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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한국 사회를 이루는 재료는 어디에서 왔을까. 신연식 감독과 배우 송강호의 첫 드라마 <삼식이 삼촌>은 그 원형을 탐구하는 작품이다. 전쟁 중에도 주변 사람은 ‘하루 세끼’를 먹게 한 ‘삼식이’ 삼촌, 박두칠(송강호)과 열정적인 청년 김산(변요한)이 만나면서 믿음과 의심의 드라마가 펼쳐진다. <거미집>의 원안과 제작, <1승>의 각본·연출에 이어 <삼식이 삼촌>까지 신연식 감독은 최근 송강호의 모든 필모그래피를 관통하고 있다. <삼식이 삼촌>의 디즈니+ 편성이 확정됐다는 소식이 들린 날 신연식 감독을 만났다.
- <삼식이 삼촌>은 신연식 감독과 배우 송강호의 첫 드라마다. 어떻게 성사된 프로젝트인가.
<기생충>이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상을 받은 직후였다. 그때 송강호 선배님을 처음 만났다. 내가 시나리오를 드렸는데 봉준호 감독님과 주변 사람들에게 나에 대해 좋은 얘기를 많이 들었다며 당장 만나자고
[인터뷰] 대한민국 사회 구성원들의 원형을 담아낸다, <삼식이 삼촌> 신연식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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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을 맞이해 2024년 시리즈를 미리 소개하는 자리를 마련했다. 디즈니+ <삼식이 삼촌>은 신연식 감독과 배우 송강호의 첫 드라마이며, 김태리가 주연을 맡은 tvN <정년이>는 여성 국극을 배경으로 한 동명의 웹툰을 기반으로 한다. 1970~80년대 전설적인 히트작의 프리퀄인 MBC <수사반장 1958>은 타임 루프와 인연이 깊은 배우 이제훈과 함께 1958년으로 돌아가고, 웨이브 오리지널 시리즈로 공개됐던 <약한영웅> 시리즈는 넷플릭스로 플랫폼을 옮겨 새로운 학교에서 펼쳐질 후속작을 예고한다. 박보검, 김소현의 투숏이 기대되는 JTBC <굿보이>는 경찰이 된 메달리스트들의 독특한 청춘물이며 <기생충>의 공동 각본을 맡았던 한진원 감독의 첫 드라마 <러닝메이트>는 고등학생을 연기하는 신인배우들과 함께하는 명랑한 정치 드라마다. 마지막으로 티빙 <LTNS>는 한국 드라마에 없던 높은 표현 수위로 권
[특집] 2024 시리즈 메이트를 소개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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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열이 최동훈 감독의 차기작에 캐스팅됐다는 소식이 전해졌을 때, 그는 이미 원톱 영화 <돈>을 성공시키고 주연작 <봉오동 전투>를 여름 성수기에 개봉시킬 수 있는 배우였다. 류준열이 <외계+인>에 합류한 것은 한창 기세가 좋던 배우의 입지에 ‘쐐기’를 박는 것과 같은 사건이었다. 하지만 보다 중요한 것은, 익숙함에 안주하기보다는 새로운 도전을 선택했던 최동훈 감독의 프로젝트에 동참할 차세대 배우로서 그가 호명됐다는 점일 것이다. <외계+인> 2부는 탈옥한 외계인 죄수 설계자가 촉발한 지구의 위기를 막기 위해 고려와 현대를 오갔던 대장정을 마무리하는 영화다. 외계인과 로봇과 신선, 인간을 초월한 존재들 사이에서 류준열이 연기한 무륵은 보통의 인간이 가장 이입할 수 있는 캐릭터다.
- 2020년 3월 <외계+인>이 크랭크인했다. 4년 만에 완전판 <외계+인> 공개를 앞두고 있는데 지난 시간을 돌이켜보면 어떤가.
[인터뷰] 새로운 시도의 비밀, <외계+인> 2부 류준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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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안(김태리)은 <외계+인> 2부의 서사적 중심이다. 과거와 현재, 외계인과 인간들 사이의 인연을 매개하고 여러 인물과 관계하면서 감정의 고락을 입체적으로 드러낸다. 김태리 배우는 어릴 적 이별한 로봇 썬더와 만날 땐 <미스터 션샤인>의 애틋한 눈빛을, 전투에 임할 땐 <악귀>의 이중적인 섬뜩함을 보여준다. 더하여 고려 시대에 홀로 남아 겪어야 했던 쓸쓸함과 생활의 능숙함, 절제미 있는 액션에까지 천변만화의 이안을 매 순간 적확하게 드러낸다. 이러한 배우의 균형 감각과 능숙한 변화는 다수 인물의 롤플레잉과 플롯의 교차편집이 잦은 <외계+인> 2부에서도 여실히 빛났다.
- 크랭크인 이후 4년이 흘렀다.
= 극장에서 처음 보게 된 장면들에 대해 동료들과 소감을 많이 나눴다. 특히 민개인(이하늬)의 첫 등장 장면은 재촬영한 부분이어서 우리도 처음 봤다. 아주 짧은 시간 내에 인물의 성격이나 특징을 강력하게 보여주는 최동훈 감독님의 특기가
[인터뷰] 태리뭉클, <외계+인> 2부 김태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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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부와 2부를 동시에 찍으면서 총 387일(재촬영 1회차 포함)간 촬영한 영화를 드디어 갈무리하게 됐다. 지금까지 경험한 물리적으로 가장 긴 프로덕션은 무언가 다르던가.
= 후반으로 갈수록 체력이 급속도로 약화되는 것을 느꼈는데 그건 어쩔 수 없는 문제니까. 한창때는 한달 반 만에 집에 들어갔다. 역시 영화 찍는 사람들에게 그리 유별난 일은 아니다. 관건은 집중도였다. 배우, 스탭들이 13개월간 한 작품에 집중하게 만들기란 어려운 일이다. 특히 배우들은 출연 장면에 따라 한동안 현장에 나올 일이 없는 경우가 있지 않나. 이를테면 한달 만에 현장에 온 배우가 마치 어제도 계속 찍었던 것처럼 만든다는 것, 그런 게 과제였다.
- 김우빈 배우의 비인두암 투병과 완치까지의 과정을 동행한 프로덕션이었다.
= 1부 개봉을 마무리하고 2부 작업에 들어갈 때 김우빈 배우가 “감독님 고생했어요, 힘내세요”라고 건네준 한마디에서 절절한 진심을 느꼈다. 나는 그게 뭔지 알 것 같았다.
[인터뷰] 몰입의 리듬, 어깃장의 순간 - <외계+인> 2부 최동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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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와 ‘인’ 사이의 + 기호. 속편의 개념이 아닌 1부와 2부. 고려의 도사와 외계인이 만나는 공상과학영화. 익숙함을 뒤엎는 정도로 볼 때 <외계+인>은 최동훈이 한국영화의 관습에 일으킨 모종의 반란이다. 2022년 7월에 기록된 첫 번째 시도는 154만 관객만을 포섭함으로써 잠정적인 실패로 점쳐졌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극장가의 힘겨운 재기 속에서 온통 산만한 1년 반의 시간이 흘렀다. 꿈은 아니었던지, <외계+인>은 어느새 낯설고 이상한 존재가 아니라 익숙한 소문이 됐다. 2부가 개봉하는 2024년 1월 현재, <외계+인>은 넷플릭스와 IPTV에서 재생된 횟수에까지 힘입어 “이제 더이상 제목의 뜻에 대해서는 잘 묻지 않는” 영화로 자리 잡았다. 절치부심해 2부를 완성하기까지, 재촬영과 무수히 폐기된 편집본의 존재를 태연히 말하는 감독에게 세간이 던지는 질문은 비슷하다. 이번엔 재미있을까. 1부의 스코어를 만회할까. 감독의 질문은 따로 있다
[기획] 한국영화의 관습을 뒤집는 모종의 반란, <외계+인> 2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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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17일에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1997)이 국내 최초로 정식 개봉한다. 덩달아 <신 에반게리온 극장판>을 포함한 신극장판 4부작도 함께 재개봉한다. 신극장판이야 21세기의 연작이니 그닥 놀랄 일 없지만,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이 <에반게리온> 시리즈의 총체적 내습 중심에 있단 사실이 흥미롭다. 1995년 <신세기 에반게리온>을 시작으로 전세계 서브컬처를 지배했던 세기말의 상징이 왜 2024년 한국 극장가를 찾았을지에 의문이 이는 것이다. 이를 밝히기 위해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이라는 작품의 훌륭함을 새로이 해석할 필요는 없다. 세기말의 거대한 문화적 현상으로 기록된 이 작품에 대해서라면 30년 가까운 세월 동안 전세계 오타쿠들이 각자의 경전을 집필해놨다. 주인공 이카리 신지의 손가락이 한컷에 몇번 떨렸는지가 프로이트적으로 어떤 의미냐는 것까지 의미화돼 있을 정도니 덧붙일 말이 없다.
지금 궁금한 건 <
[기획] 안녕? 에반게리온, 21세기 오타쿠, <엔드 오브 에반게리온>의 시대를 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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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해요, 리키> 이후 4년 만의 연출작이다. 어느덧 88살의 노장이 된 켄 로치 감독은 신작 <나의 올드 오크>에서 영국 북동부의 한 폐광촌으로 시선을 옮겨 이야기를 시작한다. 오래된 술집 ‘올드 오크’를 운영하는 TJ(데이브 터너)는 갑작스레 이곳에 정착한 시리아 난민들을 배척하지 않는 몇 안되는 주민 중 한 사람이다.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를 함께한다는 것”이라는 주인공의 말처럼, 켄 로치 감독은 연대의 중요성을 강조해온 자신의 신념을 이번에도 올곧게 지킨다. 거장의 마지막 연출작이라 알려진 <나의 올드 오크>를 기반으로 60여년간 구축된 켄 로치의 작품 세계를 살펴보았다.
“예전엔 이 동네에 탄광이 있었어”라는 대사를 내뱉으며 TJ는 펍의 안쪽 문을 연다. 열쇠로 꽉 잠긴 그 방은 거의 20년간 방치되어 있었다. 그곳의 벽에는 “폐광은 죽음이다”라는 내용의 액자들이 잔뜩 걸려 있다. 야라(에블라 마리)에게 TJ는 이 흑백사진들은 모두 1
[기획] 비극의 순간 연대의 외침, <나의 올드 오크>를 중심으로 본 켄 로치 감독의 세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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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프로그램 진행자가 한 패널에게 가장 존경하는 대통령이 누구인지 물었다. “김대중 대통령이요.” 진행자가 말하길, “너무 무난한 답이라 정치 성향을 짐작할 수 없네요”. 격세지감이다. 김대중은 한국 정치인 가운데 크고 많은 중상모략을 당했다. 1959년 강원 인제 국회의원 보궐선거에서 그는 공산당원이라는 허위 선동에 시달렸다. 처음 대선 후보로 나선 1971년에도 색깔론은 거셌다. “동네에 ‘빨갱이’라는 말이 자자했고 벽보는 훼손되었다.” 내 어머니의 회상이다. 경북 태생인 나는 어릴 적 어른들에게 한 소리 들을 각오를 하고 박정희를 비판할 수는 있었으나, 김대중에 대해 존경을 표하는 것은 그보다도 훨씬 곤란한 일이었다. 대선에서 세 번째로 낙선한 그가 은퇴를 선언한 1992년 12월19일, 화장실에서 몰래 눈물을 씻었다. 어린이라 아는 건 별로 없지만 ‘죽을 고비를 넘겨온 사람이 이겨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단순한 생각이었다. 30여년이 지났다. 2023년 11월에 실시한 한
[기획] 가장 미움받은 정치인, 가장 존경받는 대통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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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은 배 한척으로 시작한 해운회사로 목포의 유망한 청년 사업가가 된 김대중. 일찍이 자기 성취를 거둔 듯 보이지만 그의 궁극적인 목표는 다른 방향에 있었다. 바로 정치를 통해 민주주의를 실현하는 것. 광복과 한국전쟁, 분단의 역사와 독재정치를 가로지른 그는 자신의 신념을 지켜내고 진정한 의미의 민주주의를 실현하고자 했다. <청춘 선거> <노회찬6411> 등 일상의 정치를 주요하게 다뤄온 민환기 감독은 <길위에 김대중>을 통해 개인이나 사업가, 투사나 사상가가 아닌 정치인으로서 김대중을 집중 조명한다. 납치, 살해 위협, 투옥과 사형선고 등 그가 감내해야 했던 삶의 굴곡은 민주주의가 일상화·보편화되기까지 얼마나 험난한 시간을 거쳐야 했는지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영화는 그동안 공개되지 않았던 시각 자료와 음성 자료, 영상 등을 적극적으로 활용하며 김대중이 그려온 대한민국 민주주의의 궤를 깊이 있게 풀어냈다. 오늘에 이르기까지 제 소임을 다한 김대중의 일
[인터뷰] 정치인도 전문적으로 보는 시각이 필요한 시대다, <길위에 김대중> 민환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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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동훈 감독의 <외계+인> 2부를 시작으로 류승완 감독의 <베테랑2>가 야심찬 속편의 여정을 마무리 짓고, 박찬욱 감독이 각본을 쓴 <전,란>이 완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2024년. 한국영화의 위기라는 흉흉한 진단 속에서도 기대작들은 저마다 회심의 저격을 준비 중이다. CJ ENM, 롯데엔터테인먼트, 플러스엠 엔터테인먼트, 쇼박스, NEW, 넷플릭스 등 주요 배급·제공사를 중심으로 파악한 한국영화 신작 라인업을 소개한다
영화명(가나다 순) 감독 출연 배급(또는 제공)
<거룩한 밤: 데몬 헌터스> / 임대희 / 마동석, 서현, 이다윗, 경수진, 정지소 / 롯데엔터테인먼트
<그녀가 죽었다> / 김세휘 / 변요한, 신혜선, 이엘 / 콘텐츠지오
<더러운 돈에 손대지 마라> / 김민수 / 정우, 김대명 / 에이스메이커무비웍스
<대가족> / 양우석 / 김윤석, 이승기, 김성령, 강한나, 박수영 /
[특집] 회심의 한방이 온다, 2024년에 보게 될 한국영화의 이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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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세계> <부산행> <범죄도시> 연작 등의 무술감독으로 유명한 허명행 감독이 영화감독으로 데뷔한다. 그의 첫 연출작은 1월26일 넷플릭스를 통해 공개되는 영화 <황야>다. 폐허 속에서 삶을 꾸려가는 사냥꾼 남산(마동석)과 그의 파트너 지완(이준영)은 “세상의 추위를 피해 사람들이 모인 거처 공간”인 버스 차고지 ‘버스동’에 산다. 어느 날 버스동 주민 수나(노정의)가 양기수 박사(이희준)를 따라 사라지고, 남산과 지완은 수나를 구하는 여정에 오른다. 수많은 작품에서 배우 마동석과 호흡을 맞춘 허명행 감독은 마동석의 눈을 믿는다. 마동석은 <황야>의 크레딧에 각색가로도 이름을 올렸는데, 허명행 감독은 “마동석 배우는 자기만의 시각에서 시나리오를 재해석해 보내기도 한다. 스토리를 바라보는 눈이 워낙 좋은 배우라 연출에 도움을 받은 부분이 있다”라며 오랜 동료를 향해 강력한 지지를 보냈다. 한국영화의 수많은 액션 시퀀스를 직접 직조한
[인터뷰] 사냥꾼 된 마동석의 시원한 액션을, <황야> 허명행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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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들어갔던 전직 경찰 하수영(전도연)이 출소 후 오직 하나의 목적을 이루기 위해 질주하는 이야기.” <리볼버>의 로그라인은 이렇게 시작한다. 욕망과 목표를 위해 그 어떤 것에도 흔들리지 않고 두려워하지 않는 여자의 얼굴은 이내 우리가 마음 한켠에 숨겨둔 은밀한 비밀처럼 나타난다. <8월의 크리스마스>의 섬세함을 각본으로 그려내고, 담담한 감정의 레이아웃을 <무뢰한>으로 층층이 겹쳐낸 오승욱 감독이 8년 만에 메가폰을 들었다. 밀도 높은 연기로 자신의 반경을 또다시 넓힌 전도연, 지창욱, 임지연 배우가 <리볼버>의 이야기를 현실로 구현한다.
- <리볼버>의 대략적인 줄거리를 조금 더 공개해줄 수 있나.
= 상관과 함께 비리를 저지른 경찰 하수영이 문제를 무마하기 위해 죄를 모두 뒤집어쓰고 교도소에 들어간다. 그 대가로 많은 것을 약속받았지만 출소 이후 정반대의 상황이 펼쳐진다. 거의 투명인간이
[인터뷰] 단계를 거듭하며 강해지다, <리볼버> 오승욱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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잘나가던 파일럿에서 한순간 실직자가 된 정우(조정석)가 뜻밖의 신분 세탁으로 재취업에 성공하며 벌어지는 이야기. 현시점 공개된 한줄의 시놉시스만 읽더라도 <파일럿>은 주인공이 조정석일 때와 아닐 때 전혀 다른 영화가 될 것이 분명해 보인다. 그만큼 <파일럿>은 “조정석의, 조정석에 의한, 조정석을 위한” 영화다. 데뷔작 <가장 보통의 연애>로 개봉 당시 신인감독의 놀라운 흥행력을 보여주었던 김한결 감독이 메가폰을 잡아 동시대 희극지왕 조정석을 만난다. 공개된 정보 외에는 작품의 많은 요소가 베일에 가려져 있다. <파일럿>은 올해 가장 예측 불가능한 기대작이다.
- <D.P.>시리즈를 연출하고 <약한영웅> 시리즈를 제작한 한준희 감독이 연출을 제안했다. 어떻게 인연을 맺고 시작한 프로젝트인가?
= 2021년 충무로영화제에서 한준희 감독을 처음 만났다. 이전에 <차이나타운>이 ‘코인락커 걸’이라는 원제
[인터뷰] 조정석의, 조정석에 의한,조정석을 위한, <파일럿> 김한결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