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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 진웅 형님 오셨어요?” 맏형 조진웅이 스튜디오로 들어오자 먼저 도착했던 권율, 이제훈, 변요한, 김재영, 최원영, 고성희 등 후배들이 허리를 90도로 굽혀 깍듯이 인사한다. 조진웅은 알겠다는 듯 자리에 앉으라고 손으로 신호를 보냈지만 후배들의 인사가 아주 싫진 않은 모양이다. “11명이 이렇게 한자리에 모인 건 정말 오랜만”이라는 이제훈의 말대로 서로 바빴던 까닭에 자주 만나지 못한 배우들은 서로의 안부부터 묻기 바쁘다. 그 풍경이 마치 동창회 같다. 배우 매니지먼트사 사람엔터테인먼트가 올해로 창립 10주년을 맞았다. <씨네21>은 “한국영화에서 활발하게 활동하고 있고, 앞으로 한국영화가 주목할 소속 배우 11명을 한자리에 모아보는 게 어떤가”라는 사람엔터테인먼트 이소영 대표의 제안을 받아 뜻깊은 자리를 마련했다. 고성희, 권율, 김재영, 변요한, 윤계상, 이제훈, 이하늬, 조진웅, 지우, 최원영, 한예리 등 11명의 배우들에게 공통 질문 10개를 던졌다. 지난 1
연기하는 사람들이 함께 성장해간다는 것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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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우로 전향한 건 아닌가 했다. 근 몇년간 필모그래피의 상당수가 단역 출연이다. 그랬던 안슬기 감독이 장편 <해에게서 소년에게>로 돌아왔다. 데뷔작 <다섯은 너무 많아>(2005)와 <나의 노래는>(2007), <지구에서 사는 법>(2008) 이후 장편 연출로는 6년 만이다. 뜸한 신작 개봉과 더불어 현직 교사(서울방송고등학교)로 재직 중인 까닭에 안슬기 감독은 요즘 또다시 ‘교사 출신 감독’이라는 이야기로 이슈에 오르고 있다. 하지만 정작 놀라운 것은 이번 작품을 통해 보여준 그의 변화다. <해에게서 소년에게>는 형의 병을 고치기 위해 기도원에 빠진 엄마가 자살하고, 아버지는 생활고로 여기저기를 전전하는 동안 버려진 아이 시완이 복수를 마음먹고 찾은 기도원 생활을 그린다. 시완은 이곳에서 결핍을 채워줄 뜻밖의 환대를 얻지만, 부디 이 관계를 대안가족 같은 휴머니즘의 틀로 규정짓지 말아달라는 것이 감독의 당부다. 이 영화에서 소년
[people] 즐겁게 영화 찍던 시절은 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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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5 <내부자들>
2014 <관능의 법칙>
2012 <원더풀 라디오>
2011 <최종병기 활> <마마>
드라마
2014 <비밀의 문> <기황후>
2013 <결혼의 여신> <특수사건 전담반: TEN2> <구가의 서> <구암 허준> <돈의 화신> <마의>
<감자별> <별에서 온 그대> <잘 키운 딸 하나> <메디컬 탑팀>
2012 <닥터 진>
2011 <무사 백동수>
2010 <산부인과>
연극
2012 <연애가중계>
2011 <충주시대> <오셀로> <뮤지컬 햄릿>
2010 <파티컬 클럽 십이야> <삼월이 오면>
2008 <룸넘버 13> <와인할매>
2007 <두근두근&g
[who are you] 공들여 만든 단단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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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5 <그놈이다> <명량>
2014 <나를 잊지 말아요>
2014 <킬러 앞에 노인>(단편)
2013 <친구2> 로케이션 담당
드라마
2015 <홍프로젝트>
윤준형 감독의 <그놈이다>는 1960~70년대 한국영화 속 공간처럼 고전미와 현대미가 이상하게 뒤섞인 배경 공간이 눈길을 사로잡는다. 억울하게 죽은 동생의 복수를 다짐한 장우(주원)의 분노와 정체 모를 살인마의 광기가 뒤섞이는 어느 부둣가 마을이 영화의 주요 배경이다. 마을의 온갖 궂은일을 도맡아하는 남매 장우와 은지(류혜영)가 거주하는 독특한 복층 구조의 집과 재개발을 앞둔 해안가 마을의 을씨년스러운 배경만으로도 스릴러 장르로서 <그놈이다>의 시작은 남다르다. 로케이션 헌팅을 전담했던 이재덕 제작부장에게 윤준형 감독과 미술팀이 원했던 배경 건물의 컨셉은 “2층 구조로 높은 곳”이었다. 영화 전체의 인상과 스토리를 좌우하는 결정
[STAFF 37.5] 영화가 원하는 장소라면 어디든 찾아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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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민호 감독은 스스로에게 정직하고, 무엇보다 부지런한 감독이다. 유괴된 딸을 찾는 아버지의 이야기를 다룬 <파괴된 사나이>로 2010년 데뷔한 그는 불과 2년 뒤 2012년 생계형 남파 간첩들의 이야기를 다룬 <간첩>을 선보였고 2015년 11월, 범죄 스릴러 <내부자들>로 돌아왔다. 다소 아쉬움을 남겼던 전작들에 대한 평가와 달리 <내부자들>은 평론가 및 기자들 사이에서 여태까지 그의 작품 중 가장 뛰어나다는 평을 듣고 있다. <내부자들>은 그가 “영화 만드는 태도를 완전히 달리한 작품”이자 “탄탄한 원작, 뛰어난 배우들과 스탭진으로 무장해 긴밀한 소통으로 탄생시켜냈다”라고 자부하는 작품이기도 하다. 그는 윤태호 작가의 웹툰 원작 <내부자들>에서 정•재계, 언론간의 유착과 비리에 대한 설정을 가져오되 비리 세력에 당한 뒤 복수를 계획하는 조연이었던 ‘깡패’ 안상구를 주인공으로 부각시키며 영화의 ‘훅’을 만들었다. 그
[우민호] “현실을 후려치는 최강의 통쾌함을 즐겨주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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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복사기 정성호가 올해에만 추사랑, 김영만, 양현석도 모자라 버벌진트와 최시원까지 판박이처럼 따라하자, 인터넷이 들썩이기 시작했다. 당대 성대모사의 최고봉이라 할 수 있는 그는 <SNL 코리아>의 터줏대감으로서, 여타의 코미디 프로그램이 굴곡진 시청률 그래프로 어려움을 겪는 와중에도 끊임없이 화제를 불러일으키고 있다. 지금 당장 TV를 켜 가장 웃긴 사람이 누구일지 투표하면 베스트 3위 안에는 충분히 들 자격이 있는 개그맨. 이제는 누구나 할 수 있는 성대모사를 누구도 따라할 수 없는 성대모사로 승화시키는 정성호에게 그 비법을 물었다. 그는 인터뷰 내내 20명이 넘는 연예인들의 성대모사를 라이브로 들려주었다.
-‘정성호 성대모사 레전드’란 제목의 영상이 조회수 300만건에 다다를 정도로 SNS에서 화제가 됐다. 지난 몇년간 많은 활약을 했지만 올해 가장 에너지가 넘쳐 보인다.
=<나는 가수다>를 패러디한 코미디 코너 <나도 가수다> 때 임재범
[trans × cross] 천의 얼굴 정성호가 들려주는 음성복사기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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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번을 거절했다.” <내부자들>에서 검사 우장훈 역의 출연 제의를 받고 조승우는 거듭 고사했다고 한다. 검사 역도, 경상도 방언도, 또 백윤식, 이병헌과 같은 연기 잘하는 배우들 사이에서 위치하는 것도 영 마음이 편치 않았다. “우민호 감독님이 어디가 마음에 안 드냐며 계속 시나리오를 고쳐 오시더라. 주변 사람들도 왜 이 영화 안 하냐고 연락이 많이 오고….” 늘 빨리 결정하고 단호하게 의사를 밝히는 조승우의 평소 스타일대로라면 <내부자들>은 이상하게 끈질긴 인연이 된 작품이었다. “생각해보니 그전에도 이런 경험이 있더라. 영화 <말아톤>(2005)과 뮤지컬 <지킬 앤 하이드> 때가 딱 이랬다. ‘내 능력 밖이야, 절대 이거 못해’라고 했는데, 하게 된 작품들이었다.” <말아톤>은 <타짜>(2006)와 함께 조승우의 최고 흥행작 중 하나, 그리고 <지킬 앤 하이드>는 그를 당대 최고의 뮤지컬 배우로 각인시켜
[조승우] 고도의 ‘숨은’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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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 대한민국에 아직 그런 달달한 게 남아 있긴 하나?” 세상의 밑바닥을 거치며 닳고 닳은 ‘정치 깡패’ 안상구가 정의를 명분 삼는 우장훈 검사(조승우)에게 하는 말이다. 십년 전, <달콤한 인생>에서 “나한테 왜 그랬어요?”라고 묻던 그의 위태로운 소년 같은 얼굴을 기억한다. 복수의 대상을 마주하는 순간, 가장 순수하고 절실한 눈을 했던 외골수 ‘선우’가 세상을 알고 세속적인 인간이 됐다면 이런 모습일까. 십년이 지난 지금, 이병헌은 <내부자들>에서 이 세상에 ‘달콤함’ 따위는 진작 없다는 걸 안 안상구 역으로 돌아왔다. 구성지게 내뱉는 전라도 사투리와 차진 욕, 더 말랐지만 독기어린 혈색이 도는 얼굴로 말이다. 정•재계와 언론 간 유착으로 이루어진 기득권의 하수인 노릇을 하던 안상구는 비자금 파일을 빼내려다 처절한 응징을 당하고, 복수를 계획한다.
이병헌은 안상구를 “약 20년간의 일대기를 통해 한때 조폭으로 최고의 지위를 누리다 나락으로 떨어지고,
[이병헌] 우직하게, 또 영민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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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헤이, 아직도 해요?” “난 원래 말이 많잖니.” 먼저 인터뷰를 끝낸 조승우가 방 안으로 불쑥 고개를 들이밀자, 이병헌이 바로 맞받아친다. <내부자들>로 처음 만난 사이인데, 몇년은 알아온 선후배처럼 친근하다. 조승우는 “(이)병헌 형의 연기 중 최고였다”고 상찬했고 이병헌은 “너무 여우같이 잘해서 웃음이 나더라”라고 말한다. 든든한 두 배우가 출연하는 <내부자들>은 정•재계와 언론간의 비리를 깡패 안상구(이병헌)와 검사 우장훈(조승우)이 파헤치는 범죄 드라마로, 여태까지 보여주지 않은 그들의 새로운 모습을 포착하는 영화다. “이런 장르에 출연하지 않은 배우들을 등장시켜 의외성을 주고 싶었다. 결과적으로 성공”이라는 우민호 감독의 의도를 백분 헤아릴 수 있었던 시간들을 전한다.
[이병헌, 조승우] 스크린 가득 채워진 존재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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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프리카 스틴은 대표적인 덴마크 여배우 중 한명이다. 오덴세극장 연극아카데미를 졸업하며 연기를 시작했고, 라스 폰 트리에와 토마스 빈터베르그가 주도한 도그마95 선언의 유일한 배우 멤버로 <셀레브레이션>(1998), <백치들>(1998), <미후네>(1999)에 출연했다. 이후 꾸준한 활동으로 덴마크영화계의 주요 인물로 자리매김했으며 <그날 이후>(2004), <당신의 허락을 얻어>(2007) 등 두편의 영화를 연출했다. <사일런트 하트>로는 제62회 산세바스티안국제영화제 여우주연상을 수상했다. “평소 존경해왔던” 빌 어거스트 감독과의 협업은 어땠는지 파프리카 스틴에게 서면으로 몇 가지 질문을 던졌다.
-<사일런트 하트>에 출연하게 된 계기는 뭔가. 시나리오를 보고 어떤 생각을 했나.
=첫 번째 이유는 물론 빌 어거스트 감독 때문이다. 나는 언제나 그와 그의 영화를 존경해왔다. 그리고 그는 덴마크영화계
[people] 신뢰의 이야기, 신뢰의 연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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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작 <리스본행 야간열차>(2014)에서 빌 어거스트 감독은 그레고리우스(제레미 아이언스)의 여정 자체를 영화화한 바 있다. 신작 <사일런트 하트>는 루게릭병에 걸린 엄마 에스더가 자발적인 죽음을 선택한 뒤 가족들 사이에 생기는 관계의 변화를 그린다. 감독이 들여다보아야 할 지점은 더욱 내밀해졌으나 그는 에스더의 내면에 함부로 카메라를 들이밀지 않는다. 대신 그는 에스더가 보고 있는 광경, 딸들이 주고받는 대화, 새로운 인물들끼리 서로를 알아가는 과정을 살핀다. 이들 가족이 세계로부터 외따로 떨어져 있는 것처럼 느껴지는 데엔 덴마크 케르테민데의 핀섬 풍광이 큰 몫을 한다. 신작을 촬영하느라 바쁜 그의 시간을 잠시 붙들고 <사일런트 하트>의 제작 비하인드를 듣고자 서면 인터뷰를 청했다.
-존엄사를 소재로 했다. 결말을 포함해 전체적인 스토리라인을 만들 때 무엇을 고려했나.
=나는 안락사를 개인의 존엄과 연관된 문제라 느꼈다. 안락사는 덴마크에서도
[people] 죽음에 관한 사유는 관객의 몫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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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당신의 세상은 지금 몇시?>(2014)
<봉인된 비밀>(2013)
<레일라를 만나며>(2012)
<라스트 스텝>(2012)
<오렌지 슈트>(2012)
<씨민과 나데르의 별거>(2011)
<펠리시티 랜드>(2011)
<시린>(2008)
<고독한 밤>(2007)
<먼 나라 여인의 초상>(2005)
<계절의 샐러드>(2005)
<쓰레기의 시>(2005)
<버려진 정거장>(2002)
<물과 불>(2001)
<달콤한 잼>(2001)
<믹스>(2000)
<영국가방>(2000)
<세이다>(1998)
<레일라>(1996)
히잡을 패션으로 승화시키는 여인, 살아 있는 잉그리드 버그먼, 이란의 보석, 우아함과 기품을 어깨에 두른 여인. 레일라 하타미를 표현하는 대부분의 말들은 그녀의 기품
[레일라 하타미] 한폭의 그림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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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6 <테렌스 맬릭 프로젝트>(가제)
2015 <5 to 7>
2012 <007 스카이폴>
2011 <해피니즈 네버 컴즈 얼론>
여배우에게 007 시리즈 본드걸은 매력적인 독배다. 누구나 한번쯤은 탐낼 만한 역할이지만 화려한 만큼 단 한번의 날갯짓으로 끝나버린 경우도 적지 않기 때문이다. 1979년생 베레니스 말로에에게 기회가 찾아왔을 때 그녀는 조금 다르게 생각했다고 한다. 본드걸이란 역할을 따내고 싶은 것이 아니라 제임스 본드 영화에 참여하고 싶은 것이고, 스타덤에 오르고 싶은 것이 아니라 그 독특한 세계의 일부가 되고 싶은 것이라고. 베레니스 멜로에는 자신이 가진 장기를 활용하는 것을 주저하지 않고 ‘논리적으로’ 본드걸 역할에 도전했다. 3년이 지난 지금 그 선택이 옳았음이 새삼 증명됐다. 신작 <5 to 7>에서 말로에는 한층 완숙한 팜므파탈이 되어 돌아왔다. 짧지 않은 모델 경력과 프랑스 TV드라마에 출연한
[who are you] 본연의 자신감이 만드는 당당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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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란기 대표는 이탈리아예술영화제(이하 IFAF), 1인출판사 본북스, 한국과 이탈리아의 문화 교류 통로로 기능하고자 설립한 단체 이탈치네마의 대표다. 이탈리아영화를 국내에 소개하는 일에 주력하고 있지만, 이탈리아 문화예술전도사라 불러도 손색없을 만큼 빠듯하게 업무를 소화하고 있다. IFAF의 경우, 프로그래밍•상영•전시•홍보 제반의 일들을 지난 7년간 후원에 의존하지 않고 혼자서 꾸려왔다. “이탈리아 영화인 친구들의 도움을 많이 받았다”고는 하지만 네트워크 형성 역시 정란기 대표의 능력이라면 능력이다. ‘드라마 인 코미디’라는 주제로 열린 올해 IFAF는 4월16~19일, 10월22일~11월2일, 상반기와 하반기 두번에 걸쳐 열렸다. 이탈리아 단편영화 상영으로 시작한 첫 회 IFAF는 2회 때부터 영화 상영과 이탈리아영화 사진 전시를 병행하는 ‘영화예술제’로서의 면모를 갖췄다. “매년 영화제가 끝나면 이 미친 짓을 내가 왜 하고 있나 싶다”면서도 “이탈리아 단편영화를 보러오는 마니아
[STAFF 37.5] 작지만 알차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