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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물하나의 에코 시네마, <씨네21>이 꼽은 21편의 제22회 서울국제환경영화제 추천작 ①

올해 서울국제환경영화제에 초청된 작품들 중에 어떤 작품을 관람하면 좋을까. 긴급한 환경 위기를 거시적으로 경각하는 작품도 있고, 생태 회복을 위해 노력하는 개인을 집중해 조명하는 작품도 있다. <씨네21> 독자들이 서울국제환경영화제를 충분히 즐길 수 있도록 엄선한 21편의 작품을 소개한다.

밤이 되면 늑대가 온다 The Wolves Always Come at Night

개브리엘 브레이디 / 몽골, 호주, 독일 / 2024년 / 96분 / #기후변화 적응 #기후변화 대응

몽골 바얀홍고르주 사막에서 가축과 함께 살고 있는 유목민 부부 다바와 자야. 출산을 앞둔 가축의 무거운 몸을 어루만지며 새로운 생명의 탄생을 함께 맞이하는 이들은, 드넓은 대지와 광활한 하늘, 자연의 변주를 공유하는 오롯한 공동체이다. 그러나 급격한 기후변 화는 몽골의 사막화를 가속화시키며, 유목민들의 삶은 불안정하기만 하다. 어느 날 다바의 농장에 불어닥친 모래폭풍은 가축의 절반을 앗아간다. 영화는 기후변화가 초래한 한가족의 비애를 조심스럽게 포착하고 위로한다.

블랙 버터플라이 Black Butterflies

다비드 바우테 / 스페인, 파나마 / 2024년 / 83분 / #기후변화 적응 #기후변화 대응

<블랙 버터플라이>는 20년 가까이 다큐멘터리를 제작한 다비드 바우테 감독의 애니메이션이다. 영화는 각각 생마르탱과 인도, 케냐에 사는 발레리아와 타니트, 샤일라 세 여성의 수난사를 그려낸다. 이들은 낯선 땅에서 유색인종이자 기후난민으로 인권의 사각지대로 내몰린다. 하지만 고향으로 돌아가 가족과 함께할 수 있다는 희망이 이들에게 힘든 노동을 견디는 힘이 되어준다. 감독은 성폭력, 부조리한 시스템, 노동 등 사회적인 문제를 마술적 리얼리즘의 문법으로 그리되 곳곳에 다큐멘터리적인 장치를 삽입한다.

조류가 밀려오면 As the Tide Comes in

후안 팔라시오스, 소피 후숨 요한네센 / 덴마크 / 2023년 / 89분 / #기후변화 적응 #기후변화 대응

세계에서 가장 넓은 갯벌 습지대를 자랑하는 덴마크 바덴해의 만되섬. 유네스코 세계자연 유산으로 등재될 만큼 풍부한 생물다양성을 지닌 이곳에도 어느덧 기후변화의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조류가 밀려오면>은 해수면 상승으로 삶의 터전을 잃어가는 만되섬 주민 들의 현실을 조명한다. 영화는 생물다양성을 지키는 일이 인간의 생명과도 직결된다는 사실을 망각한 오늘날에 경종을 울린다.

운 좋게 살아남았다, 나는

강민현, 지원 / 대한민국 / 2025년 / 75분 / #기후변화 적응 #기후변화 대응

2022년 3월 울진과 삼척 일대를 덮친 초대형 산불은 역대 3위에 달할 정도로 인명과 삼림에 막대한 피해를 입혔다. 소중하게 일궈놓은 삶의 터전은 물론이고 길거리를 자유롭게 배회하던 동물들에게도 거대한 화마는 큰 아픔을 남겼다. 하지만 자연재해 상황에서 동물의 생명은 재산 피해 복구와 인명 지원에 밀려 언제나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 <운 좋게 살아남았다, 나는>은 울진-삼척 산불 현장에 투입된 고양이 구조 단체 ‘따뜻한 공존’의 손길을 기록한다. 봉사자들은 화상으로 한쪽 눈을 실명하거나 앞발을 절룩이는 고양이를 진심을 다해 치료한다. 영화의 시점으로부터 3년이 지난 현재 LA 산불부터 경북 산불까지 세계 각지에서 수많은 생명을 앗아간 초대형 산불의 발생 주기는 점차 짧아지고 있다. 작은 생명의 아픈 신음에도 함께 울고 도움을 건네는 영화 속 손길을 보며 기후변화 시대에 더절실해진 공존의 가치를 되짚어나갈 차례다.

블루카본: 숨겨진 자연의 힘 Blue Carbon: Nature’s Hidden Power

니콜라스 브라운 / 영국 / 2023년 / 85분 / #기후변화 적응 #기후변화 대응

기후 위기의 해답은 어디에서, 누구에게서 찾을 수 있을까. DJ 제이다 G는 10년 경력의 현장 생물학자이기도 하다. 그는 블루카본이 기후 위기에 대응할 대안이라 여긴다. 블루 카본은 연안과 해양 생태계가 대기 중의 이산화탄소를 흡수해 저장하는 탄소다. 미국, 베트남, 프랑스, 세네갈, 콜롬비아 등지에서 물과 맞닿아 사는 사람들을 만난 제이다는 해수면 상승으로 기후변화를 몸소 겪고 있는 지역 주민들과 마주한다. 이들은 이산화탄소를 효과적으로 흡수하는 습지식물을 위해 악어를 방생하거나 맹그로브숲을 가꾼다. 자연 친화적인 방식으로 기후 위기를 지연시키려는 노력을 담아낸 <블루카본: 숨겨진 자연의 힘> 은 기후변화에 취약하면서도 해답을 간직한 연안 생태계 보전을 강조한다. 제이다는 자연의 소리와 함께 기후 위기의 메시지를 전한다.

웰빙 이코노미 Purpose

마틴 외팅 / 코스타리카, 독일, 이탈리아, 대한민국, 영국 / 2024년 / 95분 / #환경정치

1970년대에 태어나 2000년대 광고업계에서 성공적인 커리어를 쌓아온 마틴은, 2016년 돌연 그 세계를 떠나기로 결심한다. 새로운 삶의 방향을 모색하게 된 계기는 정치경제학자 캐서린과 로렌초와의 만남이었다. 매년 갱신되는 GDP 수치와 성장 압력이 낳은 결과는 기후 위기, 극우 정치의 부상, 트럼프의 당선 같은 현실로 나타났다. 이에 마틴은 카메 라를 들고 두 경제학자의 실험에 동행한다. <웰빙 이코노미>는 ‘웰빙 경제 정부’의 창설을 위해 분투하는 두 학자의 여정을 따라간다. 인간의 삶과 지구의 지속 가능성을 중심에 두려는 환경 정치의 시도는 좌절을 겪기도 하지만, 몇몇 국가의 참여 약속을 이끌어내고 한인물은 자국 의회에 진출하는 성과도 거둔다. 영화는 오늘도 내일도 출근하며 자본의 톱니바퀴 속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묵직한 질문을 던진다.

화이트 하우스 이펙트 The White House Effect

보니 코헨, 페드로 코스, 존 쉥크 / 미국 / 2024년 / 96분 / #환경정치

<화이트 하우스 이펙트>는 1988년부터 1992년까지 조지 H. W. 부시 정권 시절, 미국이 지구온난화의 현실을 인지하고도 결정적 조치를 취하지 못한 과정을 생생하게 그려낸다. 부시 정부는 ‘화이트 하우스 효과’를 앞세워 기후변화를 막겠다고 공언했지만, 정치적 이해관계와 산업계의 압력과 첨예한 갈등으로 인해 그 약속이 점차 공허해지는 과정을 날카 롭게 추적한다. 그 결과인 1992년 미국의 리우 협약 거부는 단순한 정치적 실수가 아닌, 오늘날 우리가 직면한 극단적인 기후 재난과 정치적 양극화의 출발점임을 다시금 확인한 다. 보니 코헨, 페드로 코스, 존 쉥크 감독은 다양한 아카이브 영상의 복원을 통해 기후 위기가 어떻게 정치적 도구이자 거래로 전락했는지를 설득력 있게 보여준다. 그렇게 기후변 화가 정치적 거래의 산물이었음을 폭로하며, 기후 위기의 근원을 직시하게 만든다.

수소–혁명인가 환상인가? Hydrogen–Revolution or Illusion?

안드레아스 피흘러 / 독일, 이탈리아, 노르웨이 / 2024년 / 90분 / #에너지

수소는 기후변화 완화와 지속 가능한 에너지 전환의 핵심으로 떠오르고 있다. 선박, 항공 기, 자동차, 철강 산업 등 다양한 분야에서 수소는 화석연료를 대체할 수 있다고 여겨진다. 그린수소를 생산하는 프랑스 회사 라이페는 바닷물을 끌어올려 태양광과 풍력에너지로 물을 수소와 산소로 분해한다. 수소를 대체연료로 부상시킬 수 있다는 라이페사의 전망은 과연 희망적일까. 독일의 철강 기업과 덴마크의 해운 회사는 탄소 배출량을 줄일 수소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지만 탄소 배출 0에 도전한다는 기업들의 사업 개발과 추진은 때론 자연과 충돌한다. <수소-혁명인가 환상인가?>는 기후 위기에 대안으로 제시된 방안에 근본적인 질문을 던진다. 다큐멘터리는 그린수소와 블루 수소의 찬반 입장을 교차시키고 환경파괴에 대한 우려와 인력 고용 창출에 대한 기대가 공존하는 현실을 비춘다.

평행하는 흐름 The Parallel Currents

파블로 샤바넬 / 프랑스 / 2024년 / 68분 / #환경정치

중국, 미얀마, 라오스, 태국, 캄보디아, 베트남. 6개국을 관통해 흐르는 메콩강은 이를 젖줄 삼아 살아온 선주민 공동체들의 생명선이다. 전통 방식으로 물고기를 잡고, 장작을 패식사를 준비하는 평온한 일상이 이어지는 듯한 어느 캄보디아 마을. 공동체의 지도자의 얼굴엔 깊은 근심이 드리운다. 강의 상류로 올라가자 댐 건설 현장과 중국어 간판들이 보이고, 에너지 수요에 떠밀려 진행되는 개발이 선주민의 삶을 위협하고 있다는 증언이 이어진다. 프랑스 다큐멘터리 제작팀은 카메라의 시선을 수도 프놈펜으로 돌리고 그곳에서 50년 전 크메르루주 대학살의 생존자인 화가 소티를 만난다. <평행하는 흐름>은 메콩강 개발 문제와 캄보디아 현대사의 비극을 평행하게 두고, 국가, 자본, 이념의 이름 아래 반복 되어온 폭력의 양상을 포착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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