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Skip to contents]
HOME > Magazine > 피플 > INTERVIEW
[인터뷰] 고로가 실패하는 모습을 과감하게,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 배우 마쓰시게 유타카
홍수정(영화평론가) 사진 오계옥 2025-03-27

배우와 캐릭터의 거리에 관한 논의는 흔하다. 그러나 오랜 시간 시리즈, 영화, 예능을 넘나들며 재창조되는 <고독한 미식가> 속의 ‘고로상’과 그를 연기한 ‘마쓰시게 유타카’의 관계는 각별하다. 최근 <고독한 미식가 더 무비>를 통해 감독에 첫 도전한 마쓰시게는 “하나의 역할에 고정되는 것은 불행하다”고 하면서도, 자신과 캐릭터가 결합해 만들어낸 이미지를 소중하게 받아들이고 책임감을 느낀다. 그런 점에서 그는 대중이 바라보는 모습과 스스로 인지하는 정체성 사이에서 유연하게 균형을 맞추는 흔치 않은 인물이다. 처음으로 영화를 만드는 즐거움을 깨달았다며 “이전으로 돌아가기 힘들 것 같다”라고 말하는 그의 신중한 고백에서 연기자이자 연출가로서의 마쓰시게, 그리고 이어질 작품에 드리운 미래가 엿보이는 것 같다.

- 영화 속 남풍도 식품 연구소는 다소 비현실적인 인상을 풍긴다. 이곳이 고로의 방문지로 등장하는 이유는 무엇인가.

남풍도는 한국령 섬이라는 설정이지만 실제로는 존재하지 않는다. 어릴 적 한국과 가까운 규슈 북부 지역에서 태어나 자라면서 바다 건너의 이국과 사람, 문화를 동경했다. 한국과 일본이 자유롭게 왕래할 수 있는 섬이 어딘가 있으면 행복하겠다는 생각도 했다. 남풍도는 내겐 유토피아이자 꿈이다.

- 실제 가게에서 촬영이 이뤄지던 시리즈와 달리 영화에는 가공의 장소가 자주 등장한다.

TV시리즈처럼 실제 가게를 빌려 촬영하는 경우, 음식이 맛없거나 먹고 나서 배가 아프면 방송에 내보낼 수 없다. 그러나 이번 영화에서는 고로가 실패하는 모습을 과감하게 담아보고 싶었다. 조난도 당하고, 먹지 말아야 할 음식도 먹고. 그래서 세트를 준비할 필요성이 있었다.

- <고고한 미식가>라는 작품을 촬영하고 방영하는 장면도 나온다.

실제로 드라마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었다. 영화에 등장하는 감독 캐릭터는 사실 시리즈의 감독이었던 기타바타 류이치의 모습을 담은 것이다. 또 가끔 <고독한 미식가>를 <고고한 미식가>라고 하는 분이 있어 이걸 영화에 반영했다.

- 고로의 뒷모습을 담은 마지막 장면이 인상적이다.

아마 고로는 그 순간에도 들어갈 만한 가게를 찾고 있을 것이다. 노을 속으로 서서히 멀어지는 고로의 모습을 꼭 찍고 싶었다. 그가 일상으로 돌아간다는 의미를 담았다. 사실 이노가시라 고로는 슈퍼맨도 아닌 평범한 사람이다. 배고픔을 느끼면 가게를 찾아다니는 아저씨, 어디에나 흔한 사람이다. 당신도 고로일 수 있다. 그가 익숙한 거리에서 자연스럽게 사라지는 모습을 담고 싶었다. 또 마지막에 고로가 어떤 가게에 들어가는데, 드라마 시즌1의 1화에 등장했던 ‘쇼스케’라는 곳이다. 영화에서 출발해 다시 시리즈로 돌아가는 루프(loop)를 담고 싶었다. 초심으로 돌아가는 이미지이기도 하다.

- 이 영화가 시리즈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궁금하다.

시리즈를 어떻게 이어갈지에 대해서는 지금 백지상태다. 다만 앞으로도 내가 관여하게 된다면 영화를 잇는 형태로 스토리를 만들지 않을까. 또 다른 고로를 보고 싶은 분들이 많다면 다른 누군가가 할 수도 있을 것이다. 혼자 판단하기는 어려운 문제다.

- 감독으로서 카메라 속 자신의 연기를 볼 때 어떤 느낌을 받나.

‘이 배우는 별로 실패하지 않는구나. 잘 훈련되었구나. 그래서 다양한 작품에서 찾는구나’라고 생각했다. 다만 나의 상상을 넘어서는 연기는 보여주지 않았다.

- 촬영 후 가장 만족했던 장면이 궁금하다.

이 영화를 통해 가장 그리고 싶었던 것은 ‘산세리테’ 가게 부부의 러브 스토리가 부활하는 장면이다. 배우들의 컨디션이 좋을 때 표정연기를 카메라에 담았다. 그래서 최고의 결과물이 나왔다고 생각한다.

- 고로가 먹는 장면에서 보이스오버되는 독백은 어떻게 썼나.

시리즈에서도 고로의 독백은 원작자인 구스미 마사유키가 감수한다. 이 부분은 구스미씨에게 맡겼다.

- 배우들과 어떤 소통을 했나.

오랜 세월 배우를 했기 때문에 아는데 역할이나 영화 속 인물은 따로 준비해 올 수 있는 게 아니다. 인물이 살아가는 환경을 만들어주면 그 안에서 배우는 연기를 하는 것이다. 가령 영화에서 오다기리 조는 산세리테의 점주를 연기했는데 그가 이 가게가 스산하고 황량하다고 느끼게 하는 것이 중요했다. 나는 이런 환경을 만들어주고 싶었다. 배우들은 상상을 넘어선 연기를 보여주었고, 영화는 배우의 것이라는 점을 새삼 느꼈다.

- 영화의 레퍼런스가 된 작품이 있다면 무엇인가.

연출을 결심했을 때부터 이타미 주조의 <담포포>(1985)를 여러 번 보았다. 음식점을 부활시키는 스토리를 지금 시대에서 어떻게 되살릴지 고민했다. 이타미 주조는 원래 배우였는데 50살에 감독을 시작해 배우의 시선으로 재미있는 작품을 만들었다. 그는 내게 큰 목표이자 한 발짝이라도 다가가고 싶은 존재다.

- 오랜 시간 고로라는 캐릭터와 동행하며 느낀 감상이 궁금하다.

나는 배우가 하나의 역할에 고정되는 것은 불행하다고 생각했다. 일본에서 유명한 <남자는 괴로워>의 아쓰미 기요시 배우가 그런 사례다. 그렇게 될 수는 없다고 생각했는데, 그런 인생에 발을 담근 상황이다. 다만 이제 감독까지 맡게 되었고, 연기와 연출을 병행하며 이 작품의 오리지널리티를 잘 살릴 수 있었던 것 같다.

- 앞으로의 계획을 들려준다면.

2년 반 가까이 배우로서의 일을 잊을 정도로 영화의 성공을 위해 매진했다. 프로모션이 끝나면 배우로 돌아갈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그렇지 않은 것 같다. 작품을 만드는 과정을 더 알고 싶고, 감독뿐 아니라 프로듀싱에도 참여하고 싶다. 또 지금까지 음식을 다루는 작품에 관여했고, 이것은 이제 나를 이루는 요소가 되었다. 프로듀싱을 하더라도 음식과 관련된 이미지는 계속 나를 따라다닐 것 같다. 언젠가 한국에서 음식에 관한 이야기를 프로듀싱하면 좋겠다는 생각도 하고 있다.

관련영화

관련인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