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화는 일제강점기의 인물 김창수(조진웅)가 일본도를 든 일본인을 맨손으로 죽이는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김창수는 ‘국모 시해’에 가담한 자를 살해했다고 주장하지만, 법정은 이 일본인이 그저 상인일 뿐이라고 판단해 사형을 선고한다. 김창수는 인천 감옥소에 사형수로 수감되고, 감옥소의 소장이자 친일파 강형식(송승헌)은 김창수를 눈엣가시로 여긴다. 설상가상으로 죄수들 중 최고 권력자 마상구(정만식)까지 김창수의 꼿꼿한 태도에 불만을 품기 시작한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이 영화는 김창수의 살인이 옳은 것이었다고 강변하지 않는다. 그보다 영화의 방점은 인천 감옥소에서 핍박받는 죄수들을 그려내는 데 찍힌다. 이 점에서는 <라스트 캐슬>(2001)이나 <쇼생크 탈출>(1995)을 떠올리게 한다. 특히 김창수가 간수의 소유권 분쟁을 해결해주고, 감옥 내에서 죄수에게 글자를 가르치는 설정은 <쇼생크 탈출>과 유사하다.
조진웅뿐만 아니라 마상구 역의 정만식, 간수
<대장 김창수> 청년 김창수가 일본인을 죽이고 체포된다
-
곧 30살이 되는 수련(보아)은 마을 사람들이 모두 친척인 작은 마을의 우체국 직원이다. 그들은 사당을 모시고 가문을 중시한다. 그녀 또한 이곳 생활에 순종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아버지 제사를 낮에 지내는 일탈을 한다. 13촌 조카 준(이학주)은 그녀와 함께 이 마을을 떠나려고 돈을 모은다. 영화의 초반 수련은 마술을 부린다. 손짓으로 가로등을 켰다 끄고 잠깐 시간을 멈춘다. 자신을 쫓아다니는 준을 따돌리기 위한 행동이었다. 수련이 버스에 올라 자리를 잡고 난 후 다시 원래대로 시간을 돌려놓는다. 하지만 그 이후의 시간은 마치 마법에 걸린 듯 거의 흘러가지 않는다. 어쩌면 시간이 멈춰버린 것이 아닐까. 아름다운 풍경을 배경으로 하고 있지만 그 공간 속에 있는 등장인물들의 감정의 결을 느낄 수가 없다. 수련이 왜 자신을 10년 동안 좋아하는 준을 멀리하는지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영화의 후반까지 기다려야 한다. 그녀의 아버지가 생전에 했던 것처럼 버려진 물건들(계란판에 과꽃을 그리고 철가방
<가을우체국> 가을을 배경으로 찍은 한편의 ‘그림엽서’ 같은 영화
-
젊은 시절 바이올린 연주자였던 마조리(로이스 스미스)는 치매로 점점 기억을 잃어가는 85살 여성이다. 그녀의 곁에는 죽은 남편의 40대 모습으로 복원된 인공지능 월터(존 햄)가 있다. 마조리가 월터의 모습을 40대로 원했던 것은 그녀가 가장 행복했던 시절의 남편의 모습이기 때문이다. 월터는 그녀의 요청에 따라 행복했던 순간의 추억을 들려주고 그녀와 대화를 나눈다. 이 영화의 배경은 미래다. 프라임이라는 인간의 환영(죽은 자)이 인간과 대화를 나눌 수 있는 인공지능 프로그램(홀로프로그램)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이 프라임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프라임에게 죽은 사람에 대한 기억을 전달해줘야 한다. 영화에서는 사위 존(팀 로빈스)이 인공지능 월터에게 자신이 알고 있는 장인(월터)에 관해 얘기해준다. 영화는 인간의 기억이 진실일 수도 거짓일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왜냐하면 인간은 본능적으로 자신에게 불리한 기억을 감추고 유리한 기억만을 소환하기 때문이다. 딸 테스(지나 데이비스)의
<당신과 함께한 순간들> “기억은 퇴적층과도 같아서 잊어버려도 거기에 있다”
-
지구의 생태계가 심각하게 오염되고 극심한 빈부격차로 인해 상류층이 모두 우주 식민지로 떠나버린 2049년의 LA. ‘블레이드 러너’ K(라이언 고슬링)는 경찰 신분의 안드로이드로 인간의 통제를 벗어나 반란을 일으키고는 인간 사회 곳곳에 숨어 사는 안드로이드, 즉 ‘리플리컨트’들을 추적해 ‘퇴역’시키는 일을 하며 산다. 그러던 중 K는 약 30년 전 구모델이었던 여성 리플리컨트의 유골을 발견하고 그녀가 당시 출산을 했었다는 믿을 수 없는 사실의 진위 여부를 파헤치기 시작한다. 리플리컨트 제조사를 운영하는 천재 과학자 니앤더 월레스(자레드 레토)는 완벽한 안드로이드를 만들어내는 창조주의 욕망에 사로잡힌 자로, 자신의 심복인 안드로이드 러브(실비아 혹스)를 시켜 K가 추적하는 리플리컨트의 아이를 찾아낼 것을 지시한다. 영화는 리들리 스콧 감독의 <블레이드 러너>(1982)의 30여년 후의 이야기를 다룬 속편이다. 드니 빌뇌브 감독은 제작에 참여한 리들리 스콧 감독과 함께 인간을
<블레이드 러너 2049> <블레이드 러너>(1982)의 30여년 후의 이야기
-
-
7년 전 예기치 않은 강도사건 때문에 살해당한 엄마 명숙(김해숙)이 되살아났다. 검사 진홍(김래원)은 “엄마가 살아나 집에 왔다”는 누나(장영남)의 전화를 받고 급히 집으로 향한다. 엄마는 언제 죽었냐는 듯 주방에서 요리를 하고 있었고, 이를 지켜본 진홍은 어안이 벙벙할 뿐이다. 진홍을 본 엄마는 눈빛이 바뀌면서 칼을 들고 진홍을 공격한다. 이를 본 친척이 경찰에 신고하고, 엄마는 정신을 잃은 채 수사기관에 잡힌다. 사건을 조사한 국정원 요원 영태(성동일)는 엄마를 희생부활자(RV, Resurrected Victims)라고 판명한다. 좀비도 귀신도 아닌 희생부활자는 억울한 죽임을 당한 뒤 복수를 하기 위해 살아 돌아온 사람을 뜻한다. 진범에게 처벌이 내려지지 않은 경우에만 나타난다. 이 규칙에 따르면 엄마가 진홍을 공격한 것은 엄마에게 일어난 강도사건의 범인이 진홍이라는 얘기다. 진홍은 엄마의 죽음과 관련된 진실을 찾기 시작하고, 경찰 수현(전혜진)은 진홍을 조사한다.
<희
<희생부활자> “엄마가 살아나 집에 왔다”
-
<마더!>는 그림 같은 집에 사는 한 부부의 일상으로 영화의 포문을 연다. 남편(하비에르 바르뎀)은 시를 쓰고, 아내(제니퍼 로렌스)는 집을 꾸민다. 이들 부부의 보금자리는 남편이 결혼 전부터 살던 집인데, 이곳은 한때 큰 화재로 잿더미가 되었다가 아내의 헌신으로 재건되었다. 아내는 자신의 손길이 닿지 않은 곳이 없는 이 집을 더욱 완벽한 낙원으로 꾸미고 싶어 한다. 그러던 어느 날, 부부의 집에 손님이 찾아온다. 자신을 의사라고 소개하는 남자(에드 해리스)는 하룻밤 신세를 지는가 싶더니 부부의 집에서 떠날 생각을 하지 않는다. 설상가상으로 의사의 다른 가족들이 연달아 찾아오며 아내의 심기를 불편하게 한다. 하지만 아이디어의 고갈로 시를 쓰지 못하고 있던 남편은 낯선 손님들의 방문이 새로운 영감을 준다며 그들을 집에 머물게 한다.
“이 작품은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롤러코스터다. 첫 번째 오르막에서 속력을 늦추다가 예상대로 속도를 내고, 그런 다음 또 질주하는.” 대런 애
<마더!> “이 작품은 폭풍처럼 휘몰아치는 롤러코스터다.”
-
옥스퍼드 의과대학 출신의 예비 의사 뉴게이트(짐 스터지스)는 견습 과정의 일환으로 약물 치료를 배우기 위해 스톤허스트 정신병원으로 향한다. 병원장 램 박사(벤 킹슬리)는 그에게 이 병원이 유럽 명문가 사람들만 있는 곳이라고 소개한다. 그레이브스 부인(케이트 베킨세일)도 병원에서 치료를 받는 환자 중 하나다. 부인에게 남편이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도, 뉴게이트는 부인에 대한 마음을 키운다. 영화는 정신질환에 대한 정의나 치료 방법이 발달하지 않았던 19세기 후반을 배경으로, 스톤허스트 정신병원의 미스터리를 그린다. 뉴게이트의 눈에는 환자만큼 의사들도 어떤 광기에 사로잡혀 있는 것처럼 보인다. 램 박사는 약물 치료를 거부하는 급진적인 치료 방법을 주장하고, 자신이 진짜 원장이라고 말하는 솔트 박사(마이클 케인)는 고문 수준으로 환자에게 고통을 가하는 치료 방식을 고집한다. 때문인지 이들의 진료 풍경은 병원보다 종교 집단의 그것과 더 닮아 있다. 뉴게이트는 이 병원에서 유일하게 합리적인 인
<히든 아이덴티티> 스톤허스트 정신병원의 미스터리
-
성 프란치스코(엘리오 제르마노)는 병든 자들을 돌보며 가난한 이와 함께 자유롭고 평등한 삶을 누릴 것을 자신의 수도 준칙으로 담았다. 이런 뜻에 공감한 이들과 함께 작은형제회를 만든 그는 교황청에 자신들을 정식 수도회로 인준해줄 것을 요구하지만, 교황청은 성직자에게 복종하지 않을 수 있다는 구절을 들어 수도 규칙을 바꿀 것을 명령한다. 프란치스코가 자신의 원칙을 고집할수록 교황청의 탄압도 더욱 거세지고, 수도 규칙을 둘러싼 갈등의 불씨는 작은형제회 내부로까지 번진다. 현실적인 성격의 엘리야(제레미 레니에)는 원칙만을 고집하다 수도회를 잃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다. 그는 프란치스코에게 교황청이 문제 삼은 구절들을 수정하자고 권한다. 그러나 프란치스코도 고집을 굽히지 않고, 이에 따라 프란치스코를 지지하는 이들과 엘리야의 뜻에 공감하는 이들의 갈등은 더욱 깊어진다.
교황청에 반기를 든 한 성직자의 여정을 보여주는 작품으로, 종교의 암흑기라 불린 중세시대 교황청의 위선적인 모습과 프란치
<성 프란치스코> 교황청에 반기를 든 한 성직자의 여정
-
시각장애를 지니고 태어난 소녀 마들렌(플뢰르 게프리에)은 이웃에 사는 한 소년을 만난다. 마들렌은 소년을 ‘나의 엔젤’이라 부르게 된다. 눈수술을 받게된 마들렌은 소년의 얼굴을 마주 보게 될 날을 고대하며 그와 시간을 보내고 곧이어 수술을 받게 된다. 그러나 여러 이유로 예상보다 더 오랜 시간을 병원에서 머물게 되고, 집에 돌아왔을 때는 소년이 모습을 감춘 뒤다. 마들렌은 소년이 다시 오길 기다리며 그에게 편지를 남긴다. 그러나 마들렌의 눈에 소년이 보이지 않는 이유는 따로 있다. 바로 그가 투명인간이기 때문이다. 소년의 존재를 아는 사람은 그의 엄마와 마들렌이 전부다. 오랜 시간 마들렌을 기다린 소년은 시력을 찾은 마들렌이 다시 눈을 감고 예전처럼 자신의 존재를 느껴주길 바란다.
화면은 소년의 시점에서 보이는 마들렌의 모습들로 채워진다. 어떤 장면에서 멈추더라도 화보를 보는 기분이 들 만큼 아름다운 영상미를 구현했다. 마들렌이 보이지 않는 상대의 존재를 느끼는 것처럼, 영화는
<나의 엔젤> 외로운 소년, 소녀의 동화같은 러브 스토리
-
평소처럼 전철을 타고 학교에 가던 길, 타카토시(후쿠시 소우타)는 에미(고마쓰 나나)의 모습을 보고 한눈에 반해버렸다. 하지만 왜인지 모를 이유로 이따금 눈물을 흘리고 예지 능력이 있는 것처럼 행동하는 에미에게는 비밀이 있다. 바로 그의 세계에서는 타카토시와 정반대로 시간이 흐른다는 것. 두 사람이 함께할 수 있는 것은 고작 한달뿐이고, 시간은 자꾸 흘러만 간다.
연애에 숙맥인 남자와 예쁘지만 어딘가 비밀을 갖고 있는 여자, 둘의 관계를 적극적으로 도와주는 단짝 친구 등 기본 재료는 무수한 청춘 로맨스의 클리셰에 기댄다. 누군가는 이미 미래를 알고 있는 등 서로 다른 시간대에 살고 있다는 설정은 <말할 수 없는 비밀>(2007), <어바웃 타임>(2013)과도 크게는 같은 카테고리에 속한다. 한쪽만 훌쩍 커버린 상태에서 마주치는 장면은 <가려진 시간>(2016)과도 겹친다. 이 작품의 독특한 점은 연인이 겪는 시간의 격차가 점진적으로 벌어지고 서로
<나는 내일, 어제의 너와 만난다> 두 사람이 함께할 수 있는 것은 고작 한달뿐
-
1939년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고, 안토니나(제시카 채스테인)와 얀 자빈스키(요한 헬덴베르그) 부부가 운영하는 폴란드 바르샤바 동물원도 폭격을 당한다. 심지어 독일군은 이들의 동물원을 무기고로 사용하고, 자빈스키 부부와 친분이 있는 히틀러의 수석 동물학자 헥(다니엘 브륄)도 동물원을 제집처럼 드나들기 시작한다. 무장한 독일군이 상주하는 상황에서 부부는 게토의 유대인들을 동물원에 숨길 계획을 세운다. 게토에서 음식물 쓰레기를 실어날라 돼지농장을 운영하면서, 쓰레기 더미 속에 유대인을 숨겨 빼내오는 것이다. 이 위험한 계획은 게토와 바르샤바 시내가 불탈 때까지 실행된다.
이 기적 같은 이야기는 실화다. 바르샤바 동물원과 자빈스키 빌라에 머물면서 목숨을 구한 유대인은 300명가량이며 재건된 바르샤바 동물원은 지금까지도 운영 중이다. 원작은 다이앤 애커먼이 쓴 동명의 전기인데, 작가 애커먼은 안토니나 자빈스키가 전쟁 당시 쓴 일기를 바탕으로 세상의 모든 생명을 귀하게 여긴 한 용기
<주키퍼스 와이프> 게토의 유대인들을 동물원에 숨길 계획을 세운다
-
아름다운 자연과 마법이 공존하는 미지의 숲속에 한 무리의 양들이 마을을 이뤄 살고 있다. 그런데 양들이 사는 마을 인근에는 마그라 대장이 이끄는 늑대들도 무리 지어 살고 있었다. 숲에서 살아가는 늑대들에게는 하나의 전통이 있는데 대장의 후계 자리를 계승하려면 도전자들끼리 날을 잡아 싸워 이겨야 한다. 오래전부터 호시탐탐 마그라 대장(세르게이 베즈르코프)의 자리를 노리던 아둔하고 탐욕스러운 늑대 라피(안드레이 바르쿠다로프)는 자신에게 도전장을 내민 낙천적인 성격의 그레이(톰 펠튼)와 싸울 날만을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결전의 날이 오거나 말거나 태평하게 돌아다니던 그레이는 우연히 다람쥐 마을을 지나치다가 마법사 다람쥐와 마주치는 일을 겪고, 온몸이 양으로 변하는 물약을 마시고 만다. 늑대에서 양으로 몸이 뒤바뀐 그레이는 여느 영화 속 주인공처럼 사랑하는 비앙카의 마음도 잃고 경쟁자인 라피에게 대장 자리까지 빼앗길 위기에 처한다. 전혀 다른 성격과 지향을 가진 양과 늑대 마을을 오가
<매직울프> 아름다운 자연과 마법이 공존하는 미지의 숲속
-
메리(매케나 그레이스)는 남다른 소녀다. 친구들이 덧셈과 뺄셈을 배울 때, 메리는 미분과 적분을 풀고 세계 경제의 앞날을 예측한다. 그녀의 비범함은 어느 정도 예견된 결과였다. 메리의 어머니 다이안은 인류에 주어진 7대 수학 난제 중 하나에 도전했던 세계적 천재였으나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다이안의 오빠 프랭크(크리스 에반스)는 조카 메리가 여동생의 전철을 밟지 않길 바라며 메리와 함께 플로리다의 해안가에서 평범하게 살아가지만, 시간이 흐르고 메리가 성장하며 소녀의 재능은 일상에서 더욱 두드러진다. 그러던 어느 날, 보스턴에 머물고 있던 프랭크의 어머니 에블린(린제이 덩컨)이 찾아온다. 손녀가 수학에 대한 딸의 재능을 그대로 이어받았다는 사실에 기뻐하던 에블린은 아이를 더 나은 환경에서 키우겠다며 양육권 소송을 벌인다.
할머니와 삼촌이 천재 소녀를 서로 키우겠다고 법적으로 다투는 이야기. <어메이징 메리>를 관통하는 갈등의 중심축이다. 하지만 이 영화는 어느 한쪽을 악
<어메이징 메리> 명석한 두뇌를 가지고 태어난 소녀
-
1639년 병자년 호란이 일어난다. 청의 대군에 막혀 미처 강화도로 파천하지 못한 조정은 급히 남한산성으로 들어가 항전을 시작한다. 이조판서 최명길(이병헌)은 청나라와의 화친을 도모해 살 길을 열고자 한다. 뒤늦게 남한산성으로 들어온 예조판서 김상헌(김윤석)은 오랑캐에게 무릎을 꿇을 수 없다며 결사항전을 주장한다. 인조(박해일)가 사분오열된 대신들 사이를 부평초처럼 오가는 사이 시간은 흘러가고 청나라의 황제가 삼전도에 당도한다.
<남한산성>은 김훈 작가의 동명 소설을 원작으로 한다. 역사가 스포일러라는 농담처럼 이미 다 알고 있는 이야기인 만큼 무엇을 전달하는지가 아니라 어떻게 표현할지가 관건이다. 황동혁 감독은 일체의 재해석이나 변주 없이 소설의 건조하고 날선 문체를 있는 그대로 화면으로 옮기는 데 초점을 맞췄고 대체로 원하는 바를 달성한다. 이 영화는 인물의 내면을 파고드는 클로즈업의 드라마가 아니라 시대의 풍경을 점점이 찍어낸 산수화, 김훈 소설을 빗대자면 ‘땅의
<남한산성> 오가는 말의 전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