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ovie > 무비가이드 > 씨네21 리뷰
[리뷰] 재개봉 영화 <그을린 사랑>
이유채 2025-06-25

드니 빌뇌브가 <> 시리즈와 <컨택트>와 <시카리오: 암살자의 도시>를 만들기 전, 그러니까 필모그래피에 장편보다 단편의 수가 더 많던 2011년, 그의 두 번째 장편 연출작 <그을린 사랑>이 그해 부산국제영화제 최고의 화제작이었다는 건 유명한 일화다. 압도된 건 해외도 마찬가지였다. 제83회 아카데미 시상식 외국어영화상(현 국제영화상) 후보에 올랐고 국내외 평론가들의 올해의 영화 리스트 상위권에서 <그을린 사랑>을 찾는 건 아주 쉬운 일이었다. ‘두통의 편지, 하나의 진실’이라는 포스터 문구는 이 영화가 남기는 충격을 정확히 요약한다. 유언장이기도 한 두통의 발신인은 어머니 나왈(루브나 아자발), 수신인은 쌍둥이 남매인 잔느(멜리사 데소르모 풀랭)와 시몽(막심 고데트)이다. 나왈은 자녀들에게 각기 다른 가족에게 편지를 전해달라고 부탁한다. 잔느는 기억 하나 없는 아버지를, 시몽은 존재조차 몰랐던 형을 찾아 나선다. 이 여정은 곧 잔느와 시몽이 가족 정체성과 마주하는 시간이자 어머니의 전 생애를 되짚는 기록 활동이 된다. 영화는 허구의 중동 국가와 캐나다 몬트리올을 오가며 현재와 과거, 잔느와 나왈의 시점을 나란히 병치한다. 잔느가 진실의 조각을 하나씩 맞춰나가는 동안 관객은 나왈이 지나온 전쟁과 폭력, 침묵의 풍경을 함께 밟는다. 기독교와 무슬림, 부족과 종파, 어머니와 자식이라는 다층적인 경계들이 교차하고 두개의 서사는 어느새 공통된 감정으로 겹친다. 진실에 닿는다는 건 고통을 동반할 수 있고 그 고통을 받아들이는 과정이 사랑의 또 다른 형태일 수 있다는 단 하나의 진실은 상영관에서 일어서지 못하게 만드는 중력처럼 무겁게 내려앉는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