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시아 영화의 약진타이 영화 <친애하는 당신>에 열광
서구 평론가들이 아시아영화에 깊이 매혹되고 있다. 미국, 프랑스, 영국의 영향력 있는 영화평론가들이 선정한 2002년의 베스트영화 목록을 살펴보면, 아시아, 특히 동아시아영화들의 약진이 두드러진다. 키아로스타미의 <텐>이나 차이 밍량의 <거기 지금 몇시니>가 자주 언급된 것은 서구에서 그들의 지명도로 볼 때 그리 놀랍지 않다. 그러나 애니메이션(그것도 셀애니메이션)인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과 지아장커의 저예산 독립영화 <임소요>가 심심찮게 상위에 랭크됐다는 것은 꽤나 의미심장한 사건이다. 특히 <임소요>는 <필름 코멘트>가 선정한 미개봉 영화 베스트 10에서 1위에 올라, 서구 평단에 지아장커의 지지 기반이 확고해졌음을 방증해 보였다.
무엇보다 놀랍고 반가운 사건은 타이 출신 감독 아핏차퐁 위라세타쿤의 화려한 등장이다. 2002년 칸영화제 주목할
세계의 영화지들이 꼽은 2002년 베스트 10 [5]
-
<장화, 홍련>을 70%쯤 찍은 김지운 감독과 만나기 6시간 전. 시사회장에 자리를 잡고, 거른 점심을 때워줄 빵을 베어물기 위해 허겁지겁 입을 벌린 찰나, 전화가 울린다. 침이 꼴깍 넘어간다. “감독님 혹시 또 무슨 변고라도” “어, 밤에 약속이 생겨서요. 좀 앞당길 수 있을까 하구요.” “약속이 11시예요 그럼 8시면 괜찮겠네요.” “그러면… 한… 8시 반에 만날까요” “아, 8시 반이요” “어어, 아니… 45분으로 하죠.”여기서 플래시백. 일요일에 걸려온 전화로 애초 화요일 저녁이었던 약속은 월요일로 당겨졌다가 정작 월요일에는 수요일로 밀렸다. 그런데 마감 늦겠다는 한숨에 마음이 약해진 김지운 감독이 화요일 밤 10시를 허락한 것까지가 ‘지난 이야기’였다.어쩄거나 약속 성사 과정부터 반전의 묘미와 공포를 절감하게 만든 김지운 감독과의 약속은 저녁 8시45분이라는 소심한 시각으로 마침내 낙착됐다.기다리는 사이 지난주 세트에서 김지운 감독이 지나가듯 던진 말
<장화,홍련> 김지운이 꾸는 한겨울밤의 악몽 [1]
-
내게 영화는 까다로운 생물김지운 감독은 스스로 “배우를 엄청 많이 탄다”고 표현한다. 장화와 홍련을 무덤에서 일으켜세우고 집을 지어준 것은 감독이지만, 마룻장을 삐걱거리며 3층 목조가옥 안으로 걸어들어온 배우들은 영화 <장화, 홍련>의 실내를 변화시켰다. 사람을 대할 때는 대범하고 털털하면서도 주변의 소음, 냄새 같은 소소한 자극에 연신 “이게 뭐지” 하며 촉수를 곤두세우는 모습이 감독을 사로잡았던 염정아는 차고 강한 여자였던 계모 은주를 선병질의 과민한 인물로 탈바꿈시켰다. 그녀의 ‘계모’는 위압적인 강자가 아니라 지나치게 예민해서 상대를 질식시키는 강자다. 젊은 신인 임수정과 문근영에게는 영화의 공간과 한 덩이로 빚어졌을 때 관객을 매료하고야 말 모멘트가 있다. “이 아이가 정말 나를 보고 있나 나를 상대하고 있나” 시선에 따라 나이를 종잡을 수 없는 마스크를 가진 장화 역의 임수정이 우연히 콘택트 렌즈를 빠뜨린 날 김지운 감독은 그녀에게서 아무것도 바라보지 않고 자기
<장화,홍련> 김지운이 꾸는 한겨울밤의 악몽 [2]
-
<장화, 홍련>의 단서들가족괴담 <장화, 홍련>은 이른바 ‘계모형 가정 비극’ <장화홍련전>에서 권선징악의 테마를 발라내고, 가족이라는 허상에 대한 결벽증적 집착과 소녀들의 성장통을 충돌시킨 호러다. 친엄마를 여의고 서울에서 요양하던 수미, 수연 자매가 아버지 무현이 새엄마 은주와 새 가정을 꾸린 집으로 돌아옴으로써 괴담은 시작된다. 30대 초반의 아름다운 여자 은주는 전처 자식을 반기는 듯하지만 동생과 아버지에게 죽은 엄마를 대신하려는 수연과 생모를 빼닮은 수미, 과거를 내몰고 싶어하는 계모의 강박관념은 부자연스럽게 충돌하고 집안에는 귀기가 감돈다. 시나리오는 실종자를 찾는 경찰의 이야기로 이루어진 액자틀을 포함하고 있지만 최종 편집본에 포함될지는 아직 미지수. 가족 구성원 각자가 안고 있는 아물지 않은 상처를 덮어두려는 노력에도 불구하고 날카로운 모서리가 부딪히는 광경의 에너지가 초자연적 현상이 없어도 상당한 긴장을 유발한다. <장화, 홍련&
<장화,홍련> 김지운이 꾸는 한겨울밤의 악몽 [3]
-
-
<영웅>은 거대하다. 그뿐이다. 중국 대륙이 거대하다는 것은 이미 알고 있다. 너머가 보이지 않는 대하(大河)가 있고, 가도가도 끝이 없는 사막도 있고, 마오쩌둥이 누구인지 모르는 소수민족들이 살고 있는 오지도 있다. 우주에서 가장 분명하게 보이는 지구상의 건축물 만리장성을 만들기 시작한 것이 진시황이라는 사실도 알고 있다. 영웅은 당연한 사실을 너무나 빤한 방식으로, 어디에선가 본 듯한 영상으로 보여준다. 기예를 겨루는 검무장면은 <와호장룡>에서, 무명과 영정의 진술에 따라 바뀌는 이야기의 형식은 <라쇼몽>이다. 일치하지는 않지만, 진나라 군대가 방패로 진지를 구축하고 화살을 날리는 장면은 <글라디에이터>에서 로마군의 전투를 연상시킨다. <영웅>은 화려하지만, 그 안에 장이모만의 것은 없다. 아니 하나 있다. 굳이 진나라 군대를 검은색 일색으로 처리하고, 상황에 따라 인물과 배경 색깔을 바꿔버리는 것. 색깔로 사람의 감정을 표현
위대한 테크니션,희대의 사기꾼 장이모를 비판한다 [1]
-
장이모의 <붉은 수수밭>을 본 건, 아마도 89년일 거다. 상황도 기억난다. 친구들과 교외로 놀러갔다가 거의 밤을 새고 서울로 돌아와서는 피카디리극장으로 갔다. 지금은 감독으로 데뷔한 강문이 웃통을 벗고, 붉은 수수밭 잎에서 우뚝 서 있는 커다란 간판. 베를린영화제에서 그랑프리를 받은 <붉은 수수밭>은 부족한 잠 때문에 몽롱한 정신을 깨우기에는 최적의 영화였다. 돈 때문에 나환자에게 시집가는 여인. 그녀를 바라보는, 강인한 근육의 유이. 증오, 간통, 일본군의 만행과 처절한 저항. 도발적인 내용 이상으로 마음을 뒤흔드는, 강렬한 이미지의 영상. <붉은 수수밭>을 보는 동안 놀란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한동안 그 영상이 계속 머릿속에서 불타고 있었다.<붉은 수수밭>의 충격은 다시 나를 극장으로 인도했다. 그 시절만 해도, 같은 영화를 두번 보느니 반드시 새로운 영화를 본다는 원칙을 갖고 있던 시절이었지만 어쩔 수 없었다. 설레는 마음으로 다
위대한 테크니션,희대의 사기꾼 장이모를 비판한다 [2]
-
<귀주 이야기> 이후 <인생>을 보면서 나는 감동했다. 그림자극을 만드는 바보 같은 남자. 역사의 격변기를 그저 착하게만 살아온 남자. 그 보잘것없는 인생을 그려내는 장이모의 솜씨는 의심의 여지없이 거장의 손길이었다. <인생>에서 장이모는 고정된 방식을 택하지 않는다. 색채로 화면을 버무리지도 않고, 있는 그대로 보여주려고도 하지 않았다. 평범하게 그 남자의 인생을 따라만 간다. 하나뿐인 아들이 죽어갈 때에도, 부인이 죽어도 그 남자는 ‘인생’이려니 하며 지나간다. <인생>의 장이모는 더이상 개입하지 않는다. 그가 원하는 방식으로 영화를, 세계를 조작하지 않고 내버려둔다. 너무나 평이하게 바라보기만 한다. 그게 <인생>의 희로애락을 더욱 절실하게 만들어준다.국제영화제용 영화 혹은 자신을 위한 영화중국의 6세대 감독들은 첸카이거와 장이모 등 5세대 감독들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주된 이유는 중국의 인민들을 위한 영화가 아니라 국제영화
위대한 테크니션,희대의 사기꾼 장이모를 비판한다 [3]
-
장이모 감독이 말하길산업적인 야심_ 영화산업이 발전하려면 주류영화와 예술영화가 조화를 이루며 발전해야 한다. 예전에 예술영화를 많이 찍었는데 <영웅>은 상업영화를 찍어야겠다는 생각으로 시도했다. <영웅>을 계기로 많은 중국인들이 극장을 찾고 있지만 중국인에게 중국영화를 보게 만드는 것이 나의 목적이기도 하다. <영웅>은 개봉 1주일 만에 1억, 2주일 만에 2억위안를 넘어서는 성공을 거뒀다. 영화를 안 보던 사람들이 극장을 찾기 시작한 것이다. 예를 들면 한국에서 <쉬리> 이후 한국영화에 대한 관심이 커진 것처럼 <영웅>이 중국에서 <쉬리> 같은 계기를 마련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이야기_ 이번 영화에선 내가 각본을 직접 썼다. 이전엔 소설을 기초로 쓴 영화가 대부분이다. <영웅>의 이야기는 등장인물들이 복수를 하려는 이유를 보여주지 않는다. 나중엔 설명이 되긴 하지만 일반적인 복수극의 절반에 해당하는 대목을
위대한 테크니션,희대의 사기꾼 장이모를 비판한다 [4]
-
그들의 한국영화, 타인의 시선2002년 한국영화의 대외적인 성과, 그 정점에 <취화선>의 칸영화제 수상과 <오아시스>의 베니스영화제 수상이 있지만, 그것만으로 ‘세계 속의 한국영화’가 어떻게 자리매김하고 있는지를 가늠하긴 힘들다. 지난 한해 세계 각지로 날아가 현지 관객과 만난 한국영화들은 과연 어떤 반향을 일으켰을까. <씨네21>은 일본 <키네마순보>의 평론가가 바라본 <친구>와 <엽기적인 그녀>, <뉴욕타임스>의 스타 필자 스티븐 홀든이 분석한 <생활의 발견>, 프랑스 <카이에 뒤 시네마>가 들여다본 <취화선>, 영국의 <타임아웃>이 발견한 <고양이를 부탁해>, 중국의 <신전영>이 선택한 <오아시스>를 소개한다. 이방의 영화를 향한 그들의 시선을 통해, 한국영화의 2002년을 반추해본다. - 편집자<키네마순보>가 본 &l
해외평론가들이 바라본 한국영화 6편 [1]
-
<카이에 뒤 시네마>가 본 <취화선>취한 붓은 서정을 휘두르고임권택의 신작 <취화선>(불어 타이틀은 ‘여자에 취해 그림에 취해’이다)은 19세기 한국의 한 화가의 일대기이다. “중요한 것은 선들이 아니라 선들 사이에 있는 것이다”라는 대사는 영화를 이해하는 실마리를 제공한다. 의미는 관계와 몽타주에서 나온다. 한 장면이 이 관계의 중요성을 가름하게 한다. 여러 명의 화가들이 참여해 두루마리 그림을 완성하는 데서 오원은 그림을 시작하는 대단한 영광을 누린다. 그는 그의 스승을 제치게 되는데 이는 당시의 의례에 어긋나는 일이다. 오원은 싹트기 시작한 그의 명성에 의해 자신이 첫 번째 위치, 곧 주제를 점하는 위치에 오른다. 오원의 그림이 그렇듯 영화의 주요 관심은 아카데미에나 적합한 봉건적 후견제도를 무너뜨리는 것이다. 만약 오원이 역사에 속해야 한다면 그것은 예술의 역사가 될 것이다. 달리 표현하자면, 그의 능력이 출중함에도 그것을 자랑하기보다는 작품을
해외평론가들이 바라본 한국영화 6편 [2]
-
<신전영>이 본 <오아시스>살아 있으므로 사랑하였네라2002년 세계 영화계에서 주목받은 한국영화를 들자면 적어도 두편을 꼽을 수 있을 것이다. 한편은 이창동의 〈오아시스〉(綠洲)이고, 다른 한편은 임권택의 〈취화선〉(醉畵仙)이다. 양 대 유럽 영화제에서 그들은 열렬한 박수 세례를 받았다. 이를 지켜본 수많은 중국영화 관객과 영화 관계자들의 심정은 아마도 매우 복잡할 것이다. 우리는 21세기 아시아의 모든 국가들이 경제와 문화 방면에서 커다란 발전을 이룰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지금 한국영화가 나날이 발전하고 있는 추세와 같이 말이다. 그러나 우리는 그들을 격려하고 거울로 삼는 동시에 우리 자신의 현존하는 문제를 되짚어봐야 할 것이다.현재 중국영화의 상황은 낙관하기가 쉽지 않다. 2002년 홍콩영화는 유사 이래 가장 깊은 계곡으로 빠져들었고, 흥행수입은 지난해와 비교하여 14% 하락했다. 대만영화는 여전히 사경을 헤매고 있고, 중국영화는 지난해와 비교하여 활기를
해외평론가들이 바라본 한국영화 6편 [3]
-
<뉴욕타임스>가 본 <생활의 발견>젊은 남자의 모호한 초상<생활의 발견>은 날아가버린 사랑의 기회와 운명에 대한 침울하고도 생략법이 돋보이는 반영이다. “사람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자유가 주어진다면, 대개는 서로 흉내를 낼 것이다.”(에릭 호퍼) “대부분 행위의 부조리는 우리가 닮을 수 없는 대상을 흉내내는 것에서 나온다.”(새뮤얼 존슨) 영화는 수수께끼 같은 이 비문을 떠올리게 한다.홍상수의 네 번째 장편영화인 <생활의 발견>은 모호하고 시무룩한 자아도취에 빠진 젊은 남자의 초상이다. 이 남자는 여성과 두 가지 패턴으로 관계를 맺는데, 처음에는 그가 여성을 거부하고, 다음에는 마치 이전 실수에 대한 보상이기라도 하듯 완전히 반대 양상을 보인다. 영어 제목 (회전문)는 주인공 경수가 영화 속에서 듣게 되는 두 번째 기회와 숙명에 대한 한국의 고대 설화이다.경수는 잘생긴 무명배우로, 영화의 실패가 경수의 카리스마 부족 때문이라는 감독의 말을
해외평론가들이 바라본 한국영화 6편 [4]
-
<타임아웃>이 본 <고양이를 부탁해>디테일 에드워드 양처럼정재은은 첫 번째 장편으로 익숙한 소재를 선택해서 이것을 제대로 만들어낸다. 이 영화의 높은 완성도는, 현장에 딱 떨어지는 연기와 상대적으로 극적인 사건이 없는 내러티브를 잘 고려하고 숙련된 페이스로 풀어나가는 것, 그리고 세세한 디테일에 초점을 맞춘 덕택이다. 이 모든 요소들은 때때로 에드워드 양을 연상시키면서, 이 영화가 광범위한 친화력을 갖고 넓은 범위의 관객에게 어필하는 것을 가능하게 해준다.그런데 좀 특이하고, 유감스럽게도 섹스에 대한 이슈를 다루는 데에서만은 머뭇거리는 것 같다- 혜주만이 인생의 이 측면에 조금 관심을 보이고 있는 것 같다. 그러나 이런 단점들은 연애 과정을 다룰 때 빠지기 쉬운 클리셰들을 조심스럽게 피하는 것으로 보완이 된다. 이것은 어떻게 사회적, 경제적, 기질적이고 가족적인 요소들이 소녀들의 인생과 야망에 영향을 끼치는가를 보여주는 데 집중하기 위한 선택 때문이었던 것으로
해외평론가들이 바라본 한국영화 6편 [5]
-
날마다 칼로리와 알코올, 니코틴 섭취량을 꼼꼼하게 체크하는 브리짓 존스. 그녀가 떳떳하게 자신을 용서할 수 있는 날은 모두가 행복하기 때문에 그녀만 불행한 명절뿐이다. 인생을 한탄하면서 담배를 피워대고 혼자 미친 듯이 노래를 부르는 브리짓에게 텅 빈 마음을 채워줄 수 있는 길잡이가 있었다면, 좀더 청량한 마음으로 새해를 맞지 않았을까. <씨네21>은 세상 모든 남녀 브리짓을 위한 가이드를 준비했다. 시간이 지나치게 남아도는 사람은 기나긴 DVD 특별판을 보면서 연휴에 작별을 고할 수 있고, 만화책을 질리도록 읽은 사람도 사랑하는 작가의 주목받지 못한 작품과 함께 밀어를 나눌 수 있다. 이도저도 귀찮다면, TV 리모컨을 동반자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혼자만을 위한, 동시에 가족과도 나누는 <씨네21> 설특집. 꽉 막힌 고속도로에서 특히 유용하다. - 편집자그 장면은 극장에 없었다90분짜리 <트윈픽스> 파일럿 프로그램부터 올칼라 <그남자는 거기
설연휴 만끽할 DVD,만화,TV 가이드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