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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년 근미래를 배경으로 한 <인랑>에는 할리우드 SF영화 속 최첨단의 놀라운 과학 소품 같은 건 등장하지는 않는다. 물론 몇년 후의 미래지만 신보라 소품실장은 제작진과 회의를 통해 결정된 영화의 시대 방향, 즉 “머지않은 미래이면서 첨단 기술이 부의 척도라는 점, 자원이 고갈된 피폐해진 사회라는 점” 등의 설정에 맞는 소품을 찾거나 고안해야 했다. “기술은 곧 부의 척도 아닐까? 권력과 부를 가진 자는 기술을 쉽게 쓰지만 그렇지 못한 사람들은 밀려나는 것 아닐까라고 생각했다.” 색다른 경험이 될 것 같다는 호기심 반, 비주얼리스트 김지운 감독과의 작업에 대한 호기심 반으로 일을 시작했다. “미래와 과거가 공존하는 느낌을 주기위해서 시대가 애매한 소품을 많이 사용했다. 소품 역시 정서적인 접근 방향을 갖고 있었다.” 대부분의 소품이 시대 설정을 기반으로 현실과 크게 괴리감이 없게끔 했지만 소품팀이 미래적인 느낌이 드는 소품을 직접 만든 적은 있다. 공안부로 위장 취업을
<인랑> 신보라 소품실장 - 근미래 피폐한 느낌의 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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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낳으면 다 엄마가 됩니까!” 버려진 아이를 거두어들인 ‘죄’로 유괴범으로 몰린 노부요는 취조실에서 이렇게 항변한다. 피를 나눈 진짜 가족이 아닌, 만들어진 가족. 이 가난한 가족의 역할극에서 안도 사쿠라는 엄마의 자리에 서고, 그렇게 자신도 모르는 사이 아이를 정말로 사랑하는 엄마가 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의 가족영화에서 새롭게 경험하는 이 강한 감정의 정체는, 그와는 첫 작업으로 합류한 배우 안도 사쿠라로 인해 형성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즈 야스지로 감독의 일상 속 하라 세쓰코와 같이 앞으로 그녀가 고레에다 영화의 한 기류를 형성하지 않을까. 아침 드라마 <만복>의 촬영으로 바쁜 그녀에게 서면 질문지를 보냈다. 안도로부터 날아든 따뜻하고 반가운 답변을 공개한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는 첫 작업이다. 이번 작품에 참여하게 된 계기는.
=고레에다 감독과 길에서 우연히 만난 것이 계기였다. 그때는 영화 출연에 대한 이야기는 없었지만, 몇 개월 뒤에 정식
<어느 가족> 배우 안도 사쿠라 - 문득 가족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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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나게, 쫄지 말고, 급할 필요 없이, 천천히 이야기하듯.” <조선일보> 문화부에서 음악 전문으로 활동해온 김성현 기자의 수첩에 적힌 문구다. 김성현 기자는 2018년 ‘롯데카드 무브: 테마라운지’ 프로그램의 일환으로 롯데콘서트홀이 진행하는 <김성현의 시네마 토크>(이하 <시네마 토크>)를 통해 본격적인 공연 진행자로 데뷔했다. 내년이면 20년차가 되는 베테랑 기자지만, 수첩을 가득 메운 글씨에선 남다른 긴장감이 느껴졌다. 올해 계획된 6회의 프로그램 중 지난 7월 21일 공연을 끝으로 절반의 일정을 마친 상황. 김성현 기자는 “나는 관객이 웃는 모습을 보는 것이 목표인 떠버리”라는 말을 거듭했다. 겸손과 달리 그의 공연은 영화에 삽입된 클래식 음악을 쉽고 친근하게 풀이하는 것으로 벌써 입소문이 났다.
-영화와 클래식 음악을 함께 이야기하는 방식의 시너지 효과가 꽤 좋은 것 같다.
=클래식 음악은 순수하게 보이는 대신 세상과 조금 동떨어져 있
<김성현의 시네마 토크> 진행자 김성현 - 영화와 클래식 음악을 잇는 목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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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영이 감독은 요코하마 조선학교 출신으로 일본에서 나고 자란 재일교포 3세다. 일본 내 혐오 세력이 조선학교 학생들의 치마저고리를 갈기갈기 찢어놓았던 실화를 담은 <걸치다>(2010)를 비롯해 북한으로 수학여행을 떠난 조선학교 학생들을 밀착 취재한 <하늘색 심포니>(2016) 등 박영이 감독은 일본과 북한을 오가며 꾸준히 영화를 만들어온 진귀한 경험의 소유자이기도 하다. 한국의 DMZ국제다큐영화제, 이주민영화제 등을 찾으며 남북한의 평화를 위한 “무지개다리”가 되기로 결심한 그는, 제22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BIFAN)에서 북한영화 <우리집 이야기>(2016)가 한국 최초로 공개 상영된 것에 깊은 감회를 표했다.
-최근 남북·북미 정세가 급변한 이후 외부의 관심을 굉장히 많이 받고 있겠다.
=BIFAN에서 개막하기 약 10일 전쯤 ‘통일로 가는 징검다리: 남북 영화’의 기조 강연을 해달라고 연락이 왔다. 7월 13일에 서울에 도착했는데,
박영이 감독 - 평양국제영화축전에 한국영화가 상영되는 그날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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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세계에서는 생소한 얼굴인데, 당신은 누구…? 릴리 프랭키와 기키 기린, 안도 사쿠라와 두 어린이 옆에는 명백한 뉴페이스가 있다. 유흥업소에서 일하는 ‘이모’ 아키를 연기한 1995년생 배우 마쓰오카 마유는 “각 세대에서 가장 연기를 잘하는 사람들을 모았다”는 감독의 선택을 받았다. 원래 아키는 살이 찌고 특색이 없는 아이라는 설정이었지만, 고레에다 히로카즈는 “마쓰오카 마유에 맞춰 시나리오를 수정했다”고 전한다.
하지만 그의 재능은 본능적인 천재의 그것이라기보다는, 지치지 않는 성실함의 산물에 가깝다. 마쓰오카 마유는 8살 때 소속사에 들어가서 5년 후 어린이 프로그램 <오하스타>의 ‘오하걸’로 발탁되기 전까지 무려 100번 이상 오디션을 봤는데, “지금까지 한 일이 없어서, 이게 첫 일이 됐으면 좋겠다고 100번 넘게 말했다”고 한다. 이후 드라마와 영화, 광고와 예능 프로그램, 외화 더빙까지 경험하며 사회생활을 시작한 그는 쉽게 들뜨지 않는 성숙한
<어느 가족> 마쓰오카 마유 - 성실하게 한 발짝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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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작>은 몇 만피스짜리 퍼즐을 맞추는 느낌이었다. 어디에 무얼 두어야 하는지 모르는 채로 다 같이 둘러앉아 들여다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사상검증에 충실한 북한 군인 정무택은 그간 주지훈이 연기한 캐릭터 중 가장 “각 잡힌” 인물이다. 해외사업에 몰두 중인 북한 고위간부 리명운 처장(이성민)과 한국 정보사 출신의 박석영(황정민) 사이에서 그는 한시도 긴장을 늦추는 법이 없다. 때때로 “서 있는 자세, 눈동자를 깜빡이거나 손가락을 까딱이는 움직임 하나 때문에” 오케이 사인을 받지 못했던 이유다. 겉면의 화려한 액션이 아닌, 스파이영화의 은밀하고도 묵직한 긴장감을 연기한 주지훈은 “a를 연기했는데 a´가 나오는” <공작>의 미묘한 경험을 차근차근 곱씹었다.
-그동안 배우 주지훈이 보여준 면모와는 꽤 다른, 사상과 원칙에 투철한 군인을 연기했다. 캐스팅 이유를 들은 적 있나.
=감독님이 우스갯소리로 ‘황사마(친한 동료들끼리 배우 황정민을 부르는 애칭)를
<공작> 주지훈 - 일말의 두려움도 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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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마도 한국영화계에서 가장 바쁜 배우 중 한명일 것 같다. 존재감 있는 한국영화에는 항상 조진웅이 있다. 그가 상반기 화제작 <독전>에 이어 여름 블록버스터 화제작 <공작>으로 돌아왔다. “어렸을 땐 연기 그 자체가 목적이었는데 지금은 수단이다. 캐릭터를, 메시지를, 나를 대변하는 도구. 그래서 더 신중하게 연마 중이다.” 안기부 해외파트 국장 최학성 역을 맡아 또 한번 존재감을 과시한 조진웅 배우는 거꾸로 ‘내려놓는 법’에 대해 자주 이야기했다. “지금 하는 체념들은 내게는 더 아름다운 자유를 준다. 모든 영화, 모든 역할들이 내게 질문을 남긴다.” 비워낼수록 채워지는 연기, 지금 한국영화에서 배우 조진웅이 서 있는 자리다.
-올해 칸국제영화제에 <공작>이 초청됐는데 스케줄 문제로 레드카펫에 함께하지 못했다. 많이 아쉬웠을 것 같은데.
=가고 싶긴 했지만 당시 촬영 중인 작품이 있어서 자리를 비울 수 없었다. 멀리서 기사로 보니 감회가 또 남
<공작> 조진웅 - 음성과 연기의 상관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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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적으로 아주 강인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공작>의 시나리오에 쓰인 리명운에 대한 설명 중 일부다. 중국에서 북한의 외화벌이를 책임지고 있는 대외경제위원회 처장 리명운은 대북사업가로 위장한 스파이 흑금성(황정민)을 만나 정치적 소용돌이에 휘말리는 캐릭터다. 이성민은 진심을 드러내지 않는 포커페이스 리명운에게 바위 같은 묵직한 존재감을 덧입힌다. 이 땅의 가장 보편적인 중년의 얼굴을 하고 진솔한 감정을 토해냈던 이성민은 <공작>에서만큼은 섣불리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다. 고도의 심리전이 쉽지 않았다고 말하는 이성민의 포커페이스는 그래서 더욱 궁금증을 불러일으킨다.
-지난 5월 남북정상회담 뉴스를 접했을 때 <공작>의 장면들이 떠올랐을 것 같다.
=두 정상이 도보다리를 걷는 장면 등을 보면서, 어쩜 우리 영화와 이렇게 절묘하게 맞아떨어지나 싶었다. 영화와 현실이 이처럼 포개지는 게 신기해서, 남북 두 정상이 만나는 모습을 캡처해서 윤종빈 감독한테
<공작> 이성민 - 연기는 언제나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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암호명 ‘흑금성’이라 불린 안기부 스파이 박석영은 여러 얼굴을 가진 사나이다. 퇴역 군인 시절의 박석영, 베이징에서 자신의 정체를 숨긴 채 북 고위직에 접근하는 대북 사업가 박석영, 안기부 공작원 박석영 등 영화 속 그는 한 사람이 맞나 싶을 만큼 변화무쌍하다. 황정민은 그런 흑금성이 “도전인 동시에 오랜만에 연기하는 쾌감을 준 캐릭터”라고 소개했다. 지난해 <군함도>(2017) 개봉이 끝난 뒤 올해 초 연극 <리차드 3세>를 한 것을 제외하면 지금까지 줄곧 “백수 생활을 즐기고 있”는 그는 <공작> 개봉을 앞두고 “관객이 대사 위주로 서스펜스를 구축하는 이 영화를 어떻게 바라볼지 무척 궁금하다”고 말했다.
-시나리오가 나오기 전에 윤종빈 감독을 통해 흑금성 사건을 알게 됐다고.
=팟캐스트 <이박사와 이작가의 이이제이>에서 흑금성 사건을 소개한 적 있다. 윤 감독에게서 그 에피소드가 담긴 파일을 받았다. 나를 포함한 많은 사람들이 1
<공작> 황정민 - 덧대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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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구만큼 영화 역시 팀워크가 중요한 작업이다. <공작>의 배우들은 각자 주연으로 영화를 떠맡아도 무리가 없을 만큼 단단한 내공을 자랑하지만, 한자리에 모인 이들을 본 후 가장 먼저 떠오른 단어는 ‘원 팀’이었다. 상대의 사소한 버릇마저 감지하고 합을 맞춰나가는 과정은 연기라기보다는 차라리 하나되는 호흡이나 다름없었다. <공작>팀의 호흡은 영화 바깥에서도 자연스럽게 이어진다. 1993년 북한 핵 개발을 둘러싼 첩보영화 <공작>에서 속내를 감추고 상대의 진심을 파악해야 했던 경험이 도리어 상대를 깊숙이 알게 되는 계기가 된 것일까. 낯선 촬영장에서 서로의 얼굴을 확인하자마자 익숙한 공간에 온 듯 편안해하는 모습을 보며 이들이 얼마나 살갑게 뭉쳐 있는지 알 수 있었다. 황정민, 이성민, 조진웅, 주지훈이 함께한 팀 <공작>의 작전은 계속된다.
<공작> 황정민·이성민·조진웅·주지훈 - 연기라는 공작의 선수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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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 시청률 10%대를 기록하며 한국 어린이 채널 프로그램 중 역대 최고 시청률을 경신한 투니버스의 <신비아파트> 시리즈가 극장판으로 여름방학 공략에 나섰다. 2016년 7월 <신비아파트: 고스트볼의 비밀>이 처음 방영된 이후 올해 3월에 시즌2의 1부 <신비아파트: 고스트볼 X의 탄생>이 종영하기까지, 초등학생과 학부모 사이에서 <신비아파트>는 신드롬을 일으켰다. 시리즈를 탄생시킨 CJ ENM 스튜디오 바주카의 석종서 국장은 2014년 기획 당시를 회상하며 “대부분의 애니메이션이 유아물이나 로봇물, 배틀물 등에 집중돼 있었다”고 말한다. 지금의 결과는 그때 석 국장이 과감하게 “호러를 밀어붙인” 덕분이다. 그는 “우리가 어렸을 때 <전설의 고향>을 좋아한 것처럼, 요즘 아이들이라고 다를 이유가 없다”는 뚝심을 지켰다. <신비아파트> 시리즈는 하리·두리 남매가 102년 묵은 도깨비 신비와 함께 원한 많은 귀신들을 만나
석종서 CJ ENM 스튜디오 바주카 국장 - 극장판은 가족극의 재미에 집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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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헬리콥터를 타고 현장을 지휘하다가 내려서 시속 112km의 보트를 타고 촬영을 재개했다. 이 모든 게 30분 안에 일어난 일이다. 이런 모험 같은 현장에 있을 때에는 내가 대체 어떤 일을 하고 있는 건지 늘 스스로를 돌아보게 된다.” <미션 임파서블> 시리즈 사상 처음으로 두편의 영화를 연출하게 된 크리스토퍼 매쿼리 감독의 말이다. ‘불가능한 미션’이 트레이드 마크인 시리즈 영화의 연출을 맡으려면 감독 역시 불가능해 보이는 임무를 수행해야 한다는 말로 들렸다. 주연배우 톰 크루즈의 제안으로 <미션 임파서블: 로그네이션>(이하 <로그네이션>, 2015)에 이어 다시금 프랜차이즈에 합류한 매쿼리 감독은 시리즈의 6편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이하 <폴아웃>)에서 다양한 변화를 선보였다. 프랜차이즈의 전통적인 액션 시퀀스 오프닝에서 벗어났으며, 악당을 재등장시켰고, 인물의 내면에 주목했다. “다시 돌아오기 위해서는 예전과 다른 감독
<미션 임파서블: 폴아웃> 크리스토퍼 매쿼리 감독 - 시리즈의 규칙을 깨는 완전히 새로운 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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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 장편 연출작을 내놓은 신인감독의 얼굴이 어쩐지 낯익다면 당신의 예감이 맞다. <박화영>을 연출한 이환 감독은 배우 출신이다. 그는 답답한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 조직폭력배가 되는 <똥파리>(2008)의 영재를 비롯해 <암살>(2015), <밀정>(2016) 등에 출연해왔다. 최근에는 박정범 감독의 신작 <이 세상에 없는>의 배역을 위해 머리를 초록색으로 물들이기도 했다. 그런 그가 메가폰을 잡게 된 계기는 영화를 통해 관객에게 건네고 싶은 이야기가 있기 때문이다. 10대 비행 청소년들의 삶을 가감 없이 조명한 이환 감독의 첫 연출작 <박화영>은 관객으로 하여금 상상보다 더 가혹한 현실의 목격자가 되게 한다. 술과 담배, 섹스와 욕설, 폭력으로 점철된 세계 속을 배회하는 10대 소녀 화영(김가희)의 모습을 통해 그는 한국 사회의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지 말고 직시하기를 권한다.
-첫 장편영화 개봉을 준비하는 소감은.
<박화영> 이환 감독 - 누구나 10대인 때가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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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기간에 분야별로 다 해봤네요.” 지난 2년 동안 브랜드 룩북 모델, 뮤직비디오, 광고, 웹드라마 그리고 영화 <속닥속닥>을 연이어 경험한 신인 소주연에게 웃으며 말을 건넸다. 그는 이 과정이 모두 “움직이는 내 모습을 볼 수 있어 너무 좋았다”고 말했다. 걱정보다는 신기하고 설레는 감정이 앞선다는 소주연의 첫 주연영화 <속닥속닥>은 그의 배우로서의 가능성을 볼 수 있는 작품이다. 수능을 치른 고등학생들이 폐놀이공원에 놀러갔다가 겪는 끔찍한 일을 그린 공포영화로, 그는 공부 스트레스 때문에 신경 쓰지 못한 친구가 죽은 사실에 죄책감을 안고 있는 주인공 은하를 집중력 있게 연기한다.
-왁자한 친구들과 달리 혼자 감정이 가라앉은 상태를 연기해야 했다.
=또래 배우들과 사적으로 친해진 상태에서 촬영에 들어갔다. 대본 리딩을 7번 넘게 했고, 다 같이 스키장도 놀러갔다. 그래서 친구들 사이에서 심각한 감정을 연기할 때 혼자 에너지를 죽여야 하는 것이 힘들었다.
<속닥속닥> 소주연 - 아직은 모든 게 신기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