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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이 이 영화의 비주얼에 놀라게 하고 싶었다, <28년 후> 대니 보일 감독 인터뷰
유선아 2025-06-27

섬 안에서 안전하게 지내던 소년 스파이크는 본토에서 위험천만한 하루를 보낸다. 분노 바이러스 감염자들의 실체를 마주한 그날, 스파이크는 또 다른 참담한 흔적을 발견한다. <28일후...>의 성공에서 20년이 지나 대니 보일 감독이 다시 <28년 후>의 연출로 나섰다. 오리지널 영화의 진정한 후속작이자 새로운 3부작의 서막이 될 이 작품에 대해 한차례 짧은 화상 인터뷰와 온라인 기자 간담회를 통해 감독과 이야기를 나눴다. 두번의 질답에는 <28년 후>가 지닌 정체성과 시리즈 전체를 관통할 단초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 <28일후...> 이후 20년 만에 <28년 후>를 연출했다. 무엇이 속편 연출을 결심하게 했는지.

<28일후...>를 향한 관객들의 열정이 20년 넘도록 꾸준히 이어졌다. 그게 정말 놀랍다. 그렇기에 <28년 후>는 단순한 속편이 아니다. 이번 작품의 핵심은 잘 짜인 각본에 있다. 우선 전세계가 함께 겪은 코로나19 팬데믹은 우리 모두가 살아 있음을 실감하게 만든 대사건이었다. 첫 영화에서 폐허가 된 도시를 목격했던 것처럼 팬데믹을 겪으며 각자의 일상에서 그런 참담한 풍경을 우리는 직접 목격하지 않았나. 또 영국은 브렉시트로 유럽과 정치적 단절과 고립을 겪었다. 현실적 요소가 이 영화를 다시 만들게 된 이유 중 하나였는데 그래서인지 자연스럽게 영화에 반영되었다.

- 각본가 앨릭스 갈런드와 다시 뭉쳤다. 이번 협업으로 발휘한 시너지효과가 있다면.

앨릭스도 연출을 하면서 감독이 얼마나 많은 과정을 거치는지 잘 알게 되었고 나를 이해해주었다. 우리는 첫 작품을 같이하고 <선샤인>이라는 영화도 함께 작업했다. 그러고 나서 속편으로 <28년 후>가 품은 가능성과 실현 가능성에 대해 계속 이야기를 나눴다. 그렇게 해서 앨릭스가 새로운 3부작을 구상해냈다. 각 작품은 독립적으로 감상해도 완결성을 즐길 수 있는 영화다. 동시에 일부 캐릭터는 시리즈 전체를 가로질러 연결되다 결국 <28일후...>와도 만나게 된다.

- <28년 후>는 좀비 장르의 또 다른 공식을 그린다. 아버지와 어머니의 세계에서 소년은 다른 방식으로 성장하고, 죽이는 자와 기억하는 자의 대비가 뚜렷하다.

바로 그 부분이 내 마음에 쏙 들었다. <28년 후>는 가족이라는 삼각형 구조를 가진다. 아버지가 소년과 맺는 관계가 전반부를 차지하고 어머니가 그 관계를 이어받아 후반부를 이끈다. 그리고 그 둘은 이야기의 끝에서 레이프 파인스가 맡은 아주 독특한 캐릭터를 만나면서 완성된다. 구조적으로 독창적인 방식이라고 생각한다. 소년의 여정이 곧 영화 전체를 관통하는데 아버지와의 여정과 어머니와의 여정이 두축을 이룬다.

- 전반과 후반을 나누는 중세와 문명의 대비 역시 강렬하다. 중세 궁수의 푸티지를 삽입한 이유가 있나.

이 영화에서 살아남은 공동체를 그려내려고 했다. 이들에게 전기도, 기술도, 소위 ‘현대문명’이라고 부르던 것들이 하루아침에 사라졌을 것이다. 생활양식이 자급자족 농업 방식으로 돌아간다면 사람들은 어떻게 살게 될지를 생각했고 그렇게 내린 결론이 지금의 <28년 후>에서 마을공동체의 모습이다. 긴 활을 든 궁수는 영국의 과거를 돌아보는 향수이자 이상화된 영웅적 이미지에 걸맞다고 여겼다. 이 영화에 사용된 푸티지는 로런스 올리비에가 연기한 <헨리 5세>의 일부 장면이다.

- 이 이야기가 기존의 좀비 호러와 다르게 가야 했던 이유는 어디에 있었나.

세명의 인물과 ‘3’이라는 구조는 우리가 계획한 바와 잘 맞물린다. 이 시리즈는 총 세편의 영화로 계획되었는데 영화를 나누는 구분은 서사보다는 캐릭터의 흐름이 자연스럽게 만들어냈다. <28년 후>의 다음 작품에서는 켈슨 역의 레이프 파인스와 지미 역의 잭 오코넬이 중심 인물로 등장한다. 그리고 킬리언 머피 캐릭터는 두 번째 영화의 마지막에 다시 등장해 세 번째 편으로 이어지게 된다. 이처럼 3부작의 전체 구조는 처음부터 끝까지 캐릭터가 주도하는 방식으로 설계되었다.

- 촬영에 아이폰 15 프로를 일부 사용했다. 어떤 미학적 결과물을 얻고자 했나.

<28년 후>는 2.76:1 와이드스크린 포맷인데 실제로 이 화면비의 영화는 그리 많지 않다. 이 포맷은 특히 이번 영화에 아주 잘 어울렸다. 자연을 배경으로 시골과 들판 같은 장소들이 등장하는데 어디에서 위협적인 존재가 나타날지 모르는 풍경에서는 관객이 시야를 넓게 주시하며 공간 전체를 읽어야 하기 때문이다. 위험은 어디서든 나타날 수 있고 또 위험에는 아름다움도 존재한다. 또 최대 20개의 아이폰을 반원 형태로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는 구조에 배치해서 강렬한 폭력성의 순간을 포착하고 싶었다. 그러한 시각적 충격을 주는 게 우리의 목표였다. 관객이 이 영화의 비주얼에 놀라게 하고 싶었다.

- 아이폰 촬영이 이 영화 안에서, 혹은 산업 안에서 어떤 역할을 했다고 생각하나.

<28일후...>에서도 특이한 기술을 쓰긴 했다. 당시에는 가정용 비디오카메라를 사용했고 이번에도 그런 계보를 어느 정도 이어갈 마음이었다. 지금은 기술이 워낙 많이 발전해서 이제는 스마트폰으로도 4K 해상도에 초당 60프레임 촬영이 가능하다. 영화관 스크린으로 걸기에도 충분한 해상도에 무엇보다 가볍다. 관객에게 시각적인 충격을 주면서 아이폰 촬영으로 재미도 느끼고 싶었다. 공포 장르에는 언제나 어떤 형태든 즐거움이 존재하니까 만드는 과정에서도 즐길 수 있어야 한다. 또 드론 카메라 같은 다른 소형의 경량 장비들과 함께 사용하면 촬영지를 거의 훼손하지 않을 수 있다. 우리는 28년 동안 방치된 듯한 자연 풍경을 최대한 손대지 않은 채로 보이고 싶었다.

- <28일후...>의 정식 후속작이자 또 다른 트릴로지의 시작인 <28년 후>에서 서사의 정통성을 이어가기 위해 구심점으로 삼은 것이 있다면.

킬리언 머피다. (웃음) 이번 작품에는 출연하지 않았고 총괄 프로듀서로만 참여했지만 킬리언 머피가 맡은 캐릭터는 새로운 3부작과 <28일후...>를 연결하는 인물이다. 또 다른 핵심 요소는 감염자들이다. <28일후...>에서 보았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은 감염자를 이번 작품에서도 다시 볼 수 있다. 하지만 28년이라는 세월이 흐르면서 감염자들 역시 변했다. 다양한 방식으로 진화한 감염자들은 영화관에서 직접 봐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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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제공 소닉픽쳐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