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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엽기적인 그녀>(2001)는 14년 전 작품이다. 하지만 여전히 아시아 시장에서 통용되는 멜로의 전설이다. 중국에 진출하는 한국 감독들은 지금도 중국 투자사에서 <엽기적인 그녀> 같은 로맨틱 코미디를 만들어 달라는 요구를 받는다. 오래전 ‘한류의 원조’쯤 된다고나 할까. 그 중심에 있었던 곽재용 감독은 누구보다 빨리 일본과 중국으로 진출, 해외 합작영화와 해외 프로젝트에 참여해왔다. 그 시간 동안 한국과 중국, 일본의 제작환경을 습득하는 시행착오의 시간도 거쳤다. 최근 IPTV로 개봉한 <미스 히스테리>는 그가 중국에서 만든 첫 번째 작품이다. 최근 일본에서 <바람의 색>을, 한국에서 임수정, 조정석, 이진욱 주연의 <시간이탈자>(가제)를 찍었고 현재 후반작업 중이다. 다음 주부터는 일본영화 <세상의 중심에서 사랑을 외치다>(2004)를 리메이크한 중국 작품의 촬영을 앞두고 있다. <시간이탈자> 후반작업차
[곽재용] “마음껏 울 수 있는 영화를 만들어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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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에 얼굴을 공개하지 않는 ‘얼굴 없는 만화가’, 김보통 작가에게 인터뷰 요청을 하니 탈을 쓰고 사진을 찍어도 괜찮겠냐는 답변이 돌아왔다. 인터뷰 당일, 아쉽게도 탈이 제작 중인 관계로 지참하지 못한 그는 바짝 자른 머리에 헌팅캡을 눌러쓴 채로 카페에 들어섰다. 사진을 찍을 때는 기자가 출력해온 질문지를 빌려 검정 매직펜으로 눈, 코, 입을 쓱쓱 그려넣고는 얼굴을 가렸다. 데뷔작 <아만자>로 2014년 오늘의 우리만화 문화체육관광부장관상을 수상했고 현재 <D.P-개의 날>을 연재하며 날카롭게 현실을 캐묻는 신예 김보통과의 대화를 지면에 옮긴다.
-요새 엄청 바쁘게 지내고 있다고.
=허리 고통 속에서 살고 있다. (웃음) 여기저기 불러주는 곳이 많아 글쓰고 강연 나가고 앨범과 책 표지, 영화 포스터 작업, 어린이 잡지, 문예 잡지 등에 삽화와 만화도 그린다. 서울시와 기업체 등과 일하기도 한다.
-얼굴 노출을 꺼리기에 외부 활동을 안 할 줄 알았다.
[trans × cross] 현실을 직시하는 만화 그리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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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성룡이 연출한 <차이니즈 조디악>(2012)으로 프로모션차 칸국제영화제를 찾은 권상우를 만났었다. 앞서 곽경택 감독의 <통증>의 흥행 성적이 좋지 않았던 그는 그때 한국영화가 아닌 중국영화 촬영과 드라마 <야왕>의 방송 계획을 알리며 ‘한국영화에 대한 갈증’을 토로했었다. 그로부터 4년, 그사이 권상우는 중국에서 <그림자 애인>(2012)과 최근 <적과의 허니문>(2015)을 끝냈고, 한국에서는 드라마 <메디컬 탑팀> <야왕>에 출연했으며, 지금은 중국영화와 한국 드라마 출연을 앞두고 있다. <탐정: 더 비기닝>은 그렇게 그의 한국영화 필모그래피가 뜸하던 즈음 돌아온 반가운 작품이다. 그간 한국 작품을 시도하지 않은 건 아니었다. 하지만 중국 스케줄과 절묘하게 겹치거나, 좋은 영화지만 본인과 맞지 않은 작품도 있었다고 한다. “4년이라는 시간이 크더라. 영화배우로 데뷔를 했고 영화인이라
[권상우] 선입견 내려놓고 찾은 자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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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동일은 에둘러 말하지 않는다. 이건 이거고, 저건 저거며, 호불호가 분명하다. 스튜디오에 들어오자마자 전자담배를 뻐끔뻐끔 피워대는 그에게 담배 끊었냐고 물었더니 돌아온 대답은 이러했다. “상황에 맞게 담배와 전자담배를 섞어서 피운다.” 건강을 챙길 나이가 되면서 담배를 끊은 줄 알았다. “담배 끊어서 건강해지면 다 끊지. 허허허.”
<탐정: 더 비기닝>에서 성동일이 연기한 형사 노태수 역시 빙 돌려서 말하지 않는 중년 남자다. 왕년의 그는 웬만한 조폭이 눈도 못 마주칠 정도로 잘나가 광역수사대의 ‘식인 상어’라고 불렸다. 하지만 어떤 사건을 해결하는 과정에서 사고가 생기면서 좌천당해 지금은 후배인 팀장 밑에서 괄시받으며 일하고 있다. 그럼에도 대쪽 같은 성격을 가진 까닭에 후배들 앞에서는 언제나 당당하고 엄격하다. 하지만 천하의 노태수도 집에 들어오면 영 어깨를 못 편다. 고작 요구르트 두병 까먹은 걸 가지고 아내로부터 아이들 간식 뺏어먹었다고 한소리를 듣지 않나,
[성동일] 종이 한장 차이의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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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촬영하는 내내 술을 마셨다. 두 시간 뒤에 촬영이 끝날 것 같다 싶으면 술집부터 섭외할 정도였다.” 한 작품에서 처음 만난 두 사람이 빨리 친해지기 위해선 술만큼 좋은 약도 없다. 덕분에 성동일과 권상우, 권상우와 성동일 두 남자는 스튜디오에 들어왔을 때부터 호흡이 척척 맞았다. 마치 그 모습이 의좋은 형제 같았다. <탐정: 더 비기닝>(개봉 9월24일)은 한국의 셜록 홈스를 꿈꾸는 대만(권상우)과 광역수사대의 베테랑 형사 노태수(성동일)가 아파트에서 벌어진 살인사건을 추적하는 코믹 범죄 추리극이다. <톰과 제리>가 그렇듯이 두 남자가 티격태격하면서 웃음을 유발하는 버디 무비가 관전의 한축이라면,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사람이 한배를 타고 사건의 단서를 좇으면서 구축되는 긴장감이 또 다른 축이다. 다음 장부터 두 남자의 좌충우돌 <탐정: 더 비기닝> 출연기를 전한다.
[성동일, 권상우] 톰과 제리처럼, 때론 의좋은 형제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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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아카데미 장편제작연구과정 기획전에 2년 만에 애니메이션 작품이 등장했다. 9월10일부터 30일까지 CGV압구정 등지에서 진행되는 ‘KAFA FILMS 2015: 나쁜 영화들’에서 상영될 두 작품은 허범욱 감독의 <창백한 얼굴들>과 박혜미 감독의 <화산고래>다. <창백한 얼굴들>은 흑백의 행성에 색을 가지고 태어난 소년의 이야기를 개성 있는 아트워크로 연출했고, <화산고래>는 2070년 붕괴된 부산을 배경으로 화산고래를 잡으려는 소녀의 모험을 장르적으로 그려낸 작품이다. 전자는 제19회 홀란드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장편부문 대상을 수상했고 후자는 제48회 시체스국제판타스틱영화제에 초청되며 만만치 않은 신예의 탄생을 알렸다. 이번 기획전에서 상영되는 영화 <소셜포비아> <성실한 나라의 앨리스> <선지자의 밤>이 7기 작품인 데 비해 두 애니메이션은 5기, 6기 작품들로 더 오랜 시간 작업한 셈이다. 긴 제작과
[people] 애니메이션만이 표현할 수 있는 세계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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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뛰어드는 여자와 뛰어나가는 남자>(2015)
<앙: 단팥 인생 이야기>(2015)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
<쓰나구>(2012)
<내 어머니의 연대기>(2011)
<진짜로 일어날지도 몰라, 기적>(2011)
<마루 밑 아리에티>(2010)
<악인>(2010)
<걸어도 걸어도>(2008)
<오다기리 죠의 도쿄타워>(2007) 외 다수
한국에 김수미가 있다면 일본에는 기키 기린이 있다. 알다시피 김수미가 MBC 드라마 <전원일기>에서 노인으로 분장하고 일용 엄마 역을 처음 맡았던 때 나이가 고작 스물여덟. 아들 일용은 탤런트 선배이자 네살 연상인 박은수가 연기했다. 1974년, 당시에는 유우키 지호라는 예명을 썼던 기키 기린이 <TBS> 드라마 <데라우치 간타로 일가>에서 머리를 탈색하
[기키 기린] 어머니/독설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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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5 <함정>
2013 <늦은 후…愛>
2013 <48미터>
드라마
2009 <2009 외인구단>
2007 <뉴하트>
“지안은 못해도 민희는 할 수 있다.” 같은 사람이 연기한 게 맞나 싶을 정도로 <함정>의 민희와 배우 지안은 달랐다. “남의 남편과 잠을 자고, 곤계란을 손으로 까주다니 어떻게 그럴 수가 있나. (웃음) 그런데 그게 민희의 삶이라면 평생을 그렇게 살아온 사람이 되어야 했다.” 화재로 목소리를 잃은 민희는 의붓오빠 성철(마동석)에게 잡혀 살며 잘못된 예의와 빠른 체념을 몸으로 배워온 여자다. 오빠의 폭력에 의심도 저항도 하지 않으며, 다른 여자의 남편과 동침할 것을 강요받아도 그것을 그 남자에 대한 예의로 생각하고 정성을 다한다. 야생에 가까운 삶을 살다보니 동물 내장과 사체를 맨손으로 만지는 데도 익숙하다. 민희에게서 눈을 뗄 수 없는 건 단지 청초한 여자배우가 억척스러운 연기를 잘해내
[who are you] 맨 얼굴에 담긴 야생적인 무구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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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피스>(2014)
<베테랑>(2014)
<살인의뢰>(2014)
<군도: 민란의 시대>(2014)
<무뢰한>(2014)
<역린>(2014)
<오늘의 연애>(2014)
<신촌좀비만화>(2014)
<또 하나의 약속>(2013)
<우아한 거짓말>(2013)
<남자가 사랑할 때>(2013) 외 다수
째깍대는 시계 초침, 종이를 찍어내는 스테이플러, 쉼 없이 돌아가는 인쇄기. 회사 사무실에서 쉽게 볼 수 있는 물건들이 내는 소리가 불현듯 공포스럽게 느껴진다면 그것만큼 두려운 게 없을 것이다. 영화 <오피스> 속 사운드가 그렇다. 영화는 사무실을 배경으로 직원들 사이에서 감지되는 정체 모를 두려움이 무엇인지 파헤쳐간다. 그러다보니 김창섭 사운드 슈퍼바이저는 “전혀 존재하지 않던 소리를 만들어내기보다는 사무실에서 충분히 들릴 법한 소리를 극대화”하는 데 주력
[STAFF 37.5] 두려움에도 소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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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2006)에게 납치되고, <설국열차>(2013)에서 탈출했던 소녀가 <오피스>(2014)의 인턴으로 돌아왔다. 살아남은 소녀는 회사에 입사하며 현실에 발을 붙였다. 그런데 발 디딜 틈이 없다. SF보다 더한 현실은 호러 장르로 이행되고, 그녀는 다시 한번 생존을 위한 투쟁을 시작한다. 돌이켜보면 고아성은 계급에 대한 화두를 던지는 인물들을 자주 맡아왔다. 자기보다 어린 아이를 지켜낸 영화 <괴물>의 현서부터 기득권에 포섭되지 않는 TV드라마 <풍문으로 들었소>(2015) 서봄까지, 인간적인 가치들을 지켜나가는 당찬 역할을 해왔던 그녀다. 그런데 이번엔, 회사라는 조직사회 안으로 진입하려 안간힘 쓰는 약자를 맡았다. "여태까지와 다르게 접근한 역할이라 더 흥미로웠다"는 고아성. 또래 여배우의 선택지에서 늘 조금씩 비껴가는 답을 내놓는 그녀는 어떤 사람일까. 여전히 사춘기 소녀 같으면서도 벌써 다 자란 성숙한 어른 같기도 한
[고아성] “대중의 시선과 실제의 나 사이의 거리를 좁혀가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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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교는 <SNL 코리아>를 통해 대중에게 얼굴을 알렸다. 그는 서울예술대학교 연극과 93학번으로 김수로, 이종혁, 임형준 등의 동기들과 대학로 무대부터 차근차근 시작한 배우다. 그런데 아직도 그를 개그맨으로 아는 사람들이 더 많은 듯하다. 그렇다면 이 기회에 확실히 해야 할 필요가 있다. 조만간 방영을 시작하는 <SNL 코리아> 시즌6에서는 아쉽게도 그를 볼 수 없지만 9월1일 막이 오른 연극 <택시 드리벌> 무대에서 그를 만날 수 있다. 그는 여러 편의 영화 촬영도 겸하고 있다. 연극뿐만 아니라 영화로까지 활동 영역을 확장하고 있는 그는 이때를 기다려왔다는 듯 꽁꽁 숨겨왔던 배우로서의 에너지를 쏟아내고 있는 중이다. 그의 스케줄이 더 바빠지기 전에 서둘러 자리를 마련했다. 그러자 스튜디오로 배우 김민교가 걸어들어왔다.
-어제(9월1일) <택시 드리벌> 첫 공연을 마쳤다. 오랜만에 연극 무대로 복귀했다.
=<SNL 코리아>
[trans × cross] “무대에 올라 연기하는 내가 가장 나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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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젊은이들, 특히나 십대들 편이고 싶으니까.” 마주 앉은 유아인은 해사하게 웃으며 젊음을 지지한다 말한다. 단순히 나이의 많고 적음의 문제는 아닐 것이다. 그는 “튕겨져 나오고 일그러지고 부서질 수 있는 것이야말로 무결한 상태”(<씨네21> 824호)라고 말해왔고 그 무결이 더이상 불가능해졌을 때를 이르러 나이듦이라고 생각해왔으니까. 그러니 세상과 적당히 타협하며 살기를 경계하는 태도야말로 유아인에게는 청춘과 젊음의 이음동의어이리라. 올해 서른이 된 그가 이십대의 마지막 한해를 온전히 쏟아가며 만든 TV드라마 <밀회>(2014), 영화 <베테랑>(2015)과 <사도>(2014)를 세상에 내보이며 되짚었을 생각이기도 하다. “이십대에 대한 미련과 아쉬움이 있지만 그 안에서 얻은 최대치의 행운이 이번 작품들인 것 같다.”
유아인은 자신이 완성하고자 하는 커다란 그림의 퍼즐 앞에 서 있다. 그런 그에게 <밀회>의 선재는 “내가
[유아인] 소년에서 소년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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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의 2014년 필모그래피가 공란으로 비어 있는 게 자못 낯설다. “1년에 1편, 많으면 2년에 3편씩” 일정하진 않아도 꾸준한 템포로 그간 작업을 해왔으니, 의도치 않은 그의 휴지(休止)가 꽤 길게 느껴지는 것도 사실이다. “(<설국열차> <관상> <변호인> 세편의 영화가 개봉한) 2013년이 좀 특별했다. 어쩌다보니 지난해엔 작품이 없었는데. 혹 일부에선 (<변호인> 이후) 외압을 받아서 출연을 못하는 거 아니냐고 하지만 그건 말도 안 되는 얘기고! (웃음)” 송강호는 2014년을 <사도>와 함께 보냈다. 52년간 조선의 왕위를 지킨 장수한 성군이자 아들을 뒤주에 가둬 죽인 모진 아버지 영조를 연기하면서. <사도>는 영조, 사도세자, 정조로 이어지는 3대의 이야기를, 영조가 사도세자를 뒤주에 가둬 죽이는 비극적 사건을 중심에 놓고 풀어낸다. 이준익 감독은 볼거리보다 이야깃거리가 풍성한 사극, 90%가 팩트인 사극
[송강호] 자신감으로 지배하는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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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강호와 유아인이 이준익 감독의 <사도>(개봉 9월16일)로 부자의 연을 맺었다. 연기에서만큼은 빈틈을 허락하지 않는 송강호는 영조가 돼 그의 40여년의 세월을 오가는 삶을 펼쳐냈다. 누구보다 또렷하게 자신의 내면을 들여다볼 줄 아는 유아인은 아버지라는 벗어날 수 없는 숙명 앞에서 발버둥치는 사도세자가 되어왔다. 뒤주에 갇혀 죽음을 맞은 아들 사도와 그런 그를 지켜봤을 아비 영조. 그 거대하고 비극적인 역사 속으로 저벅저벅 걸어들어간 송강호와 유아인 두 배우를 만났다. <사도>로부터 시작된 연기와 배우로서의 삶에 대한 그들 각자의 이야기를 지면에 옮긴다.
[송강호, 유아인] 묵직하게 공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