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커밍순...<신라의 달밤>
2001-05-29

커밍순/신라의 달밤

10년 전 휘영청 둥근 달이 뜬 밤, 경주에 수학여행 온 두 남자아이 사이에선 무슨 일이 있었나. <주유소 습격사건>의 제작자, 감독, 작가가 다시 뭉친 코믹액션영화 <신라의 달밤>은 <깡패수업> <주유소 습격사건> 등을 통해 깡패이야기를 그려온 김상진 감독의 작품. 한데 이 영화에 나오는 깡패들은 이전 영화의 그들과는 좀 다르다. 현직 깡패인 영준은 학창 시절 범생이 중의 범생이였고 현직 고교 교사인 기동은 고등학생 때 학교를 평정했던 ‘짱’이었으니 말이다. 게다가 이 두명이 쟁탈전을 벌이는 대상은 물좋은 ‘나와바리’도, 돈이나 권력도 아닌 라면집 여주인 민주란이다. 매력적인 주란을 놓고 대결을 펼치는 두 남자는 10년 전 그날 수학여행지에서 벌어졌던 사건을 잊지 못하고 있기에 승리를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다. 여기에 기동이 담당하고 있는 반의 학생이자 영준의 조직에 들어가 건달로 살고자 하는 주란의 동생 주섭이 가세하면서 둘의 대결은 꼬이고 또 꼬이게 된다. 뻔해보이는 이야기를 슬쩍 뒤틀어놓는 이 영화의 전략은 캐스팅에서도 드러난다. 깡패 이미지와는 다소 거리가 있는 이성재가 영준 역을, 터프하기 그지 없는 차승원이 교사 기동 역을 맡았고, 주란 역은 김혜수가 연기했다. 후반부의 대형 액션신 등 화려한 장면도 많지만, 어쩌면 <신라의 달밤>의 진짜 볼거리는 배경인 천년고도 경주다. 한국사람치고 경주에 한번 안 가본 경우 드물겠지만 영화를 통해 선보인 적이 거의 없는 고분, 불국사, 첨성대 등 유적들은 오히려 생경한 느낌으로 다가온다.

문석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