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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 <쥬라기 공원> 이후 최고의 공룡 호러 - <오크 스트리트의 마지막 날> 리뷰와 감독·배우 단독 인터뷰, 공룡 애호가의 칼럼까지
정재현 2026-08-27

<오크 스트리트의 마지막 날>(이하 <오크 스트리트>)이 8월26일 개봉한다. 이 작품이 1980년대 액션 블록버스터 황금기의 향수를 어떻게 불러일으키는지 요약한 리뷰, 데이비드 로버트 미첼 감독, 주연배우 앤 해서웨이·이완 맥그리거와의 단독 인터뷰를 전한다. 공룡 덕분에 과학전문기자가 된 이창욱 <과학동아> 편집장이 쓴 영화 속 공룡 재현의 정치학에 관한 칼럼도 동봉한다.

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코리아

흔하디흔한 미국 교외 지역의 널리고 널린 도로명 오크 스트리트. 1982년 어느 날 밤. 이곳에 초자연적 백광이 들이친다. 이웃의 뒤뜰엔 2억년전 멸종된 석송류 포자식물 플레우로메이아가 자라고, 다른 이웃의 앞뜰엔 짐승의 똥 무더기가 산적해 있다. 마을 전체가 정전된 데다 날씨까지 후텁지근해지자 주민들은 당황한다. 왜일까. 마을 전체가 통째로 2억년 전 중생대로 타임워프한 것이다. 거리엔 육식공룡이, 하늘엔 익룡이 가득하다.

알다시피 공룡은, 사람을 찢는다. <오크 스트리트>는 생존의 위협을 맞닥뜨린 오크 스트리트의 플랫 가족을 다룬다. 이들은 공룡의 습격을 받기 전에도 각자의 전쟁을 치르고 있다. 드니스(앤 해서웨이)는 전업주부로만 살자니 예술적 소양이 출중하다. 낙관주의와 회피주의를 오가는 그렉(이완 맥그리거)은 좌절한 가부장이다. 두 아이 오드리(메이지 스텔라)와 브라이언(크리스천 컨버리)은 부모의 오랜 갈등을 알고 있지만 어른의 사정을 수용하기엔 사춘기적 열망이 훨씬 크다. 이 집은 반려견 스타벅마저 옆집의 눈엣가시다. 금 간 꽃병 같은 고통이 집 안 곳곳에 도사려도 큰 소란이 없었던 플랫 가족. 이들에게 ‘공룡 떼’라는 큰 소란마저 닥쳤다. 잠시 영화의 오프닝을 상기해보자. 오크 스트리트의 주민들은 마당에서 바비큐를 굽는 등 한데 어울려 주말 오후를 즐긴다. 미국 교외 중산층 가정의 전형인 동시에 아메리칸드림의 상징이다. 영화는 이 환상의 민낯을 드러낸 후 그 안에서 역기능 가정이 기현상을 기회 삼아 서로를 구하는 일종의 구사일생담을 호러 장르의 문법에 담는다.

만약 <오크 스트리트>가 작중 배경과 같이 1980년대에 나왔다면, 이 영화는 위 설정에 입각해 정상가족 이데올로기를 수호하는 영화에 그쳤을 가능성이 높다. 하지만 이 작품은 2026년의 영화고 무엇보다 대중문화의 클리셰를 비틀어 다시 쓰는 데 일가견이 있는 데이비드 로버트 미첼의 영화다. <오크 스트리트>의 지향점과 통속성 사이의 접점은 중생대와 21세기만큼 멀다. 그런데 거대한 농담처럼, <오크 스트리트>는 1980년대 팝 컬처로의 회귀를 선언하며 독창성을 확보한다. 1980년대의 미국. 보수주의의 교조인 레이건주의가 팽배했지만, 대중문화만큼은 이에 대항해 지배적 서사의 모순을 들추어냈다. MTV가 개막했고 마이클 잭슨마돈나가 데뷔했으며 홈 엔터테인먼트가 보급됐다. 그리고 스티븐 스필버그가 있다.<오크 스트리트> 는 놀랍도록 스필버그가 만들고 제작한 영화들과 닮아 있다. 일단 1982년은 <E.T.>가 영화 사상 최고 흥행 기록을 갈아치운 해다. 브라이언과 그의 친구들은 관객이 이 기록을 잊었을세라 몇번이고 자전거를 타고 동네를 누빈다. 이 해엔 그가 제작한 <폴터가이스트>도 개봉했다. 이 역시 미국 교외 핵가족의 삶에 악령이 출몰하는 이야기다. 오크 스트리트를 물들이는 백광은 <미지와의 조우> <E.T.>등에서 미확인 존재가 익숙한 공간을 침범할 때 내리쬐던 그것과 동일하다. 무엇보다 영화 속 공룡 하면 <쥬라기 공원>이다. <오크 스트리트>의 공룡은 <쥬라기 공원>의 공룡에 버금가게 무시무시한데, 영화에서 가장 무서운 공룡 장면 중 하나는 공교롭게 주방에서 이루어진다. 이 작품이 고강도의 선정성에도 불구하고 미국에서 PG-13 등급(부모 동반하 13세이상관람가)을 받았다는 점마저 스필버그와 겹친다. 그가 1984년에 제작한 <그렘린>과 <인디아나 존스: 마궁의 사원>이 지나치게 잔인하고 어둡다는 이유로 PG(부모 지도하 전체관람가)와 R(17세 미만 보호자동반관람가) 사이의 PG-13을 만들어냈기 때문이다. 마을 이름이 앰블린(스필버그가 수장인 제작사명) 스트리트가 아닌지 의심해봐야 할 지경이다. 언급해야 할 또 다른 이름은 <오크 스트리트>의 제작자 J.J. 에이브럼스다. 그가 연출한 <슈퍼 에이트>(2011) 또한 스티븐 스필버그를 혼성모방한 영화였다. 출신지가 불분명한 거대 괴수가 미국을 공격한다는 재난 호러는 J.J. 에이브럼스가 제작한 <클로버필드> 시리즈와 궤를 같이한다.

오마주로 가득한 영화가 어떻게 독창적일 수 있겠느냐는 반론이 제기될 법하다. 핵심은 1980년대식 블록버스터가 품던 영화적 즐거움을 충실히 재현하겠다는 의도를 살려낸 데 있다. <오크 스트리트>는 <인디아나 존스: 마궁의 사원>의 광산 궤도 카트 추격전이나 또 다른 1982년의 호러 걸작 <괴물>의 개 우리 습격 장면 못지않은 스릴로 중무장했다. 인간은 공룡의 아가리와 발톱 앞에 속수무책으로 죽고, 총과 야구 배트, 화살을 든 플랫 가족은 한없이 미력하다. <쥬라기 공원>이 그랬듯, <오크 스트리트>는 공룡에 매혹된 어린이 관객에게 트라우마를 안길 수도 있을 만큼 폭력 묘사가 적나라하다. 다만 온갖 악조건 속에서도, 가족 내부의 문제로 곪아 있던 이들이 먹이사슬의 최하위에 위치해 무방비로 자신의 처지를 적나라하게 마주해야 할 때에도, 서로를 지키기 위해 벌이는 필사의 응전이 엄청난 서스펜스를 만든다. 와중에 의 공룡들은 코미디에도 소질이 있다. 한쪽에선 앤 해서웨이가 샷건으로 공룡의 머리를 날리고, <샤이닝>의 셸리 듀발처럼 식칼로 공룡을 찌르는데 정작 공룡들은 태연자약하게 생애 최초로 소프트아이스크림을 먹고 환호하며 난리 속에서도 교미를 멈추지 않는다. <오크 스트리트>는 그야말로 미친 상황이 본질적으로 품은 부조리를 유머와 호러, 양자로 환원해낸다. 그렇다. 이 영화는 <쥬라기 공원> 이후 최고의 공룡 호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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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워너브러더스코리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