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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기이하지만 보편적인 사랑의 모양, <트루먼의 사랑> 김덕중 감독
배동미 사진 최성열 2026-08-27

현식(배유람)은 지하철 플랫폼 바닥에 누워 있는 지연(이주우)을 발견한다. 현식이 조심스레 깨우니 지연은 벌떡 일어나 “내 얘기 좀 할게요”라더니 자신을 ‘트루먼’이라고 소개한다. 시간이 멈추는 ‘에러’의 순간, 사람들은 동물들의 정형행동처럼 반복적으로 움직이지만 지연 자신은 다르다. 고장나버린 사람들과 달리 지극히 정상이다. 영화 <트루먼 쇼>처럼 이 세계의 진실은 따로 있다고 믿기에 지연은 자신과 같은 트루먼들을 찾아 나선다. 현식은 과연 그가 찾는 트루먼일까. <에듀케이션> <컨버세이션>을 연출한 김덕중 감독은 독특한 세계관에 사랑이란 보편적 감정을 결합시켜 세 번째 장편영화를 완성시켰다. 그가 시나리오를 쓰고 연출하고 편집까지 한 <트루먼의 사랑>을 두고 대화를 나누었다.

- 이처럼 독특한 세계관을 어떻게 떠올렸나.

처음엔 그저 사랑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 사랑 이야기에 후킹이자 주제 의식을 강화하는 요소를 넣으려다보니 지금과 같은 세계관이 덧붙여졌다. 시작은 지연이 지하철에 쓰러져 있고 현식이 발견하는 만남이다. 곧바로 두 사람의 사랑이 이루어지면 재미없고 장애물이 있어야 하니까 세 번째 캐릭터인 문성(김신비)도 떠올리게 됐다. 영화를 크게 세 챕터로 나누고 첫 번째는 현식을 중심으로, 두 번째 챕터에선 지연이 자신을 원하는 사람이 현식, 문성 두 사람인 상황을, 세 번째 챕터는 남겨진 문성의 입장을 그리려 했다.

- KMDb에 따르면 이 작품의 장르가 드라마, SF, 멜로로 분류돼 있다. 감독 자신은 이 작품의 장르를 무엇이라고 정의내리나.

멜로가 주축이고 SF는 도구적으로 사용된 측면이 있다. 멜로에다 후킹이자 새로운 세계관을 감미료처럼 뿌렸다. (웃음)

- 그 감미료는 왜 필요하다고 판단했나. <트루먼의 사랑>을 만들 즈음 주목해서 본 영화나 서적이 있을까.

시나리오 작업 때 ‘톤 앤드 매너’를 잡기 위해 레퍼런스를 찾으려고 고민했지만 결국 찾지 못했다. 이 영화가 <쥴 앤 짐>에 가까워지면 매력적이겠다고 생각하긴 했지만, 그게 달성이 됐을까. 쉽사리 말하긴 저어된다.

- 영화 절반을 넘긴 시점에서 인물들을 재배치하면서 사람들간의 역학을 새롭게 짠다. 한길로 흐르는 게 아니라 인물간 관계를 재정의하고, 다시 묶고, 새로운 구조를 세운다.

정통으로 갈 때 좀 자신이 없달까. 정도로 쭉 가는 데 자신이 없고, 이렇게 영화가 틀어졌을 때 나 자신이 재밌어한다. 사랑을 한 사람의 시점이 아니라 다른 사람을 주어로 해서 보면 더 입체적이다. 다채널 미술을 감상하듯 주어를 바꿔보면 흥미로워진다. 그래서 시나리오 단계에서부터 확고하게 영화가 진행되면서 주인공이 바뀐다는 구조를 세웠다. 주인공처럼 영화를 계속 끌고 갈 것처럼 보이는 두 캐릭터가 훅 사라져버리는. 이런 구조라면 영화가 어떻게 완성될까 싶어 호기심이 생겼고, 관객의 반응도 궁금했다.

- 김현 배우는 영화 중간에 갑자기 등장해 관객을 휘어잡는다. <바빌론> 속 배우 토비 맥과이어 같다고 할까.

하도 주인공이 계속 바뀌어서 영화의 주제 의식을 한번쯤은 던져줘야 할 것 같았다. (웃음) 하지만 주인공 세명의 입에서 주제와 관련된 추상적인 대사가 나오는 게 쉽지 않아서 새로운 캐릭터를 등장시켰다. 대신 너무 진지하면 관객이 지루할 수 있어서 김현 배우를 헛소리하는 사람인 양 등장시켜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울림을 주는 한방을 잘 못하는 편이라 약간 비틀어 표현하는 것 같다.

- 단편선 음악감독과는 어떻게 협업했나. 그의 음악이 <트루먼의 사랑>과 어떤 점에서 어울리리라 생각했나.

‘단편선과 선원들’ 시절부터 팬이었다. 그 시절 음악을 오랫동안 들어서 언젠가 한번 함께해보고 싶었다. 영화 자체가 평범한 멜로는 아니고 다소 기괴해서 평소 벼르던 뮤지션 단편선에게 영화음악을 제안했다. 당시 단편선 음악감독이 대중음악상 대상을 타고 공연이 워낙 많았다. 다행히 그가 <트루먼의 사랑> 시나리오를 재밌게 보고 1차 편집본부터 음악 작업을 시작했다. 이번 영화로 영화음악 작업을 사실상 처음 해봤다. 이전 작품에서는 음악을 쓰지 않고 엔딩크레딧 때 기성곡 한곡 정도 삽입하는 데 그쳤다. 이번에는 단편선 음악감독과 의견을 주고받으면서 6곡이 작곡되었다. 영화음악 작업이 처음이라서 걱정이 많았는데 단편선 음악감독이 열심히 해주어 잘 마무리된 것 같다. 감사하다.

- 영화의 마지막, 경찰인 문성은 경찰서에 조사받으러온 엄마가 잠시 맡긴 아기를 돌본다. 전작 <컨버세이션>에 이어 아기와 유아차가 또 등장했다.

미래가 있는 삶을 보여주고 싶을 때 나는 아기를 카메라에 담는 것 같다. 문성에게도 이곳이 그가 사는 세상이란 의미를 주면서. 영화 속 아기는 돌봄 없이 오랜 시간 버틸 수 없을 것만 같다. 그래서 문성도 안아주고 싶어 한다. 경찰들은 아기에게 가습기를 틀어주며 돌본다. 완벽한 단 한 사람의 구원자가 없어도 우리를 아껴주는 사람들은 늘 곁에 있다. 딱 한 사람의 구원자를 찾겠다고 세 주인공이 난리를 치지만 그러지 않아도 우린 서로를 보듬어주는 관계로 이뤄진 세상을 살아가고 있다. 그 점을 짚고 싶었다.

- 영화의 마지막까지도 지연의 행방을 끝내 알려주지 않아 흥미롭다.

그게 사랑의 아이러니를 잘 표현하는 방식이라고 생각했다. 지연은 그렇게나 자신과 같은 트루먼을 찾아다니다 찾아냈고 자신이 처한 상황 바깥으로 나가고 싶어 했지만 사랑 때문에 결국 무언가를 포기한다. 그 선택은 슬픈 선택이지만 사랑의 아이러니가 그런 게 아닐까. ‘무언가를 해내지 못하더라도 너와 함께할 수밖에 없다’는.

- <트루먼의 사랑>으로 각본을 쓰고 연출한 세 번째 장편영화를 완성했다. 이번 작품이 어떤 의미로 남았나.

첫 작품 <에듀케이션>은 빨리 영화를 만들고 싶어서 내가 아는 이야기를 택했다. 두 번째 영화 <컨버세이션>은 호기심에서 출발했다. 대화만으로 어떤 영화가 탄생할지 궁금했다. 세 번째 영화 <트루먼의 사랑>에선 계획이 많았다. 사랑 얘기를 평범하지 않게 후킹과 형식적 구조를 세우고 싶었다. 그 때문에 다소 난해해졌지만(웃음) 해보고 싶은 걸 많이 시도했다고 생각한다. 우선 차기작으로 조금 진행된 작품은 다소 과격한 이야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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