이즈 감독의 명복을 빈다. (20세기폭스 발매)

아이 엠 샘 (2001)

극장 공개 시 수많은 관객들을 울렸던 바로 그 영화. 어른이지만 지적 수준은 7살의 어린이에 머무른 아빠 샘이 주위의 편견으로 강제 입양된 딸 루시를 되찾는 과정을 그린 가족 드라마다. 이미 연기파 배우로 정평을 받은 숀 펜이 비록 지능은 낮지만 순수한 부성애의 결정체라고 할 수 있는 샘 역을 맡았으며, 현재 세계 최고의 아역 배우로 꼽히고 있는 다코타 패닝이 루시를 연기했다.

얼핏 ‘뻔한 내용이겠구먼’ 하며 DVD를 틀어본다면 이내 두 부녀의 이야기에 매료되어 눈물을 글썽이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 확률 99.9%라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있다. 영화 내내 흐르는 비틀즈의 명곡도 인상적. 보고 ‘Lucy in the sky with diamonds...’의 아름다운 선율과 가사는 두고두고 잊혀 지지 않는다. DVD는 배우들의 피부 질감까지도 놓치지 않은 선명한 화질과 또렷한 사운드를 지원한다. 감독의 음성해설, 제작과정, 삭제 장면 등의 부록을 담았다. 다코타 패닝의 똑 부러지는 오디션 장면을 놓치지 말 것. (스타맥스 발매)

집으로 (2002)

지난 2002년 개봉 시 전국 관객 400만 명 이상을 동원, 그 해 최고의 화제를 모았던 한국영화. 도시의 풍족한 생활에 길들여진 7살짜리 소년이 외딴 시골 마을에 사는 칠순 외할머니와 생활하게 된다는 설정은 지극히 단순하고 새로울 것 없는 것이지만, 바로 그 점 때문에 점차 각박해져 가는 세상에 지쳐 있던 요즘 사람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데 성공한 영화다.

톡톡 튀는 로맨스 <미술관 옆 동물원>으로 좋은 평가를 받았던 이정향 감독의 작품으로, 영악스러운 도시 소년을 연기한 유승호와 반대로 연기 경험이 전혀 없었던 김을분 할머니의 꾸밈없는 연기는 관객들로 하여금 우리가 잊고 있는 것이 무엇인가, 우리가 항상 느끼던 마음속의 빈 공간이 무엇인가를 깨닫게 한다. 그 어느 영화보다도 추석에 잘 어울리는 감동의 명작.

한국 영화 DVD를 꼼꼼하게 잘 만드는 CJ 엔터테인먼트 타이틀답게 할머니 주름살 하나하나를 셀 수 있을 정도의 선명한 화질이 인상적이며, 제작과정을 세밀하게 기록한 부록 또한 볼거리. 특히 촬영 현장이었던 지통마 마을을 감독과 스탭이 다시 찾아가는 부가 영상을 놓치지 말자. (CJ엔터테인먼트 발매)

더 캣 (2003)

어머니가 집을 비운 사이 집을 보는 남매에게 찾아온 모자 쓴 마술 고양이. 이 낯선 불청객에게 호기심을 가지는 아이들. 더욱이 이 고양이는 매우 특별해 마술까지 할 수 있다. 그에 못잖게 남매들도 개성적이다. 오빠는 통제 불능의 개구쟁이며, 여동생은 아이답지 않게 철저하게 규칙을 따지며 거기에 맞혀서 행동한다. 이런 까다로운 남매와 한바탕 놀아보자며 고양이까지 가세를 했으니 집이 온전할 리 없다.

미국의 유명한 동화 작가인 닥터 수스의 <모자 쓴 고양이>를 영화화한 <더 캣>은 소박한 원작과 달리 블록버스터 규모의 작품으로 완벽한 동화의 세계를 영상으로 옮겼다. 환상적인 세트 디자인과 눈이 시릴 정도의 화려한 색의 퍼레이드는 그 자체만으로 큰 볼거리. 다만 닥터 수스의 원작에서는 고양이와 아이들의 한바탕 신나는 놀이에 초점을 맞춘 반면, 영화는 교훈적인 메시지를 삽입하고 있다. 아주 재미있는 영화는 아니지만, 특별한 날 온 집안을 난장판으로 만드는 유쾌함이 아이들을 사로잡기에는 제격이다. DVD 타이틀은 원작자인 닥터 수스에 관한 다큐멘터리가 수록이 되어 있다. (CJ엔터테인먼트 발매)

스트레이트 스토리 (1999)

데이비드 린치란 이름에서 적지 않는 사람들이 “이해하기 쉽지 않는 영화”라는 등식을 대입시킨다. 그래서 지례 난해한 영화가 아닐까 우려를 하고 <스트레이트 스토리>를 놓친다면 정말 땅을 치고 후회할 일이다.

이 영화는 그의 영화 가운데 가장 편안하게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어떤 자세를 취하건 단지 화면을 응시하는 것으로 충분하기 때문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는 몸이 아픈 형을 만나기 위해 잔디 깎기를 개조한 트랙터를 타고 6주간의 여행을 떠나는 동생 스트레이트(리차드 판스워스)의 여정을 그린다.

소박한 영화 주제에 걸맞게 린치는 영화적 기교를 최대한 배제를 하고 있다. 영화의 흐름은 굼벵이처럼 느리지만, 두 노인의 만남으로 인한 감정의 소용돌이는 감당하기 버거울 정도로 무게감이 느껴진다. 한 때 사소한 일로 등을 돌린 형제들. 그 형제들의 오랜만의 재회를 통해 가족의 소중함을 다시 한번 느껴본다. DVD 타이틀 역시 소박하다. 긴 여정과 함께 하는 서정적인 풍광들이 좋은 화질 덕분에 매 순간 빛나며, 자연스러운 효과음과 배경 음악이 돋보인다. 특히 부록으로 오리지널 사운드트랙을 통째로 수록한 것이 놀랍다. (이지 컴퍼니 발매)

코미디

미드나이트 런 (1988)

거친 생활에 찌든 현상금 사냥꾼과 악당의 돈을 횡령한 회계사가 벌이는 모험담으로, 유연한 연기를 선보인 로버트 드 니로와 은근히 웃긴 찰스 그로딘의 어울리지 않는 콤비 플레이가 매력적이다.

주인공 잭은 현상금 사냥꾼으로서의 마지막 임무로 회계사 조나단을 잡아 압송하는데, 자꾸만 꾀를 부리며 갈 길을 막는 조나단과 그를 제거하려는 갱단, 조나단을 증인으로 삼고자 체포하려는 FBI, 여기에 현상금을 노린 또 다른 사냥꾼이 끼어들어 쫓고 쫓기는 추격을 벌인다.

이렇게 박진감 넘치는 전개에 처음에는 앙숙으로 티격태격하던 잭과 조나단 사이에 점차 우정이 생기는 과정도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를 통해 재미있고 감동적으로 묘사된다. 그저 ‘재미있다’는 한 가지 표현으로 압축할 수 있는 액션 코미디의 걸작이다. <비벌리힐즈 캅>으로 유명한 마틴 브레스트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DVD 시장 초창기에 출시된 타이틀로 아나모픽 영상이 지원되지 않고 화질도 그럭저럭에 별다른 부록도 없지만, 워낙 넉살 좋은 영화라 크게 아쉬운 생각이 들지 않을 정도다. (유니버설 발매)

스쿨 오브 락 (2003)

<스쿨 오브 락>은 락에 대한 원대한 꿈은 있지만, 재능이 따라주지 않는 한 남자의 꿈을 실현 시켜 주는 영화다. 그 꿈을 이루는 주인공 듀이 핀은 아마추어 락 밴드에서 기타를 치며, 비상을 꿈꾼다. 하지만 현실은 언제나 냉정한 법. 락에 대한 열정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대단한 듀이지만, 결정적으로 그 만큼의 실력이 뒤받침이 되지 않으니 아무런 소용이 없다.

그런 그가 친구의 이름을 팔아 임시 교사로 들어가 대충 돈이나 벌려고 하지만, 뜻밖에도 아이들은 음악에 뛰어난 재능을 지녔다. 이제 듀이가 평소 꿈꾸는 이상적인 락 밴드 ‘스쿨 오브 락’이 탄생한다.

<스쿨 오브 락>은 락을 좋아하건 말건 그것과 관계없이 정신 못 차릴 정도로 재미있는 영화다. 숨 막히는 학교생활의 지루함을 락을 통해 해소하는 아이들, 그것을 바라보며 흐뭇해하는 듀이, 영화를 보는 관객 모두가 과다 앤돌핀으로 마냥 행복해지는 영화! 바로 <스쿨 오브 락>이다. 삶이 따분하다고 느껴지면 지금 당장 이 영화를 보라! DVD 타이틀의 음향이 뛰어나, 극중 밴드 대전의 흥겨움을 더욱 배가시킨다. 부록으로 수록된 토론토 필름 페스티벌 여행기를 반드시 볼 것! (파라마운트 발매)

주성치 컬렉션 (1991~1997)

올 추석에도 방바닥만 긁게 생긴 당신. 신세 한탄만 하지 말고 주성치와 함께 밝고 건전한 코미디의 세계로 떠나보는 것은 어떨까. 온갖 실패에도 굴하지 않고 꿋꿋이 웃음을 날리고야마는 그의 모습을 보면 스트레스가 싸악 풀릴 테니까 말이다. <쿵푸 허슬> 같은 잘 빠진 영화도 좋지만 역시 성치 마니아들이 엄지손가락을 들고 추천하는 타이틀은 주성치의 중기 작품들을 모아놓은 <주성치 컬렉션>이다.

그 내용물을 살펴보면 주성치가 존경해마지 않는 이소룡에 오마주를 바친 <신 정무문>, 아시아의 대표 미녀 공리까지 덩달아 망가지는 <당백호점추향>, 그리고 주성치의 절묘한 입담이 엄숙한 법정을 뒤집어 놓는 <구품지마관>과 <산사초>가 한데 묶여있다. 예고편 외에 특별한 부가영상은 없지만 박스세트로서는 저렴한 가격이 장점이다. 명절날 지겨운 성룡 영화대신 주성치 영화를 폼 나게 DVD로 즐겨보도록 하자. (스펙트럼DVD 발매)

로맨스

노팅 힐 (1999)

작은 서점을 운영하는 평범한 남자와 세계적인 여배우와의 사랑. 동화책에서나 어울릴법한 비현실적인 상황이지만, 이를 그럴듯하게 포장하는 것은 제작진의 능력이다. 로맨틱 코미디의 명가 ‘워킹 타이틀’만큼 이런 이야기를 그럴싸하게 포장하는데 적역이 있을까? 그들은 역시 로맨틱 코미디의 명가였다.

누구나 한번쯤 꿈꾸었을 세계적인 스타와의 우연한 만남과 사랑, 그리고 친구들의 부러운 시선을 한 몸에 받는 생각만 해도 흐뭇해지는 상상속의 이야기. 그 대리만족을 <네 번의 결혼식과 한 번의 장례식>의 멤버들이 다시 한번 뭉친 <노팅힐>이 가능하게 만든다.

뛰어난 각본과 두 주연 배우의 절묘한 앙상블이 돋보이는 영화. 과장되지만 그것이 전혀 이상하지 않는 진실한 사랑이 느껴지는 <노팅 힐>. DVD 타이틀에는 영화에 삽입된 주옥같은 노래 9곡과 영화 장면을 함께 듣고 보는 '뮤직 하이라이트'가 부록을 담겨있다. 달콤한 사랑의 여운을 되새기는데 더 없이 좋은 부록이다. (유니버설 발매)

로마의 휴일 (1953)

시대를 초월한 영원한 사랑의 이야기 <로마의 휴일>. 거장 윌리엄 와일러가 메가폰을 잡은 영화는 유럽을 순방중인 가상의 국가 공주와 신문기자의 애절한 사랑을 그려내고 있다. 마음에도 없는 격식과 예의를 한껏 차리며 거짓 웃음으로 사람을 대하는데 진력이 난 공주의 일탈. 로마의 발거리에서 우연히 만난 신문기자 조와의 만남은 그녀에게 평생 단 한 번의 사랑으로 다가온다.

<로마의 휴일>이 다른 로맨스 영화보다 더 긴 여운을 남기는 것은 "그래서 두 사람은 행복하게 잘 살았습니다"의 엔딩이 아닌, 각자의 위치로 돌아가 짧은 시간 두 사람이 지냈던 소중한 순간들을 추억으로 만드는데 있다. 진짜 공주보다 더 공주스러운 오드리 헵번의 청조한 매력은 반세기기가 지난 지금까지도 그 고고한 빛을 잃지 않는다. 낭만적 사랑의 대서사시 <로마의 휴일>. 지금 보기에는 진부한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그 감동은 조금도 변함이 없다. 사랑은 정말 오묘할 따름이다. 디지털 리마스터링 덕분에 지난 세월을 가뿐히 뛰어넘는 DVD 타이틀의 화질이 그저 놀라울 따름이다. (파라마운트 발매)

첫 키스만 50번째 (2004)

여자들에게 행복한 휴가를 선사하는 것이 지상과제인 바람둥이 수의사 헨리. 그가 처음으로 진실한 사랑을 느낀 루시는… 아뿔싸, 이튿날이면 그 전날의 기억을 홀랑 까먹는 단기 기억상실증 환자였다. <웨딩 싱어>에서 함께 호흡을 맞췄던 아담 샌들러와 드류 베리모어의 주연작으로, 도저히 극복할 수 없을 것 같은 사랑의 장애를 황당하면서도 때론 감동적으로 극복해가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DVD는 하와이를 배경으로 한 이 작품의 매력을 십분 살리고 있는데, 열대의 태양이 내리쬐는 휴양지의 아름다운 모습을 우수한 화질로 담아내고 있다. 보고만 있어도 흡사 피서지에 온 기분이 들 정도. 특히 인상적인 것은 극지방의 시원한 풍광과 함께 엔딩곡 ‘Somewhere over the rainbow’가 울려 퍼지는 엔딩 장면으로 가슴 뭉클한 감동을 선사한다.

메이킹 필름과 삭제 장면, NG 장면 등의 부록이 담겨 있으며 그 가운데 감초 캐릭터로 등장하는 롭 슈나이더의 개그쇼를 담은 부가영상이 볼만하다. 드류 베리모어의 오빠로 등장한 숀 애스틴이 <반지의 제왕>에서처럼 호빗으로 불리는 황당한 모습도 꼭 찾아보도록. (소니픽쳐스 발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