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품상
<아노라> <브루탈리스트> <컴플리트 언노운> <콘클라베> <듄: 파트2> <에밀리아 페레즈> <아임 스틸 히어> <니클의 소년들> <서브스턴스>, <위키드>
<씨네21>의 선택 <아노라>
<아노라>가 받아야 한다. <아노라>는 성 노동자와 이민자의 정체성을 2020년대의 시네마가 논해야 마땅한 방식으로 재해석하며 동시 대에 경종을 울린다. 또 스크루볼코미디의 익살을 <귀여운 여인>류의 신데렐라 스토리에 정교하게 결합시키는 고전성까지 갖추었다. 지치지 않는 주인공 아노라(마이키 매디슨)처럼, <아노라>는 지금도 수많은 갑론을박 아래 상찬받고 비난받으며 작품의 생명력을 약동하는 중이다. 그렇지만 여러 논란을 차치하더라도 <아노라>에 등장하는 숱한 몸과 말의 육탄전은 작품상 후보에 오른 그 어떤 작품보다 영화적 감흥을 선사한다. “진실하고 예측 불가능한 영화”(그레타 거윅)에 아카데미 회원들이 화답할 차례다.
(아마도) 오스카의 선택 <아노라>
<아노라>가 받을 것이다. <아노라>는 오스카 유권자들이 다수 포진된 미국감독조합(DGA), 미국제작자조합(PGA), 미국작가조합(WGA)의 상을 모두 석권했다는 점에서 올해 오스카의 최종 승자가 될 가능성이 높다. 통계적으로 지난 10년간 DGA, PGA를 동시에 거머쥔 영화가 아카데미 작품상을 놓친 경우는 단 두번이다. 여기에 WGA까지 타고도 아카데미 작품상 문턱에서 미끄러진 경우는 역사상 단 한번뿐이 다. 더구나 24년 만에 황금종려가지가 붙은 미국영화를 ‘로컬 시상식’ 이 놓칠 리 없다. 영국아카데미상(BAFTA)의 작품상과 미국배우조합 상(SAG)의 앙상블상을 가져간 <콘클라베>가 뒷심을 발휘하며 <아노라>의 독식을 맹추격 중이다. /정재현
감독상
<아노라> 숀 베이커, <브루탈리스트> 브래디 코베, <컴플리트 언노운> 제임스 맨골드, <에밀리아 페레즈> 자크 오디아르, <서브스턴스> 코랄리 파르자
<씨네21>의 선택 <아노라> 숀 베이커
<아노라>의 숀 베이커 감독이 받아야 한다. <스타렛> <탠저린> <플로리다 프로젝트> <레드 로켓> 그리고 <아노라>에 이르기까지 숀 베이커는 주류영화계에서 잘 다뤄지지 않았으며 소품처럼 극의 주변부에 배치됐던 성 노동자들의 삶을 다뤄왔다. 성 노동자의 신체, 성매매의 직접적 묘사, 이를 바라보는 남성감독의 시선에 관한 논란까지 전부 포용하며 숀 베이커의 영화들은 계급 문제에 관한 논의를 확장시킨다. 재벌과 스트리퍼의 로맨틱코미디처럼 흘러가던 <아노라>의 서사가 급히 우회할 때, 두 사람의 신분격차와 성 노동자에 대한 멸시가 더욱 적나라해지는 것처럼 말이다. <아노라>로 칸영화제에서 처음으로 트로피를 거머쥔 그에겐 첫 오스카상의 영예를 누릴 자격 또한 충분하다.
(아마도) 오스카의 선택 <아노라> 숀 베이커
<아노라>의 숀 베이커 감독이 받을 것이다. 제77회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 이후 <아노라>는 미국 아카데미의 유력 수상 후보로 떠올랐다. 마찬가지로 제77회 칸영화제 화제작인 <에밀리아 페레즈>가 개봉과 더불어 반향을 일으켰고 <브루탈리스트>로 브래디 코베 감독이 영국 아카데미, 골든글로브에서 감독상을 타며 강력한 대항마로 떠올랐다. 하지만 <에밀리아 페레즈>의 주연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이 과거 인종차별, 이민자 혐오 발언을 일삼았고, <브루탈리스트>가 AI 음성 변환 기술을 사용한 것이 밝혀지면서 아카데미 레이스에 제동이 걸렸다. 때문에 칸에서의 주목도를 유지하지 못했던 <아노라>가 막판 스퍼트를 올려 감독상을 거머쥘 가능성이 한층 높아졌다. /조현나
여우주연상
<위키드> 신시아 이리보, <에밀리아 페레즈> 카를라 소피아 가스콘, <아노라> 마이키 매디슨, <서브스턴스> 데미 무어, <아임 스틸 히어> 페르난다 토레스
<씨네21>의 선택 <서브스턴스> 데미 무어
<서브스턴스>의 데미 무어가 받아야 한다. 무의미한 가정이지만 미디어 업계에서 일정 시간 활동해온 여성이라면 자기혐오에 잠식돼 자멸의 길에서 폭주하는 여배우 연기를 웬만큼 해냈을 터다. 한데 누구도 데미 무어 만큼의 진정성은 발휘하지 못했을 것이다. 데미 무어는 20 세기 말 여배우 최초로 할리우드에서 1천만달러대의 출연료를 받는 등 짧고 굵은 전성기를 누린 뒤 루머와 가십으로 점철된 21세기를 보냈다. 그 이후 만난 <서브스턴스>에서 자신의 지난 세월 일부를 배역에 투신하며 대체 불가능한 퍼포먼스를 선보였다. 오스카는 그 배우 경력 최고의 연기에 걸맞게 트로피를 수훈하는 그때가 가장 영예롭다. 올해의 ‘그때’는 단연 데미 무어의 것이다.
(아마도) 오스카의 선택 <서브스턴스> 데미 무어
<서브스턴스>의 데미 무어가 받을 것이다. 수상이 유력한 작품상 후보의 원톱 주연이자 BAFTA와 인디스피릿어워즈에서 여우주연상을 수상한 마이키 매디슨의 기세도 심상치 않지만, 골든글로브와 크리틱스 초이스, SAG의 여우주연상을 모두 거머쥐고 ‘역전의 용사’ 서사마저 갖춘 데미 무어를 넘어서긴 어려워 보인다. <서브스턴스>가 오스 카가 오랜 세월 배척해온 호러영화이고 작품의 고어한 이미지가 수상에 걸림돌이 될 것이라는 반론 또한 새길 만하다. 하지만 장르영화를 겁내는 다수의 아카데미 유권자조차 왕년의 톱스타 데미 무어가 앞서 진행된 시상식처럼 기립한 업계 동료들을 바라보며 재기의 팡파르를 울리는 순간을 목격하고 싶지 않을까. /정재현
남우주연상
<브루탈리스트> 에이드리언 브로디, <컴플리트 언노운> 티모테 샬라메, <씽씽> 콜먼 도밍고, <콘클라베> 레이프 파인스, <어프렌티스> 세바스티안 스탄
<씨네21>의 선택 <콘클라베> 레이프 파인스
<콘클라베>의 레이프 파인스가 받아야 한다. 올해 시상식 시즌은 신기할 정도로 레이프 파인스에게 야박하다. 의심과 확신 앞에 흔들리는 인간적 고뇌와 오랜 기간 신에게 순명한 사람이 내뿜을 수 있는 고아한 기상까지. 레이프 파인스의 로렌스 추기경은 그 자체로 엘리아데가 말한 ‘성과 속의 조화’의 실존이다. 존 리스고, 스탠리 투치 등 명배우들이 벌이는 연기 한마당에서도 조화롭게 섞여들며 작품의 주제를 응축하는 구심력은 절제와 통제 속에 자신의 힘을 발휘하는 로렌스 추기경의 성정과 꼭 닮았다. <쉰들러 리스트>의 아몬괴트,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의 구스타브를 잇는 레이프 파인스의 인생 연기 임에 틀림없다.
(아마도) 오스카의 선택 <브루탈리스트> 에이드리언 브로디
<브루탈리스트>의 에이드리언 브로디가 받을 것이다. 남우주연상은 <피아니스트>에 이어 또 한번 유대인 예술가로 분한 에이드리언 브로디와 오스카 취향의 전기영화에서 전설의 밥 딜런을 연기한 티모테 샬라메의 2파전이다. 에이드리언 브로디는 악센트 교정에 AI가 사용됐다는 논란에도 불구하고 골든글로브, 크리틱스초이스, BAFTA를 모두 수상하며 문제없이 오스카를 가져갈 듯 보였다. 그런데 SAG가 티모테 샬라메에게 상을 안기며 대결 구도가 한층 복잡해졌다. 그렇지만 아카데미 회원들은 천재 뮤지션의 화려한 시절보다 중독과 향락에 몸부림치다가도 끝내 자신의 예술적 이상을 관철하려 투쟁하는 예술가의 일대기에 감응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정재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