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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생 남자영화만 만들어온 감독이 있다. 브라이언 드 팔마와 마이클 만. 비슷한 연배로 태어난 두 사람은 마틴 스코시즈, 스티븐 스필버그와 함께 할리우드에 뛰어들었지만 그들만큼 고상한 명성을 쌓지는 못했다. 그러나 그들이 끝없이 변주해내는 남자와 여자, 범죄와 폭력의 음악에 사람들은 중독되고 말았다. 이들의 새 영화가 나오면 사람들은 ‘브라이언 드 팔마 영화라서’, ‘마이클 만 영화니까’ 극장을 찾는다. 그런 그들이 약간 시간차를 두고 새 작품을 들이댔다. 마이클 만은 자신이 제작에 참여했던 옛 TV시리즈(열혈 형사물!)를 영화로 되만들었고, 브라이언 드 팔마는 ‘블랙 달리아’로 불리는 미제 엽기 살인을 소재로 골랐다. <마이애미 바이스>와 <블랙 달리아>에 관심이 있다면, 왜 다들 ‘브라이언 드 팔마 영화’, ‘마이클 만 영화’를 연호하는지 잠깐 들여다봐도 좋을 일이다.
여자와 남자
브라이언 드 팔마
브라이언 드 팔마의 영화는 명백한 남자영화지만 영화를
브라이언 드 팔마와 마이클 만의 세계 엿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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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드웨이>의 마일스
“와인도 홀짝이고, 님도 만났죠”
제 이름은 마일스입니다. 반갑습니다, 여러분. 그나저나 세호라는 분은 왜 저렇게 어두울까요. 세상일이란 게 다 그렇죠, 뭐. 뭔가 특별한 일이 일어날 거라고 기대하는 것이 언제나 문제인 것 같습니다. 저는 지금 중학교 영어 선생으로 재직 중인데요. 음, 항상 작가로 등단하고 싶다는 꿈을 안고 있었습니다. 왜 갑자기 말이 뜸해지냐구요? 지금까지 제가 써온 글만 생각하면 한없이 부끄러워지기 때문입니다. 실패투성이인 제 인생이 그러하듯 간절한 바람에도 제 글은 책으로 출간되지 못했죠. 그 와중에 아내가 저를 떠났고 대신 제 일상 속으로 우울증 약과 와인이 걸어 들어왔습니다. 와인, 그중에서 와인이야말로 제 인생 최고의 친구나 다름없는 멋진 존재죠. 코끝에 살짝 머무는 와인의 향기에 취할 때면 저는 세상 모든 근심을 잊고 황홀경에 빠져든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단짝 친구 잭이 결혼을 한다더군요. 우리는 잭의 총각파티
루저들의 사연 들려주는 <최곤의 정오의 희망곡>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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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곤이 돌아왔다. 터프함이 묻어나는 검은 가죽 잠바, 단추를 서너 개 풀어 젖힌 강렬한 색상의 셔츠, 자연스레 분출되는 순도 100%의 가오를 온몸에 휘감고서. 로커 중의 로커 최곤은 이른바 ‘가수왕’이라는 왕좌에 등극한 당대 최고의 가수였다. 문제는 활짝 폈던 화려한 시절이 이미 돌아오지 못할 다리를 지난 지 오래라는 것. 21세기에 접어든 지금, 기억도 가물가물한 쌍팔년도 가수왕을 어느 누가 알아주겠는가. 그럼에도 가엾은 88년도 가수왕은 도통 현실을 직시하려 들지 않는다. 거기다 성질은 또 얼마나 고약한지 툭 하면 일을 저질러대는데… 음주운전에, 폭행에, 대마초 흡입까지 안 쳐본 사건, 사고가 없을 정도. 여기서 끝이냐고? 훗, 천만의 말씀, 만만의 콩떡이다. 부잣집 마나님처럼 고이 살아온 탓에 생활력은 또 얼마나 형편없는지, “고기가 없으면 빵을 먹으라지~”랬다던 모 여왕의 경지가 남부럽지 않을 수준. 매니저가 없으면 혼자서 담배도 못 피우는데다 자장면까지 제 손으로 비벼 먹
루저들의 사연 들려주는 <최곤의 정오의 희망곡>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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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구미호가족> <무도리> <앤트불리> <가문의 부활> 등 특이하고 수상한 ‘집단’이 뜨고 있다. 그들과 관련된 인터넷 커뮤니티가 꽤 활발한 활동을 벌인다는 소문도 들려온다. 다음에 처음 카페가 생기고 싸이월드에 온갖 클럽이 등장한 이래, 지금과 같은 인터넷 클럽의 백가쟁명 시대는 없었다. 그래서 준비했다. 남들과는 확실한 선을 긋고 있는 개성만점 클럽들과의 만남! 인터넷 커뮤니티 대표와의 릴레이 인터뷰 세계로 당신을 초대한다.
알림! 인터뷰는 아래의 공통 질문과 함께 서면으로 진행되었습니다.
공통 질문
1. 클럽 소개(모인 목적, 배경음악, 메인메뉴 설명 등)
2. 운영진 및 구성원
3. 우리 클럽만의 활동
4. 주요 에피소드
5. 정모 혹은 정팅에 관해
6. 어깨동무 클럽
7. 방명록 댓글 살짝 엿보기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의 라디오 작가 미야코(스즈키 교카)
1. 라디오 각본 <운명의 여인>을
영화를 통해 널리 알려진 5개 인터넷 커뮤니티 대표의 7문7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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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분간 극장가 앞마당은 이런 모양새의 구도를 그릴 것이다.
1번. “어! <가문의 부활>! 대따 재밌겠다. 난 무조건 저거!”
2번. “<라디오 스타>? 아~ <왕의 남자> 감독이 만든! 나 왕남 진짜 좋아하잖아. 작품성 있어서. 준기옵빠!”
3번. “<타짜> 저거 허영만 만화 아냐? 백윤식도 나오네? 볼래?”
4번.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 보자~ 응? 강동원이랑 이나영 나오는데 엄청 슬프대.”
사람의 눈은 가지가지라서 임자없는 옷은 없다고 했다. 쇼윈도에 걸린 옷이 내 눈엔 천하에 못 입을 옷처럼 보여도 누군가는 그 옷이 예쁘다며 사간다. 마찬가지로 어떤 영화에든 임자가 있다. 그런 ‘싼마이’ 코미디를 왜 보나, 뻔한 연애놀음이 뭐가 좋나 싶어도 누군가는 거기서 모종의 즐거움을 느낀다. 그럼 여기서 질문 하나. 4번 유형에 속한 이들이 그 ‘엄청 슬프다’는 영화를 보는 이유는 도대체 뭘까? 이 청명하고 상쾌한 가을에,
멜로드라마를 만드는 4가지 요소, 4가지 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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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on 4. 연리지 나무를 찾아라
도전경로: <…홍반장> → <각설탕> → <연리지>
도전과제: 미션 4에 접어들고 과제가 점점 어려워지면서, 도전자들도 지쳐갑니다. 장생과 공길 커플은 하루가 멀다 하고 싸우고, <연애참> 커플은 조금만 수틀리면 육두문자를 남발해 점점 레이스의 왕따가 되어가는군요. 그래도 소정의 상금을 건 레이스는 계속됩니다. 첫 번째 과제는 제주도로 내려가 신비의 인물, 홍반장을 찾는 겁니다. 이 남자는 어디선가 누군가에 무슨 일이 생기면 틀림없이 나타나지만, 워낙 직업도 많고 여기저기 두문불출하는지라 의외로 찾기 힘들지도 모릅니다. 홍반장을 찾는다 해도, 그는 쉽게 다음 과제를 알려주지 않을 겁니다. 자장면 배달이나 도배, 마을 청소 등 뭔가 노동을 해야만 간신히 입을 열 사람이니, 도전자들은 각오를 단단히 해야 합니다.
다음으로는 홍반장의 지시대로 요상스럽게 생긴 나무, 연리지를 찾아가는 과제가 기다리
추석 맞이 어메이징 한국영화 레이스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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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ission 1. 정 마담의 화투판을 찾아라
도전경로: <국경의 남쪽> → <선생 김봉두> → <타짜>
도전과제: 첫 과제는 여유롭게 놀이동산에서 시작합니다. 도전자들은 <국경의 남쪽>의 선호(차승원)와 연화(조이진)처럼 회전그네에 올라탑니다. 그러나 낭만적인 데이트를 즐길 여유는 없습니다. 빙글빙글~ 그네는 돌아가고 이 정신없는 와중에 멀리 보이는 표지판을 세심하게 살펴봐야 하기 때문입니다. 거기에 다음 도전과제가 적혀 있으니까요. 눈알이 팽팽 돌아갈 지경인데 표지판의 글자를 읽어낸다는 것, 만만치 않은 과제입니다. 다음으로 두 번째 과제는 세 번째 과제를 수행하기 위한 워밍업 단계라고 할 수 있습니다. 표지판에 적혀있는 대로, 도전자들은 선생 김봉두(차승원)의 부임지였던 강원도 분교로 향해야 합니다. 그곳에서 김봉두 버전의 ‘혼자 고스톱 치는 장면’을 연출해 동영상으로 제출하는 것이 두 번째 도전과제입니다.
이 단계에서 화투와
추석 맞이 어메이징 한국영화 레이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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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안의 화제 <어메이징 레이스>와 헷갈리지 마십시오. 세계일주시켜주고, 우승하면 상금 100만달러를 주는 곳이 아닙니다. 이 프로그램은 표절도 제대로 못하는 초절정 울트라 저예산 미션 트립 <어메~ 이 징한 레이스>입니다. 비행기 탈 일도 없고, 국경 넘어 남의 나라에 갈 일도 없습니다. 하지만 징하게 긴 추석 연휴를 앞두고 공포에 떠는 전국의 주부들과 백수, 쌍춘년의 압박에 시달리는 선남선녀 여러분, 한국영화 미션 트립에 빠져보십시오. 추석 시즌 한국영화를 중심으로 한, 말도 안 되는 가상 레이스가 펼쳐집니다. 가족, 연인, 친구, 동료 등 2인1조로 구성된 8팀이 소정의 상금을 두고 벌이는 징하고도 찌질한 레이스! 원 제작자 제리 브룩하이머도 울고 갈 황당하고 난데없고 억지스러운 시추에이션 속으로 어서 들어오세요. 어떻게? 순결하게!
<왕의 남자>의 장생(감우성) & 공길(이준기)_청와대 소속 광대 장생과 공길은 어린 시절부터 절친한
추석 맞이 어메이징 한국영화 레이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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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긴~ 연휴를 즐길 수 있는 즐거운 추석이 다가왔습니다.
길게는 9일을 쉴 수 있는 이번 연휴에 방바닥과 친구삼아 시체놀이를 할 여러분들을 위해 잠자는 시간도 아깝게 느껴질 강추 DVD를 알려 드립니다. 자신에게 딱 맞는 영화를 골라보세요~
하루종일 방콕, 폐인파 -TV 드라마 DVD 완전 정복
<24>
국내에서도 공중파 방영과 DVD 등을 통해 마니아층을 양산하고 있는 <24>는 테러진압 요원 잭 바우어(키퍼 서덜랜드 분)의 활약상을 그린 스릴러물. 24시간이라는 뜻의 제목처럼 하루 동안 벌어지는 긴박감 넘치는 사건을 24회로 나눠 실시간으로 보여주는 독특한 형식으로 화제를 모으고 있다.
<프렌즈>
더 이상의 설명이 필요 없을 정도로 국내에서도 큰 인기를 누리고 있는 프렌즈 전 시즌 패키지가 재발매 되었다. 카페인과 농담, 어리석은 연애에 구제불능 뉴욕의 여섯 친구들과 함께라면 추석이 짧아진다.
<지구에서 달까지>
추석 종합선물 [6] - 유형별로 골라보는 DV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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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석 종합선물 [5] - TV영화 편성표
추석 종합선물 [5] - TV영화 편성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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방귀대장 정구, 지구를 부탁해!
상상력 경연대회가 있다면 장준환은 으뜸 우승 후보일 것이다. 그러나 우승 후보에겐 소식이 좀처럼 들리지 않았다. 이따금 춥고 먼 나라에 영화 심사위원으로 갔다거나, 단편영화제에 멀고 추운 나라에서 사온 보드카를 공수해왔다는 소식이 들렸다. 그가 드디어 필생의 역작을 부산국제영화제 PPP에 내밀었다. <지구를 지켜라!>보다 훨씬 전 기획된, 이름하여 <파트맨>(Fartman)으로 슈퍼히어로 액션물이다. “천형을 지니고 태어난 아이가 있다. 너무 잦고 독한 방귀로 주위에 피해를 주고 왕따를 당한 아이는 그래서 큰 고통을 받는다. 친구를 만나서 잠시 행복해지는가 싶더니 친구가 다시 떠나고 엄마 아빠도 아이의 방귀를 참을 수 없게 된다. 아이는 모든 것으로부터 떠나 산에 올라 저주를 극복하기 위해 수련을 닦는다. 그러나 산에서 내려오자 부모는 악당에게 살해를 당한 뒤다. 아이는 부모의 복수와 정의를 구할 것을 약속한다.” 장준환식 슈퍼
이명세·김지운·장준환의 신작 [3] - 장준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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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인의 사내가 질주하오, 길은 황야가 적당하오
<달콤한 인생>을 완성한 김지운 감독은 프랑스 칸을 시작으로 영화제를 순례하며 여섯 대륙을 주유했다. 그리고 지금 그는 또 다른 여행의 아퀴를 짓는 중이다. 호러(<장화, 홍련> <메모리즈>), 코미디(<조용한 가족> <반칙왕>), 누아르(<달콤한 인생>), SF(<천상의 피조물>) 역을 거친 장르 역정의 종착지를 만주 웨스턴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가제)으로 작정한 것이다. 옴니버스 <인류멸망 보고서>의 에피소드인 <천상의 피조물>은 편집을 끝낸 상태고 <좋은 놈, 나쁜 놈, 이상한 놈>의 시나리오는 80신 언저리까지 펜을 달렸다. <좋은 놈…>은 김지운 감독의 영화사 그림의 첫 작품이며 바른손 엔터테인먼트가 투자한다.
김지운 감독의 혈관에 광야의 바람이 든 것은 오래된 일이다. 여러 해 전
이명세·김지운·장준환의 신작 [2] - 김지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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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사랑의 슬프고 무서운 수수께끼를 찾아서
“내 영화 씹은 사람 중 한명이야.” 인터뷰를 하러 간 기자를 이명세 감독이 장난스럽게 소개한다. 기본적으로 애정을 갖고 있는 감독에게, 그것도 한국영화의 노련한 장인에게 그런 말을 듣고 진땀이 안 날 리가 없다. 순간 난처하다. 그런데 해놓고 오히려 재미있다는 듯 표정을 짓고 있는 그의 모습을 보니 분명 여유가 있다. 마음이 좀 놓인다. 여유가 있다는 건 지난 평가에 개의치 않고 지금 자신의 상태에 자신이 있다는 뜻일 수 있기 때문이다.
2005년 9월8일 개봉한 <형사 Duelist>는 확연히 반응이 갈렸고 상업적으로는 예상보다 못한 수치에서 멈췄다. 그러나 자칭 21세기 신인감독 이명세는 거기에 붙잡혀 있지 않았고, 거의 정확히 1년 만에 그의 21세기 두 번째 영화를 준비 중이다. 제목은 <M>(<형사…>를 창립작으로 했던 그의 제작사 이름도 M프로덕션이다). 10월 중에 촬영에 들어가, 내년 2∼
이명세·김지운·장준환의 신작 [1] - 이명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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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해로 향하는 서해안의 여인
다만 한 가지 덧붙이고 싶은 생각. 서해안에 가서 찍은 이 영화는 서울을 꼭짓점으로 한 다음 지정학적으로 남서쪽에 가서 진행되는 이야기인데도 그 세 사람이 도착해서 바다를 바라볼 때 이상하게 자꾸만 동해안에 가서 진행되는 것처럼 90도 상상선을 그은 다음 그들을 바라보고 왼쪽 45도에 카메라를 세운다. 그런데 <강원도의 힘>에서는 강원도의 바닷가에 가서 반대로 진행하였다. 지숙은 그녀의 두 친구와 함께 강원도 해변가에 간다. 짧은 신이지만 여기서 <해변의 여인>과 거의 동일한 장면이 나온다. 그녀들은 해변에 도착해서 바다를 본 다음 돌아서 모텔을 보는데 그 앞에 웬 말이 서 있다. 주인은 이 말 이름을 ‘주필이’라고 가르쳐주는데 지숙의 친구는 그 이름을 듣고 “주피야, 주피야, 넌 어쩌다 여기까지 왔니”라고 묻는다. 그런 다음 다시 그 세 사람은 해변가에 앉는다. 그런데 카메라는 구태여 그녀들을 마치 서해안에 온 것처럼, 그러니까
정성일의 가을 영화 산책 [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