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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국 이래 최고 게이트’를 준비했건만 현실이 선수쳤다. 하지만 현실의 기시감이 드는 대사와 상황들, 결국엔 정의가 승리하는 권선징악의 드라마에서 관객은 또 다른 카타르시스를 느낄 것이다. 조의석 감독의 <마스터>는 다단계 사업으로 수조원대 사기를 친 사기꾼 조희팔의 이야기에 영감을 얻어 시작된 프로젝트다. 희대의 사기꾼 진 회장(이병헌)과 그를 쫓는 지능범죄수사팀 형사 김재명(강동원), 둘 사이를 오가며 자기 살길을 모색하는 박장군(김우빈)이 서로를 속고 속이고, 쫓고 쫓는 이야기. 데뷔작 <일단 뛰어>(2002)와 <조용한 세상>(2006) 이후 <감시자들>(2013)을 선보였던 조의석 감독은 <마스터>에 이르러 자신의 영화적 색깔을 분명히 찾은듯 보인다. 본인은 “15세 관람가 권선징악 영화”를 만드는 감독이라고 했지만, ‘현실에 촉수를 댄 오락영화’는 앞으로 조의석표 영화의 인장이 될 것이다. <마스터> 개봉 하
[씨네 인터뷰] "현실이 더 극적이더라도 영화는 제 갈 길을 간다" - <마스터> 조의석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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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니엘르 톰슨은 우리에겐 <라 붐>(1980), <여왕 마고>(1994)의 각본가로 더 친숙하다. 선 굵은 드라마부터 하이틴 장르까지 다양한 장르를 거친 이야기꾼이지만 감독 다니엘르 톰슨이 17년간 주력해온 장르는 코미디였다. 다니엘르 톰슨 감독의 신작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은 다시금 인물과 드라마에 초점을 맞춘다. 밀도 높은 심리묘사를 보노라면 애초에 이쪽이 더 익숙했던 옷이 아니었나 싶을 정도다. 프렌치 시네마 투어 2016을 위해 내한한 다니엘르 톰슨 감독을 만났다. 차분한 목소리로 당시 상황을 재현하는 감독의 설명은 그것만으로도 한편의 영화 같았다.
-15년 전부터 구상한 소재라고 들었다. 연출을 결심한 계기가 있나.
=15년 전 세잔과 졸라에 대한 짧은 기사를 읽은 적이 있다. 그때 두 예술가 사이의 균열에 대해 알았고 흥미롭다고 생각했다. 당시엔 두 사람에 대해 잘 몰랐고 영화화까지는 생각지 않았다. 안타깝지만 전작 <포옹
[people] <나의 위대한 친구, 세잔> 다니엘르 톰슨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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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주 주말, 노래를 부르기 위해 종로로 가는 이들이 있다. 2003년 한국에서 처음으로 만들어진 게이 합창단 ‘G-Voice’(이하 지보이스)의 단원들이다. 한국게이인권운동단체 친구사이의 소모임으로 시작한 지보이스가 정식 합창단으로 활동한 지 벌써 13년째. 2013년, 지보이스는 창단 10주년을 기념하며 공연을 준비했다. 이동하 감독의 데뷔작 <위켄즈>(개봉 12월22일)는 이 공연의 준비부터 피날레까지를 담은 다큐멘터리다. <위켄즈>는 제66회 베를린국제영화제 파노라마 다큐멘터리 부문에 초청돼 한국영화로는 처음으로 관객상을 수상했다.
-지보이스 창단 10주년 기념 공연을 영화화까지 하게 됐다.
=전부터 지보이스 공연을 꾸준히 영상으로 기록해왔다. 지보이스의 이야기를 단원들끼리만 보고 끝내는 게 아쉬웠다. 지보이스를 관두는 이들도 생겼고, 죽음으로 단원들 곁을 떠나간 이도 있었다. 더 늦기 전에 지보이스를 제대로 기록해두고 싶었다. 단원들도 ‘아무도 하지
[people] <위켄즈> 이동하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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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명 장수이, 자칭 스컬리. 맞다. 미국 드라마 <X파일>의 그 스컬리다. 월담 전문, 학교생활 틈틈이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병행함. 특이사항, 외계 세계와의 접촉이 가능할지도 모른다며 ‘수상한’ 과학책들을 수시로 봄. 꿈 많고 하고 싶은 것 많은 발랄한 소녀. <사랑하기 때문에>의 고등학생 장수이에 대한 간단한 프로필이다. 김유정은 자신과 또래인 스컬리가 자꾸만 궁금해졌다. “스컬리? 이름 한번 특이하지 않나. 내가 <X파일>을 보고 자란 세대가 아니라서 감독님께 스컬리에 대해 한참 설명을 듣기도 했다. 그런데도 보면, 스컬리가 도통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없을 때가 있다. 당차고 밝고 또 엉뚱하다. 그런 면은 나랑 닮은 것도 같고! (웃음)” 영화에서 이형(차태현)이라는 남자가 사고를 겪은 후 다른 사람들 몸에 빙의해갈 때 이 황당한 상황을 제일 먼저 알아채는 인물이 스컬리다. 이형의 못다 한 사랑을 이어주는 징검다리 역할을 하기도 하는 이형의
[커버스타] 가능성의 문을 활짝 열고서 - <사랑하기 때문에> 김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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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래 읽은 시나리오 중 최고로 재밌었다.” 차태현이 <사랑하기 때문에>에 출연을 결심했다는 이유다. 친형인 차지현 대표의 제작사 AD406과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2012) 이후 오랜만에 손잡은 작품. “형의 제작사라고 해서 출연한 건 아니다. 오히려 그런 오해를 받을까봐 더 거리를 두려고 하는데 <사랑하기 때문에>는 시나리오를 당시에 정말 재밌게 읽어서 미리부터 출연을 점찍어둔 거였다.” 마음이 가벼워진 덕이었을까. <사랑하기 때문에>의 이형은 <엽기적인 그녀2>(2016)로 인생 캐릭터인 ‘견우’를 온전히 털어낸 차태현이 그 이후 처음 맡은 역할
이다.
이형은 갑작스런 교통사고로 혼수상태에 빠져 알 수 없는 규칙을 따라 여러 신체를 전전하게 된다. 난데없이 여고생이 되었다가, 피곤에 찌든 중년 형사가 되었다가, 언제는 배 나온 교사도 되었다가, 치매에 걸린 할머니에게로도 빙의한다. 규칙도 전조도 없는 이 빙의 릴레이
[커버스타] 평생 연기하며 살 수 있기를 - <사랑하기 때문에> 차태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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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치의 밀림도 없이 그야말로 박빙이다. 난데없이 카메라 앞에서 차태현과 김유정의 ‘포즈 취하기’ 대결이 펼쳐졌다. 두 사람은 새해 첫 코미디영화 <사랑하기 때문에>로 <씨네21>의 신년호 표지를 장식하게 됐다. 고 유재하의 동명 노래에서 출발하는 영화 <사랑하기 때문에>에서 차태현은 사고를 겪고 이 사람 저 사람을 전전하게 된 불우한 영혼 이형을 연기한다. 김유정은 그런 이형의 정체를 아는 유일한 인물 장수이, 아니 ‘스컬리’로 분했다. ‘보이지 않아도 아는’ 영화 속 케미스트리가 어디에서 온 것인가 싶었더니 촬영현장에서의 찰떡 호흡에 고개가 끄덕여진다. 그날 있던 영화 홍보 일정까지 마무리한 하루의 막바지, 늦은 시간에 잡힌 촬영일정으로 두 사람 모두 피곤했을 텐데도 카메라 앞에서 혼신의 힘을 다해 재치 있는 표정과 포즈를 만들어주었다. 꾸준히 기복 없는 차태현과 요즘 가장 반짝이는 김유정이 달리 스타가 아님을 새삼 증명한 시간이었다.
[커버스타] 찰떡 호흡 - <사랑하기 때문에> 차태현, 김유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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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렵하고 영민한 소년미가 묻어나는 얼굴과 기민한 움직임, 한번 보면 쉽게 잊을 수 없는 배우 리즈 아메드는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에서 쉴 새 없이 움직인다. 그는 제국군 화물선의 파일럿이지만 갤런 어소(매즈 미켈슨)의 뜻을 따라 반군에 합류, 무기 데스스타를 파괴하려 하는 보디 역을 맡아 활약을 펼친다. 보디의 비중은 크지 않다. 그러나 그는 야물고 영리한 얼굴로 사건과 사건, 신과 신의 틈바구니를 파고들며 적진의 인물들에게 신뢰를 획득하고, 나아가 관객에게도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킨다.
리즈 아메드의 얼굴이 어딘지 익숙하다면, 아마도 당신은 <제이슨 본>과 <나이트 크롤러>에서 그를 조우했으리라. <제이슨 본>에서 그는 공공 안보를 위해 개인의 자유를 타협하지 않는 IT기업의 젊은 천재 CEO 에런 칼루어 역을 맡아 스마트한 이미지를 선보였다. <나이트 크롤러>의 릭은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의 보디와
[who are you] <로그 원: 스타워즈 스토리> 리즈 아메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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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가, 보모 한매(공효진)와 함께 사라졌다. 하루 종일 일에 치이다 집에 돌아온 엄마 지선(엄지원)은 옷도 갈아입지 못한 채 그길로 아이를 찾아 나선다. 김정원 의상감독은 <미씽: 사라진 여자>의 시나리오를 읽으며 지선, 한매 두 여성의 처지가 남일 같지 않았다. “주변의 많은 워킹맘들이 영화를 보면 섬뜩할 거다. 아이를 맡기고 일할 때마다 엄마들이 느끼는 부담과 두려움 같은 게 있잖나. 여성으로서 최악의 상황들을 겪어야 하는 한매를 보니 마음이 아프더라.” 눈에 띄는 건 지선이 업무를 위해 차려입은 원피스다. 아이를 찾을 때도 지선은 계속 이 옷 차림이다. “(엄)지원씨가 적극적으로 원피스로 가자고 했고 나도 찬성했다. 아이 잃은 엄마가 옷 갈아입을 시간이 어딨나. 일부 남성 스탭들은 ‘이 상황에 웬 원피스?’냐며 이해를 못하더라.” 한매는 중국에서 한국으로 와 보모가 되기까지의 사연이 밝혀질 때마다 옷에 변화를 줬다. “보모로 지선 집에 들어가기 전까지의 한매에게는
[영화人] <미씽: 사라진 여자> 김정원 의상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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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의 계절이다. 장이 섰다. 생각보다 빨리 돌아왔다. 개헌이니 조기 대선이니 ‘제2의 3당 합당’이니 온갖 시나리오들이 고개를 내밀고 있다. 야권 잠룡들도 기지개를 켠 지 오래다. 이 모든 게 박근혜 대통령 탓이다. 남녀노소할 것 없이 국민 모두가 정치에 관심을 가지면서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도 덩달아 분주해졌다. 매일 오전 7시 tbs 라디오 프로그램 <김어준의 뉴스공장>(이하 <뉴스공장>)과 매주 수요일 저녁 한겨레TV의 <김어준의 파파이스>(이하 <파파이스>)를 진행하고, 내년 조기 대선을 앞두고 다큐멘터리 세편(‘프로젝트 부’로, 자세한 내용은 <씨네21> 1073호 씨네스코프 ‘진실을 추적하라’ 참조.-편집자) 제작을 지휘하고 있는 그다. 벌인 일이 많고, 다루는 뉴스들이 파편적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의 방송을 유심히 들은 사람들은 잘 알 것이다. 김어준 총수는 큰 그림을 그리고 있다는 사실을
[씨네 인터뷰] 한겨레TV <김어준의 파파이스>, tbs <김어준의 뉴스공장> 진행과 다큐멘터리 세편 제작 중인 김어준 <딴지일보> 총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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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드라마 <심야식당>의 네 번째 시리즈 <심야식당: 도쿄 스토리>가 넷플릭스를 통해 12월7일부터 국내 방영을 시작했다. 넷플릭스가 제작한 <심야식당: 도쿄 스토리>에는 배우 고아성도 출연한다. 10개 에피소드 중 ‘오므라이스’편에 출연하는 고아성은 열정적인 물리학자 아마미야(오카다 요시노리)를 도쿄의 뒷골목에 위치한 심야식당 ‘메시야’에서 만나 사랑하게 되는 한국인 유나를 연기한다. 자정에 문을 열고 아침 7시에 문을 닫는 식당 메시야의 주인장 마스터(고바야시 가오루)는 이번에도 과묵하게 손님들의 인생 상담을 해준다. ‘탄멘’ ‘옛날 핫도그’ ‘돈 스테이크’ 등 <심야식당: 도쿄 스토리>의 10개 에피소드는 이번에도 담담하게 인생의 희로애락을 담아낸다. 첫 번째 시리즈부터 지금까지 7년 동안 <심야식당>을 책임진 마쓰오카 조지 감독과 <심야식당>의 팬이었다는 고아성을 만났다.
-‘오므라이스’편의 주인공은 힘들게
[people] <심야식당: 도쿄 스토리> 마쓰오카 조지 감독, 고아성 배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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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얘가 지금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야?” 김우빈이 연기하는 박장군은 <마스터>의 브레인이다. 어떻게 하면 수억, 수조원의 돈을 자기 주머니로 빼돌릴 수 있을까만 궁리하며 산다. 장군은 진현필(이병헌)이 운영 중인 원네트워크의 전산실장 직함을 달고 그의 돈세탁을 도맡고 있다. 하지만 매번 딴주머니를 차려는 못난 습관 탓에 자신의 앞날을 수렁으로 밀어넣는 어리숙한(?) 구석도 있다. 장군이 진현필의 수조원대 비자금 중 “소박하게 500억원만” 가로챌 것을 궁리하며 친구 경남(조현철)과 또 다른 작당을 벌인 덕분에 장군은 진현필과 “그 윗대가리들”을 소탕하려는 지능범죄수사팀장 김재명(강동원)의 비밀의 ‘말’이 되고 만다. “그렇게 순진한 건 장군이가 아직 어려서 그런 걸까? (웃음) 일할 때 지능적이고 계산적이라고 해서 실생활에서까지 그럴 것 같진 않았다. 천재인 듯하면서 허당인, 현실에 있을 법한 바보이기도 하다. 그렇게 평소엔 잔뜩 풀어져 있다가도 할 일을 해야 할 땐
[커버스타] 타고난 설계자처럼 - <마스터> 김우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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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동원은 2016년 달력에 ‘일 또 일’이라고 새겨넣기라도 한 걸까. 올해 개봉작만 무려 세편. 장르, 캐릭터 어느 하나 겹침이 없다. <검사외전>에선 사기의 귀재로, <가려진 시간>에선 소년과 성인의 경계에 선 비감 어린 인물로, 그리고 이번엔 <마스터>의 ‘마스터’다. 그는 지능범죄전담수사팀 김재명 형사가 돼 범죄사기단 원네트워크의 진 회장(이병헌)뿐 아니라 이 사회의 최고위층을 싹 갈아엎으려 한다. 김재명은 일당을 타진하기 위해 전체 판을 짜는 마스터 중의 마스터다. 강동원은 “현실이 워낙에 답답하지 않나. 김재명의 추적이 상당히 통쾌했다. 사기단을 쫓는 방식이 지나치게 현실적이지 않은 점도 오락영화의 미덕으로 보였다”며 <마스터>를 선택한 이유를 설명한다.
목표지향적 인간 김재명은 감정을 쉽게 드러내지 않는다. 단조로워 보일 캐릭터인 만큼 미세한 변화를 주는 것, 강동원이 해결해야 할 과제였다. “이 정도로 정직한 캐릭터는 또 처
[커버스타] 쉼 없는 질주 - <마스터> 강동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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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부터 끝까지 이해할 수 없는 남자. <마스터>의 진현필에 대한 이병헌의 첫인상이었다. “나쁜 짓을 하는 악당들에겐 보통 그렇게밖에 할 수 없었던 과거의 전력이나 배경이 있다. 그런데 진현필은 빠져나갈 구멍이 없는 악역이더라.” 그의 말대로 범죄사기집단 원네트워크의 회장 진현필은 명분 있고 과거 있는, 사연 많은 악당들과는 거리가 있는 인물이다. 그를 움직이는 건 오로지 더 많은 부를 축적하고 싶은 순수한 욕망이다. “처음부터 나쁜 생각으로 기업을 일으킨 사람이다. 이렇게 연민도 이해도 되지 않는 인물은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박창이 이후 처음이었던 것 같다.” 이해할 수 없는 악당에게 자기만의 논리를 부여하는 것. 이는 <마스터>에 참여하는 순간부터 조의석 감독과 함께 가장 고심한 문제였다고 이병헌은 말한다. 그리고 그들의 고민은, 영화 속 진현필의 대사에 그대로 녹아들어 있다. “"개천에서 용 난다는 얘기는 이미 20세기에 끝났어.
[커버스타] 더 대담하게 - <마스터> 이병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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좌로 봐도 스타, 우로 봐도 스타다. 강동원과 이병헌, 김우빈을 한 영화에서 만나게 될 줄 누가 알았겠는가. 12월21일 개봉하는 조의석 감독의 신작 <마스터>는 동시대 가장 열정적으로 활동 반경을 넓혀가고 있는 이 세명의 스타 남자배우들이 한 화면 속에 놓인다는 것만으로도 그 결과물이 어떨지 기대감을 자아내는 작품이다. 지난 12월12일 언론시사에서 확인한 바에 따르면 <마스터>의 모험은 성공적이다.
냉철한 경찰(강동원)과 희대의 사기꾼(이병헌), 이 둘 사이를 오가는 전략가(김우빈). 달라도 너무 다른 캐릭터로 분한 세 배우는 각자의 색깔을 잃지 않으면서도 극의 조화를 깨뜨리지 않도록 절묘한 연기의 합을 선보인다. 이들은 <마스터>라는 무대 위에서 어떻게 따로, 또 같이 신명나게 연기했나. 그 뒷이야기를 전한다.
[커버스타] 그들이 사는 세상 - <마스터> 이병헌·강동원·김우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