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혜수는 신마다 옷이 바뀐다?20년 동안 무대의상과 영화의상의 디자이너로 활동하고 있는 정경희씨의 손을 거쳐 부활된 <YMCA…>의 의상은 양장과 한복이 혼재하던 1905년 격변기의 시대상황을 눈으로 증명시킨다. 지금의 야구유니폼과는 달리 넓은 통에 발목을 조여주는 한복 형태의 바지에 서구식 상의, 그리고 캡을 착용한 YMCA야구단의 유니폼은 YMCA야구단과 YMCA축구단이 함께 찍은 1907년의 낡고 침침한 단체사진 한장에서 나오기 시작했다. “의상을 결정하는 건 디자인보다는 어떤 옷감을 쓰느냐에 달려 있어요. 지금 생산되는 천으로는 아무리 똑같은 디자인으로 재단한다 해도 그 시절의 느낌을 뽑아내기 힘들죠.” 그래서 황학동 등지의 골동품 시장을 돌아다니기도 하고 옛날 이불보를 사용해서 옷을 짓기도 했으며 심지어 벨기에의 헌 앤티크숍에서 1900년 초의 아이보리 드레스를 공수하기도 했다. 출신 성분이 미천한 량현, 량하가 연기한 쌍둥이의 옷이나 외야수 은의 옷은 옷감을 돌
마운드에 선 에 묻는 7문 7답(3)
-
배배 감은 터번과 꼬아올린 수염, 신비스런 눈동자의 현인? 아니다. 이성과 논리로 설명할 수 없는 초자연적인 현상을 영화 속에 녹여낸 <식스 센스>와 <언브레이커블>, 그리고 <싸인>의 인도계 미국인 감독 M. 나이트 샤말란은 너무 평범한 인상의 소유자다.
집 앞에서 쓰레기를 치우다 가벼운 눈인사로 넘겨버리고 말 법한 보통 이웃 같은 분위기의 샤말란은, 그러나 현재 할리우드에서 가장 촉망받는 시나리오 작가이자 감독이다. 그가 할리우드 안팎에서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것은 5500만달러에서 7500만달러라는 비교적 적은 제작비를 들여 99년 <식스 센스>로 2억9천여만달러를, 2000년 <언브레이커블>로 1억달러 가까운 수익을 디즈니에게 벌어다준 ‘황금거위’라는 점 때문만이 아니다.
샤말란은 최근작 두편과 최신작 <싸인>을 통해 그는 우리가 불가사의라는 영역으로 밀쳐놓았던 주제를 자신만의 스타일로 담아왔다. 유령이라는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영화세계 파헤치기 [1]
-
<식스 센스>-공포물인 줄 알았다. 사랑 이야기였다
영화인생 역시 마찬가지다. 샤말란의 영화인생은 8살 때 아버지에게 8mm 카메라를 선물받으면서 시작했다. 어린 시절부터 글쓰기를 좋아했던 샤말란은 17살까지 무려 45편의 단편영화를 만들었다. 당시 샤말란의 우상은 스티븐 스필버그(역시!)였고 <죠스> <레이더스>를 특히 좋아했다. 샤말란은 대학교 4학년 때 첫 연출작인 <프레잉 위드 앵거>(Praying with Anger)의 시나리오를 쓰고, 92년 제작에 들어간다. 미국 출신의 젊은 교환학생이 인도의 대학에 가게 되지만, 오히려 고향인 인도에서 이방인 취급을 당하는 이야기. 실제로 인도에 갔을 때 샤말란이 겪은 경험과 느낌을 담았다고 한다. 제작, 감독, 각본, 연기까지 도맡으며 인도에 가서 촬영한 <프레잉 위드 앵거>는 평단에서 좋은 반응을 얻었다.
시나리오 작가 샤말란은 이미 인정을 받았다. <레이버 오브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영화세계 파헤치기 [2]
-
<싸인> - 전통과 현대의 황금분할
그런 감동과 의미를 끌어내기 위하여, 샤말란은 기발한 장치들을 마련한다. 아니, 사실 그것들은 가장 정통적인 방법이다. 기술만능의 현대영화들이 잊어버리고 있는, 가장 보편적으로 스릴과 서스펜스를 끌어내는 방식. “나는 옛날의 영화제작 스타일에 더 능숙하다.”(샤말란) <싸인>의 제작자 캐슬린 케네디는 “관객의 상상력을 이용하는 연출기법이 구체적인 상황이나 장면을 보여주는 방식보다 관객으로부터 더 많은 긴장감을 이끌어낼 수 있다. 요즘은 테크놀로지가 모든 것을 다 해내는 영화제작 방식이 범람하는데도 샤말란 감독은 스토리가 최고의 주인공인 영화를 만들고 싶어한다”고 말한다. 그것은 액션을 중심에 두지 않는 그의 영화 스타일에서도 드러난다. 샤말란의 영화는 당연히 액션이 등장해야 할 소재와 내용이다. 그런데도 액션은 거의 최소한이다. <식스 센스>의 유령은 단지 아이의 눈에 보이는 것뿐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고, &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영화세계 파헤치기 [3]
-
-
˝나는 CG보다 실사를, 그리고 기적을 믿는다˝
7월23일 뉴욕 리젠시 호텔에 마련된 인터뷰룸으로 쓱, 들어온 샤말란의 첫인상은 “설마, 저 사람이…”라는 쪽에 가까웠다. 까무잡잡한 피부에 동그란 얼굴, 중키에 그리 날렵하지 않은 몸매까지, 영화에서 보여주는 비범함이나 날카로움과는 그리 관계없는 듯했다. 하지만 정확히 10초 뒤, 편견은 격파됐다. 의자에 앉자마자 속사포처럼 쏟아낸 그의 말들은 단호했고, 확신에 넘쳤다. 이 30대 초반의 시네아스트는 마치 숙련된 장인처럼 자신의 창작세계를 줄줄 풀어냈지만, 태도만큼은 시종 성실함 그 자체였다. 결국 할리우드 스튜디오는 그의 천재성보다 진지함과 성실성을 믿었던 게 아닐까. 그리고 24분17초 뒤 그가 자리를 떠났을 때, 기자들의 입에서 “역시…”란 말이 동시에 튀어나온 것은 당연한 일인지도 모른다.
-<싸인>의 시작 부분 타이틀 크레딧은 히치콕의 작품을 연상케 하는 고전적 스타일이다.
=이 영화의 음악을 맡은 제
M. 나이트 샤말란 감독의 영화세계 파헤치기 [4]
-
“Two Thumbs up!” 이것은 복음이다. 할리우드 제작자에게 이보다 감미로운 축사는 없다. 영화평론가 진 시스켈과 로저 에버트의 말다툼에서 대미를 장식한 것은 언제나 엄지손가락의 향방이었다. 둘의 엄지손가락이 동시에 올라가면 그 영화는 성공을 보장받는 셈이었다. 1975년부터 1999년까지 24년이나 계속된, 미국에서 가장 대중적 영향력이 크다는 TV영화비평 프로그램 <시스켈과 에버트>는 99년 시스켈이 죽고나서 <에버트와 로퍼>로 바뀌었지만 대중적 인기는 크게 떨어지지 않았다. 35년간 <시카고 선타임스>에 영화평을 쓰고 있는 평론가 로저 에버트가 아직 자리를 지키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로저 에버트는 현재 미국에서 가장 유명한 영화평론가다. 가장 권위있는 평론가라고 단정할 수는 없지만, 지방마다 발행되는 신문이 다르고 영화잡지 구매층이 TV시청자 수를 능가할 수 없다는 점에서 전국에 방영되는 TV프로그램에 20년 이상 출연중인 그의 인지도를
할리우드를 주무르는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의 모든 것(1)
-
시스켈과 에버트, 경쟁심이 낳은 명콤비시카고에는 ‘시스켈 앤 에버트 로드’라는 길이 있다. 뉴욕에 비하면 문화적 변방에 불과한 시카고에서 전국적 영향력을 발휘한 두 평론가를 기념하는 것은 당연해 보인다. <시스켈과 에버트>는 매주 한번 30분 방영하는 쇼로서는 대단한 시청률을 유지했는데 그 비결은 무엇보다 두 사람이 적대적으로 보일 만큼 치열하게 논쟁을 벌였기 때문이다. 영화제작자가 고대하는 ‘Two Thumbs Up!’ 판정은 그만큼 받기 힘들었지만 시청자들은 상대방의 견해와 다른 각도에서 영화를 보는 콤비 플레이에 더 많은 흥미를 느꼈다. 둘의 경쟁심이 어찌나 대단했던지 시스켈은 몸이 아파 방송을 쉴 때도 “빨리 완쾌할 작정이다. 왜냐하면 로저가 나보다 많이 나오는 걸 원치 않기 때문”이라는 뼈있는 농담을 했다. 둘은 다른 토크쇼에 초대손님으로 나와서도 사회자 옆자리를 차지하려고 다투는 모습을 보이며 시청자를 즐겁게 했다.하지만 그들이 순전히 쇼를 위해 이런 모습을 보
할리우드를 주무르는 영화평론가 로저 에버트의 모든 것(2)
-
★★★★★★★로저 에버트가 꼽은 별난 걸작 6★ <구름 속의 산책>감독 알폰소 아라우 1995년<달콤쌉싸름한 초콜릿>의 알폰소 아라우 감독이 키아누 리브스를 기용해 만든 2차대전기 멜로드라마 <구름 속의 산책>을 로저 에버트는 “열정과 쓰디쓴 열망으로 불타는 장려한 로맨틱판타지”라고 불렀다. 그리고 “편견을 지닌 눈에는 오버한 멜로드라마로 보이겠지만 이 영화에 온전히 반응하기 위해서는 열정과 열망을 자기 영혼 속에 갖고 있어야 한다”고 반신반의할 독자들을 설득했다. 이즈음 에버트는 아마 순진한 감성과 고전적 형식의 영화에 대한 갈증에 시달리고 있었던 듯. 영화는 냉소가 기분이고 한숨보다는 비웃음이 쉽다고 생각하는 이 시대에 구원 같은 영화라고 찬사를 아끼지 않았다.★ <노틀담의 꼽추>감독 개리 트루즈데일, 커크 와이즈 1996년로저 에버트의 평론에 드러난 그의 취향 중 하나는 디즈니 만화영화에 호의적이라는 점이다. <노틀담의 꼽추>
로저 에버트가 꼽은 별난 걸작 별난 졸작
-
영화제 취재차 머문 카를로비 바리에서 로저 에버트를 인터뷰한 것은 예정됐던 일은 아니었다. ‘불감청(不敢請)이언정고소원(固所願)’이라고 할까? “혹시 로저 에버트를 인터뷰할 생각없나요?”라는 이스트필름 대표 명계남씨의 제안에 귀가 솔깃해져 대뜸 약속을잡아달라고 부탁했다. 지난 7월13일 폐막한 카를로비 바리 국제영화제에서 두 사람은 심사위원으로 초청받아 매번 옆자리에 앉아 영화를 보던참이었다. 한 차례 약속이 어긋나고 극장에서 우연히 마주쳐 인사를 나누는 우여곡절 끝에 7월9일 에버트가 묵고 있는 호텔에서 인터뷰가 성사됐다.당신의 영화평은 한국의 영화저널리즘에도 상당한 영향을 끼친다. 많은 영화담당 기자와 영화평론가들이 새로운 할리우드영화가 개봉할 때마다 당신의 영화평을 들춰본다. 당신의 영화평을 미국식 저널리즘 비평의 표준으로 여기는 셈이다. 하지만 미국의 비평과 프랑스의 비평에는 어떤 차이가 있다. 자신의 비평이 프랑스의 비평에 비해 엔터테인먼트에 비중을 많이 두며 좀더 대중적이
카를로비 바리에서 만난 로저 에버트
-
적절한 ‘제한’인가, 과도한 ‘침해’인가. 영상물등급위원회(위원장 김수용)의 등급분류 기준이 지나치게 ‘획일적’이라는 비판이 일고 있다. 7월22일, 등급위가 일부 섹스장면이 국내 정서에 맞지 않는다는 이유를 들어 박진표 감독의 <죽어도 좋아>에 ‘제한상영가’ 등급을 부여하자 영화인회의, 한국독립영화협회, 문화개혁시민연대 등의 단체들이 “2기 등급위가 새로 구성되었지만, 등급 분류에 있어 여전히 낡은 잣대를 들이대고 있다”며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에 질세라 등급위도 “성기노출은 성인용 비디오에서도 금하고 있는 사항”이라고 맞서면서 제한상영 등급의 기준을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다.
올해 전주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죽어도 좋아>는 70대 노부부의 사랑을 가감없이 다룬 작품. 뒤이어 칸영화제 비평가주간에도 초청되어 세간의 주목을 끌었다. 그러나 등급위의 제한상영가 등급을 받은 이상 관람할 수 있는 방법은 현재로선 없다. 지난해 8월 헌법재판소가 “등급위의
<죽어도 좋아>, 죽여도 좋은가? [1]
-
제한상영관 운영 논의 다시 불거져
논란이 불거지자, 지난 7월25일 남산감독협회에서는 <죽어도 좋아>의 시사회가 열렸고, 이날 자리에 참석한 영화인들은 등급위의 이번 조치가 이해할 수 없다는 반응들을 내놓았다. 김성수 감독은 “클로즈업도 아닌데다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해 의도적으로 끼워넣은 장면 같진 않다”고 말했다. 류승완 감독 역시 “등급위가 문제삼은 장면의 경우, 키네코 과정을 거치면서 굉장히 어둡게 처리됐고, 성기노출이라고 하지만 식별이 쉽지 않을 정도인데 그걸 문제삼는 것은 너무한 조치”라고 말했다. 조광희 변호사도 “제한상영관의 유무도 문제지만, 무엇보다 <죽어도 좋아>가 제한상영 등급을 받을만한 영화가 아니라는 점은 명백하다“면서 “현 등급위의 등급분류 기준 역시 모호하고 추상적이라는 점에서 충분한 근거가 될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일각에선 등급위의 이번 결정이 새로 구성된 지 한달여쯤 되는 상황에서 등급위가 아직 제한상영 등급 신설 취
<죽어도 좋아>, 죽여도 좋은가? [2]
-
- 영화등급분류소위원회 회의에서 <죽어도 좋아>에 제한상영등급 결정을 내렸는데.
=회의를 하면서, 위원들 대부분 작품의 의도에는 공감한 것 같다. 나이 칠십 먹은 노인들이 죽을 때만 기다리고 있는 것이 아니라 그 사람들에게도 생활이 있고, 목표가 있고, 또 그걸 섹스를 통해서 보여주는 것도 새로운 이슈를 제기한다는 측면에서 이견이 없었던 것 같다. 다만 오럴섹스 장면에서 성기가 나오는 장면이 포함되어 있는데, 이것이 18세 관람가를 받아 극장에서 상영됐을 경우에는 문제가 있다고 판단했다. 일반 성인 비디오도 성기노출 장면을 금하고 있는 상황 아닌가. 그런데도 상영을 허락할 수 있나? 개인적으로 제한관람가 등급 의견을 낸 것은 이불 속에서 한다든지 어떻게든 상징적으로 처리할 수도 있는 장면이었는데 굳이 그렇게 직접적으로 보여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 들어서다. 회의석상에서는 그 전에 할머니가 할아버지의 성기를 만지작거리는 장면도 논란거리가 됐다.
-18세 등급가를 줘도 무
<죽어도 좋아>, 죽여도 좋은가? [3] - 영등위 유수열 위원 인터뷰
-
죽어도 싫다!
나요, 더이상 잡문을 짓거나 인터뷰 같은 데 얼굴 내밀지 않고 조용히 틀어박혀 시나리오를 쓰려던 참이었거든요? <죽어도 좋아>와 어깨를 나란히 할 걸작을 만들어야지 하는 각오로 말입니다. 그런데 이게 웬 날벼락입니까, 개봉하지 말라니요. ‘제한상영가’라니요, ‘영화 못 튼다는 걸 허락한다’는 게 도대체 무슨 소린가요. 당신들이 뭔데 시나리오도 못 쓰게 하고 사람 열받게 하시는지요, 안 그래도 더워죽겠는데.
아, 죄송합니다. 좀 흥분했네요. ‘당신’ 운운했던 건 취소하겠습니다. 사실 흥분할 만도 한 게, 제가 누구냐하면은요, <죽어도 좋아> 광팬이거든요?(말하자면 <고양이를 부탁해>와 조영남씨의 관계를 생각하시면 되겠습니다) 저는 <죽어도 좋아>가 좋아죽겠습니다. 돌이켜보건대 그것은 운명적인 만남이었습니다. 한참 전에 영화진흥위원회에서 영문자막 프린트 제작지원 심사에 참가한 적이 있습니다. VHS카세트로 받아서 집에서 보
<죽어도 좋아>, 죽여도 좋은가? [4] - 박찬욱의 격문 ①
-
그렇다면 심의 자체를 아예 하지 말란 얘기냐,이렇게 물으신다면 저는 또 이렇게 대답하렵니다.
예!
하지만 지금 그런 논쟁 벌일 계제가 아니니까, 좋습니다, 심의합시다, 등급도 주고, 제한상영으로 몰아낼 영화는 몰아내야 한다고 치자고요. <죽어도 좋아>가 정말 그런 영화입니까? 여기 나오는 할아버지 할머니의 사랑표현이 무슨 <동물의 쌍붙기>(주- 최근 등급위가 제한상영가 판정을 내린 또 하나의 영화)로 보이십니까? 외설적이라니요, 그 귀여운 로맨틱코미디가! 물론, 이것을 허용하면 앞으로가 문제라는 변명이 가능하겠지요. 너도나도 실제 섹스와 구강성교를 찍어오면 어쩌냐는. 문제는 뭐가 문젭니까, 그때그때 봐서 좋은 구강성교는 허하고 나쁜 구강성교는 막으면 되지. 그런 거 가리라고 있는 등급위 아닌가요? 작품성을 판단하는 기구는 아니라구요? 그것 참 무책임한 소리입니다. 실제로는 어떤 방식으로든 여러분은 영화의 작품성을 판단하고 있는 겁니다. 적어도 18세냐 제
<죽어도 좋아>, 죽여도 좋은가? [5] - 박찬욱의 격문 ②