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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현진과 방준석, 이들이 듀오 프로젝트 ‘방백’(bahngbek)이란 이름으로 12월 초 앨범을 발매한다. 백현진은 페이스북에 ‘여러분의 관심이 특별히 없더라도 앨범은 발매되오니 이 점 널리 양해를 구한다’는, 역시나 백현진다운 까탈스러운 포스팅으로 이 소식을 전했다. 홍대 제비다방에서 열렸던 공연의 유튜브 영상을 하염없이 리플레이하던 이들은, 둘이 함께 부른 <학수고대했던 날>의 가사만큼 눈이 빠지도록 이 소식을 기다려왔을 터. 내년 1월3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리는 앨범 발매 기념 공연 <너의 손>도 예매창이 열리자마자 호응이 뜨겁다. 90년대 중반 방준석이 ‘유앤미 블루’ 활동을 하던 시절부터 친분을 쌓았으니 둘은 벌써 20년 지기다. 듀오를 결성한 건 처음이지만 둘은 뮤지션으로 함께한 세월만큼이나 서로 곁에 두고 말이 통하는 친구이기도 하다. 음악 작업뿐 아니라 미술, 영화계를 오가며 전방위 활동을 펼치고 있는 백현진은 지난해 어어부 프로젝트 4
[백현진, 방준석] “어른이라는 단어에 대해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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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지는 맨날 웃는다’, 나에 대한 사람들의 가장 큰 오해다. (웃음)” 실제로 웃음이 많은 편이고, 그래서 곧잘 제 주변을 환하게 만드는 배수지이지만, 스물둘 또래의 친구들처럼 그녀도 다양한 감정을 품고 산다. 하지만 타고난 근성과 긍정의 기운은 숨길 수가 없다. 인터뷰 당일에도, 감기에 심하게 걸려 기침을 해대면서도 피로한 티는 내지 않는다. 코를 찡긋거리고 웃으며 “힘을 내야지”라고 말할 뿐이다. “밝고, 당차고, 독하다. 그런데 당차고 독한 모습을 장식적으로 내비치지 않는다.” <도리화가>의 이종필 감독이 표현한 수지의 캐릭터는 곧장 진채선의 모습과 포개진다. <도리화가>는 신재효의 제자 진채선이 조선 최초의 여류 소리꾼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판소리 가락에 실어 펼쳐놓는다. 진채선은 여자는 판소리를 할 수 없었던 시대, 금기에 맞서 제 꿈을 이룬 깨어 있는 여성이었다.
<건축학개론>(2012) 이후 두 번째 영화에 출연하기까지 신중을 기하는
[배수지] 깡, 독기, 끈질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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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기를 알고 소리를 내야지 모르고 내면 안 된다.” 조선시대 판소리 학당 동리정사에서 수많은 명창들을 키워내던 동리 신재효는 판소리의 자세를 이렇게 말한다. 류승룡은 신재효를 연기하면서 자신도 연기의 기본을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고 한다. “시나리오를 보면서 판소리의 수칙을 읽어가는데 그 가르침이 연기를 할 때와 똑같더라. 내 연기 스승님들이 생각나고, 연기를 배우던 시절도 떠오르더라.” 수양딸 송화(오정해)에게 약을 먹여서라도 판소리의 맥을 이어가려던 <서편제>(1993)의 유봉(김명곤)이 극한의 방식으로 치달았다면, 조선 최초의 여류 소리꾼 진채선(배수지)과 그를 길러낸 신재효의 방식은 지금으로 따지자면 합이 잘 맞는 멘토와 멘티에 가깝다. 단 이 과정에는 7살 때부터 사서삼경을 다 읽고 입신양명을 꿈꿨지만, ‘천한 중인배’의 신분으로 꿈을 이루지 못했던 신재효의 울분과, 여성의 신분으로 언감생심 소리꾼이 될 꿈을 꾸지 못했던 진채선의 열망이 함께 응집되어 있다. 진
[류승룡] 확신, 소신, 평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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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승룡은 시종일관 장난이 끊이질 않는다. 바닥에 엎드린 배수지의 깜찍한 포즈를 유심히 보고서는, 카메라 슛이 들어가자마자 고대로 따라한다. 자리에 앉으려는 배수지의 의자를 흔들어 깜짝 놀라게 하는 것도 서슴지 않는다. 커버 촬영을 하는 내내 웃음을 유발하려는 그의 시도가 멈추질 않는데, 배수지는 이런 류승룡의 장난에 조금은 익숙해진 눈치다. “아무리 노력해도 멈출 수 없다”는 것이 그의 변명인데, 덕분에 지독한 감기로 힘든 배수지는 잠깐이나마 기운을 얻고, 스탭들 역시 웃음을 선물받는다. <도리화가>의 촬영현장은 오늘의 이 분위기와 연결해봐도 크게 다르지 않았다고 한다. 두 배우는, 촬영은 고됐지만 합이 잘 맞은 덕에 100%가 아닌 120% 즐거웠던 현장으로 <도리화가>를 기억한다.
<도리화가>는 조선 후기 판소리를 집대성한 당대 최고의 판소리 대가 신재효, 그리고 남자만이 소리를 할 수 있었던 당시의 금기를 깨고 최초의 여류 소리꾼이 된 진채
[류승룡, 배수지] 복숭아꽃 자두꽃처럼 아름다운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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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회 서울힙합영화제 상영작 <프리스타일: 아트 오브 라임>(Freestyle: The Art of Rhyme)은 케빈 피츠제럴드의 2000년 작품이다. 힙합문화의 한 부분이자 랩의 발화방식 중 하나인 ‘프리스타일랩’을 다룬 다큐멘터리 필름이다. 이 영화는 프리스타일랩의 구술적 전통을 흑인 사회의 관습에서 찾는 한편 ‘재즈 솔로’와 프리스타일랩의 유사성을 소개하기도 한다. 또한 당대의 대표적인 프리스타일 래퍼들이 등장해 자신의 철학을 들려주고 있으며, 생생한 길거리 프리스타일랩의 현장도 다수 담겨 있다. 프리스타일랩이 ‘순발력’과 ‘창의력’을 동반한 고도의 예술 행위라는 사실을 증명해주는 작품이다.
-‘프리스타일랩’(즉흥랩)이라는 힙합 요소에 대해 다큐를 찍게 된 계기는 무엇인가.
=사랑. 이 말로 모든 게 표현된다. 내 인종과 내 동네에 대한 사랑. 나는 MTV나 유튜브에서 볼 수 없었던 음악의 진실된 면을 보여주고 싶었다. 예전 고전들이 어떻게 음악을 만들어냈는
[people] 언더그라운드에 대한 사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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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신인감독이 또 있을까. 제4회 스웨덴영화제 개막작 <스톡홀름 스토리>(2013)를 연출한 카린 팔리엔 감독은 영화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을 시작해 의상감독, 세트 디자이너, 캐스팅 디렉터, 시나리오작가, 조감독까지 거친 일당백의 영화인이다. 스웨덴에서 태어나 영화 프로듀서였던 어머니를 따라 13살 때 영국 케임브리지로 이주한 뒤 앵글리아 러스킨 대학에서 예술을 전공했고, 이후 스톡홀름 드라마 인스티튜트에서 영화, 연극분장, 특수효과를 공부했다. 15년간 영화 메이크업 아티스트로 일했고, 48살 때 <스톡홀름 스토리>로 장편 데뷔했다. <스톡홀름 스토리>는 어떤 결핍을 가진 다섯명의 주인공이 교묘하게 교차하는 이야기다. 최근엔 스웨덴 공영방송국 <SVT>의 TV시리즈 <보너스패밀리>의 10개 에피소드 중에서 3편을 연출했다.
-다섯 주인공은 서로 교차점을 찾고 있다. 그들의 모습은 지금의 스톡홀름에서 보편적으로 볼 수 있는
[people] 서로 가까이 있어도 외로운 까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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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은 사제들>은 장재현 감독의 단편 <12번째 보조사제>를 발전시킨 이야기다. <12번째 보조사제>는 2014년 제15회 전주국제영화제 한국단편경쟁부문 감독상, 제13회 미쟝센단편영화제 절대악몽부문 최우수작품상을 수상하며 구마(驅魔) 의식이라는 낯선 소재를 흥미롭게 풀어냈다는 평을 받았다. 두명의 신부가 부마자의 몸속 악령을 퇴치하는 이야기인 <검은 사제들> 역시 밀도 높게 스릴과 공포를 쌓아나간다. 강동원과 김윤석이라는 두 배우의 이름과 연기에 먼저 눈이 가지만 영화 자체가 선사하는 쾌감 역시 만만치 않다. 탄탄하고 과감한 연출력을 선보인 장재현 감독은 올해의 신인감독으로 손꼽기에 손색없어 보인다. 한국 상업영화의 장르와 소재의 지평을 넓혀줄 영화 <검은 사제들>이 어떻게 탄생했는지, 장재현 감독에게 들었다.
-단편 <12번째 보조사제>가 지난해 여러 영화제에서 수상했고 그 뒤 1년여 만에 장편으로 완성했다. 놀
[people] 버디 무비의 플롯으로 두 신부의 관계를 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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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장편
2014 <들꽃>
단편
2013 <황찡과 마부>
2013 <아빠의 맛>
2012 <밤이 밤을 밝히었다>
2012 <작은 방>
뮤직비디오
동방신기 <Rise As One>
엑소 X <스타워즈> 콜라보레이션 <라이트 세이버>(가제)
“전쟁 사진가라고 생각해달라. <들꽃>의 이야기가 전쟁과도 같으니까.” 박석영 감독은 이성은 촬영감독에게 <들꽃>의 카메라가 견지해야 할 태도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고 한다. <들꽃>은 가출해 거리에서 살아가는 청소년들의 이야기다. 위험이 도사리는 도시에서 사람의 온기와 안정된 공간을 찾는 아이들의 삶은 그 자체로 전쟁이다. “카메라가 인물들로부터 떨어져 있기보다는 인물들 옆에서 그들의 고통을 함께 견디자, 는 이야기를 감독님과 많이 나눴다. 찍는 사람의 태도의 문제이기도 하다.”
영화에서 카메라는 종종 격하게 흔들
[STAFF 37.5] ‘나는 왜 여기서 이 장면을 찍고 있는가’ 자문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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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상상력이 매번 새롭게 태어날 수 있는 건, 이야기를 다루는 감독의 손끝마다 각기 다른 색깔이 묻어 있기 때문이다. 부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2015(이하 BIAF2015)의 개막작으로 초청된 <에이프릴과 조작된 세계>는 스팀펑크 장르의 정수를 보여주는 우아한 작품이다. 증기기관이 세상을 지배하는 대체역사를 주 무대로 하는 스팀펑크는 <스팀보이>(2003), <하울의 움직이는 성>(2004) 등 주로 일본 애니메이션이나 할리우드영화를 통해 친숙해졌다. 하지만 마음만 먹는다면 쥘 베른의 <해저 2만리>까지 거슬러 올라갈 수 있을 만큼 유서 깊은, 이 오래된 상상력의 매력은 아무래도 아날로그적인 정서를 얼마나 제대로 구현할 수 있을지에 달렸다고 하겠다. <에이프릴과 조작된 세계>는 과학자들이 사라진 1940년대 프랑스가 배경이다. 어느 날부터 전세계 과학자들이 하나둘 사라진 후 증기기관을 중심으로 발전한 세계를 그린 자크 타르디의
[크리스티앙 데마르, 마크 주셋] “애니메이션의 영감, 많은 실사영화와 예술작품에서도 얻을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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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2015 <북쪽에서 온 여행자> <무수단> <그놈이다> <성난 변호사> <베테랑>
2014 <맨홀> <우는 남자>
2013 <끝까지 간다> <용의자> <소원> <관상> <스파이> <소녀>
2012 <간첩>
2011 <러브픽션> <고지전> <화이트: 저주의 멜로디>
단편영화
2015 <병구>
2014 <잭보이>
2013 <모텔 아쿠아리움> <AM5:14> <더티혜리>
2012 <신입사원> <여행자>
연극
2015 <트루웨스트>
2012∼14 <햄릿: The Actor>
2012 <쥐덫>
2011 <예쁘고 외로운 여자와 밤을> <맥베스>
2010 <키스 미, 케이
[who are you] 이유 있는 허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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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린 떨어질 것을 알면서도/ 더 높은 곳으로만 날았지/ 처음 보는 세상은 너무/ 아름답고 슬펐지.”(<날개> 중에서) 2000년대 중반, 음악팬들은 애처로울 정도로 아름다운 이 노래를 기억할 것이다. 《비선형》과 《이상한 계절》 두장의 앨범으로 한국대중음악상 신인상과 한국대중음악상 최우수 모던록 음반상을 거머쥔 밴드, 못(Mot, 이하 못)이 돌아왔다. 연못의 못을 뜻하는 이름처럼 깊은 사운드, 그리고 시적인 가사가 만나 ‘못스러움’이라는 하나의 장르를 만들어낸 그들이다. 기타리스트 지이의 탈퇴와 함께 못은 2008년 활동을 중단했고, 보컬 이이언은 솔로로 활동해왔다. 7년간의 긴 공백을 깬 이번 귀환은 새 멤버들과 함께한다. 이이언을 중심으로, 그의 솔로앨범 세션 연주자였던 조남열(드럼), 이하윤(건반), 송인섭(베이스), 유웅렬(기타)이 정규 멤버로 가세해 5인조의 풀 밴드 체제를 갖춘 것. 지난 10월17일 5인조 체제로 처음 선보이는 신곡 <먹구름을 향해 달
[trans × cross] “못(Mot)이라는 정체성을 지키되 확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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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가을 모기가 기승이던 시월 중순, 강동원의 주변을 맴돌던 모기가 그의 오른뺨을 물었다. “아, 물렸다”라며 오른뺨을 긁적이는 강동원의 모습이 그렇게 비현실적일 수 없었다. 조막만 한 얼굴을 꽉 채운, 선이 고운 이목구비. 굽 높은 힐을 신어 10등신 비율을 완성한 스타가 허공으로 손을 날려 모기를 잡다니. 강동원을 수식하는 ‘완벽’이란 단어에 숨통을 틔워주는 재미난 사건을 목격한 것 같았다. 실제로 강동원은 매사에 완벽을 기하는 사람이다. “나와 관계된 모든 일을 꼼꼼하게 체크한다”는 그는 <검은 사제들>의 예고편이 처음 공개된 날, 그 아래 달린 댓글들을 살피며 영화가 사람들에게 어떻게 받아들여지는지 초기 반응을 모니터링했다고 한다. “왜 주문을 하고 난리냐, 오그라든다, 그런 반응도 있더라. (웃음) 그런데 주문이 아니고 기도문이다, 기도문! 영화에 대한 정보가 잘못 해석될 수 있는 여지가 있을까봐, 언제부턴가 댓글을 꼼꼼히 챙겨본다.”
<검은 사제들>
[강동원] 깊이와 디테일의 승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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믿고 행하라. 김윤석이 김범신 신부를 연기하는 동안 속에 품었던 단 하나의 말이다. <검은 사제들>의 김 신부는 그야말로 곧은 성직자, 모든 고난을 묵묵히 감내하고 신의 길을 가는 남자다. 영화가 시작할 때부터 김 신부는 이미 오롯하게 완성돼 있다. 모든 것을 알고 있고, 모두에게 등 돌렸으며, 모든 것을 신께 바칠 준비가 된 사람이다. 그 완고한 태도가 범인들로 하여금 종종 그를 향한 오해와 불신을 불러일으키게도 하지만 정작 김 신부 본인은 신경조차 쓰지 않는다. 거기다 악령을 쫓는 신부라니. 누구라도 쉬이 선택할 수 없었을 역할이다. 김윤석이 김 신부에게 깃들게 된 것은 일종의 “목마름” 때문이었다. “악역이든 아니든 상관없다. 아니, 악역이라 더 개성 있다고 느껴지는 것일 수도 있겠다. 캐릭터와 서사에 밀도를 채워넣고 싶은 욕망이 내게 있었다. 자기가 맡은 일에 목숨을 걸고 스스로 파멸하는 자들에게 매력을 느낀다. 김 신부가 도중에 최 부제에게 그러잖나. ‘아무도 몰
[김윤석] 집행자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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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윤석과 강동원이 <전우치> 이후 6년 만에 검은 사제복을 입고 만났다. 이 세상의 어둠을 겪을 대로 겪은 김 신부(김윤석)와 그의 눈엔 아직 새파랗게 어린 핏덩이일 뿐인 신학생 최 부제(강동원)는, 소녀의 몸에 꼭꼭 숨어 있는 악(惡)과 대면한다. 파멸을 각오하고서 악령과 대결하는 <검은 사제들>의 두 인물은 집요하고 대담하게 구마예식에 매달리는데, 그 모습이 캐릭터를 마주한 두 배우의 태도와 꽤 닮아 보인다. 연기에 있어서만큼은 그 누구에게도 뒤지지 않을 정도로 집요하고 대담한 김윤석과 강동원. 두 배우의 카리스마는 <검은 사제들>을 더욱 밀도 있는 영화로 완성시켰다.
[김윤석, 강동원] 집요하고 대담하게 캐릭터와 마주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