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년 가까운 긴 세월 동안 48편이나 만들어진 <남자는 괴로워>는 쇼치쿠의 ‘얼굴’ 같은 영화였다. 1958년에 방영된 TV드라마를 스크린으로 옮겨놓은 이 장기 시리즈 영화는 1969년에 첫걸음을 뗐다. 이 때부터 가끔씩 집에 돌아오곤 하는 떠돌이 행상 도라상의 오래 이어질 영화적 유랑이 시작된 것이다. 어이없는 말과 행동도 잘하고 다혈질이기도 하지만 마음속에는 선한 마음을 품고 있는 도라상은 아름다운 여인과 사랑에 빠지지만 그 결실을 맺지는 못한다. 1편에서 보여준 그런 이야기는 이후에 계속해서 미묘한 변형과 함께 반복되었다. 시리즈의 대부분을 연출한 야마다 요지는 그런 점에서 <남자는 괴로워>를 ‘라면’이라고 불렀다. 이 라면을 통해 일본 관객은 인정이 살아 있고 센티멘털한 로맨스와 자유로운 유랑이 가능한, 이제는 사라져가는 시대를 추억했다. 시리즈는 주연을 맡은 아쓰미 기요시가 1996년 사망하면서 끝을 맺었고 그해에 야마다는 그에 대한 오마주영화인 <무지개를 잡은 남자>를 만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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