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장들의 귀향과 블록버스터 제작으로 활기 되찾는 폴란드영화
폴란드영화 르네상스가 도래했다. 80년대 후반 민주화개혁 이후 소강 국면에 접어들었던 폴란드영화계가 최근 로만 폴란스키, 아그네츠카 홀랜드 등 폴란드 출신 거장들의 귀향과 더불어 블록버스터의 연이은 제작 등으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고 <버라이어티> 최근호가 전했다.
로만 폴란스키가 폴란드에서 영화를 찍는 것은 데뷔작 <물 속의 칼> 이후 40년 만의 일. 2월에 베를린에서 크랭크인해 3월 말부터 바르샤바에서 촬영중인 <피아니스트>는 작곡가 브와디스와브 스피우만의 자서전을 토대로 한 홀로코스트 영화. 폴란드, 프랑스, 독일 3국의 합작품이 될 <피아니스트>는 제작비 3400만달러로 폴란드영화 사상 가장 값비싼 영화로 기록되면서, 폴란드영화계에 자부심을 불어넣고 있다. <유로파 유로파> <올리비에 올리비에> <토탈 이클립스> 등의 아그네츠카 홀랜드도 20년 만에 고국으로 돌아와 <줄리아의 귀향>과 <하네만>을 촬영할 예정. 75년 오스카 외국어영화상 부문에 노미네이트됐던 <밤과 낮>을 연출하고 UCLA 교수를 지낸 제르지 안트차크도 지난해 귀국, <쇼팽, 사랑의 열망>을 연출했다.
폴란드산 블록버스터도 연달아 개봉한다. 지난해 400만달러에서 1700만달러 사이의 대작이 다섯편이나 제작됐는데, 3월 초 개봉한 <봄이 온다> 외에도, 안트차크의 <쇼팽, 사랑의 열망>을 비롯, <쿠오 바디스> <사막과 황야에서> <뷔에즈민> 등이 개봉 대기중인 블록버스터들. 폴란드영화 평균 제작비가 70만달러 수준임에도 불구하고, 이들 작품 모두 해외합작 파트너 없이 순수 폴란드 자본으로 제작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제작자와 배급자는 물론, 국영 TV, <카날 플러스 폴란드>, , 심지어 은행들까지 앞다퉈 자국영화 제작에 투자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대작 러쉬에 자극제가 된 것은 지난 99년 제르지 호프만이 <불과 검>으로 700만명의 관객을, 안제이 바이다가 <판 타데우스>로 600만명의 관객을 각각 동원한 사건. 두 작품의 전례없는 성공으로 인해 대하역사소설을 각색(<판 타데우스>)하거나 기존의 히트작의 리메이크나 속편(<불과 검>)을 만드는 것이 최근 폴란드 블록버스터의 하나의 경향이 됐다.
박은영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