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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들에게 따라붙는 ‘변신’이란 표현이 김성오에게만큼은 다르게 쓰인다. 단역 시절부터 악역을 많이 맡아온 그에게는 <킹메이커>의 박 비서처럼 도드라지는 갈등이 없는 캐릭터가 진짜 ‘변신’이다. 박 비서는 야당 대선 후보 김운범(설경구)의 손발이 되어 돕는 인물이다. “대의를 위해서 김운범의 뒤와 옆에서 항상 있는 듯 없는 듯 보좌”하는 모습으로만 등장한다. <나의 PS 파트너>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으로 이미 두번 호흡을 맞춘 변성현 감독이 “선배, 센 연기는 많이 해봤잖아. 그런 건 다른 데 가서 해”라고 말하며 박 비서 역을 제안했을 때 김성오는 그래서 고맙고 기뻤다고 한다.
- 변성현 감독과 오래 작업해왔는데, <킹메이커> 대본은 어떻게 읽었나.
= 그동안 정치에 딱히 관심을 두고 살지 않았는데 대본에 그려진 정치 세계가 오밀조밀하고 재밌게 다가왔다. 사상과 이념을 떠나 사람은 누구나 욕망을 가지
'킹메이커' 김성오, 생활 연기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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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창대는 그림자이지만 그림자여서는 안되는 캐릭터다. 전설의 ‘선거판의 여우’는 60~70년대 정치판의 판도를 바꾼 스타 김운범(설경구)이 선거에서 이길 수 있도록 기상천외한 전략을 짜냈지만 일급 참모의 존재는 전면에 드러나지 않고 그는 명함조차 없이 일한다. 하지만 <킹메이커>는 대의를 위해 뒤에 숨어야만 했던 서창대의 일대기에 주목하며 그를 격동의 근현대사에 파원을 만든 장본인으로 조명한다. 이선균은 “선균이를 확 바꿔봤으면” 하는 설경구의 제안으로 성사된 캐스팅이다. 언제나 작품의 전체 그림을 우선시했던 이선균이, 변성현 감독의 표현을 빌리자면 “영화에 필요한 기초공사도, 그 앞에 반짝이는 간판 역할도 하는” 캐릭터를 연기하면서 거쳤던 고민을 들었다.
- 변성현 감독이 지금까지 영화 일을 하면서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눈 배우일 것이라는 말을 전해줬다.
= <킹메이커>는 시대극이고 편안한 일상 연기를 하는 작품이 아니다. 엄창록이라는 실존 인물이 모티브가 됐
'킹메이커' 이선균, 말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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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킹메이커>에서 설경구는 스포트라이트가 떨어지는 연단의 한가운데에 서서 모두의 시선을 흡수하는 정치인 김운범을 연기한다. 그는 킹이고 빛이다. 영화는 더 나은 세상을 꿈꾸는 정치인 김운범과 김운범의 곁에서 선거 전략을 짜는 서창대(이선균)의 관계에 집중하는데, 설경구는 환하고 거대한 존재가 되어 서창대의 그림자를 진하게 부각시킨다. 알려졌다시피 김운범은 고 김대중 전 대통령을 모티브로 한 인물이며, 영화는 김대중 대통령이 1970년 야당의 대통령 후보로 나서기까지의 시기를 주요하게 다룬다. <자산어보>의 정약전으로 꼿꼿하면서도 호기심 많은 선비의 얼굴을 보여주며 흑백의 화면에 조명을 밝혔던 설경구는 <킹메이커>에서도 실존 인물과 영화적 캐릭터 사이에서 완벽한 줄타기를 하며 관객을 감탄하게 만든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이하 <불한당>)에 이어 변성현 감독과 또다시 만난 설경구와 <킹메이커> 이야기를 나눴다.
'킹메이커' 설경구, 사실적 연기의 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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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성현 감독의 <킹메이커>는 엄혹한 세상을 바꿔보려는 정치인 김운범(설경구)과 선거 전략의 귀재 서창대(이선균)의 만남을 통해 1960~70년대 정치사의 풍경을 그려내는 영화다. 서창대는 목표를 이루는 것이 중요한 선거 전략가이고, 김운범은 목표를 이루는 것만큼이나 수단과 과정도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정치인이지만 누구도 차별받지 않고 누구나 존중받을 수 있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공통된 뜻으로 함께 발맞춰 선거를 치른다. ‘선거판의 여우’ 서창대의 등장으로 괜스레 위기의식을 느끼는 박 비서(김성오), 김운범의 곁에서 공기처럼 존재하는 이 보좌관(전배수), 젊은 선거운동원 수연(서은수) 역시 뜻을 함께하는 김운범 캠프의 사람들이다. 영화 개봉을 앞두고 설경구, 이선균, 김성오, 전배수, 서은수까지 한팀으로 뭉친 다섯 배우를 만났다.
KING OF DRAMA '킹메이커' 설경구, 이선균, 김성오, 전배수, 서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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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벤져스의 블립 이후 세상은 변했다. 5년의 시간이 흐른 사람들과 5년 전 모습 그대로 돌아온 사람들 사이의 공백. MCU 페이즈4는 블립 이후 달라진 삶이 무대로 펼쳐진다 해도 과언이 아니다. 멀티버스라는 복잡한 개념이 본격적으로 추가되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 앞서 블립 사태부터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까지 이어지는 타임라인을 정리해보았다.
2015년: Before 블립 8년
넷플릭스 <데어데블>
낮에는 변호사 맷 머독으로 살고, 밤에는 자경단이 되어 악당들을 단죄하는 데어 데블은 마블을 대표하는 다크 히어로다. 불의의 사고로 실명 후 예민해진 청각을 활용하여 초인적인 활약을 펼친다. 마블 스트리트 히어로 프로젝트 ‘디펜더스’의 일원이기도 한 데어데블이 과연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 합류할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하지만 맷 머독 변호사라면, 살인자라는 누명을 쓴 채 곤욕을 치르고 있는 피터 파커를 누구보다 확실하게 도와줄
새로운 영웅들의 연대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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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파커 인생 최대 위기다. ‘우리의 친절한 이웃’ 스파이더맨이 토니 스타크에 대한 개인적인 복수심과 피해망상에 젖어 있던 가짜 히어로 미스테리오(제이크 질런홀) 때문에 신분이 노출되고 말았다. 스파이더맨 가면 뒤에 숨어 있던 인물이 뉴욕에 사는 고등학생 피터 파커라는 사실이 세상에 공개된 이후, 스파이더맨의 일상에는 어떤 변화가 찾아올까.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을 보기 전에 관객이 궁금해할 몇 가지 질문을 쟁점별로 정리해봤다. 공개된 정보가 상당히 제한적이라 어떤 질문이든 추측만 할 수 있을 뿐이다. 피터 파커에게 무슨 일이 벌어질지는 아직 아무도 모르지만, 한편으로는 이미 모두가 한마음으로 ‘그들’이 나타나기를 기대하고 있을 것이다.
Q. 피터 파커의 일상, 어떻게 달라질까?
죽기보다 싫은 일이 벌어졌다. 톰 홀랜드가 연기하는 피터 파커는 <캡틴 아메리카: 시빌 워>에서의 첫 등장 이후,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MCU)에 입성한 스파이더맨 중
정말로 역대 스파이더맨 총출동하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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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1년 12월15일, 일년 내내 전세계 관객을 궁금하게 만들었던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한국에서 최초로 개봉한다. 예고편 공개만으로 이렇게 많은 화제를 불러일으킨 영화는 없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예고편의 유튜브 조회수가 신기록을 세웠고 각종 유출 사례도 겪어야 했다. 배우와 제작진이 언론과 인터뷰할 때마다 그들의 모든 발언이 확대 해석되고 있다. 이쯤 되면 진심으로 궁금해진다. 정말로 역대 스파이더맨이 총출동할까? 아직은 아무도 모르고 아무것도 말할 수 없다. 극히 제한적인 정보만으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에서 중요하게 다뤄질 사건에 대해, 그리고 <스파이더맨> 시리즈의 향방에 대해 추측해봤다. ‘멀티버스’라는 복잡하고 거대한 개념이 마블 시네마틱 유니버스의 최대 화두로 떠오른 가운데, 영화를 보기 전에 대략 알고 가야 할 멀티버스 타임라인도 정리했다. 스파이더 센스를 곤두세울 시간이다.
미리 보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 MCU 멀티버스 타임라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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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방인의 눈에 비친 런던 소호는 어떤 모습일까. 이것은 에드거 라이트 감독이 1960년대와 현재, 각기 다른 시간대의 소호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를 만들기 위해 자신의 파트너로 정정훈 촬영감독을 선택했을 때 정 촬영감독에게 기대했던 점인지도 모른다. 현재 극장에서 상영 중인 영화 <라스트 나잇 인 소호>에서 정정훈 촬영감독의 카메라는 화려함과 어두운 이면을 동시에 간직하는 1960년대 소호와 무질서의 매력을 갖춘 현재의 소호를 현란하게 오가며 엘리(토마신 맥켄지)와 샌디(애니아 테일러조이) 두 여성의 사연을 신들린 듯 펼쳐낸다. 이 영화는 필름이 사라진 디지털 시대에서 35mm 필름으로 작업했다는 점에서 흔치 않은 아날로그 작업이다. 정정훈 촬영감독이 필름으로 작업한 것은 한국영화로는 <부당거래>(감독 류승완, 2010), 할리우드영화로는 <스토커>(감독 박찬욱, 2013) 이후 처음이다. 디즈니+의 새 <스타워즈> 시리즈인 <오비완 케
에드가 라이트, 티모시 샬라메와의 작업은... '라스트 나잇 인 소호' 정정훈 촬영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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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태오가 돌아왔다. 배우가 아닌 감독으로, 자신의 첫 영화 <로그 인 벨지움>과 함께. 지난해 코로나19 팬데믹이 시작될 무렵 벨기에의 한 호텔에 고립됐던 유태오는 두려움과 무력감에 침체되는 대신 카메라를 들고 자신과 주변을 기록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그의 카메라에 담긴 1년의 시간을 토대로 영화 <로그 인 벨지움>이 탄생했다. 시나리오부터 엔딩곡 <Overwhelming>까지 <로그 인 벨지움>에는 그의 손이 닿지 않은 부분이 없다. 음악과 연기, 영화 모두 스토리텔링의 영역에 두고 대화를 이어가는 유태오를 보며, 배우라는 직업으로 한정할 수 없는 아티스트로서의 면모를 실감했다. “아직 들려주지 못한 150여개의 멜로디가 있고, 여전히 전하고 싶은 수많은 이야기가 있다”는 배우이자 감독 유태오. <로그 인 벨지움>에 관한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도리어 아직 모호하게 남아 있는, 유태오라는 세계의 또 다른 영역이 궁금해졌다.
이것이 나의 것, 나의 스토리텔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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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센스8>의 형사로 데뷔해 <60일, 지정생존자>의 비서실 행정관, 영화 <뺑반>의 검사, <D.P.>의 군인 등을 소화할 동안 손석구는 슈트와 유니폼을 위해 타고난 배우처럼 보였다. 다부진 인상은 직업 드라마에서 자부심 강한 프로페셔널을, 멜로드라마에서 상대를 흔드는 마성의 남자를 연기할 때 유독 빛났다. 그런데 <연애 빠진 로맨스>에서 편집장의 19금 칼럼 제안을 뿌리치지 못해 고전하는 잡지사 기자 박우리는 좀 다르다. 정가영 감독이 꿈꾸고, 배우 손석구가 주변에 포진한 여성 동료들의 의견을 구해 완성된 박우리란 남자는 허술한 만큼 귀엽고, 가벼운 말로 상대를 농치면서도 선은 넘지 않는 진중함도 슬쩍 드러낸다. 한쪽 입꼬리를 끌어당겨 웃는 특유의 시크한 미소와 자연스러운 딕션마저 데이팅 앱으로 상대 찾기에 나선 MZ 세대 로코물과 은근한 조화를 이루는 미장센이다. 드라마 <D.P.>와 <지리산>,
귀엽거나 멋있거나 이상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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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종서는 즉각적이지만 불가해한 배우다. 아프리카 원주민 춤을 추며 흐느끼는 <버닝>의 해미, 대수롭지 않은 표정으로 사람을 죽이는 <콜>의 영숙을 보고 있자면 전종서 이전의 계보가 도무지 그려지지 않는다. <연애 빠진 로맨스>의 자영은 그런 그가 로맨스영화를 한다면 택할 법한 독특한 캐릭터인 동시에 일과 연애에 관한 20대의 보편적인 고민까지 품었다는 점에서 흥미로운 인물이다. 섹스는 너무 하고 싶지만 더이상 사랑 같은 감정 노동 서비스는 하지 않겠다는 낯 뜨거운 말을 주절대는 본심에는, 첫사랑이라고 생각한 남자에게 3년 넘게 섹스 파트너로만 취급받은 데서 온 깊은 상처가 숨겨져 있다. 전종서는 한국 로맨스영화에 자영 같은 돌출을 용인시키면서, 상대 배우를 밀어내지 않고 함께 가는 리듬까지 조율해낸다.
-주관이 확실한 배우라는 인상이 있어서 <버닝> <콜> <모나리자와 블러드 문>처럼 강렬한 작품 이후에 <
가볍지만 가볍지 않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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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치온더비치> <밤치기> <하트> 등 도시 남녀의 시시콜콜한 연애사와 여성의 솔직한 욕망을 그려온 정가영 감독의 첫 상업영화가 11월24일 개봉한다. <연애 빠진 로맨스>는 외로움과 효율 사이의 줄다리기 끝에 데이팅 앱을 선택한 밀레니얼 남녀의 로맨틱 코미디다. 첫사랑이라고 생각한 남자에게 섹스 파트너 취급받고 새 연인과도 시시하게 헤어진 29살 자영(전종서)은 연애라는 이름의 감정 노동 서비스 따위는 하지 않겠다고 다짐한다. 소설가를 꿈꿨지만 잡지사 기자가 된 33살 우리(손석구)는 조회수를 올릴 섹스 칼럼을 쓰라는 편집장의 성화에 못 이겨 데이트 앱 오작교미에 가입하고 자영을 만난다. 소주, 대화, 모텔로 축약되는 교류 이후 뜻밖에 조금씩 진심을 꺼내 쓰게 된 두 사람. 육체적 화학작용 너머에 도사리고 있는 연애의 가능성 앞에서 뒤늦은 혼란에 빠지고 만다.
솔직해도 너무 솔직한 캐릭터들의 말맛과 속도전에 능한 정가영 감독의 영화적
밀레니얼 러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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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엔 형제의 <파고> <시리어스 맨>, 봉준호 감독의 <설국열차>에 얼굴을 비친 한국계 미국인 배우 스티브 박은 <프렌치 디스패치>에서 잊을 수 없는 표정으로 각인된다. 그가 연기한 경찰서장의 셰프 네스카피에 경위는 두꺼운 안경 뒤 온화함을 장착한 프로페셔널. 스티브 박은 네스카피에에게서 남다른 영혼을 연상한 동시에 조용히 공감할 수밖에 없는 고독을 발견했다. 그는 그 동화의 여정을 웨스 앤더슨 감독의 차기작 촬영지로 향하는 차 안에서 연결된 줌 화면을 통해 들려줬다.
<프렌치 디스패치>로 웨스 앤더슨 감독의 세계에 첫발을 들였다. 시나리오의 첫장부터 검토했는지 당신이 출연하는 에피소드 ‘경찰서장의 전용 식당’부터 읽었는지 궁금하다.
사실 웨스와 <개들의 섬>으로 먼저 만났다. 일본식 악센트가 가미된 영어를 구사해 달라는 부탁을 받고 몇몇 캐릭터의 목소리를 녹음했었다. 최종적으로 내 목소리는 쓰이지 않았지만
우리가 사는 세상은 달라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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틸다 스윈튼이 분한 베렌슨 기자가 들려주는 ‘콘크리트 걸작’의 중반부, 희대의 미술상 줄리안 카다지오(에이드리언 브로디)는 홀연히 공기를 뒤바꾼다. 그는 매끄러운 언변으로 예술가와 예술 애호가들을 사로잡는다. 수의 차림일 때나 턱시도를 갖췄을 때나 동일하게 냉철하다. 웨스 앤더슨 사단의 오랜 멤버인 배우 에이드리언 브로디는 이번에도 잘 짜인 세계의 뾰족한 일부가 되어 태연한 인생을 살다갔다. 그는 감독을 향한 애정 표현을 아끼지 않으며 <프렌치 디스패치>의 시각적 완벽함을 설파했다.
<프렌치 디스패치>는 <다즐링 주식회사> <판타스틱 Mr. 폭스> <그랜드 부다페스트 호텔>에 이어 웨스 앤더슨 감독과 네 번째로 협업한 영화다. 감독의 다음 작품에도 출연한다고 들었는데, 웨스 앤더슨 감독의 어떤 면모가 배우로 하여금 계속 그와 함께하게 만드는가.
웨스에게 전화나 메일이 와서 무언가를 같이하자는 이야기를 들을 때면 언제나 황
이 영화는 시각적으로 완벽에 가깝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