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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기는 대사 상에 <몬테크리스토>___“자네, 감방의 돌에 이름은 붙여봤나?”하나 하면 어바웃 어 보이, 둘 하면 맨 인 블랙, 셋 하면 쓰리 그리고 파이(원주율 마크 넣어주세요), 넷은 크로스로드, 일곱은 007 그리고 아홉은 세션 나인, 열은 텐 미니츠, 열하나는 오션스 일레븐, 열셋은 13 고스트, 열아홉은 K-19, 서른은 트리플X, 마흔은 40데이즈 40나이트, 그리고 다시 51번째주. 영화와 함께 노래하고 훌쩍이고 깔깔대고 뒹굴며 흘러간 2002년 한해를 가지각색 이유로 말미암아 잊기 힘든 외국영화의 순간들을 빌려 끼적끼적 정리했다.최고의 키스, 최악의 키스<시네마천국> 마을의 신부님은 올해도 손목에 쥐가 나게 종을 흔들었으리라. 스크린에 찍힌 무수한 키스 마크 중 관객을 질투에 불타게 만든 최고의 입맞춤은 거미 남자의 키스였다. 비결은 발상의 180도 전환. 메리 제인이 공중에 거꾸로 매달린 스파이더 맨의 마스크를 입가만 벗겨내려 한 짜릿한 키스의
<씨네21>의 2002 외화 비망록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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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고의 캐스팅 최악의 캐스팅우리는 영화가 인간을 존중하길 요구한다. 특히 실재한 인물을 다루는 전기영화일 때 기대치는 한없이 치솟는다. 더블린 출신 작가 아이리스 머독과 영문학자 존 베일리의 오래 지속된 연애를 그린 <아이리스>의 주디 덴치, 짐 브로드벤트 커플은 머독과 베일리라는 두 인물뿐 아니라 둘 사이의 공기까지 맑은 거울에 비춰냈다. 반면 원작의 캐릭터를 ‘연쇄살인’한 캐스팅은 <레드 드래곤>의 에드워드 노튼과 랭프 파인즈. 노튼은 악과 교감하는 자기 혈관 속의 어둠을 두려워하면서도 스스로를 싸움터로 몰아세우는 FBI 요원 그레이엄의 신경증에 감염되는 데 실패했고, 랠프 파인즈는 학대당한 트라우마와 외모 콤플렉스의 노예가 된 돌로하이드가 되기에는 거북살스럽게 잘생긴 사내였다.올해의 동물: 거미2002년은 아라크노포비아(거미공포증) 환자에게는 길고 눅눅한 악몽이었다. 올해 영화계를 접수한 동물은 여름 이후 쉬지 않고 은막 위에서 스멀거린 타란튤라의 후예들.
<씨네21>의 2002 외화 비망록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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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발 상말로는 “날 사랑하지 않겠다고 약속해”라고 해놓고 소년의 마음을 훔친 <워크 투 리멤버>의 맨디 무어. 행복이 비등점에 달할 때쯤 기다렸다는 듯 털어놓는다. “나, 백혈병이야.” 일 벌여놓고 내빼기로는 <워터 보이즈> 신임 수영부 교사 사쿠마를 따를 수 없다. 미모로 남학생들을 불러모아놓고서 깜박 잊었다는 듯 기혼 사실을 밝힌 뒤 출산휴가를 받아 사라지더니 모진 풍파 다 지나고 영화 끝날 때가 다 되어서야 흥뚱흥뚱 나타난다. 하지만 맨디 무어도 감당 못할 오리발 상 임자는 따로 있다. <어바웃 어 보이>에서 아이가 무심코 던진 딱딱한 빵을 맞고 두개의 진짜 오리발을 하늘로 뻗은 채 죽어간 죄없는 런던 공원 오리의 혼백을 차마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아멘.가장 무의미한 전쟁(제목 표기 확인요!)에서 이마무라 쇼헤이 감독이 일갈한 대로 고귀한 전쟁은 없다. 하지만 2002년의 미국 전쟁영화처럼 헛되고 생뚱맞은 시행착오들도 드물었다. 게임 스테이
<씨네21>의 2002 외화 비망록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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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최고의 영화는 무엇인가 최고의 배우는 누구인가 한해를 마감하는 자리에서 그들의 기억을 더듬고 그들의 이름을 되새기며 그들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는 것은 즐거운 일이다. 아직 우리 가슴에 남아 있는 영화의 감동이야말로 올해의 추억이 될 것이기 때문이다. 올해도 <씨네21>은 내부 기자, 평론가 등 필진 24명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해서 최고의 영화, 감독, 각본, 촬영감독, 제작자, 남녀배우를 선정했다. 집계 결과 최고의 영화는 홍상수 감독의 <생활의 발견>. 근소한 차이로 이창동 감독의 <오아시스>가 2위를 차지했으며 박찬욱 감독의 <복수는 나의 것>, 박진표 감독의 <죽어도 좋아>, 임권택 감독의 <취화선>이 뒤를 이었다. 올해의 영화인으로는 최고의 감독, 시나리오, 남녀배우 등 4개 부문을 <오아시스>가 차지했다. 이창동, 설경구, 문소리가 그들. 제작자와 촬영감독은 임권택 감독의 오랜 파트너인
<씨네21>이 꼽은 올해의 영화,영화인,10대 사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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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 베스트 5 - 생활의 발견“ 홍상수는 항상 정직하지는 않다. 그런데 그런 순간 홍상수는 메시지를 보낸다.” 정성일“ 허허실실 윤리학 이부작.” 심영섭“ 멈춰 있는 듯하면서도 새로운 길을 모색하는 홍상수 감독의 ‘새 영화’.” 홍성남홍상수 감독의 네 번째 영화 <생활의 발견>은 이제는 보통명사가 되어버린 ‘홍상수식’으로 ‘모방과 흉내’라는 모티브를 다시 한번 집요하게 파고든 영화이다. 전작 <오! 수정>에서부터 조짐을 보인 변화의 가능성은 이 영화를 통해 더욱 밀도 있고 유연해진 구성으로 발전했다. 영화평론가 김봉석씨는 이에 대해 “<생활의 발견>에서는 ‘난 과정을 믿고 거기에 건다’던 홍상수의 태도가, 한결 너그러워졌다. 이번에는 집요하게 인물들을 막다른 골목으로 몰아붙이거나 복마전을 헤매게 하지 않는다. 깨달음이나 변신을 의도하지도 않는다. 그저 마라톤 선수처럼 꾸준하게 달려간다. ‘정체성은 물질적’이란 말대로, 인간의 물질성을 침착하게
2002 한국영화 베스트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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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배우 >>1.설경구 <공공의 적> <새는 폐곡선을 그린다> <오아시스> <광복절특사>2.조재현 <나쁜 남자>3.송강호 <복수는 나의 것> <YMCA야구단>여자배우 >>1.문소리 <오아시스>2.김정은 <재밌는 영화> <가문의 영광>3.김윤진 <예스터데이> <아이언 팜> <밀애>감독 >>1.이창동 <오아시스>2.홍상수 <생활의 발견>3.임권택 <취화선> / 박찬욱 <복수는 나의 것>프로듀서 >>1.이태원 태흥영화 대표·<취화선>2.명계남 이스트필름 대표·<오아시스>3황우현 튜브픽처스 대표·<집으로…>촬영감독 >>1.정일성 <취화선>2.김병일 <복수는 나의 것> <중독>3.최영택 &l
2002년 올해의 영화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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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많은 유리문을 지나 여자는 음악당을 나온다. 지갑 속에 그리고 마음속에 칼을 거머쥐고 들어간 여자였지만 막상 어린 제자를 보자 그 칼로 아이를 찌를 수는 없다. 대신 자신의 가슴을 찌르는 여자. 헤아릴 수 없이 겹겹이 포위된 음악당의 유리문을 밀치고 나오는 여자의 얼굴은 마네킹처럼 무표정하다. 유리문은 겹겹이 숨겨진 불꽃처럼 여자를 포위하고 그녀는 그 문을, 겹겹이 포장된 무의식의 터널을, 힘겹게 밀치고 나온다. 어디로 갈까. 여자는 말없이 가슴에서 피를 뚝뚝 흘린다.2001년 칸영화제는 피아니스트의 히로인, 이자벨 위페르의 발 아래 여우주연상을 갖다바쳤다. 예외없는 결정이었고 거의 모든 사람이 예감한 수상이기도 했다. 이미 위페르는 1978년 <비올레트 노지에르>로 칸영화제 주연여우상을 수상했던 터. 이 수상으로 그녀는 칸영화제에서 주연상을 두번 수상한 유일한 배우가 되었다. 오스트리아 음악당이 배경인데도 프랑스어로 연기하고, 슈만을 연주하는 장면에서도 맨 얼굴 하나만
<피아니스트>의 배우 이자벨 위페르의 매력 탐구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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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쌍두마차(雙頭馬車)<취화선>의 제55회 칸영화제 경쟁부문 출품이 확정되자 국내 영화계는 크게 술렁였다. 특히 공식시사 일정이 폐막식 하루 전날인 5월25일로, 경쟁부문 출품작 중 맨 마지막이라는 사실이 알려지자 수상을 점치는 이들은 크게 늘었다. 결국, 임권택 감독은 “매혹적인 추상의 경지로 인도하는 정확한 연출의 소유자”라는 현지 호평과 함께 감독상을 거머쥐며, <춘향뎐>으로 경쟁부문 대열에 서는 것만으로 만족해야 했던 2년 전의 아쉬움을 씻었다. 칸의 낭보에 이어 제59회 베니스영화제에서는 이창동 감독이 <오아시스>로 감독상과 신인여우상 등 2개 공식부문 상 외에도 국제비평가협회상과 세계가톨릭언론연맹상 등을 휩쓸어 4관왕에 올라 영화인들을 흐뭇하게 했다.>> 할리우드의 잇따른 ‘러브콜’도 달라진 한국영화의 위상을 보여주는 현상. 지난해 미라맥스가 <조폭 마누라>의 리메이크 판권을 ‘찜’한 데 이어 올해에도 <엽기적인
2002년 충무로를 뒤흔든 사건 베스트 10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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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만족비결(滿足秘決)시장에서 수요자의 욕구를 한발 앞서 정확하게 읽어내는 것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A급 스타를 동원하는 대신 참신한 소재와 명확한 컨셉으로 승부한 기획영화들은 올해도 성공을 거뒀다. <몽정기>가 대표적인 케이스. 10대의 성을 솔직하게 묘사한 이 영화는 수요는 있었으나 공급이 전무했던 ‘섹시코미디’ 장르의 물꼬를 텄다. 현재까지 전국 관객 240만명을 훌쩍 넘긴 상황. <해리 포터와 비밀의 방>에 밀리지 않고 첫주 전국에서 58만명을 불러모은 <색즉시공>의 파란도 같은 선상에서 이해될 수 있다.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들이 쏟아진 한여름, 단 한편의 공포영화임을 강조하며 나섰던 한국영화 <폰>도 틈새시장을 집중 공략하며 전국 관객 200만명을 돌파했다.>>이들의 성공으로 섹시코미디와 공포영화에 대한 충무로의 관심은 높아질 듯. 그렇다고 모델을 단순 변형하는 것만으로 성공을 기원하는 것은 부질없는 일이 될 것이다.
2002년 충무로를 뒤흔든 사건 베스트 10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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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한 제작자는 “올해처럼 송년 표정이 우울한 해는 처음”이라는 말로 2002년 제작, 투자자들의 근심을 토로했고 또 다른 제작자는 “이제 잔치는 끝났다”는 한마디로 올해를 정리했다. 하지만 정말 2002년은 한국영화가 가파른 상승곡선에서 미끄러지기 시작한 해인가 일단 각종 지표에서 큰 변화가 눈에 띄는 것은 아니다. 한국영화의 시장점유율은 올해도 40%를 넘을 것이 확실하고 <친구> 같은 초대형 흥행작은 아니지만 <가문의 영광>과 <집으로…>가 전국 400만 관객을 넘는 성공을 거뒀다. 멀티플렉스의 급증에 따른 전체 관객 수 증가도 당분간 계속될 것이 확실하다. 그런데 제작, 투자자들의 얼굴에 드리운 그늘은 과연 어디에서 비롯되는 것일까 <씨네21>은 10인의 제작, 투자자에게 올해 한국 영화계에 대한 평가와 내년 전망을 묻고 그 속에서 답을 구해보기로 했다. 현장에서 피부로 실감한 그들의 목소리는 역시나 귀기울
10인의 제작 투자자가 말하는 2002년 8문8답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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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양적으로 질적으로 합격점"강제규 필름 대표 강 제 규 상반기의 우려와 달리 양적으로나 질적으로나 합격점이라고 본다. 작품 수가 예년에 비해 많이 늘었고, 또 <취화선>이나 <오아시스>가 해외영화제에서 수상하는 등 여러모로 기대 이상이다.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을 비롯해 큰 영화들의 흥행성적이 저조했다. 다들 절감하겠지만 파이낸싱만 하더라도 파급효과가 상당했잖나. 단, 블록버스터를 싸잡아서 비판하는 것은 자제해야 한다. 개별 작품들의 공과을 디테일하게 파악할 수가 없어서다. 이 경우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방안도 찾기 어려워진다. 모든 부분을 현장에서 감독의 능력과 재능만으로 해결할 수 있는 시대는 지났다. 버젯이 어떻든 촬영에 앞서 철저한 계산이 필요하다. 모든 상황을 예측하는 것이란 불가능하지만 사이즈를 결정하기 전에 관객을 끌어모을 만한 요소들이 어떤 것인지 컨셉부터 냉정하게 살펴야 한다. 이러한 책임은 비단 제작자뿐만이 아니라 투자자도
10인의 제작 투자자가 말하는 2002년 8문8답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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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수록 양분화, 극단화된다"명필름 대표 심 재 명 양적성장은 확실히 이룬 것 같다. 제작편수, 개봉편수, 점유율도 올라갔다. 그러나 질적성장 부분은 판단하기에 어려움이 있다. 현재 급변하는 시장상황 속에서 관객의 취향이 혼란스러운 게 사실이다. 김기덕, 홍상수, 임권택, 이창동 등 기대한 감독들이 좋은 작품을 내놓긴 하지만 여전히 상업적인 주목은 못 이루는 반면 상업적 목적으로 뛰어드는 영화들이 극단적인 흥행몰이를 한다. 갈수록 양분화되고 극단화된다는 점은 분명한 것 같다. 제작편수가 20여년 만에 최고를 이루었다는 것. 올해 제작된 한국영화들이 100편에 육박한다고 들었다. 점유율 역시 한국영화가 46%가 넘고, 미국영화가 48%가 넘었다. 특별히 이 사건에 주목하는 것은 자국영화와 미국영화가 영화 시장을 90% 이상 독식한다는 것은 다양성의 측면에서 보면 편식이 아닌가 하는 우려 때문이다. 결국 미국영화든지 한국영화든지 상업영화만이 점유율을 차지하는 셈이다. 성숙하고 건강하게
10인의 제작 투자자가 말하는 2002년 8문8답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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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기업 투자활발, 바람직하다"태원엔터테인먼트 대표 정 태 원 올해 한국영화는 지난해와 비교하였을 때, 제작편수나 좌석점유율면에서 양적 성장을 이루었다. 그리고 질적인 면에서도 여러 가지 새로운 시도가 있었던 해였다고 생각한다. 물론 결과적으로 블록버스터영화가 좋지 않은 결과를 냈지만, 관객의 사랑을 받으려면 다양한 장르의 시도는 지속적으로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한다. 배급망을 갖춘 대기업의 투자가 활발해진 것. 과거 대기업들과 달리 탄탄한 배급망을 갖춘 대기업들이 안정된 콘텐츠 확보를 위해 한국영화에 투자하기 시작했고, 그것은 올해 쇼박스의 등장으로 더욱 활발해졌다. 롯데그룹도 곧 한국영화에 투자한다고 한다. 개인적으로 이들의 투자가 과거 대기업이나 금융권처럼 흥행수익만을 목적으로 하는 단기적인 투자가 아닌, 기존의 사업과 연계하거나 자신들의 배급망을 위한 콘텐츠 확보 등 충분한 스터디를 통해 이루어지는 투자이기 때문에 좀더 장기적인 투자가 될 것으로 기대하므로 긍정적인 발전이라고
10인의 제작 투자자가 말하는 2002년 8문8답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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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로드 샤브롤 영화에서 이자벨 위페르는 결코 요조숙녀일 수 없다. 언제나 스스로 죽어가거나 누군가를 죽이는 악녀 이미지의 위페르는 결국 자기 파괴적 공격욕의 화신으로 주변의 사람들에게 일을 벌이고야 마는데, 그러한 가운데 드러나는 이자벨 자신의 균열과 살의는 결국 샤브롤이 겨냥한 부르주아적인 삶의 균열을 드러내는 데 가장 효과적인 도구로 작용하게 된다. 나치 점령기에 불법 낙태와 매춘을 하며 정부와 놀아나는 지독한 여자 위페르나 고고하고 순진한 척하지만 약아빠진 습성이 몸에 밴 <초콜렛 고마워>의 이자벨 위페르를 어떤 여배우가 따라올 수 있을까. 아마도 그것은 그녀의 눈빛 때문일 것이다. 그녀의 눈빛은 타락과 속물 근성에 젖어도 관객으로 하여금 그녀를 온전히 밀쳐낼 수 없게 만드는 촛농 속의 심지처럼 반짝인다. 그녀의 눈빛이 반짝일 때, 샤브롤이 만든 <마담 보봐리>는 단지 사랑에 대한 환상에 빠져 인생을 그르치는 부도덕한 엠마가 아니라 인간이 만든 자본주의의
<피아니스트>의 배우 이자벨 위페르의 매력 탐구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