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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 나는 다른 전문도 많은데 재심 전문 변호사가 될 줄은 몰랐다”는 박준영 변호사와 “<또 하나의 약속> 이후 또다시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를 만들게 될 줄 몰랐다”는 김태윤 감독이 만났다. 박준영 변호사는 수원 노숙 소녀 살인사건, 익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삼례 나라슈퍼 3인조 강도 치사사건, 완도 무기수 김신혜 사건의 재심을 맡아 유명한 재심 전문 변호사다. 삼성반도체에 근무하다 백혈병에 걸려 사망한 고 황유미씨의 이야기를 다룬 <또 하나의 약속>(2013)을 만든 뒤 김태윤 감독은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을 영화화한다. 택시기사 살인사건의 현장 목격자였던 15살 최군이 살인범으로 누명을 쓰고 10년을 복역한 사건으로, 최군은 2016년 재심을 통해 무죄가 입증됐다. 영화는 변호사 준영(정우)과 살인누명을 쓴 청년 현우(강하늘)가 재심을 향해가는 과정을 뜨겁게 그려낸다. 재심을 통해 유명해지고 싶었다는 변호사와 그런 변호사를 영화적 캐릭터로
[씨네 인터뷰] 약촌오거리 택시기사 살인사건 다룬 <재심>의 김태윤 감독, 박준영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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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계인이 나타났다. 전쟁에 앞서 그들이 왜 왔는지를 알아내기 위해 전세계가 하나로 움직인다. 언어학자, 수학자, 과학자가 한데 모여 외계인과 소통하기 위해 연구하는 이야기를 다룬 영화 <컨택트>를 보면 상대방과 의사소통하기 위한 최소한의 도구가 언어라는 걸 알게 된다. 영화에서 외계인의 언어를 연구하는 언어학자 루이스 뱅크스(에이미 애덤스)는 말과 글이 통하지 않는 상황에서, 신체의 모든 기관과 감정을 이용해 미지의 생명체와 대화를 시도한다. 소리로, 손짓으로, 눈빛으로, 호흡으로 절실하게 말을 건네고 진심을 다해 듣는다. <컨택트>의 배우 에이미 애덤스를 만난 건 지난해 치러진 미국 대선을 일주일 앞둔 11월2일이었다. 그때보다 더 소통과 이해가 절실하게 다가오는 지금, 에이미 애덤스와 나눈 인터뷰를 전한다.
-이 영화에 출연하기로 한 이유가 있나.
=어떤 것부터 이야기해야 할까. 각본을 본 순간 욕심이 났다. 절대적으로 아름다운 이야기였다. 맨 처음 읽
[people] <컨택트> 에이미 애덤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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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딸기>(2002), <유레루>(2006), <우리 의사 선생님>(2009)의 니시카와 미와 감독은 섬세한 심리묘사와 입체적 캐릭터 구축에 능한 감독이다. 가장 내밀하면서도 보편적인 인물의 심리묘사는 <아주 긴 변명>에서 정점을 찍는 듯 보인다. <아주 긴 변명>은 버스 전복 사고로 아내(후카쓰 에리)를 잃은 인기 작가 사치오(모토키 마사히로)가 같은 날 아내를 잃은 요이치(다케하라 피스톨)와 그의 아들을 만나면서 무너져내린 일상을 복구하는 이야기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니시카와 미와 감독을 만났다. 당시 미처 전하지 못한 영화에 대한 얘기들을 전한다.
-감독인 동시에 소설가다. <아주 긴 변명>은 영화보다 소설을 먼저 선보였다.
=<유레루>나 <우리 의사 선생님>은 영화를 만든 뒤 소설로 책을 냈는데 이번엔 영화를 목표로 소설을 먼저 썼다. 소설은 영화보다 더 많은 이야기를 담을 수
[people] <아주 긴 변명> 니시카와 미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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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뚝뚝해 보이지만 속정 깊은 남자의 전형이 된 정우. 드라마 <응답하라 1994>(2013)의 ‘쓰레기’로 연기 인생 2막을 연 후, <재심>의 돈도 백도 없지만 정의심으로 움직이는 변호사 준영에 이르기까지 ‘무심한 듯 껄렁해 보여도 강직하고 선한 인간애를 지닌’ 인물로 거듭났다. 하지만 그런 그에게도 그저 ‘껄렁했던’ 시절이 있었다. <품행제로>(2002)에서 단군파 조직원으로 등장해 준필(류승범)에게 칼을 꽂는 악역부터 <동갑내기 과외하기>(2003)의 불량한 동네 형, <짝패>(2006)의 싸움 좀 하는 고등학생 5인방의 리더, <스페어>(2008)의 친구 장기를 팔아먹는 양아치 길도까지, 그의 ‘껄렁함’은 역사가 길다. 사진은 정우가 첫 주연을 맡은 영화 <스페어>로 만나본 7년 전 모습. 앳된 얼굴과 당시 유행하던 ‘날티’나는 긴 구레나룻, 그리고 “어떤 캐릭터든 내가 거기에 다가가기보다 내 안에 데
[메모리] 껄렁함의 변천 - 정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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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족’이라는 단어는 배우 이요원과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말처럼 보였다. 명석한 두뇌와 빈틈없는 말투, 강인한 생존력으로 무장한 이요원의 분신들은 주로 누군가의 도움을 받기보다 스스로 유리천장을 깨부수려 하는 자수성가형 인물에 가까웠다. <그래, 가족>의 방송사 기자 수경은 그래서 흥미롭다. 이 일 잘하는 ‘알파걸’에게도 어찌할 수 없는 존재들이 있기 때문이다. 잊을 만하면 나타나 앞길을 막지만 결코 외면할 수 없는 가족이라는 존재의 무거움을 그녀가 어떻게 안고 가는지 지켜보는 건 <그래, 가족>의 중요한 관전 포인트일 것이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 전력질주하던 인물에서 벗어나 한층 편안한 마음으로 임했던 이 영화는 이요원에게 어떤 것들을 남겼을까.
-영화에 출연하는 건 <전설의 주먹> 이후 4년 만이다. 그동안 <황금의 제국>이나 <불야성>처럼 감정적으로 치열하게 연기해야 했던 작품들이 많았다. 차기작으로 가족 드라마를 선택
[액터] 현실의 나처럼 - <그래, 가족> 이요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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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글라이더>에서 공효진은 한국에 있는 남편 재훈(이병헌)과 떨어져 아들과 함께 호주에서 살아가는 아내 수진을 맡았다. 특별할 것 없는 엄마이자 아내 역이다. 게다가 영화는 재훈의 시선을 좇아 전개되는 만큼 수진 역시도 재훈의 시선에 비친 수진으로 보이는 부분이 적지 않다. 공효진의 입장에서는 수진이라는 인물이 꽤 단조로워 보일 법도 했다. 하지만 공효진은 <싱글라이더>가 만들어가는 재훈의 드라마에 매료되었고, 그렇다면 그 서사의 줄기 안에서 자신이 할 몫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다. 영화라는 커다란 그림 속에서 자신의 역할을 이해하는 배우의 균형감이다.
-시나리오를 읽고 한동안 꽤 마음에 파장이 컸다고 말했다.
=다 읽고 났는데 마음이 너무 쓸쓸해졌다. 재훈이 호주로 와서 자신이 생각한 것과는 상반된 수진의 삶을 목격했을 때 그 마음이 어땠을까. 또 이들 가족이 떨어져 지낸 시간만큼 서로의 속내를 털어놓지 못하며 살아왔을 것 아닌가. 그 생각을 하니 이 사람
[커버스타] 평범함에서 특별함을 발견했다 - <싱글라이더> 공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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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배우는 등장과 함께 관객의 마음속 빗장을 풀고 관객을 극으로 이끈다. 그러면서도 관객의 시선이 쉬이 자신의 파장 너머로 흘러가게 내버려두지 않는 자성까지 갖췄다. 이병헌은 그런 배우다. 그는 관객의 신뢰를 끌어안고 관객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키는 방향감각을 잃지 않는다. 이번엔 <싱글라이더>의 재훈을 통해서다. 중년의 증권회사 지점장인 재훈은 부실채권 사건으로 고객들의 인생뿐 아니라 그 자신의 인생까지 송두리째 잃을 위기 앞에 서 있다. 죄책과 모멸감이 그를 사로잡을 때 재훈은 아내 수진(공효진)과 아이가 있는 호주로 간다. 그곳에서 그는 자신이 생각한 그림과는 전혀 다른 상황을 목격하고 지켜본다. <싱글라이더>는 재훈의 무표정 속 표정들, 텅 빈 눈빛 속 무수한 이야기들로 번져나가는 영화다. 이병헌의 미더운 얼굴이 궁금해진다.
-시나리오를 선택할 때마다 이야기 자체가 설득력이 있는지, 자신이 잘할 수 있는 역할인지를 자문한다고 했다. <싱글라이더&g
[커버스타] 감정을 좇아가는 영화가 좋다 - <싱글라이더> 이병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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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생의 모든 걸 잃었다고 생각한 바로 그 순간, 재훈(이병헌)은 한동안 떨어져 지내온 가족이 생각난다. 재훈은 아내 수진(공효진)과 아들이 있는 호주로 간다. 하지만 그곳에서 재훈이 마주한 가족의 모습은 그가 상상한 가족의 모습이 아니다. 그는 가까이 갈 수 없어 멀찍이서 아내와 아들을 바라볼 뿐이다. 이주영 감독의 데뷔작 <싱글라이더>는 상실의 한가운데 서 있는 재훈의 시선을 통해 재훈의 가족을 지켜보고 재훈 그 자신을 다시 보게 하는 영화다. 이병헌과 공효진이 각각 재훈과 수진이 되었다. 두 배우가 차곡차곡 쌓아온 그들 각자의 연기 경험 속에서 두 인물은 어떻게 그려졌을까. 표정과 눈빛의 작은 차이로 세밀한 감정의 묘사에 누구보다 능함을 여러 차례 증명해온 이병헌의 재훈. 생활감을 넘어 살아 있는 캐릭터를 만들어내는 데 공력이 있는 공효진의 수진. 두 배우를 통해 미리 만나봤다.
[커버스타] 상실의 한 가운데 - <싱글라이더> 이병헌·공효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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훤칠한 키와 단단하고 너른 어깨, 슈트를 근사하게 소화해내는 자태와 노련한 포즈까지. 모델 출신 배우 공정환은 스튜디오에서 한순간도 여유를 잃지 않았다. <공조>에서 차기성(김주혁)의 수하로 림철령(현빈)과 맞붙어 밀리지 않는 육탄전을 벌이는 성강 역의 그는 영화 <판도라> <공모자들> <전우치> 등에 출연해온 익숙한 얼굴이지만, 아직 “신인의 마음”을 간직한 배우다. “영화지와의 인터뷰는 처음이라 설렌다”면서도 능숙한 애티튜드로 촬영에 임한 공정환과의 대화를 전한다.
-현빈, 유해진, 김주혁 배우와 <공조> 무대 인사를 돈 소감은.
=13일 동안 200관 정도를 다녔더라. 무대 인사가 처음은 아닌데, 이렇게 많이 다니면서 꽉 찬 관객을 만나본 적이 없어서 기분이 무척 좋았다. 나를 아는 관객은 많지 않지만 영화 보고 나면 알아봐주시니까 기쁘더라. 김성훈 감독님께 감사하다.
-<공조>엔 어떻게 출연하게 됐나.
[who are you] 배우를 하면서도 배우를 꿈꾼다 - <공조> 공정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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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한국 근현대사를 관통하는 <더 킹>에서 의상은 많은 역할을 했다. 시대의 흐름을 보여주기도 하고, 각 캐릭터의 특징을 부각시키기도 했으며, 상승과 몰락을 반복하는 드라마의 굴곡을 강화하기도 했다. <더 킹>의 조상경 의상감독과 함께 의상을 책임진 스튜디오 곰곰의 류현민 의상팀장은 “시대 고증을 바탕으로 하되 촌스럽지 않고 세련될 것”이 가장 우선적인 목표였다고 말한다. “<더 울프 오브 월스트리트>(2013)처럼 스타일리시한 의상을 레퍼런스로 삼았다. 칼라와 라펠 등은 고증을 따랐지만 1990년대의 슈트바지는 통이 더 넓었어야 하는데, 조인성 배우가 워낙 다리가 길고 말라서 통을 살짝 줄였다. 힙합바지 같아 보이진 않아야 하니까. (웃음)”
두 번째 목표는 검사라는 같은 직업군 내에 있는 캐릭터들의 특징을 강조하는 것이었다. 슈트지만 박태수(조인성), 한강식(정우성), 양동철(배성우)의 차림은 각각 다르다. “태수의
[영화人] <더 킹> 류현민 의상팀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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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나 오랜만에 돌아와서 무슨 말을 해야 할지….” 박광현 감독이 데뷔작 <웰컴 투 동막골>(2005)에 이어 두 번째 작품 <조작된 도시>(2017, 개봉 2월9일)를 내놓기까지는 무려 12년의 시간이 걸렸다. 박광현 감독은 지난 3년간 <조작된 도시>에 몰두해왔다. 감독이 두 번째 작품으로 오래도록 가슴에 품었던 <권법>은 그사이 감독의 중요 문서 보관함의 맨 위 서랍에 잠정적으로 올려두고 시간을 기다리는 듯하다. <조작된 도시>는 온라인 게임 속 팀플레이를 하던 팀원들이 게임 밖 현실에서도 하나의 팀이 돼 악당들과 맞서는 영화다. 이야기는 이렇다. 전직 태권도 국가대표였던 권유(지창욱)는 현재 컴퓨터게임에 빠져 사는 백수다. 게임 세상에서 그는 아이디 ‘권대장’으로 불리며 팀 ‘레쥬렉션’을 성공적으로 이끈다. 그런 그가 현실 세계에서 누군가의 조작으로 살인범 누명을 쓰게 된다. 이때 게임 속 동료들이 현실의 권유 앞에 하나
[씨네 인터뷰] 작은 권력간의 연대로 이루는 통쾌한 승리 - <조작된 도시> 박광현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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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전 우리는 크리스틴 스튜어트가 <클라우즈 오브 실스마리아>(2014)를 무려 줄리엣 비노쉬로부터 훔치고 있는 광경을 목격하고 아연실색했다. 배우 마리아(줄리엣 비노쉬)의 대본 연습을 매니저 발렌틴(크리스틴 스튜어트)이 거드는 장면은 압권이다. 스튜어트와 비노쉬의 이 신은, 연극의 리딩인 동시에 마리아와 발렌틴의 진실이 담긴 암묵적 대화로 성립해야 한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극중 아마추어답게 지나치게 세련되지 않으면서도 예리하게 흐름을 탄다. 크리스틴 스튜어트는, 그녀 안에 언제나 존재했던 과민성과 몽환적 기운을 마침내 스크린에 구현한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과 <퍼스널 쇼퍼>(2016)에서 다시 손을 잡았다. 2016년 칸국제영화제 경쟁부문에 출품된 이 영화에 대한 평자들의 반응은 갈렸으나 크리스틴 스튜어트의 연기에 대한 불만은 드물었다. 2016년 5월 칸국제영화제에서 가진 그녀와의 인터뷰를 이제 전한다.
-올리비에 아사야스 감독의 전작 <클라우즈
[people] <퍼스널 쇼퍼>의 크리스틴 스튜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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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년 전에도 유해진은 몸이 두개라도 모자랄 만큼 바빴다. 2002년 한해 동안 <공공의 적>(감독 강우석)의 칼잡이 용만, <라이터를 켜라>(감독 장항준)의 기차 승객 중 침착남, <해안선>(감독 김기덕)의 군과 마찰을 일으키는 남자, <광복절특사>(감독 김상진)의 끈질긴 짭새 등 무려 4편에 출연했다. 빡빡한 출연 일정임에도 그는 “정말 철두철미하게 준비”했다. 극단 목화 시절부터 “몸은 거짓을 말하지 않는다”는 사실을 잘 알고 있었다. 당시 그는 “몸은 비논리잖아요. 근데 거짓말은 안 해요. 몸을 따르면 순리대로 가는 셈이지요. 제 연기가 몸으로 시작해서 몸으로 끝난다는 건 그런 뜻이에요.” 설 연휴 동안 많은 관객이 <공조>를 보면서 유해진의 연기에 몰입할 수 있었던 것도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는, 그의 정직한 몸연기 덕분이리라. 어쩌면 그게 <공조>의 뒷심이나 지난해 <럭키>의 성공 비결인지도 모른다.
[메모리] 정직한 몸연기 - 유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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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방이 있는 남자. 박광현 감독이 <조작된 도시>에 안재홍을 캐스팅하며 원한 건 그런 것이 아닐까 싶다. “<족구왕>(2013)에서의 날 보셨다고 했다. 의외성. 뭐든 못할 것 같은 친구들이 뭔가 제대로 해냈을 때의 쾌감. 데몰리션이 ‘의외의 모습’을 보여줬으면 한다고 하셨다.” 안재홍이 뚜렷한 캐릭터를 보여준 인물들, 영화 <1999, 면회>(2012)의 재수생 승준, <족구왕>의 복학생 만섭, 드라마 <응답하라 1988>(2015)의 대입학력고사 6수생이자 반백수인 정봉까지 모두가 일견 촌스럽고 사회 주류로부터 떨어져 있으며 어리바리해 만만해 보이기까지 하는 인물들이었다. 하지만 승준은 친구의 속사정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고, 만섭은 가공할 만한 족구 실력으로 현실에 찌든 학내 분위기를 180도 뒤집는다. 몸 약하고 머리도 나쁜데 사회성까지 한참 떨어지는 정봉은 예상치 못한 데서 천재적인 집중력을 발휘한다. 안재홍은 평범한
[커버스타] 안재홍표 비범함 - <조작된 도시> 안재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