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떡 벌어진 어깨와 큰 키, 선하고 따뜻한 이미지. 유연석을 규정하는 이런 요소들은 “키다리 아저씨” 혹은 “백마 탄 왕자” 캐릭터에 자연스레 부합된다. <은밀한 유혹>의 성열은 그러한 유연석의 이미지가 중요한 시발점으로 작용하는 캐릭터다. 마카오 카지노 그룹 회장(이경영)의 젊고 유능한 비서인 성열은 빈털터리 신세인 지연(임수정)에게 은밀하게 접근해 위험한 거래를 제안한다. 괴팍한 성격의 회장 마음을 움직여 재산을 상속받은 뒤 그 유산을 절반씩 나눠 갖자는 것. 회장의 마음을 움직이는 것은 지연이지만, 지연의 마음을 흔드는 것은 성열이다. 지연이 덥석 성열의 제안을 받아들이는 데에는 성열의 남자로서의 매력이 크게 작용한다. 그것은 곧 영화가 유연석에게 기대는 지점이기도 하다.
“성열은 매너 있고 젠틀한 반면 치밀함과 냉철함도 갖추고 있는 인물이다. 배우로서 다양한 면모를 보여줄 수 있는 캐릭터여서 욕심이 났다.” 영화의 스포일러를 의식해 한참 말을 고르던 유연석은 성열
[유연석] 로맨스와 미스터리의 경계에 서다
-
“0순위로 캐스팅 제안을 받는다는 것, 배우에겐 매우 짜릿짜릿한 일이다.” 윤재구 감독은 배우 임수정을 생각하며 <은밀한 유혹>의 지연을 써내려갔다고 한다. 지연은, 가족도 친구도 없이 마카오에서 하루벌이 인생을 살다 마카오 카지노 그룹 회장(이경영)과 그의 비서 성열(유연석)을 만나 삶의 행로를 급선회하게 되는 기구한 운명의 여자다. 성열의 계획하에 회장과 결혼을 하고 그의 유산을 상속받지만, 회장의 초호화 요트에 승선한 순간부터 지연의 삶은 그녀의 의지를 벗어난다. 수수한 동시에 우아하고, 여린 듯하지만 강하고, 세속적이지만 로맨틱한 꿈을 꾸는 지연은 임수정을 통해 현실감을 얻는다.
임수정이 지연에게 끌렸던 이유는 그녀가 단순히 신데렐라의 유리구두만 탐하는 여성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처음엔 신데렐라가 되려는 욕망으로 가득한 여자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영화 후반부에 이르면 지연이 주체적으로 자기의 삶을 극복하려고 한다. 그 모습을 보고 ‘이 여자 매력 있다’라고 생
[임수정] 주체적인 신데렐라를 꿈꾸다
-
“영화 경력 10년이 넘는 친구다. 그래서인지 소통하는 데 어려움이 없었다. 틀에 갇혀 있지 않고 많이 열려 있었다.”(임수정)
“소녀적 이미지를 간직한 동안미녀라는 수식어가 늘 따라붙지만, 실제로는 성숙한 여배우로서의 매력과 아우라를 지녔다. 연기할 땐 집중력이 정말 대단했다.”(유연석)
임수정과 유연석이 <은밀한 유혹>으로 만났다. 유연석은 돈은 많지만 성격은 괴팍한 회장의 젊은 비서 성열로, 임수정은 성열의 ‘은밀한 유혹’에 넘어가 돈 많은 회장의 유산을 상속받는 ‘신데렐라’ 지연으로 변신했다. <은밀한 유혹>은 은밀하고 짜릿하게 서로에게 카운터펀치를 날리는 캐릭터들의 공방이 흥미로운 영화다. 하지만 실제 두 배우의 인터뷰 현장은 아름다운 신데렐라와 백마 탄 왕자님이 조우한 듯한 화기애애한 분위기였다. ‘여배우의 아우라’를 잃지 않은 채 인터뷰 내내 두눈을 반짝이던 임수정과 편한 친구처럼 상대를 배려하던 유연석. 이들의 유혹에 넘어가는 건 시간문제
[임수정, 유연석] 은밀하고 짜릿하게
-
디즈니-픽사가 전부가 아니다. 현재 여러 북미 애니메이션 스튜디오들이 자신만의 색깔을 뽐내며 약진 중이다. 그 선두에 일루미네이션이 있다. 일루미네이션은 창립과 함께 제작한 <슈퍼배드>(2010)가 선풍적인 인기를 끌며 안정적으로 입지를 다졌다. 2007년 일루미네이션을 창립한 크리스 멜라단드리 회장은 이미 <아이스 에이지>(2002)를 성공시킨 경험이 있는 실력자다. 공식 마스코트이자 <슈퍼배드>의 또 다른 주인공 미니언즈를 전면에 내세운 스핀오프 <미니언즈>는 일루미네이션의 결정체라 해도 무방하다. <미니언즈> 개봉을 앞두고 한국을 방문한 크리스 멜라단드리 회장에게 성공적인 캐릭터의 비결에 대해 물었다.
-과거 픽사, 드림웍스, 디즈니 3강 구도였을 땐 각 스튜디오의 개성이 확실했지만 지금은 다들 비슷해진 것 같다. 일루미네이션만의 색깔을 정의한다면.
=일루미네이션의 핵심은 아무래도 캐릭터다. 다들 캐릭터가 중요하다고
[flash on] “고전하는 캐릭터일수록 공감의 여지 생긴다”
-
-
영화 <차일드44>는 동명의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다. 이 책은 톰 롭 스미스의 데뷔작으로, ‘맨부커상’ 최종 후보에 오른 것을 포함해 영국추리작가협회에서 수여하는 ‘이언 플레밍 스틸 대거상’을 수상했다. 우크라이나 대기근과 소련의 연쇄살인마 안드레이 치카틸로라는 실제 사건과 인물을 바탕으로 한 <차일드44>에서 사건을 해결하는 주인공 레오의 이야기는 이후 계속 이어져, 이번에 출간된 <차일드44 2: 시크릿 스피치> <차일드44 3: 에이전트6>에서 만날 수 있다. 3부작을 쓴 톰 롭 스미스에게 영화를 어떻게 보았는지 서면으로 물었다.
-<차일드44> 3부작을 쓰게 된 계기는.
=<차일드44>를 쓸 때, 나는 이 소설이 출간될지 알 수 없었다. 제안을 받은 적이 없었고, 출판사나 에이전트도 없었다. 책 출간 계약을 하고 나서야 소련의 역사 속에서 살아가는 레오의 이야기를 해보면 좋겠다는 결정을 할 수 있었
[flash on] 영화와 책 비교해보는 재미가…
-
영화
2015 <세계일주>
2015 <코인라커>
2012 <내가 버린 여름>
2008 <고死: 피의 중간고사>
드라마
2014 <세 번 결혼하는 여자>
2013 <구암 허준>
2012 <대왕의 꿈>
2011 <각시탈>
2010 <드라마스페셜-여름이야기>
2009 <드림>
2009 <찬란한 유산>
2007 <뉴하트>
2007 <연인이여>
2005 <돌아온 싱글>
모든 배우는 주연을 꿈꾼다. 작품 전체를 지배하고 이끌어가고 싶은 욕망은 배우로서 당연하다. 하지만 주연이 되기 위해 연기를 한다면 이야기는 조금 달라진다. 성공 지향적인 태도에 익숙해져 매 순간 본질을 놓치는 것이다. <코인라커>의 주연을 맡은 손여은을 만난 자리에서, 기자 또한 그랬다. ‘무명의 설움을 딛고 10년 만에 영화의 주인공을 차지한 소감’ 따위를
[who are you] 손여은
-
영화
2015 <명량: 회오리 바다를 향하여>
2014 <하드보일드 원더랜드>
2012 <길 위에서>
TV
2007~ EBS <명의>
1989 MBC <우정의 무대>
“세계를 애정하는 마음이 있고, 사랑하는 것이 많아야 다큐멘터리를 만들기 쉽다.” 다큐멘터리 <명량: 회오리 바다를 향하여>의 양희 작가는 본인의 말대로 다방면에 “오지랖이 넓은” 작가다. MBC 예능 작가로 일을 시작하여 EBS <명의> 작가에 이르기까지 방송작가 20여년의 경력에, 이창재 감독의 다큐멘터리 <길 위에서>와 남편인 허욱 감독의 다큐멘터리 <하드보일드 원더랜드>의 작가로 일했다. 한편, 아이 둘과 함께 아프리카 케냐를 다녀온 후 <아이가 말했다 잘 왔다 아프리카>라는 서적도 냈다. 그래서일까. 그녀는 다뤄본 모든 주제에 전문가 버금가는 지식을 갖추고 있었다. 8년간의 <명의> 작업
[STAFF 37.5] 진실을 알리고자 하는 사명감으로
-
<내 생애 가장 아름다운 일주일>(2005),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2008), <내 아내의 모든 것>(2012) 등 민규동 감독의 작품엔 은근한 도발이 있다. 민규동 감독의 7번째 장편영화이자 그의 첫 번째 사극인 <간신>은 도발을 넘어 광기로 점철된 영화다. 연산군 11년, 채홍사로 임명돼 왕에게 조선 팔도 1만명의 여인을 바쳤던 간신 임숭재의 이야기인 <간신>은 소재부터 표현까지, 그 어느 것 하나 만만한 게 없는 작품이다. 만든 이의 각오가 단단히 느껴지는 영화랄까. 제작 과정 역시 험난해 영화를 찍으며 살이 쏙 빠졌다는 민규동 감독을 언론시사회 다음 날 만났다.
-2년 전 <끝과 시작>(2013)으로 인터뷰했을 당시, 차기작으로 무법천지의 해방공간을 배경으로 한 액션 누아르를 준비 중이라 했다. 그런데 7번째 장편은 사극 <간신>이 됐다.
=1949년의 이야기와 1954년의 이야기, 두편
[민규동] 새로운 챕터를 쓰다
-
“연산이 꿈에라도 한번 나와줬으면 싶더라.” 역사 속 가장 악명 높은 폭군, 무수한 영화와 드라마를 통해 레퍼런스가 적지 않은 연산을 연기하면서 김강우의 고민도 적지 않았다. <간신>의 연산은 어머니 폐비 윤씨의 원한을 갚고자 갑자사회를 비롯해 패륜과 광적인 폭정으로 결국 폐위당하는 격동의 역사를 체화해야 하는 캐릭터였다. “이미지적으로 연산의 모습을 만들어야 한다는 생각이 있었다.” 연산의 위엄을 보이고자 평소보다 살을 찌웠고, 눈가에는 붉고 큰 반점을 채색해 혐오스러움을 더했다. 김강우가 참고한 건 사람이 아니라 맹수였다. “사람으로는 약했다. 성난 이리의 표정, 황소들의 격렬한 싸움, 사슴을 먹는 사자, 외롭게 앉아 있는 수사자, 이런 비주얼들을 보면서 연산의 몸짓과 표정을 연구했다.”
인수대비를 죽이고, 한명회를 부관참시하고 반대파들을 숙청하는 등의 사실에 더해 연산의 행각은 더 디테일하고 집요하게 그려진다. 낙마를 하고서 자신을 해하려는 간신들의 표정을 깨닫고
[김강우] 왕의 맛
-
“사극은 기피하게 되더라.” 순간 <나는 왕이로소이다>(2012)의 세자 충녕과 노비 덕칠, 1인2역을 하면서 코믹 연기를 선보인 주지훈이 떠올랐다. 군 제대 복귀작이었으나 흥행 성적이 좋지 않았고 지레 그 후로 사극을 피한 게 아닌가 싶어 재차 물었다. 사극 연기를 경험해 본 것이 어떤 영향을 미쳤던 건지. “흥행 문제와는 좀 다르다. 사극은 힘이 배가 든다. 매 신 일정 궤도에 올라서 가야 하는데, 그 감정을 조율하는 게 쉽지가 않다.” 말이 그렇지 ‘다음 영화 할래?’라는 민규동 감독의 문자 한통에 주지훈은 흔쾌히 긍정의 답변을 보냈다. 따지고 보면 <서양골동양과자점 앤티크>(2008), <키친>(2009), <결혼전야>(2013)까지 함께했으니 주지훈은 수필름과 지금까지 네 작품을 함께한, 수필름의 아이콘이 된 셈이다. “웬걸, 주변 사람들은 ‘수필름의 노예’라고 하더라. (웃음)”
<간신>에서 주지훈은 연산군의 최측근
[주지훈] 긴장과 이완의 묘
-
민규동 감독이 연출한 <간신>은 연산군의 폭정을 그린 또 한편의 영화다. <왕의 남자>(2005)에서 남사당패가 그 고발의 역할을 했다면, 그 혼돈의 시기를 그리기 위해 이번에는 좀더 색다른 인물들이 동원된다. 연산군 11년, 왕에게 전국의 1만 미녀를 바치는 ‘채홍’ 제도가 있던 시절. 기이한 제도에 기생해 왕을 쥐락펴락하려는 간신들이 득실대는 세상이었다. 그 믿을 수 없는 시대로 걸어 들어간 두 배우가 있다. 폭군 연산군과 채홍사로 발탁되어 왕 위에 군림하려 했던 간신 임숭재. 두 남자는 서로를 탐하기도 또 서로에게 등을 돌리기도 하는 미묘한 애증의 관계망으로 얽혀, 극의 중심을 이끌어간다. 광기에 사로잡힌 연산군의 분노와 슬픔을 연기한 김강우, 그리고 왕의 권력을 탐내 스스로 파멸하는 한 남자의 복잡다단한 심정을 체화한 주지훈. 넉달 동안 식단을 조절하며 왕의 풍채를 체화하기 위해 살을 찌웠다는 김강우와 반대로 임숭재의 절박함을 표현하기 위해 살을 빼야 했
[김강우, 주지훈] 파격의 미학
-
이가라시 다이스케의 동명 만화를 영화화한 <리틀 포레스트2: 겨울과 봄>(2015)은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2015)의 속편이다. 시골에서 농사지어 음식을 만들어 먹는 이치코(하시모토 아이)의 일상이 영화의 시작이자 전부다. 그럼에도 이 영화에는 보는 이의 눈보다 먼저 마음을 움직이는 건강한 힘이 있다. 영화는 씨를 뿌려 수확한 작물로 밥을 지어먹는 이치코의 일상과 그 과정에서 자신의 마음의 변화를 들여다보는 이치코를 사려 깊게 그려냄으로써 무자극의 감흥을 만들어낸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를 찾은 모리 준이치 감독을 영화제 기간에 만났다. 인터뷰 내내 순박한 웃음을 잃지 않으며 영화를 회상하던 감독의 인상이 그의 영화와 꽤 닮아 보였다.
-앞서 개봉한 <리틀 포레스트: 여름과 가을>에 이어 사계절을 둘씩 짝지어 영화화했다.
=사계절 각각을 영화로 만들고 싶었는데 영화사에서 관객 동원의 어려움이 있다며 말렸다. 영화의 배경이 된 동북 지
[flash on] 마음을 움직이는 건강한 힘 담다
-
올해 만 19살의 하시모토 아이는 이미 자신만의 고유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 포털사이트에서 하시모토 아이를 검색해보면 영화, 드라마, 광고 등에서 그리고 있는 그녀의 이미지가 떠오른다.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 성숙한 소녀의 이미지. 사진들 속의 하시모토 아이는 대부분 무표정으로 (또는 미소만 살짝 지은 채) 어딘가를 날카롭게 응시하고 있는데, 그 알 수 없는 표정은 사색적인 분위기마저 전달한다. 그녀의 개인 블로그에서는 장난기 넘치는 모습도 볼 수 있지만 적어도 그건 미디어가 지금까지 하시모토 아이에게 바라왔던 이미지는 아니다. 그렇게 그녀는 차분하고 속 깊은 소녀의 모습으로, 어딘지 신비롭기까지 한 분위기를 띤 채 우리 앞에 있다. 여기엔 그녀의 생김새가 차지하는 비중이 크다. 위로 살짝 치켜올라간 눈꼬리에 더해, 이 인상을 좀더 예리하게 만들어주는 얇은 쌍꺼풀. 또한 그녀의 미세하게 굽은 콧등은 날카로운 개성을 심어주는 동시에 전형적인 미인의 이미지와도 어느 정도 거리를 두게
[하시모토 아이] <리틀 포레스트> 시리즈
-
영화
2015 <뷰티 인사이드>
2015 <악의 연대기>
드라마
2015 <킬미 힐미>
2014 <마녀의 연애>
2013~14 <따듯한 말 한마디>
2013 <드라마 페스티벌-잠자는 숲속의 마녀>
2013 <금 나와라 뚝딱!>
2012~13 <패밀리>
2012 <드림하이2>
“데뷔 5년차다. 이제 막 연기의 철학이 생겨나는 과정에 있다.” <킬미 힐미>(2015)에서 다정다감한 쌍둥이 오빠를 연기하고 <마녀의 연애>(2014)에서 19살 차이 엄정화와의 로맨스를 선보였던 박서준은 소년 같은 말간 얼굴로 뭇 여성들의 마음에 불을 지피는 역할을 섭렵해왔다. 그러나 직접 마주한 그는 드라마 속 이미지와 달리 성숙하고 차분해 보이는 인상이었다. 신중하게 말을 골랐고, 내뱉은 말에는 확신이 담겨 있었다. 사회생활에서 5년 차면 대리 직급을 달 정도의 시기이건만, “생각
[who are you] 박서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