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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집] 트로피는 누구에게로? <씨네21>의 선택 VS 아카데미의 선택 ②
조현나 정재현 2025-02-28

여우조연상, 남우조연상, 각본상, 촬영상, 편집상, 장편애니메이션상

여우조연상

<아노라> <컴플리트 언노운> 모니카 바바로, <위키드> 아리아나 그란데, <브루탈리스트> 펄리시티 존스, <콘클라베> 이사벨라 로셀리니, <에밀리아 페레즈> 조이 살다나

펄리시티 존스

<씨네21>의 선택 <브루탈리스트> 펄리시티 존스

<브루탈리스트>의 펄리시티 존스가 받아야 한다. 조이 살다나가 절도 넘치는 가무와 풍성한 표정 연기로 입증한 스크린 스타의 아우라, 이사벨라 로셀리니가 무언의 클로즈업과 단 몇 마디의 대사로 변명 일색의 남성들을 일순간 제압하는 카리스마는 확실한 수상감이다. 역할이 요구하는 가창력과 말투를 연마한 아리아나 그란데와 모니카 바바로도 놓치자니 아쉽다. 그렇지만 심신의 고통이 자신을 좀먹을지언정 최후의 증언만은 또렷이 해내려는 에르제벳의 투지는 펄리시티 존스가 아니었다면 이 정도로 생생하지 않았을 것이다. 215분의 긴 러닝 타임에 절반가량 보이스오버 내레이션으로 등장해도 배역의 존재감을 드리우는 신공 또한 인상적인 ‘조연 연기’다.

(아마도) 오스카의 선택 <에밀리아 페레즈> 조이 살다나

<에밀리아 페레즈>의 조이 살다나가 받을 것이다. <에밀리아 페레즈> 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최다 부문에 노미네이션된 것에 비해 주연배우의 과거 실언과 작중 멕시코를 묘사하는 방식 등이 도마 위에 오르며 작품을 향한 열기가 한순간에 사그라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이 살다나를 향한 업계의 지지만은 굳건해 보인다. 조이 살다나는 골든글로브, 크리틱스초이스, BAFTA, SAG의 여우조연상을 휩쓸며 이변이 없는 한 오스카도 무난히 챙길 것이다. 조이 살다나가 수많은 블록버스터 영화를 통해 업계에 이름을 알린 톱스타고, 출중한 리듬감을 자랑하며 가창한 <El Mal>이 주제가상을 받을 확률이 높다는 점도 그의 수상 가능성을 점치는 근거다. /정재현

남우조연상

<아노라> 유리 보리소프, <리얼 페인> 키런 컬킨, <컴플리트 언노운> 에드워드 노턴, <브루탈리스트> 가이 피어스, <어프렌티스> 제러미 스트롱

키런 컬킨

<씨네21>의 선택 <리얼 페인> 키린 컬린

<리얼 페인>의 키런 컬킨이 받아야 한다. 아역 시절 출연한 <나 홀로 집에> 시리즈 이후 키런 컬킨은 골든글로브 남우주연상 후보로 노미네이트된 <이그비 고즈 다운> 외에는 성인 연기자로서 눈에 띄는 성적을 거두진 못했다. 하지만 <HBO> 드라마 <석세션>으로 크리틱스 초이스 남우조연상을 거머쥘 만큼 활약한 데 이어 차기작 <리얼 페인>의 벤지 역으로 괄목할 만한 감정 연기를 선보인다. 극 중 홀로코스트 투어에서 벤지는 나치즘에 희생된 과거 유대인들을 떠올리며 투어 진행 방식에 격한 반감을 표한다. 사촌 데이비드(제시 아이젠버그) 와 다르게 내면의 갈등을 표출해내는 키런 컬킨은 ‘리얼 페인’이라는 제목에 내재된 의미까지 되새기게 한다.

(아마도) 오스카의 선택 <리얼 페인> 키린 컬린

<리얼 페인>의 키런 컬킨이 받을 것이다. <리얼 페인>의 감독이자 주연인 제시 아이젠버그가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은 벤지”라고 이야기했을 만큼, 사실 키런 컬킨은 조연으로 분리하기 아쉬울 만큼의 존재감으로 제시 아이젠버그와 나란히 극을 이끈다. <아노라>의 유리 보리소프, <브루탈리스트>의 가이 피어스 등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조연부문에 오른 후보들의 연기 대결이 치열하다. 그러나 <리얼 페인>으로 SAG, BAFTA, 크리틱스 초이스, 골든글로브, 전미비평가협회상 등 남우조연상 후보로 노미네이트된 거의 모든 주요 시상식을 휩쓴 키런 컬킨이 오스카상을 놓칠 확률은 희박해 보인다. /조현나

각본상

<아노라> 숀 베이커, <브루탈리스트> 브래디 코베·모나 파스트볼드, <리얼 페인> 제시 아이젠버그, <9월 5일: 위험한 특종> 모리츠 바인더·팀 펠바움, <서브스턴스> 코랄리 파르자

<리얼 페인>

<씨네21>의 선택 <리얼 페인> 제시 아이젠버그

<리얼 페인>의 제시 아이젠버그가 받아야 한다. 제40회 선댄스영화제를 필두로 <리얼 페인>은 제37회 시카고비평가협회상, 제59회 전미비평가협회상, BAFTA에서 각본상 수상작으로 이름을 올렸다. 제시 아이젠버그는 홀로코스트 생존자 3세대라는 자신의 배경을 극 중 데이비드와 벤지(키런 컬킨)에게 그대로 투영한다. 홀로코스트 투어를 계기로 두 인물이 과거 유대인의 역사와 개인이 겪은 사건, 불안의 감정을 공유하게 되는 상황이 코미디 장르의 틀 안에서 흥미롭게 이어진다. 또 하나의 유망한 감독이자 각본가의 출현을 기꺼이 반기며 <리얼 페인>이 올해 아카데미 각본상의 주인공이 되길 지지한다.

(아마도) 오스카의 선택 <아노라> 숀 베이커

<아노라>의 숀 베이커가 받을 것이다. 칸영화제 황금종려상의 여파로 인해 아카데미에서도 <아노라>의 작품상, 감독상 수상 여부에 관한 논의가 압도적으로 많이 오가고 있긴 하지만, 여기에 각본상 수상 까지 더해질 여지 또한 무시할 수 없다. 제89회 뉴욕비평가협회상, WGA에서도 이미 <아노라>가 각본상을 받은 바 있으며 “권력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싶었다”던 숀 베이커의 목표에 남녀 주인공의 계급 격차를 활용한 <아노라>의 설정과 플롯이 그대로 맞아떨어지기 때문이 다. 유리 보리소프를 남우조연상 후보로 올린 계기와 다름없는 극의 후반부는 성 노동자의 현실을 고발하는 것에 그치지 않는 숀 베이커식 스토리 전개의 정수다. /조현나

촬영상

<위키드> <브루탈리스트> 롤 크롤리, <듄: 파트2> 그레이그 프레이저, <에밀리아 페레즈> 폴 기욤, <마리아> 에드워드 래크먼, <노스페라투> 자린 블라슈케

<노스페라투>

<씨네21>의 선택 <노스페라투> 자린 블라슈케

<노스페라투>의 자린 블라슈케가 받아야 한다. 광대한 사막이 선보이는 치명적인 유혹을 다시 한번 압도적으로 그려낸 <듄: 파트2>의 그레이그 프레이저도 훌륭하지만, 오랜 시간 로버트 에거스와 협업하며 잊을 수 없는 호러의 이미지를 만들어낸 자린 블라슈케의 성과를 간과할 수 없다. 자린 블라슈케는 빛과 그림자를 철저히 통제, 대비하며 작품의 뉘앙스를 확보해낸다. 은밀하고 매혹적인 드라큘라 본연의 관능성은 유지하되 괴수가 지닌 음침함이나 뒤틀린 남성성을 숏을 통해 회피하지 않고 묘사하는 결단력도 특기할 만하다. <노스페라투>는 올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촬영상을 포함해 미술, 의상, 분장까지 작품의 시각적 성취를 기리는 전 부문에서 후보 지명을 받았다.

(아마도) 오스카의 선택 <브루탈리스트> 롤 크롤리

<브루탈리스트>의 롤 크롤리가 받을 것이다. 영화를 둘러싼 여러 이슈가 당초 <브루탈리스트>가 오스카를 휩쓸 것이라는 예측을 꺾었지만 촬영상 만큼은 <브루탈리스트>가 가져갈 것으로 예측된다. <브루탈리스트>는 1950년대에 주로 활용된 비스타비전 포맷을 복각해 장중한 와이드숏을 만들어냈고, 그레인을 제거하지 않은 거친 필름 촬영을 통해 영화의 주요 소재인 브루탈리즘 건물의 질감을 프레임에 담아냈다. 촬영이 고전기 할리우드의 향수를 불러온다는 점은 노년층 유권자의 취향에 부합할 것이다. <마리아>가 미국촬영감독조합(ASC) 상을 수상하며 대항마로 부상했지만, 작품의 힘이 약하다는 점에서 수상 가능성은 떨어지는 편이다. /정재현

편집상

<아노라> 숀 베이커, <브루탈리스트> 다비드 얀초, <콘클라베> 닉 에머슨, <에밀리아 페레즈> 쥘리에트 웰플링, <위키드> 마이론 커스틴

<콘클라베>

<씨네21>의 선택 <콘클라베> 닉 에머슨

<콘클라베>의 닉 에머슨이 받아야 한다. <콘클라베>가 가진 이야기의 장력은 배우들의 연기와 촘촘한 편집으로부터 나온다. 한정된 공간 속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인물의 설전이 연극 실황처럼 느껴지지 않고 영화적으로 보이는 이유 역시 편집의 공이 크다. 물론 속사포의 대사와 몸싸움이 휘몰아치는 <아노라>나 긴 러닝타임 속 수십년의 세월을 유려하게 매만진 <브루탈리스트> 또한 편집이 돋보이는 영화다. 하지만 1인칭의 시점이 가져다주는 미묘한 감정의 운신을 끝까지 서스펜스로 유지하면서도 앙상블 캐스트의 복합적인 서사를 유기적으로 오가는 <콘클라베>의 편집이 다른 어떤 후보작보다 강렬한 파문을 남긴다.

(아마도) 오스카의 선택 <콘클라베> 닉 에머슨

<콘클라베>의 닉 에머슨이 받을 것이다. 최근 오스카는 액션 블록버스터와 전쟁영화(<포드 V 페라리> <덩케르크> <핵소 고지>), 혹은 음악영화(<사운드 오브 메탈> <보헤미안 랩소디> <위플래쉬>)에 편집상을 수여해왔다. 그러나 올해 편집상 후보엔 대규모 액션영화가 없다. 음악영화를 고르자니 두편의 뮤지컬 <에밀리아 페레즈>와 <위키드> 에 표가 분산될 것이다. 이 경우 <오펜하이머>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처럼 유력한 작품상 후보에 편집상이 돌아갈 확률이 높다. <콘클라베>의 서스펜스는 전쟁영화 못지않고, 편집이 지닌 리듬감은 볼커 베텔만의 음악에 합치한다. <브루탈리스트>는 미국편집감독조합(ACE) 시상식 후보에도 오르지 못했다. /정재현

장편애니메이션상

<플로우> <인사이드 아웃2> <달팽이의 회고록> <월레스와 그로밋: 복수의 날개> <와일드 로봇>

<플로우>

<씨네21>의 선택 <플로우>

<플로우>가 받아야 한다. 라트비아, 벨기에, 프랑스가 공동제작한 <플로우>는 약 370만달러로 만들어진 저예산 애니메이션이고, 독립 애니메이터나 아마추어 창작자들이 널리 사용하는 무료 오픈소스 소프트웨어인 블렌더로 제작됐다. 하지만 <플로우>는 현재 7800만달러가 든 <와일드 로봇>, 2억달러가 투입된 <인사이드 아웃2>와 같은 후보에서 당당히 경쟁 중이며 LA비평가협회상, 뉴욕비평가협회상 그리고 골든글로브에서 위 후보들을 제치고 ‘올해의 애니메이션’으로 거명됐다. “스튜디오 시스템에서 일하는 창작자들이 아니어도 큰 성공의 가능성이 모두에게 열려 있음을 이론적으로 증명한 셈”이라는 <버라이어티>의 평이 수긍 가능한 작품이다.

(아마도) 오스카의 선택 <와일드 로봇>

<와일드 로봇>이 받을 것이다. 올해는 장편애니메이션상 예측이 어렵다. 지난해 상반기엔 <인사이드 아웃2>가 역대 애니메이션 최고 흥행작에 등극했고, 하반기엔 <와일드 로봇>이 흥행과 비평 모두를 잡았다. 비평가들은 <플로우>와 <달팽이의 회고록>에 주목했고 BAFTA 는 <월레스와 그로밋: 복수의 날개>의 손을 들어줬다. 그럼에도 후보를 좁히면 이번 시상식에서 세 부문에 오른 <와일드 로봇>(음악상, 음향상 포함)과 두 부문에 오른 <플로우>(국제영화상 포함)의 각축장이 될 것이다. 이중 <와일드 로봇>이 전세계적 흥행에 힘입어 드림웍스 애니메이션의 부활을 선포했고 가족환원주의의 보편적인 서사를 지녔다는 점에서 수상에 보다 유리해 보인다. /정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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