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이른바 ‘1등 사윗감’의 조건은 비슷하게 마련이다. 기골이 장대한 변강쇠 스타일로 ‘뭘해도 마누라 먹여 살릴 만한 놈’이거나, 변호사나 의사, 정승판서같이 어디 내놓아도 꿀리지 않는 직업을 가진 총각이라면 별 걱정 없겠는데, 여기 이 남자, 시작부터 영 불안하다. 왜소해보이는 체격에 작은 키, 게다가 직업은 간호사. <미트 페어런츠>에서 벤 스틸러(35)가 연기하는 그렉 퍼커는 ‘부모님을 만나라’는 미션을 완수해내기에 모자라도 한참은 모자라는 사윗감으로 보인다. 설상가상으로 장인이란 사람(로버트 드 니로)은 유별난 딸 사랑에, 전직 CIA요원으로 의심이 하늘을 찌른다. 공항에서 가방을 잃어버리고, 할머니의 유골단지를 깨트리고, 장인이 애지중지 하던 애완고양이를 잃어버리고…. 시작부터 삐꺽거린 사흘간의 ‘불안한 동거’는 가면 갈수록 꼬여갈 뿐이다. 하긴 그는 성부터 ‘엿 같은’ 퍼커(Focker)가 아니었던가.
하지만 그가 ‘매력없음’은 단지 장인들 눈
코미디가 사랑한 심각한 남자, 벤 스틸러
-
수북하게 눈쌓인 영등포의 한 공장터. 3천평쯤 되는 이 공간 안에선 한옥이나 유럽의 마을을 꽤 정밀하게 축소한 미니어처 세트 수십개와 괴수의 대가리나 몸통이 만들어지고 있었다. 이곳은 바로 “못해서 안 하는 게 아니라 안 해서 못하는 것”이라는 말을 통해 한국 SF의 새장을 열겠다는 각오를 보여줬던 심형래 감독의 영구아트무비. 다소 실망감을 줬을 뿐 아니라 다양한 논란까지 불러일으켰던 1999년작 <용가리> 이후 항간에선 “심형래가 주저앉았다”는 소문이 나돌았기에 이곳의 활기찬 분위기는 다소 의외였다. 사무실에서 만난 심형래 감독 역시 1월20일 개봉하는 때문에 다소 피곤해보이긴 했지만, 여러 개의 새로운 프로젝트를 준비하는 의욕적인 나날을 보내고 있었다.는 <용가리>와 어떻게 다른가.=<용가리>에서 미흡했던 드라마와 CG 등을 대폭 수정했다. 거의 80%를 손봤다고 보면 된다. 특히 개봉 당시 아이들이 좋아했던 마지막 부분 용가리와 사이커가 싸우는
“목표? 황금종려상이 아니라 수출증대”
-
한해의 마지막인 12월도 어느새 반을 넘긴 지난 12월15일 금요일 밤. 매서운 추위를 무릅쓰고 일단의 무리들이 인적 끊긴 심야의 다운타운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자정을 재촉하는 칠흑같은 어둠을 뚫고 이들이 도착한 곳은 바로 이스트빌리지 남단의 앤솔로지 필름 아카이브. 실험영화의 산실로 오랜 세월 동안 대안적 영상 문화의 창구 역할을 해온 이곳 앤솔로지에서 뉴욕 개봉을 앞둔 이명세 감독의 <인정사정 볼 것 없다>(Nowhere To Hide)의 특별 시사회가 이루어졌다. 자정이 다 되어서야 시작한 이날 행사는 주말의 늦은 시간임에도 불구하고 보조석과 통로까지 가득 메운 <인정사정…>의 ‘숭배자’들로 인해 시종 열띤 분위기 속에서 진행이 됐다. 밖에서는 상당수의 관객이 표를 구하지 못해 그냥 돌아갔다는 후문이다.
관객의 환호를 받으며 등장한 이명세 감독은 “유서 깊은 앤솔로지 극장에서 이렇게 시사회를 가지게 돼 기쁘다”며 간단히 인사의 말을 전했고, 곧이어 열렬한
이명세 감독에게 듣는 <인정사정 볼 것 없다> 뉴욕 개봉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