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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을 앞두고 재미있는 이벤트를 생각해냈다. <스타워즈> 시리즈의 오디오와 비주얼 소스를 일부 제공하는 ‘<스타워즈> 팬필름 어워드’를 열겠다는 것이었다. 인터넷 상영관 아톰필름과 공동으로 진행한 이 이벤트에는 기발하고 장난스럽고 향수에 찬 작품들이 몰렸고, 아톰필름 코미디영화 부문 상위권을 싹쓸이하는 성과를 올렸다.
이중 6월 중순 1위에 올라 있는 영화는 관객상을 두고 경합을 벌였으나 떨어진 <조용히, 치명적으로>(Silent But Deadly)다. 수상작보다 더 많은 인기를 얻은 이 영화는 발랄하게 진행되는 무성영화. 조지 루카스는 인터넷에 자꾸 <스타워즈> 시리즈의 내용이 새나가자 그 주모자 세명을 지목해 두명의 스톰트루퍼를 보낸다. 이들은 피자상자와 고장난 변기 등을 동원해 제거대상을 납치한 뒤 조지 루카스 제작의 <하워드 덕>을 보여주며 고문한다. 그러나 더 어려운 난제가 이들을 기다리고 있다. 루카스가 <반지
<스타워즈> 6부작과 그 전후의 연대기 [8] - 팬필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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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성근 ● ● ●┃배우·스크린쿼터문화연대 이사장 97년 언저리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그를 처음 본 게. 아마도 한국영화연구소에 안성기 선배와 함께 이름을 끼워넣게 되면서 인사를 나눴던 것 같다. 빛도 못 보고, 욕만 먹는 자리인데도 용케도 버텨왔구나 싶었다. 당시 영화진흥공사나 문화체육부에서 지원하는 연구 프로젝트가 없는 것은 아니었지만, 그는 늘 선정명단에서 배제됐는데, 그런 사정을 알고 나서부터는 이 사람이 뭘 먹고사나 궁금하기도 했다. 결국, 못 먹어서 저렇게 삐쩍 말랐구나 하고 웃고 말았지만. 그가 무척 소중한 존재라는 사실은 정지영 감독 등과 스크린쿼터 감시단 활동을 하면서부터 뼈저리게 느꼈다. 깃발 들고 나섰지만, 뒤에서 논리적으로 백업해 주는 사람이 없으면 어떡하나. 자, 가자, 하고 영화계 현안에 나설 수 있었던 것도 다 그 때문이다. 개인적으로 그가 영화뿐 아니라 다른 영역에까지 관심을 넓혀 문화정책 전문가로 거듭났으면 하는 바람이다. 장기적인 바람은 고시가 아니더
김혜준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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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혜준씨는 문화관광부 관료들 사이에서 ‘언론플레이의 귀재’로 불렸던 적이 있다. 스크린쿼터나 통합전산망 사업 등 현안을 둘러싼 기자들의 곤혹스러운 질문에 그들은 입장을 밝히는 대신 “왜, 김혜준 그 사람 말만 듣고 그러느냐?”면서 불만을 터뜨렸다. 오해에서 비롯된 항변이지만, 영화계 현안이 발생할 때마다 기자들이 그를 귀찮게 했던 건 사실이다. 안정숙 전 <씨네21> 편집장의 말대로 기자들은 밤낮을 가리지 않고 “영화진흥법이건 스크린쿼터건 기사를 쓰려면 그를 찾을 수밖에 없었다.” 그러니 기자들의 영화정책에 관한 생각은 김혜준씨의 머리 속에서 나올 수밖에.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실장을 맡고 있는 김혜준씨는 한국영화계의 독보적인 정책이론가다. 여기서 ‘독보적’이라는 상투적인 수사는 조금의 과장도 없는 사실이다. 사실 정책 분야는 영화판에서 가장 따분해 보이는 일이다. 사람도 좀 따분해보인다. 막힘 없는 논리적 언변가이며, 술도 안마시고 약속은 결코 어기는 일이 없다. 이효인씨
한국영화 정책이론가, 영화진흥위원회 정책연구실장 김혜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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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핀처의 영화를 보는 일은, 고통의 시간으로 들어가는 것이다. 핀처의 영화는 육체와 영혼의 고통으로 가득하다. 그의 영화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상처받고, 빼앗기고, 좌절한다. 도망칠 곳도 없다. 도저한 운명의 굴레에서 누구도 벗어날 수 없음을 비극적으로 드러내는 <쎄븐>, 맞아서 이빨이 부러지고 선지피를 울컥 토해내는 성인들의 과격한 동화 <파이트 클럽>은 암울하고, 폭력적이다. 핀처는 관객에게 통상의 즐거움을 안겨줄 생각은 일체 하지 않는다. 당연하다. 그는 스스로, “나에겐 결코 당신이 상상하지 못할 악마가 있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그 ‘악마성’으로, 현재 핀처는 전도 유망한 할리우드 감독이며 스튜디오 시스템에서 자라난 작가가 되었다. 찾아보기 아주 힘든, ‘야수’가 어디에선가 튀어나온 것이다. 야수의 매력을 찾아내는 가장 빠른 방법은, 야수의 룰에 동참하는 것이다. ‘고통 또한 희열’이라는 것에 동의한다면, 핀처의 영화는 극단적인 기쁨을 안겨준다.
<패닉 룸>으로 돌아온 데이비드 핀처의 영화세계, 그 고통의 희열(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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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쎄븐>과 <파이트 클럽>, 어둡고 심오한 묵시록<쎄븐>에 이은, 데이비드 핀처의 진정한 걸작은 <파이트 클럽>이다. 여전히 어둡고, 여전히 심오한 묵시록의 세계. <파이트 클럽>은 <존 말코비치 되기>와 함께 지난 10년간 스튜디오에서 만들어진 가장 논쟁적이고, 위대한 작품의 하나다. <파이트 클럽>은 한 남자의 자기분열적인 욕망과 초월에 관한 이야기다. 불면증에 시달리던 남자는, 불치병에 걸린 사람들의 모임에서 ‘고통’을 느끼려 한다. 하지만 그건 고통이 아니다. 그는 타일러를 만나고, 무정부주의자이며 도시의 게릴라인 그 남자의 매력에 흠뻑 빠져든다. 진짜 ‘고통’을 느끼는 파이트 클럽을 알게 된다. 일 대 일로 싸우며, 한쪽이 패배를 시인할 때까지 주먹으로 치고받는 파이트 클럽. 파이트 클럽에서 비로소 자신을, 세상을 만난 남자들은 세상의 질서를 비웃으며, 조직적인 테러에 들어간다. <파이트 클럽&
<패닉 룸>으로 돌아온 데이비드 핀처의 영화세계, 그 고통의 희열(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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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비드 핀처는 암흑의 아름다움을 다루는 감독이다. <에이리언3>부터 <패닉 룸>에 이르는 핀처의 영화에서 밝고 환한 세상은 좀처럼 눈에 띄지 않는다. 프랑스 촬영감독 다리우스 콘지를 불러들여 고감도 촬영의 극단적 가능성을 보여준 <쎄븐>이 대변하듯, 핀처는 어둠이 지배하는 이미지로 작가의 서명이 확연한 세계를 구축한다. <패닉 룸>의 무대는 불길한 기운이 느껴지는 4층 저택이며, 사건은 하룻밤 동안 벌어진다. 핀처가 매력을 느낀 게 당연하다. 그는 데이비드 코엡의 각본이 “일종의 연습처럼 보였다”고 말한다. 제한된 시간과 공간 안에 사람들을 밀어넣고 서스펜스와 스릴을 극대화하는 방법, 핀처 역시 <패닉 룸>을 일종의 연습으로 생각했다고 고백한다. 애초 촬영을 맡은 다리우스 콘지와 이견이 생긴 것도 이런 점이었을 것이다. 인터뷰에서 핀처가 밝힌 말로 짐작해보면 콘지는 <패닉 룸>을 좀더 심오한 영화로 받아들인 것 같다.
<패닉 룸>의 촬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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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닉 룸>에서 카메라는 벽을 통과하며 어떤 등장인물보다 자유롭게 움직인다. 이 영화의 카메라 움직임은 어떤 컨셉으로 이뤄졌나.이런 유의 영화에서 카메라는 대개 두 가지 방식으로 움직인다. 하나는 내가 현장에 있는 것처럼 찍는 것이다. 종군기자가 전쟁상황을 전하는 것처럼 감독의 주관적 시점으로 사건을 보여준다. 다른 하나의 방식은 <블레어 윗치>처럼 사건에 직접 얽혀 있는 공모자의 시점으로 찍는 것이다. 나는 극단적으로 다른 길을 선택했다. 그것은 카메라가 어디로도 움직일 수 있고 어떤 시점도 대변할 수 있는 방식이다. 카메라의 이런 움직임과 상반되게 사람들은 벽과 문에 갇혀 있다. 사람은 문을 관통해서 빠져나갈 수 없기에 번번이 벽과 문에 가로막힌다. 나는 진정 카메라가 전지전능할 수 있다는 생각에 혹했다. 그것은 유령의 관점으로 영화를 찍는 것이며 관객에게 어떤 긴장감을 준다. 당신이 보고 싶지 않은 것, 무시무시한 어떤 것을 당신의 의지와 무관하게 보게 된
데이비드 핀처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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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언자의 보고서에 준거하여 사흘 뒤 일어날 존속살인사건의 범인으로 너를 체포한다.” 한가로운 일요일 아침, 누군가 이불을 들추고 당신의 손목에 수갑을 채운다면? 물론 분노할 일이다. 그런데 그들 덕분에 바로 몇달 전 당신의 아이가 생명을 건진 적이 있다면? 당신은 이 시스템에 동의할 것인가 항변할 것인가? 필립 K. 딕의 동명 단편을 각색한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그런 골치 아픈 질문을 내장한 차별화 전략의 여름 블록버스터이며, <A.I.> 이후 계속 ‘전자양의 꿈’에 잠겨 있는 스티븐 스필버그가 톰 크루즈와 손잡고 내놓는 첫 번째 합작품이라는 점에서 기대를 부추긴다. 흥행과 예술의 별을 함께 좇아온 할리우드의 두 스타는 목적을 이룰 수 있을까. <바닐라 스카이>와 <A.I.>로 한풀 꺾였던 그들의 박스오피스 파워는 어떤 포물선을 그릴까? 7월 말 국내 개봉을 앞둔 <마이너리티 리포트>에 대한 마이너 리포트를 싣는다.
“이
<마이너리티 리포트> 미리보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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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 시제의 리얼리즘
지난해 <A.I.> 완성에 즈음해 인공지능 연구자들을 MIT에서 열린 프레스 정킷에 초대했던 스필버그는 이번에도 <마이너리티 리포트>를 제출하기 위해 ‘싱크 탱크’라고 명명된 세미나부터 소집하는 우등생다운 태도를 보였다. 샌타모니카의 한 호텔에서 열린 사흘간의 이 세미나에 초청된 것은 의 작가 더글러스 코플랜드를 비롯해 테크놀로지, 사법, 도시계획, 건축의학, 환경, 건강, 사회복지, 교통, 컴퓨터계의 권위자 스물여덟명. 5년, 10년, 50년 뒤 미래사회의 디테일에 대한 이들의 토의가 벌어진 컨퍼런스의 열성적인 청중이 <마이너리티 리포트> 제작진이었던 것은 말할 나위도 없다.
싱크 탱크의 운영은, 필름누아르의 렌즈를 빌려오는 것과 아울러 스필버그가 <마이너리티 리포트>의 초안을 잡으며 세운 또 하나의 대원칙 실현을 위해 필수적인 작업이었다. 그것은 바로 ‘공상과학’의 딱지를 거부하거나 다른 각도로 규정해보겠다는
<마이너리티 리포트> 미리보기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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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3월22일 로스앤젤레스에서 프로덕션을 개시한 <마이너리티 리포트>는 남캘리포니아와 워싱턴 D. C의 실제 로케이션과 유니버설, 폭스, 워너 세곳의 메이저 스튜디오 세트에서 3개월에 걸쳐 촬영됐다. 여기에 휴지기를 빼고 도합 1년에 달하는 프리 프로덕션과 7개 특수효과사가 달라붙은 포스트 프로덕션이 스케치와 마무리 손질을 더했다. 스필버그가 다소 어둡고 추레한 누아르의 톤을 설정함에 따라 조명이 설계됐고 야누츠 카민스키 촬영감독은 하이라이트에 강세를 넣고 그늘 부분을 더욱 컴컴하게 떨어뜨리는 포지스킵(블리치-바이-패스: 감광유제 표백과정을 생략하는 현상기법) 현상방식을 채택해 위기감과 불안감을 고조시키는 효과를 노렸다.
현재로부터 생성된 미래상을 구현하기 위해 주무대인 워싱턴 D.C는, 도시를 표상하는 기념비적 건물들이 그대로 남아 있는 도심과 수직적으로 개발된 포토맥 강 건너의 베드 타운, 그리고 테크놀로지의 발전을 미처 따라잡지 못한 가난한 시민들의 후락한
<마이너리티 리포트> 미리보기 [3] - 프로덕션 디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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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챔피언>에 대해 궁금한 것이 많았다. 다만 ‘감독 곽경택, 주연 유오성, 링 위에서 사망한 고 김득구 선수의 일대기’라는 너무나 명확한 가이드라인 때문인지 이 영화에 대한 구체적인 질문들은 그간 건네지지 못했다. 감독과 배우의 이름값만으로도 제작진의 의도와 관계없이 <챔피언>은 올해 한국영화 중에서 가장 강력한 대중성을 지닐 작품 가운데 하나로 점쳐져왔다. 6월28일 개봉을 앞두고, 제작진과의 인터뷰를 토대로 <챔피언>에 대한 궁금증을 풀어봤다.-편집자“<챔피언>만의 액션장면을 만든다”는 곽경택 감독의 약속은 지켜졌나.영화에서 유오성이 등장하는 장면이 80% 정도 되는데 그중 성한 얼굴을 찾아보기 힘들 정도다. 아무래도 권투선수의 삶을 다룬 영화다보니 많은 양의 경기장면이 펼쳐질 수밖에 없었다. 그때 곽경택 감독은 고민에 빠졌던 것 같다. 그렇다면 이 빈번한 액션신을 어떻게 다르게 찍을 수 있을까? 결국 그는 세계 챔피언 타이틀전을
곽경택-유오성의 <챔피언>에 묻고 싶은 여섯 가지 것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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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꼬마 유오성,찾았습니다<챔피언>의 배우는 과연 누구인가. 유오성을 제외하면 대부분 무명이다. 그들은 과연 <친구>의 조연들을 능가할 것인가.체육관 동료부터 아역까지 거의 대부분이 오디션을 통해 출연하게 되었다. 곽경택 감독은 오디션을 진짜로 좋아하는 사람인데, 전쟁 나가기 전에 병사들의 능력을 꼼꼼히 체크하는 과정이라고 한다. 그런데 상업적으로 실패한 감독의 오디션엔 비중있는 조연들이 아예 참여를 안 하는 경우가 많고 오더라도 요구사항을 안 하려는 경우도 많다. <친구> 오디션할 때만 해도 <억수탕> <닥터K> 이후 작품이니까 오기로 했던 배우들이 많이 불참했던 아픈 기억이 있다.이번에도 재미있는 조연들이 많다. 김득구가 체육관 들어가기 전에는 버스 돌면서 관상책과 가정의례준칙보감을 붙여서 100원에 파는 보따리장수를 했다. 그때 터미널에서 김득구를 괴롭히던 단발머리 양아치 삼총사가 있다. 나중엔 똥바가지를 뒤집어쓰기도
곽경택-유오성의 <챔피언>에 묻고 싶은 여섯 가지 것들(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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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 최대의 애니메이션 축제인 2002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이 6월3일부터 8일까지 6일간의 일정을 끝으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26회를 맞이한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은 매년 초여름, 스위스와의 접경지대에 위치한 프랑스 호반의 도시 안시에서 열리는 애니메이션영화제. 오타와, 자그레브, 히로시마 등 4대 애니메이션페스티벌 중에서도 으뜸가는 전통을 지닌 축제로, 세계 애니메이션의 흐름을 한눈에 볼 수 있는 장이다. 특히 올해의 안시는, 이성강 감독의 <마리이야기>가 장편 그랑프리를 수상함으로써 한국 애니메이션사에 한획을 그은 순간으로도 기억될 만하다. 67년 첫 장편애니메이션 <홍길동>이 나온 이래 35년 만에 이뤄낸 성과다.학생·졸업작품 부문 매진행렬이번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의 스크린을 수놓은 작품은 33개국에서 출품된 500여편. 그중 <마리이야기>를 포함한 장편 경쟁부문 출품작이 5편, 단편 경쟁부문에 오른 작품이 모두 52편이다. 지난
2002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참관기(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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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덜란드 출신 거장 ‘폴 드리센의 세계’
지난해 알렉산더 페트로프에 이어 올해 안시가 오마주를 바친 거장은 네덜란드의 폴 드리센. ‘폴 드리센의 세계’란 제목으로 마련된 회고전과 함께, 폴 드리센의 다큐멘터리 <폴 드리센의 인사이드 아웃> 상영회 및 <폴 드리센> 출판기념 사인회가 열렸다. 홀란드애니메이션페스티벌과 안시페스티벌이 공동주최한 이 이벤트에서 눈길을 끄는 대목은 3년 전부터 준비해왔다는 그의 첫 저서 <폴 드리센>의 출판이다. 1999년 그의 60번째 생일을 기념하기 위한 일환으로 추진했던 이 프로젝트는 3년 만에 그 결실을 보게 됐다. 이 책은 폴 드리센의 초기작부터 최근작까지를 그림과 더불어 네덜란드어, 독일어, 영어 등 3개 국어로 구성해 소개하고 있다. 이 책의 공동제작에 참여했던 홀란드애니메이션페스티벌 디렉터 게벤 쉐머는 “애니메이션에 관심있는 모든 사람들이 이 책을 읽었으면 좋겠다”라는 말과 함께 “이른 시일 내에 한국에도 이
2002 안시국제애니메이션페스티벌 참관기(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