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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곳은 사후 세계. 왕녀 스칼렛(아시다 마나)은 자신의 아버지를 죽인 숙부 클로디어스(야쿠쇼 고지)를 응징하기 위해 검을 든다. 억울한 죽음 이후에도 여전히 분노와 집착이 지속되는 이곳은 지옥과 다를 게 없다. 그러던 어느 순간 스칼렛 앞에 기이한 복장의 남자가 나타난다. 중세 시대에서 건너온, 어둡고 무거운 스칼렛과 달리 현대에서 온 간호사 히지리(오카다 마사키)는 밝고 경쾌하다. 각자가 살아간 시대상도, 죽음을 이해하는 태도도, 여정을 통과하는 과정도 모두 다르지만, 스칼렛과 히지리는 서로에게 도움을 주고받으며 앞으로 나아간다. 동생의 음모로 살해된 선왕, 죽은 남편의 동생과 재혼한 왕후, 들끓는 복수를 노리는 후계자까지 <끝이 없는 스칼렛>은 <햄릿> 세계관에 원형을 둔다. 그러나 자유롭고 진보적인 상상이 덧대지면서 호소다 마모루 감독의 주요한 질문이 훼손 없이, 왜곡 없이 그대로 전달된다. 무엇보다 전작과 다른 작풍이 시선을 사로잡는다.
[리뷰] <햄릿>에서 뻗어나온 질문은 호소다 마모루의 ‘시간’으로 답을 얻는다, <끝이 없는 스칼렛>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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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시절 록밴드의 보컬로 무대를 누비던 승민(권상우)은 공연 중 사고를 겪은 뒤 가수의 꿈을 접고 악기 판매점을 운영하며 살아간다. 반복되는 일상을 보내던 그의 앞에 첫사랑 보나(문채원)가 손님으로 등장하면서 멈췄던 시간이 뜻밖의 방향으로 다시 흐른다. 두 사람의 사랑이 깊어질수록 승민에게는 숨겨야 하는 비밀이 생기고 이를 지키기 위해 선택의 기로에서 분투한다. 무해한 사람들의 선의와 오해가 사랑스럽고 자연스러운 웃음을 만들어내며 인물들이 충돌할수록 사랑이 충만해지는 묘미가 있다. <히트맨> 시리즈에 이어 <하트맨>으로 돌아온 최원섭 감독은 아르헨티나 원작을 한국적 정서로 각색해 풍부하고 따뜻한 웃음으로 풀어낸다. 새해에 어울리는, 딱 기분 좋은 온도의 가족코미디다.
[리뷰] 충돌할수록 충만해지는 하트의 힘, <하트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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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릴 적 도깨비 신비(조현정)와 함께 귀신을 무찔렀던 구하리(김영은)와 최강림(신용우), 그리고 그들의 두 친구는 어느덧 성인이 된다. 최강림은 종적을 감췄으며 나머지 셋은 대학에 다니고 있다. 거기에 카페 아르바이트까지 하느라 바쁜 구하리는 신비에게 소홀해진다. 그즈음 ‘출동! 귀신 헌터’ 채널의 제작자 안 PD(황창영)가 신비에게 다가오고, 신비는 순식간에 유튜브 스타가 된다. 어느 날 신비는 안 PD의 스튜디오에서 수상쩍은 물건을 발견한다. <신비아파트 10주년 극장판: 한 번 더, 소환>은 투니버스에서 방영한 애니메이션 <신비아파트>의 네 번째 극장판이다. K애니메이션의 현주소를 볼 수 있는 작품으로 제작에 4년이 든 만큼 곳곳에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묻어나온다. 세련된 캐릭터디자인과 흐트러지지 않는 작화, 스펙터클한 전개와 새 캐릭터의 등장 등 시리즈의 팬은 물론 처음 접하는 관객에게도 충분한 볼거리를 선사한다.
[리뷰] ‘신비아파트: 엔드게임’이라 해도 손색없는 팬 서비스, 세련된 비주얼에 오열(서브웨이 레시피는 덤), <신비아파트 10주년 극장판: 한 번 더, 소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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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진 안경을 쓰고 손가락에 피 나도록 시나리오를 고치는 감독, 영화를 그만두겠다고 했다가 “영화 때문에 신용불량자 된 적 있어?”란 질문을 받는 감독, 태초에 알타미라동굴 벽화를 그렸고 여러 번 환생을 거듭한 끝에 영화를 준비하는 감독, 카메라를 세팅하는 동안 노배우에게 연애 상담을 하는 감독…. 한국예술종합학교 30주년 기념으로 만들어진 옴니버스영화 <당신이 영화를 그만두면 안 되는 30가지 이유>는 영화 배움터를 뿌리로 둔 덕에 여러 영화감독을 그린다. 김도영, 이종필, 이경미, 김홍준 감독 등 영상원 학생, 교수 출신 30명이 연출에 참여했고, 전고운 감독이 총괄 디렉터를 맡았다. ‘1막 Warm Up 예열’은 코미디 요소가 두드러지고, ‘2막 Deep Field 심연’은 진지한 태도를 취하며, ‘3막 Impact Zone 폭발’은 다양한 장르를 구사한다. 1월14일부터 순차적으로 1막씩 CGV에서 공개되며, 전체 작품은 2월4일부터 5일간 상영된다.
[리뷰] 각양각색이라 들쭉날쭉하지만 눈길이 가는, <당신이 영화를 그만두면 안 되는 30가지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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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미래, 정부의 정책 실패로 인해 생긴 ‘잉여’ 인구들이 가상의 도시 포구에 위치한 텍사스 온천에 모여든다. 엄마를 찾아온 제인(지니)도 그중 하나다. 온천의 운영자는 교한(유인수)과 동생 로한(조병규)으로, 형제는 미스터리한 인물 모자장수(서인국)에게 복종한다. 서로 적대하던 것도 잠시, 유일한 가족과 유해하게 얽힌 로한과 제인은 점차 가까워진다. 그러나 곧 제인의 엄마가 약물 과다 복용으로 사망하고 제인은 교한의 골칫거리가 된다. 교한은 로한을, 로한은 제인을 지키기 위해 움직인다. <보이>를 한 가지 방식으로 설명하면, 각자의 ‘지킴’이 자기중심적 착각일 수도 있음을 형제가 깨닫는 과정이다. 이상덕 감독의 세 번째 장편으로 장르가 다른 만큼 톤과 템포만은 전작들과 차별된다. 청년층이 MP3와 2G 폰을 휴대하는 <보이>의 세계는 꼭 2000~2010년 무렵의 감성으로 하나의 근미래 이미지를 상상한 결과물처럼 다가온다. 다양한 이들이 머물며 각종 물질과 행위
[리뷰] 매운 듯 싱거운, 인상들로서의 근미래담, <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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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래하는 즐거움 하나로 살아가는 마이크(휴 잭맨)는 중년의 모창 가수다. 낮에는 정비공으로, 밤에는 레스토랑이나 바, 지역축제에 참여한 주민들을 상대로 공연을 하며 산다. 마이크는 알코올중독 때문에 수십년째 술을 끊고 사는 베트남 참전 용사치고는 성격이 긍정적이고 밝다. 비록 모창을 하는 신세지만, 예술가로서의 자의식도 적당히 갖고 있다. 다른 동료가 자신과 똑같은 컨셉으로 한날한시에 모창 무대를 하는 걸 참지 못하는 식이다. 그의 평범했던 일상은 어느 날 축제에서 우연히 싱글맘 클레어(케이트 허드슨)를 만나면서 송두리째 뒤흔들린다. 첫눈에 반한 두 사람은 서로의 장기를 살려 커버 밴드를 결성하기로 의기투합한다. 심지어 악기 연주자 멤버들과 매니저까지 섭외해서 명가수 닐 다이아몬드 모창을 전문으로 하는 헌정 밴드 ‘라이트닝 앤 썬더’를 결성한다. 비록 자그마한 동네 공연이긴 해도 무대 위에서 두 사람이 보여준 호흡이 어찌나 좋았던지, 당대 최고의 록밴드 ‘펄 잼’의 리더 에디 베더가
[리뷰] 희망은 복제해도 원본만큼 충분히 값지다, <송 썽 블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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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때 영화 시나리오작가로 대중으로부터 선망받았던 벤 샌더슨(니컬러스 케이지)은 알코올중독자로 전락하면서 많은 것을 잃었다. 회사에서까지 퇴출당한 그는 거액의 퇴직금을 받아 라스베이거스로 떠난다. 그곳에서 매춘으로 생계를 이어가는 여자 세라(엘리자베스 슈)를 만나고 서로의 결핍을 단번에 알아본 둘은 빠르게 가까워진다. 충동과 중독, 본능적임과 즉흥성, 술과 섹스만이 이들의 여백을 채우고 서로의 경계를 건드리지 않는 선에서 정서적 교감은 계속해서 깊어진다. 벤과 세라에게 라스베이거스는 충동과 오감 만족의 도시인 동시에 쉽게 채울 수 없던 공허함을 재차 인식하고 발견하는 공간이다.
니컬러스 케이지가 이름을 알리기 시작한 출발점이라고 할 수 있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는 마이크 피기스 감독에게 감독상과 각색상을, 니컬러스 케이지에게 남우주연상을 안기며 화려한 도시에 쉽게 희석되지 않는 어둠을 조명했다. 2025년에 다시 만난 이 영화는 다소 원초적으로 다가오는 면이 있다. 알코
[리뷰] 재개봉 영화 <라스베가스를 떠나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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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와 사별하고 권고사직으로 직장을 잃은 석인(김민종)은 젊은 시절을 보낸 도시 피렌체로 향한다. 그곳에는 세상을 떠난 친구 엔조(해리 벤자민)의 흔적이 남아 있고 그의 아내 유정(예지원)이 여전히 일하며 살아간다. 석인은 유정의 집에 머물며 찬란했던 기억이 깃든 도시를 순례하듯 다시 걷는다. 피렌체에서 그가 해결해야 할 과제는 두오모의 쿠폴라에 오르는 일. 자신을 지탱하던 모든 것이 사라진 지금의 석인은 쉽게 발을 떼지 못하고 근처를 맴돈다. 영화는 친구와 아내의 부재를 애도하는 시간으로 채워가면서 점차 석인 자신에게로 애도의 대상을 옮겨간다. 과거와 작별하고 상실을 받아들이는 중년의 순례길을 담담하게 그린 이 영화는 배우 김민종이 20년 만에 스크린으로 복귀한 작품으로 ‘글로벌 스테이지 할리우드 영화제 2025’에서 최우수작품상과 감독상, 각본상을 수상했다.
[리뷰] 젊음의 파편을 주우며 걷는 기억 순례길, <피렌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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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의 범죄 조직에서 일하는 타쿠야(기타무라 다쿠미)와 마모루(하야시 유타)가 거대한 암약에 휘말리며 위협당한다. 둘도 없는 친구이자 형제처럼 지내던 두 사람은 계속해서 부딪치고 엇갈리되, 그럼에도 앞날로 나아가고자 애쓴다. 여기에 타쿠야의 은인 카지타니(아야노 고)의 이야기가 섞이며 영화는 세 남자가 겪은 각자의 이야기로 갈라지고, 인물들이 처한 상황의 배경과 인과관계가 점차 맞아떨어지게 된다. 이 과정에서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는 아주 치밀하거나 사건 중심적인 케이퍼 무비의 성질을 띠기보다 세 인물이 겪은 감정의 여로를 따라 움직인다. 추락하는 청춘이 내뿜는 허무와 발악의 정서가 주된 축이며, 기타무라 다쿠미와 하야시 유타의 솔직한 얼굴은 그 정서의 기반이다. 올해 부산국제영화제 경쟁부문 상영작이다.
[리뷰] 어리석은 폭력에 물든 이들도 서로를 돌보며 나아갈 수 있다, <어리석은 자는 누구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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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상의 힘을 함부로 이용하여 인간세계에 해를 끼치고 마법의 나침반까지 잃어버린 봉황사부는 분실물을 되찾고 깨달음을 얻어야만 천상계로 돌아갈 수 있다. 주어진 시간은 무려 300년. 하지만 제한 시간이 다 되어가도록 상황은 여전히 제자리이고, 이대로라면 인간으로 세상을 살아야 한다. 어떻게든 황금나침반을 되찾아야 하는 그가 다급한 여정을 떠나려던 순간, 시공간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잘못된 차원 이동을 한 톰과 제리를 마주한다. 게다가 톰의 목에 걸려 있는 것은 그가 그토록 찾던 아름답고 견고한 황금나침반. 봉황사부는 황금나침반에 완전히 매료돼 악착같이 집착하는 톰의 마음을 돌리기 위해 공들여 잔치까지 벌인다. <톰과 제리>탄생 85주년을 기념한 시리즈 최초 3D애니메이션인 <톰과 제리: 황금나침반 대소동>은 중국을 배경으로 역사 어린 궁궐, 등불 축제 거리, 저잣거리와 숲길 등 아름다운 중국 풍경을 유려하게 묘사한다. <톰과 제리> IP 사상 최초의 동양
[리뷰] 꼭 <톰과 제리>여야만 했던 이유는, <톰과 제리: 황금나침반 대소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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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루카는 고대의 거대 기니피그가 자동차로 진화한 존재로 인간과 공생하고 있다. 모루카의 수가 늘자 채소 부족 문제가 생긴다. 매니매니 아이즈 컴퍼니 CEO(아이바 마사키)는 해결책으로 AI 모루카를 발명한다. 모루카 포테토와 시로모, 아비, 초코, 테디는 우연히 쓰러진 AI 모루카 캐논(무라세 아유무)를 만나다. 이들은 캐논을 노리는 AI 모루카 부대에 습격당하고, 그 순간 모루카 도치를 찾으러 다니는 드라이버(오쓰카 아키오)가 그들을 구한다. 이들은 함께 도치의 똥을 따라가면서 모루카를 대체하는 AI 모루카를 둘러싼 음모를 밝힌다. <극장판 뿌이뿌이 모루카 MOLMAX(모루맥스)>는 동명 스톱모션애니메이션 극장판이다. 스톱모션을 3D CG로 변환하면서 스펙터클을 한층 확장했다. 전형적인 플롯 구조에 마법소녀물, 전대물 등 온갖 장르를 삽입하며 예측불허의 재미를 선사한다.
[리뷰] 어린이 정식을 기대했는데 감자기 김치피자탕수육이. 오히려 좋은 장르 믹스, <극장판 뿌이뿌이 모루카 MOLMAX (모루맥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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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급 천사 가브리엘(키아누 리브스)은 길 잃은 영혼을 구원하고 싶다는 마음으로 생계형 노동자 아지(아지즈 안사리)와 벤처투자자 제프(세스 로건)의 삶에 개입해 인생을 맞바꾼다. 하루아침에 전혀 다른 일상을 살게 된 두 사람은 혼란에 빠지고 권한 밖의 일을 저지른 가브리엘은 인간으로 강등된다. 영화는 양극화된 사회와 부조리한 현실을 따뜻하고 경쾌한 리듬으로 그려내며 두 인물의 변화 과정을 따라간다. 흥미로운 점은 이 변화가 인간에게만 국한되지 않는다는 데 있다. 관찰자나 조율자의 자리에 있던 천사 역시 변화의 당사자에 포함되며 이 전환은 키아누 리브스의 변신으로 완성된다. 네오와 존 윅으로 대표돼온 침착하고 유능한 이미지의 그가 실수를 반복하는 천사가 되어 날개를 달고 등장하는 파격이 새로운 즐거움을 주는 관람 포인트다.
[리뷰] 천사 날개를 단 키아누 리브스를 보는 재미, <굿 포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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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야에 선 타쿠야(고시야마 게이타쓰)가 고개를 젖힌다. 그의 시선을 붙든 건 뜬공이 아닌 흰눈. 이제 야구 글러브를 벗어야 할 계절이다. 대신 하키채를 잡고 빙판으로 향하는 홋카이도 소년들 틈에서 타쿠야는 조금 예외적인 존재다. 스포츠에 곧잘 흥분하는 또래들과 달리 그는 멋진 활약 따위에 관심이 없다. 팀 안에 섞이는 것으로 충분하다는 듯이 아이들이 기피하는 포지션인 골리를 자처한다. 아빠를 닮아 말을 잘 더듬는 타쿠야는 조용히 웃고 마는 일에 익숙하지만, 자기 목소리에 끝까지 귀 기울여주는 단짝 코세이(윤호)가 있어 그리 외롭지만은 않아 보인다.
그러다 타쿠야의 몸과 맘이 한 소녀로 인해 들썩이기 시작한다. 피겨스케이팅을 하는 사쿠라(나카니시 기아라)를 마주하고부터 야구도, 하키도 주지 못한 설렘을 느낀 것이다. 퍽을 향해 전진하는 게 아니 음악을 들으며 춤추고 싶어진 타쿠야는 남몰래 스텝을 밟아본다. 그 귀여운 분투를 알아챈 사쿠라의 코치 아라카와(이케마쓰 소스케)는 방과 후
[리뷰] 물음표를 견디는 힘으로 지탱하는 삶, 그리고 영화, <마이 선샤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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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53회 칸영화제 감독상 수상작이자 영화인과 평론가, <씨네21>기자가 뽑은 해외영화(1995~2024) 베스트 1위에 선정된 작품. 영화의 원제는 한자 ‘一’을 두번 반복한 <一 一>이다. 이는 같은 시공간을 살아가면서도 결코 하나로 수렴되지 않는 인물들의 상태를 함축하고 타인은 물론 자신조차 온전히 이해하지 못하는 인간의 불완전함을 의미한다.
타이베이에 사는 중산층 가족의 일상을 담담히 따라가는 이 영화는 세상을 이해하려는 소녀 정정(켈리 리)과 자기만의 시선으로 세계를 관찰하는 8살 양양(조너선 창)을 통해 눈에 보이지 않는 삶의 사각지대를 들여다본다. 결혼식과 장례식, 재회와 이별, 탄생과 죽음 같은 삶의 사건들을 폭넓게 다루면서도 사건 자체가 주는 극적 효과보다 그것을 받아들이는 인물의 태도에 집중한다. 먼 거리의 우주를 촬영하고 휴대전화 카메라로 일상을 기록하는 시대가 되었지만 우리는 여전히 한 사람의 앞모습과 뒷모습을 한장의 사진에 담을 수는 없다
[리뷰] 재개봉 영화 <하나 그리고 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