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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가씨>(2016) 이전, 배우 김태리의 주연작. 이것만으로도 김소연 감독의 데뷔작 <문영>(2015, 개봉 1월12일)은 주목받고 있다. 18살 소녀 문영(김태리)은 캠코더를 들고 홀로 거리를 헤맨다. 카메라 렌즈를 통해 본 세상 속에서 문영은 집을 나간 엄마를 발견할지도 모른다고 기약 없는 기대를 해본다. 세상과 등을 지고 살게 된 문영은 의도적으로 말을 하지 않는다. 그런 문영에게 희수(정현)가 다가온다. <문영>은 문영이 차마 말하지 못했던 말, 그 한마디를 꺼내기까지를 따른다. 문영의 용기에 대한 영화다.
-<문영>으로 데뷔하기 전부터 영화 일을 해왔나.
=2011년 서울예술대학 영화과를 졸업했다. 휴학하고 윤성현 감독님의 <파수꾼>의 스크립터로 영화 일을 시작했다. 이후 김희정 감독님의 <청포도 사탕: 17년 전의 약속>을 비롯해 <그댄 나의 뱀파이어> <기술자들> <뷰티 인
[people] <문영> 김소연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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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상할 줄 아는 사람은 단언하지 않는다. 자신이 보는 것이 전부라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그런 사려 깊은 태도가 <피터팬의 공식>(2005)을 세상에 내어놓는 거름이 되었을 것이다. <폭풍전야>(2010) 이후 7년 만에 세 번째 장편 <다른 길이 있다>로 돌아온 조창호 감독은 여전히 신중하고 차분했다. 자살을 하려는 남자와 여자의 스쳐지나가는 인연에 대해 그린 <다른 길이 있다>는 자살이라는 무거운 소재를 단지 소재로 낭비하지 않는다. 그들 각자의 사정에 대해 함부로 판단하는 대신 가만히 지켜보고 다독이는 이 영화는 해답이 아닌 질문에 가깝다. <폭풍전야>의 부진한 흥행에 책임을 느낀 조창호 감독은 그동안 스스로에게 던진 질문과 오랜 번민을 떨치고 이 영화를 통해 응답한다. 제 목소리를 내는 작은 영화가 관객과 만나기 어려운 시대, 여기 소중하고 기억할 만한 다른 길이 있다.
-7년 만이다. 차기작을 내기까지 꽤 오랜 시간이
[people] <다른 길이 있다> 조창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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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한 형사보다 세련된 북한 형사. 코미디보다는 액션에 방점을 찍는 영화. 김성훈 감독의 신작 <공조>는 여러 가지 의미에서 짐작과는 다소 차이가 있는 영화였다. 남북 최초의 공조수사를 조명하는 이 작품은 “누구나 즐길 수 있는 상업영화”를 만들고 싶었다는 김성훈 감독의 엔터테이너적인 면모를 엿볼 수 있는 영화다. 전작 <마이 리틀 히어로>(2012)의 흥행 부진에 대한 부담감에서 벗어나 보다 가벼운 마음으로, 하지만 결코 방심하지 않는 자세로 <공조>를 만들었다는 김성훈 감독에게 두 번째 장편 상업영화를 마친 소회를 물었다.
-어떻게 시작하게 된 프로젝트인가.
=JK필름에서 제안을 받았다. 북한 형사가 주인공인 시나리오가 있는데, 남과 북이 최초의 공조수사를 한다는 포인트가 재밌더라. 스파이물이나 진중한 액션영화가 아닌, 가벼운 필치의 오락영화로 만들어보고 싶다는 생각을 하며 이 프로젝트에 합류했다.
-북한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 그동안 꽤 있
[people] <공조> 김성훈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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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50박51일로 잠깐 도망갈게요.” 지난해 2월 크랭크인, 1년간의 작업을 거쳐 이제 막 개봉을 앞둔 <더 킹>의 주연 조인성이 한재림 감독에게 귀여운 엄살을 부렸다. 2008년 <쌍화점> 개봉 이후 지금까지 햇수로 9년 만의 신작이니 긴장과 흥분의 무게가 더해졌을 테다. 그간 조인성은 스크린 공백기, 아니 스크린이 ‘조인성 공백기’를 거쳐야 했다.
<더 킹>은, 오랜 기다림 끝의 선택지는 권력의 흥에 취해 정점으로 향했으나 결국 그 끝을 보게 된 검사 태수의 흥망성쇠기다. 80년대부터 거쳐온 ‘가짜 왕’ 태수의 수난사가 마치 대한민국의 현재를 비추는 거울과도 같아 조인성이 그리는 태수의 얼굴이 낯설지 않다. 영화의 90%를 장악한 <더 킹>의 중심. 한재림 감독은 그런 조인성을 두고 “지금까지와 전혀 다른, 확실히 달라진 조인성의 모습”을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 우리가 그렸던, 그러나 이전과는 확연히 달라진 2017년의 조인성.
[커버스타] 지금의 조인성 - <더 킹> 조인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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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약직 교사와 그를 밀어내고 정규직 자리를 차지한 교사, 그리고 그들 사이의 한 소년. 관계를 조망하는 동시에 파고드는 <여교사>는 카메라와 인물간의 거리의 중요성을 아는 영화다. 효주(김하늘)의 얼굴을 세밀하게 담아내는 타이트한 숏이 있는가 하면, 너른 운동장을 배경으로 효주가 혜영(유인영)에게 무릎을 꿇는 와이드한 풀숏도 있다. <여교사>에 다양한 숏들을 담아낸 장본인은, 김상범 편집감독이 “사이즈감이 뛰어나다”고 평한 김태수 촬영감독이다. “인물들의 긴장을 효과적으로 담아낼 수 있는 방법을 고심했다”는 그는 “카메라가 인물과 거리를 두고 건조하게 바라보는 방식”을 택했다. “표면이 차가워야 들끓는 심연을 더 부각시킬 수 있을 것 같았다. 김하늘 배우의 얼굴을 보여주는 클로즈업 외에는 넓은 사이즈의 숏들을 사용하며 관조적인 시선을 유지하려 했다.”
카메라는 되도록 한대를 사용하고 셋업을 자주 바꾸지 않았다는 김태수 촬영감독은 단순한 구성을 지향했다. “요
[영화人] <여교사> 김태수 촬영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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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언론 생태계의 붕괴, 그 전조는 어디서부터였을까. 1월12일 개봉하는 다큐멘터리 <7년-그들이 없는 언론>(2016)이 이 질문에 대한 하나의 자료일 것이다. 영화는 2008년 YTN 언론노조와 2012년 MBC 언론노조가 정부의 ‘낙하산 사장’ 선임에 반대하며 시작한 싸움의 과정을 기록했다. 이 투쟁 끝에 언론인들은 해직됐고 중징계를 받았다. 다른 한편에선 언론이 스스로 정권 앞으로 가 머리를 조아리기도 했다. 많은 이들이 언론을 ‘기레기’라 부르기 시작한 때도 이 무렵부터였다. 그렇기 때문에, 언론을 바로 세워야 한다고 말하는 언론인들이 있다.
<7년-그들이 없는 언론>이 해직 언론인들을 통해 전하려는 메시지이기도 하다. 전 EBS 프로듀서였던 김진혁 감독이 이 영화를 연출했다. 감독과 함께 해직 언론인으로서 영화에 출연한 <뉴스타파>의 최승호 감독을 한자리에 초대했다. 지난해 최승호 감독은 국정원의 간첩조작사건을 다룬 <자백>
[씨네 인터뷰] <7년-그들이 없는 언론> 연출한 김진혁 감독과 <자백>의 최승호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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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넌 학생이고, 난 선생이야.” 드라마 <로망스>(2002)에서 선생으로 분한 김하늘이 제자인 관우(김재원)를 때리며 내뱉는 이 한마디는 사실 매우 애절하고 가슴 아픈 대사다. 서로를 그리지만 사제지간이기에 마음을 드러낼 수 없는 안타까운 상황을 압축한 것. 그러나 이 대사는 타고난 발랄함과 귀여움으로 무장한 배우의 독특한 매력과 섞여 희한한 유행어로 승화되어버렸다. 그 시절 김하늘에겐 <동갑내기 과외하기>(2003)의 철부지 과외교사가 훨씬 잘 맞는 옷이었다. “<로망스> 이후 마음껏 망가지는 재미를 알았다”던 김하늘은 장르에 관계없이 어쩌면 처음부터 여교사라는 역할에 잘 어울리는 배우였는지도 모른다. 10년이 훌쩍 넘는 시간 동안 찬찬히 쌓아온 내공은 <여교사>에서 또 다른 모습으로 폭발한다. 가히 대한민국 최고의 여교사 전문배우답다고 해야 할까.
[메모리] 오 나의 선생님 - 김하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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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발과 선글라스를 벗어던지고 헐레벌떡 범인을 쫓는 품새를 보니 어째 좀 어설프다. 온몸에 힘이 들어간 북쪽 형사 철령(현빈)과 달리 어떤 사명감도 느껴지지 않는다. 숨겨둔 필살기는커녕 제 한몸 간수하기조차 어려워 보이는데, 대체 무슨 실력으로 남북 공조수사의 남쪽 대표로 선택받았는지 알 길이 없다. 유해진이 연기한 진태는 위장수사 실패 때문에 정직 처분을 받고 있다가 철령의 공조수사 파트너로 낙점된 남한 형사다. 진태의 임무는 공조수사를 하면서 북한의 또 다른 속내가 있는지 철령을 감시하는 것이다. “아주 평범한 15년차 형사다. 집에 가면 딸과 아내에게 꼼짝하지 못하는 가장이고. 매일 어렵고 힘들게 살다가 남북 공조수사라는 생소하고 큰일이 닥친 거다.” 발등에 불이 떨어진 셈이다.
유해진이 공조수사에 참여한 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전작 <극비수사>(감독 곽경택, 2015)에서 형사 공길용(김윤석)과 짝을 이뤄 실종된 아이를 찾아낸 적이 있다. 물론 그 영화에서 그
[커버스타] 함께 또 홀로 - <공조> 유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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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년이란 시간이 커다란 공백으로 느껴지는 건 기대와 반가움이 그만큼 크기 때문일 것이다. 현빈은 2014년 <역린>을 선보였고, 2015년에 드라마 <하이드 지킬, 나>에 출연했다. 2015년 가을부터 <공조> 작업에 착수했으며 지금은 <꾼> 촬영에 여념이 없다. 그 사이 ‘길라임’으로 드라마 <시크릿 가든>(2010)이 뜻하지 않게 재조명됐고 연애 뉴스가 신작 소식보다 앞섰다. 작품으로는 <하이드 지킬, 나>가 마지막인 셈이어서 오랜만이란 느낌이 들지만 따지고 보면 그리 긴 공백도 아닌 것이다.
<내 이름은 김삼순>(2005)과 <시크릿 가든>이 지금의 현빈이 있기까지 혁혁한 공을 세운 작품이긴 하지만 현빈을 로맨틱 코미디의 왕자님으로 기억하기엔 그간의 변신이 너무도 다채로웠다. <그들이 사는 세상>(2008)의 지오, <친구, 우리들의 전설>(2008)의 동수, <
[커버스타] 눈빛을 바꾸다 - <공조> 현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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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성훈 감독의 <공조>는 남북 최초의 공조수사라는 소재를 코미디 반, 액션 반으로 풀어내는 영화다. 과묵한 특수부대 출신 북한 형사는 현빈, 말 많고 요령 좋은 남한 형사는 유해진이 맡았다. 누구보다 벅찬 한해를 보낸 유해진과 <역린>(2014) 이후 오랜만에 관객을 만나는 현빈은 공조수사뿐만 아니라 공조 연기도 멋지게 완수했다. 두 배우가 연기로 호흡을 맞추는 건 처음이지만 첫 만남이란 게 무색할 정도로 호흡이 좋았다고 두 사람은 입을 모았다. 현빈의 액션과 유해진의 코미디, 그 둘을 모두 즐길 수 있는 성찬이 차려졌다.
[커버스타] 완벽한 한팀 - <공조> 현빈·유해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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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심인’에서 ‘소시민’으로 타이틀이 바뀌는 영화, <소시민>에서 한성천은 영업직 사원 구재필을 연기한다. 승진에선 계속 미끄러지고, 상사는 실적으로 쪼아대는 와중에 이혼을 재촉하는 아내와 양육권을 놓고 다투기까지 해야 하는 재필은 한시도 숨 돌릴 틈이 없다. 배우 한성천 특유의 억울한 표정, 구부정한 자세는 우리 곁의 수많은, 아주 보통의 소심한 남자를 금세 떠올리게 한다.
-안양예술고등학교,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 출신이다. 이른바 연기 엘리트 코스를 밟아왔는데.
=믿기지 않겠지만 어릴 때 무척 허약한 아이였다. (웃음) 집안 어른들이 15살 전까지 천식 못 고치면 쟤 죽는다고 하셨을 정도다. 그러다 침술을 배우신 외삼촌에게 한달쯤 침을 맞고 약을 지어 먹었더니 좀 나아졌다. 집 안에서만 놀다 그때부턴 바깥에서 활발히 놀게 됐는데 사람들이 내가 노는 걸 봐주는 게 너무 좋아서 초등학교 6학년 때부터 가수나 배우가 되겠다고 결심했다. 아버지의 반대로 예고를 못 가고
[who are you] 완벽히 준비된 자세로 - <소시민> 한성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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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교사>는 ‘금수저’에게 정규직 자리를 빼앗긴 비정규직 교사를 주인공으로 선택한다. 그리고 태생적으로 모든 걸 가진 이와 그에게 남은 자존감마저 빼앗겨야 하는 주인공, 그들의 욕망의 매개가 되는 소년이라는 삼각 구도의 역학 관계 속에서 파국의 드라마를 그려낸다. 사회안전망에서 탈락되지 않으려 발버둥치던 <거인>(2014)의 소년 영재(최우식)를 기억한다면, 김태용 감독이 언제나 계급의 벼랑 끝에 자리한 이들을 생생하고 기민하게 묘사해온 감독이라는 것을 알 수 있을 것이다. 부표 끝에 가까스로 매달려 가라앉지만 않으려던 아이는 <여교사>에서는 형형한 눈빛을 하고 내 자리를 밀어낸 이와 함께 기꺼이 침몰하려는 인간이 된다. 영재부터 효주(김하늘)까지, 절박한 인물의 민낯을 집요하게 파고들며 사회의 폐부를 들춰내는 김태용 감독을 만났다. 영화와는 달리 밝고 상냥했던 그와 <여교사>에 대해 나눈 대화를 전한다.
-두 번째 작품이다. 첫 장편
[씨네 인터뷰] "여성 캐릭터의 또 다른 지평을 열어주는 영화가 됐으면…" - <여교사> 김태용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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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의 진 회장의 심복, <푸른 바다의 전설>의 ‘미친 미저리’ 형사, <육룡이 나르샤>의 이지란 장군, <됴화만발>의 2천년을 산 무사K…. 매서운 눈매와 서늘한 인상의 박해수 배우는 다양한 작품에서 무사, 장군, 형사 등 거칠거나 위압감을 주는 역할을 주로 맡아온 배우다. “보기보다 나쁜 짓을 하고 다니진 않았다”며 웃는 그는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선 뉴페이스지만, 연극에서는 2011년과 2012년 신인상을 휩쓸었던 베테랑이다. <마스터>와 <푸른 바다의 전설>로 영화, 드라마 연기에도 박차를 가하기 시작한 그를 만나 매체 연기에 대한 소감과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물었다.
-<마스터>에서 진 회장의 충실한 심복 역을 맡았다. 액션과 표정 연기가 살벌하다.
=조의석 감독님이 진 회장 곁을 지키는 그림자 같은 존재로서 뱀같이 섬뜩한 이미지를 주문하셨다. 진 회장의 넓은 저택 공간에 하나의 미장센처럼
[who are you] 위로가 된다면 - <마스터> 박해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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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스터>의 전반부는 서울을 무대로, 후반부는 필리핀 마닐라를 무대로 이야기가 펼쳐진다. 단지 멋진 ‘그림’을 건지기 위한 로케이션이 아니었다. 예산과 일정과 장소 헌팅 등의 임무를 담당하는 제작부로선 <마스터>가 산 넘어 산인 프로젝트일 수밖에 없었다. 백지선 프로듀서와 <좋은 친구들>을 함께한 인연으로 <마스터>에 합류한 오현암 제작실장 역시 어떤 극한 상황에서도 현장을 굴러가게 만드는 해결사가 돼야 했다.
<마스터>팀은 2016년 6월 한달을 필리핀에서 보냈다. 필리핀에서는 본 촬영이 24회차, 추가 촬영이 2회차 진행됐다. 필리핀 로케이션은 날씨와의 싸움, 그로 인한 시간과의 싸움이었다. 최고로 더울 땐 45도. 우기여서 수시로 비가 왔고 배수 시설은 좋지 않았다. 오현암 제작실장을 특히 골치 아프게 만든 장면은 영화 후반부 사기꾼 진 회장(이병헌)과 형사 김재명(강동원)이 결전을 벌이는 마닐라 존스 브리지에서의 촬영이
[영화人] <마스터> 오현암 제작실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