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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악의 대결이 제공하는 대리만족
또 다른 한편에서는 <스타워즈>가 전형적인 ‘선’과 ‘악’의 대결이라는 사실에 기인해, <스타워즈>의 인기를 종교적인 입장에서 해석하기도 한다. 일상에서 끊임없이 벌어지는 선과 악의 대결에서 항상 어느 한쪽을 선택해야 하는 미국인들에게, <스타워즈>의 세계 안에서만큼은 항상 선일 수 있게 됨으로써 확실한 대리만족을 주었다는 설명. 중요한 것은 <스타워즈>의 세계 안에서의 선과 악이 1차원적인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었다. 근원을 알 수 없는 악의 힘에 지배받는 제국군들이 ‘악’임에는 분명했지만 그 핵심 인물인 다스 베이더에게 선한 과거를 부여함으로써, 결국 누구도 ‘악’이 아닌 상황을 만들어버렸던 것이다. <제다이의 귀환> 마지막 장면에서 죽은 오비완과 다스 베이더(아나킨 스카이워커), 그리고 요다가 마치 유령과 같은 형태로 되살아나 ‘선’이 ‘악’을 이긴 축제를 즐기는 장면은 바로 그런 <스타
미국인들은 왜 <스타워즈>에 열광하는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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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야 놀자! 다양한 연령층과 취향의 관객에게 고른 호감과 흥을 이끌어내는 데 더없는 영화 <슈팅라이크 베컴>의 개막작 선정이 말해주듯, 제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는 프로그래밍과 축제 만들기 양면에서 관객의 마음으로 곧장 달려드는관객 밀착형 영화제를 표방하며 7월11일 개막 호루라기를 분다.7월11일부터 20일까지 10일 동안 부천을 찾는 영화 피서객을 환대할 장단편영화는 애초 발표보다 늘어난 37개국 173편. 1990년중반 국내 개봉이 좌절된 뒤 소문만 무성했던 피터 잭슨의 <천상의 피조물>이 줄다리기 끝에 막차로 특별전 상영작에 합류해 팬들을만나게 됐다. 특별전을 풍성하게 차리고 정규 섹션은 소수 정예화한다는 방침에 따라 미이케 다카시, 베르너 헤어초크, 피터 잭슨, 뉴욕 언더그라운드감독 쿠차 형제의 특별전이 상당한 부피로 마련됐고 옴니버스 출품작들의 가세로 단편영화 편수가 대폭 늘었다. 반면 부천에서만 볼 수 있는강렬한 영화들의 해방구로 지난 2년간 인
Pifan2002 올 가이드 : 개막작 · 폐막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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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검은 물 밑에서… 仄暗い水の底から 감독 나카다 히데오출연 구로키 히토미일본/ 2002년/ 101분이 영화의 원작 <어두컴컴한 물 밑에서>는 <링>의 작가 스즈키 고지가 물을 소재로 엮은 연작 공포소설이다. 도쿄만등을 배경으로 하는 이 책에서, 나카다 히데오는 특이하게 아파트 물탱크를 소재로 삼은 <부유하는 물>을 선택했다. 이혼수속중인요시미는 딸 이쿠코와 함께 낡은 아파트로 이사한다. 첫날부터 마음에 걸리던 천장 물자국이 자꾸 커지고 엘리베이터 안에서도 이상한 일이 일어나불길한 예감에 사로잡힌 요시미. 그녀는 자신의 집 바로 위층에 살던 소녀가 비 내리던 날 실종된 뒤 아직 발견되지 않았다는 이야기를 듣는다.나카다 히데오는 <링> <여우령> 등 선혈보다는 차갑고 음산한 기운이 서린 공포영화를 만들어왔다. <검은 물밑에서…>는 스쳐가는 듯하면서도 섬뜩한 잔상을 남기는 그의 스타일이 일관되게 드러나는 영화. 버림받은 아
부천초이스 장편(경쟁부문) - 공포와 스릴, 블랙유머의 경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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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헤드윅과 앵그리 인치 Hedwig and the Angry Inch감독 존 카메론 미첼출연 존 카메론 미첼미국/ 2001년/ 95분남자에서 여자로 성전환수술을 한 드랙퀸 가수 ‘헤드윅’과 그/그녀의 록밴드 ‘앵그리 인치’가 주인공인 슬프고도 아름다운 록뮤지컬영화. 오프 브로드웨이의 유명 뮤지컬을 영화로 각색한 작품으로, 원작 뮤지컬을 연출한 존 카메론 미첼이 각본, 감독, 주연을 도맡아 놀라운 재능을 보여준다. 이 영화가 ‘판타스틱’한 이유로는 헤드윅의 인생여정의 판타스틱함 이외에도 영화의 실험적 형식을 들 수 있다. 헤드윅이 자신의 밴드 앵그리 인치와 함께 공연을 하는 사이사이 그의 성장기의 비밀과 성전환을 하게 된 연유, 소년 토미와의 사랑 등이 노래, 애니메이션, 플래시백 등의 다양한 방식을 통해 기묘하게 흘러나오는 이 영화는 뮤직비디오 같기도, 실험영화 같기도 한 기묘한 표정을 발한다.엉터리 성전환수술로 유방을 얻지 못하고 대신 남자성기를 1인치 남기게 된 헤드윅은 무대에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 판타스틱 장르영화 백서(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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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글로잉, 그로잉 Glowing, Growing감독 호리에 케이출연 료 무라시마, 도다 마사히로일본/ 2001년/ 92분20대 중반의 남자 키미노부가 여자를 목졸라 죽인다. 사랑하던 여자가 자신의 사랑을 비웃으며 떠나려 한 데 분개해 우발적으로 벌어진 일이다. 키미노부는 자살을 결심하고서 어릴 때 고향에서 졸개처럼 데리고 다녔던 20대 초반의 준을 찾아가 부추긴다. “우리는 자신의 의지로 태어난 게 아니기 때문에 자살할 권리가 있어. 자살을 통해 우리는 자유로워지는 거야.” 준은 힘센 남자들에게 맞고 다니고, 좋아하는 여자에게 얼간이 소리를 듣고 채인 유약한 남자다. 어딘가 모자라기까지 해보이는 준은 ‘자유’라는 말에 마음이 끌린다. 둘은 인터넷 자살 사이트에서 안내한 해변가를 자전거를 타고 찾아나선다.24살의 호리에 케이가 대학 졸업작품으로 만든 <글로잉, 그로잉>은 특이한 영화다. 불확실한 동기로 자살하려는 둘의 바보스런 여정을 뜻밖에 진지하고 슬픈 분위기로 끌고 간
월드 판타스틱 시네마 - 판타스틱 장르영화 백서(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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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천의 단편들은 해마다 많은 관객과 조우한다. 올해도 다르지 않을 것이다. 단편영화가 단순히 러닝타임이 짧은 영화인 것이 아니라, 극의 밀도가 높고 장르적 실험이 왕성한, 젊은 영화임을 관객이 먼저 알아보는 것이다. 한때 호러와 스릴러의 비중이 높던 부천의 단편들은 최근 들어 특정 장르에 편중되거나 한두 마디로 정리할 만한 경향을 보이진 않는다. 다만 다양한 장르 속에서의 기발한 세태 풍자, 극적 재미를 배가시키는 반전의 묘미 등이 두드러진다.해외부문 - 새로워라 애니메이션최근 단편에서 양적으로 질적으로 가장 빠른 팽창을 보이고 있는 것은 단연코 애니메이션이다. 도무지 시각화하기 힘들던 상상 속 이미지들에날개를 달아줄 만큼 기술력이 발전한 덕이다. <나는 이상한 사람과 결혼했다>의 빌 플림턴이 내놓은 신작 먹이도그중 하나다. 인간의 사지육신과 오장육부를 떡주무르듯 하는 과격한 상상력의 대가인 빌 플림턴의 <먹이>는 뜻밖에도 프랑스 고급 레스토랑에서점잖게 이야기를
판타스틱 단편 걸작선 - 웃음과 반전의 스타카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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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ocuson Takashi Miike미이케 다카시의 진짜 얼굴은 무엇일까. 이전에 만났을 때, “당신이 가장 만들고 싶은 영화는 무엇이냐”고 물었다. 미이케는 답하지 않았다. 자신이 ‘어떤’ 영화라고 답하면, 사람들이 ‘아, 미이케 다카시는 이런 영화를 만들고 싶어했구나!’라고 생각한다는 것이다. 자신을 어떤 선입견이나 편견, 혹은 세상의 틀이나 질서에 가두기 싫다는 것. 아마도 그것이 미이케의 사상이고, 행동양식이고 또 그의 영화가 아닐까?미이케 다카시의 영화는 천개의 얼굴을 가진 불상과도 같다. 데뷔작인 <후도>를 보았을 때는 기발하고 희한한 만화 같은 영화를 보았다고 생각했다. <오디션>을 보았을 때는 섬세하고 오랜 세월 숙련된 칼로 뜬 생선회를 맛보는 듯한 기분이었다. <표류가>에선 모든 것을 초월한 잡동사니로 들끓는 에너지를 보았다. <천연소녀 만>을 보았을 때는 정말 심하게 장난을 친다고 생각했다. 이번 부천영화제에서 상영되는
미이케 다카시 틀별전 - V시네마의 아지테이터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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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eterJackson Special피터 잭슨은 <반지의 제왕>으로 제왕의 자리에 올랐다. 과장이 아니다. 엽기적인 상상력과 피가 튀는 코미디로 종횡무진하던 피터 잭슨이, 그 웅장한 신화의 세계를 온전하게 창조할 것이라고는 쉽게 생각하지 못했다. 서구사회에서 이미 고전의 반열에 오른 <반지의 제왕>은 피터 잭슨의 상상력을 거쳐 영화로 만들어지면서, 새로운 생명력을 얻었다. 피터 잭슨 역시 과거에 오르지 못했던, 새로운 봉우리 등정에 성공했다. 할리우드 진출작인 <프라이트너>의 맥빠짐과는 달리, 할리우드의 자본으로 뉴질랜드에서 만든 <반지의 제왕>은 기운이 넘친다.<반지의 제왕> 이전까지, 피터 잭슨은 ‘컬트’감독이었다. 소녀들의 일탈과 몽상을 그린 <해븐리 크리쳐스>가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의 작품은 보통 사람들의 선(線)을 마음대로 뛰어넘는 엽기적인 영화들이었다. 사람을 식용으로 쓰는 외계인이나 좀비와의 구역질나는 식
피터 잭슨 특별전 - `컬트` 감독의 원초적 초기작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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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충무로를 전쟁터로 묘사한다면, 그것은 단순한 비유가 아니다. 영화 한편을 구상하고 기획해서 촬영에 들어가고 극장에 붙일 때까지 생산자들은 끝도 없이 나타나는 ‘적’들과 피비린내 물씬한 전투를 벌여야 한다. 오랜 시간과 공을 들여 시나리오의 날을 세우고 나면, 바로 제작비 조달과 캐스팅이라는 만만치 않은 적을 상대해야 한다. 온갖 요소와 맞서 싸우며 근근이 촬영을 마치고 나도 극장 확보와 홍보라는 대전을 치러야 한다. 이 전쟁을 치러나가는 데 있어 요즘 들어 가장 위력있는 ‘무기’로 각광받고 있는 것은 스타급 배우다. 수많은 한국영화가 자웅을 겨루는 이 백가쟁명의 환란기에서 믿을 만한 것은 아무래도 기본적인 관객 동원력을 확보한 스타의 존재일 수밖에 없을 것.
이름부터 총사령부를 지칭하듯, 매니지먼트 업체 싸이더스 HQ는 이 전장에서도 손꼽히는 명가다. 정우성, 전지현, 설경구, 전도연, 김혜수, 박신양, 김승우, 차태현, 장혁, 손창민, 신민아, 조인성, 최지우, 이은주, 한
싸이더스 HQ 대표 정훈탁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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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우성과의 만남, 그리고 긴 기다림
이렇게 축적한 자금을 바탕으로 정훈탁은 오래 전 실패했던 배우 매니지먼트를 재개한다. 소속 배우라곤 EBM 출범 직전 아는 사람의 소개로 만났던 정우성뿐이었다. “처음 만나 눈을 바라보는데 바람이 솨-하고 불어오는” 느낌을 받았던 그는 정우성에게 의형제를 제안했고, 정우성도 마음이 통했는지 이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방송사나 영화계에 인맥이 없었던 그로서는 그저 “기다리라”는 말밖엔 할 수 없었다. 1년 가까이 백수처럼 지냈음에도 정우성은 조급한 내색을 하지 않았고, 다른 매니지먼트로부터의 스카우트 제의도 모두 뿌리쳤다.
업계에서 자리를 잡은 뒤, 정훈탁이 가장 먼저 신경쓴 일이 정우성을 키우는 것이었음은 당연했다. 그는 신철 사장을 다시 찾아가 <구미호>에 캐스팅해줄 것을 간곡히 사정했다. 당연하게도 초반 반응은 안 좋았다. 그러던 어느 날, 신철 사장이 정훈탁을 불러 양주를 따라주며 위로의 말 비스무레한 것을 건넸다. 술에 취한
싸이더스 HQ 대표 정훈탁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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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즘 충무로의 평판이 안 좋다.
=나도 알고 있다. 나와 함께 일했거나 내가 제시하는 조건을 들어본 사람이 나를 나쁜 놈이라고 한다면 그것은 오케이다. 하지만 소문만 듣거나 한 사람들이 욕을 한다면 별로 인정할 게 없다. 만약 훌륭한 시나리오가 있거나 좋은 제작환경이 있다면 내가 쫓아가서 무릎을 꿇고라도 우리 배우를 출연시켜 달라고 부탁할 것이다. 날 보고 건방지다고 하는데, 얼마 전 강제규 감독의 <태극기 휘날리며> 제작 소식을 듣고 너무 좋아서 우리 배우를 넣어달라고 빌었지만, 이미 캐스팅이 됐다고 하더라. 그래도 난 강 감독님에게 아쉬운 생각은 없다.
-충무로의 시나리오나 제작조건에 대한 불만이 있는 것인지.
=우리 회사로 일주일에도 30권 정도의 시나리오가 들어온다. 그중 내게 올라오는 것도 2∼3권 정도다. 나는 배우가 아니라 관객의 입장에서 본다. 그 다음에 내 배우를 넣으면 어떻까 하는 생각을 한다. 사실 우리 입장에서는 충분한 여지를 두고 이렇게 바꾸
싸이더스 HQ 대표 정훈탁 [3] -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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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경택이 송강호를 만나면?
불륜이네. 현재 나는 오성이랑 잘 살고 있고, 송강호씨도 박찬욱 감독님이랑 잘 살고 있는데. 이런 질문에 답하다간 구설수에 오르는 것 아닌가? (웃음) 사실, 한번 러브콜을 한 적은 있다. 송강호씨를 처음 본 게 <초록물고기>에서였는데, 느낌이 너무 좋아서 데뷔작인 <억수탕>의 동네 건달 역을 제안한 적이 있다. 인연이 안 닿아서 성사되진 않았지만. 지금도 그는 여전히 연출자가 원하는 것을 자신의 것으로 소화할 줄 아는 몇 안 되는 배우다. 감독의 입장이 아니라 관객의 입장에서 앞으로 송강호의 살냄새 나는 멜로영화를 보고 싶은 소망이 있다. 나보고 찍으라고? 오성이한테 일단 허락을 받아야 하는데. (웃음) 거대한 역사의 소용돌이를 배경으로 한 멜로영화가 되지 않을까.
곽경택이 송강호를 통해 본 박찬욱
송강호의 연기에는 섬뜩한 게 있다. <공동경비구역 JSA>도 그랬고, <복수는 나의 것>은 더했다. 그
박찬욱·곽경택 인터뷰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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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 예비된 ‘파트너’는 따로 있었다. 그런데 곽경택(36) 감독은 제3자를 통해 완곡하게 거절 의사를 전해왔다. 친분이 없어서라는 이유는 간단했으나, 서글서글하기로 유명한 곽 감독의 답변치곤 의외였다. 심적 부담 때문인가? <챔피언>이 전국에서 800만명의 관객을 끌어모았던 <친구> 이후 내놓는 작품이니 이해못할 바는 아니었다. 관객과의 대면을 앞두고서 동료와 벌이는 스파링. 대부분의 감독은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를 바랄 테니까.
한동네 주민인데다 초등학교 2학년 딸래미들이 같은 학교, 같은 발레학원에 다니는 탓에 2년 전부터 곽경택 감독과 얼굴을 트고 지낸다는 박찬욱(39) 감독을 섭외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였다. 그렇다 해도 ‘덕담만발’ 토크는 곤란했다. “저를 고르셨다면 아무래도 한계가 있지 않겠어요?” 그는 알다시피 동종업에 종사하는 ‘이웃사촌’끼리 ‘격한’ 논쟁을 벌이는 것은 불가능한 일 아니겠느냐며, “만나보기 전까지는 무슨 말을 할 수 있을지 잘
박찬욱·곽경택 인터뷰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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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ound4: 그 음악, 꼭 필요했나?
#67 버스 안
경미가 탄 버스를 따라 뛰는 득구. 그는 창가에 앉은 경미에게 자신의 옷의 이름을 보여주려 애쓰고, 이를 본 경미의 무안함과 달리 버스 안은 환호하는 승객으로 더 북적댄다.
박찬욱 | <친구> 느낌이 묻어나는 장면을 보니 반갑던데.
곽경택 | 달리는 거 말씀하십니까? 버스장면도 그렇고 전 되게 고민했는데. 형님은 안 그렇습니까?
박찬욱 | /나야 남의 영화 보니까 재밌던데. 뭐. (웃음) 근데 이 장면에서 갑자기 그 노래(<로보트 태권V>)는 왜 나와?
곽경택 | 그냥 그 장면을 찍다가 문득 생각나더라구요. 나도 모르게 넣은거죠.
박찬욱 | 여기서 그 노래를 쓴 건 오버 아니야? 전반적으로 음악은 좀 불만이야. 어우러지는 않으니까. 개별적으로 쓰인 노래들은 좋긴 한데, 정서가 하나로 모아지지가 않으니까. 후반부에 경미가 발 씻어주는 장면의 톤이 좀 튀어서 그렇지 그림은 그것 빼면
박찬욱·곽경택 인터뷰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