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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3: 감독님들, 이렇게 해보면 어때요~
“안 되는 걸 알면서도, 되게 만들어야 하는 상황이 스트레스.” -백윤석
“연출의 가장 중요한 덕목은 자신은 물론이고 스탭들이 충분히 기량을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을 만들어주는 것.” -엄혜정
“촬영감독이 잡은 앵글이 맘에 안 들면 무엇이 싫고 이유가 뭐지 프레이밍의 목적을 정해주는 것이 중요.” -김병정
<가희와 BH>의 촬영 당시. 낮을 배경으로 한 실내 장면을 찍다보니 밖이 어두워졌다. 아무리 창밖 조명을 바꾸어도 밤을 낮처럼 훤히 밝힐 수도 없는데, 감독은 그냥 촬영을 강행하는 상황. 눈에 보이는 화면을 중시하는 촬영감독과 배우의 연기를 우선시하는 감독의 갈등은 현장에서 흔히 벌어진다. 뒤늦게 당시의 촬영 분량을 확인한 백윤석씨는 “실제로 보니 그렇게 어색하지도 않고 이상한 그 느낌이 오히려 괜찮아 보여” 재촬영을 요구하지 않았다. 그러고 나니 오히려 당시 얼굴을 붉히며 연출에게 스트레스를 표출했던 것이 미안했다고.
다재다능 촬영감독 3인이 말하는 촬영의 매력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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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얼굴, 낯선 이름에 어리둥절할 수도 있겠다. 아마도 자신이 찍은 영화의 제목과 감독이 알려지고, 손수 만들어낸 화면에 관객이 열광한다면 그것으로 족할 만한 이들은, 진정한 의미에서 카메라 ‘뒤에’ 서는 사람들이다. 충무로에서 촬영감독 데뷔를 꿈구는 이들은 미처 데뷔작을 만들기도 전에, 단편영화 팬들 사이에서 약간의 이름을 알렸다. <즐거운 우리집>과 <나의 지구를 지켜줘>와 <내츄럴 보이즈>라는 연출작과 <핑거프린트>와 <인플루엔자>와 <가희와 BH>라는 촬영작 덕분이다. 영상원과 같은 영화학교에서 촬영 전공자가 연출작을 만드는 것이 그리 놀랍고 희귀한 일은 아니지만, 이들의 연출작은 웬만한 감독지망생의 그것보다 흥미롭다는 점에서 눈길을 끈다. 이들의 카메라가 온전히 연출의 마음을 담기 위해 남다르게 노력한다는 점에서 기대를 모으는 것도 그 때문이다. 중요한 것은 연출의 마음을 담는 카메라.
엄혜정, 김병정,
다재다능 촬영감독 3인이 말하는 촬영의 매력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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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드라마의 진부함에 도전하다
섹스할 장소가 없어 이곳저곳을 헤매는 청춘 남녀의 이야기 <생산적 활동>은 일상에 대한 유쾌한 도발 같았다. 여관에 들어갈 돈도 없이 동네 골목과 화장실을 오가는 발걸음. 그 진지함의 아이러니가 섹스라는 행위의 전복성을 부각시켰다. 일상에서 발견한 위트, 일상을 배반하는 유머. 오점균 감독의 단편 <생산적 활동>은 2003년 미쟝센단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을 비롯, 각종 영화제에 진출하며 화제를 모은 히트작이다. 가난과 욕망이라는 물질적 조건의 차이를 인간의 성적 욕구로 치환한 작품. 영화를 본 관객은 가볍지 않은 주제를 발랄한 문체로 끌고 가는 감독의 재치에 박수를 보냈다. 그리고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오점균 감독은 동명의 장편영화를 선보였다. 기혼 여성이 다른 남자와 바람이 난다는 내용. 주인공들은 나이를 먹었지만, 섹스는 역시 정면에 등장한다. 단편영화의 장편 버전? 주인공들의 10년 뒤 모습? 오점균 감독은 아니라고 답한
미지의 독립장편영화 세편 [3] - <생산적 활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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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급 감수성으로 무장하라
하는 일 없이 하루하루를 소일하는 백수 건태(강현중)는 어느 날 동네 건달 힘줄 삼형제에게 집단 구타를 당하는 수모를 겪는다. 마침 힘줄 삼형제에게 원한을 갖고 있던 사이보그 창녀 향수(예수안)는 건태를 이용해 그들에게 복수할 계획을 세우고, 건태를 부추겨 수상한 과학자 닥터 헬(이상훈)에게로 데려간다. 손가락이 망가져 총을 쏠 수도, 칼을 휘두를 수도 없는 그에게 닥터 헬이 제안한 새로운 무기는 다름 아닌 성기총. 사정을 하면 정액 대신 총알이 발사되는 성기총을 장착한 건태는 복수에 성공하지만, ‘시도 때도 없이 하고 싶게’ 만드는 무기의 성능(?) 탓에 의도치 않은 살인을 저지르면서 점차 나락으로 빠져든다.
줄거리만 들어도 엉뚱하기 그지없는 <삼거리 무스탕 소년의 최후>는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살해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로 잘 알려진 남기웅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다. 사이보그로 개조된 인간, 성기에 장착된 총
미지의 독립장편영화 세편 [2] - <삼거리 무스탕 소년의 최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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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5년 말 기준 전국 스크린 수는 1648개. 산책을 가듯 영화를 보러가는 시대다. 하지만 독립영화는 어떨까. 독립영화를 보기 위해서 관객은 1년에 몇번 찾아오는 영화제의 프로그램을 뒤적여야 하고, 반대로 독립영화는 관객을 찾아가기 위한 기회를 잡기 위해 기를 써야 한다. 땀 흘려 제작한 작품이 그들만의 잔치로 끝나지 않기 위해서는 독립영화가 관객을 만날 수 있는 통로가 절실하고, 그러기 위해선 작품의 존재를 관객에게 알리는 일 역시 시급하다. 얼마 전 로카르노영화제에 공식 초청된 노경태 감독의 <마지막 밥상>, <대학로에서 매춘하다가 토막살해당한 여고생 아직 대학로에 있다>로 주목받았던 남기웅 감독의 <삼거리 무스탕 소년의 최후>, 그리고 동명의 단편으로 인기를 끌었던 오점균 감독의 <생산적 활동>. 아직 극장을 통해 관객을 만나지 않은 세편의 독립 장편영화를 소개한다. 주류영화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상상력과 화법이 빛나는 이 작품
미지의 독립장편영화 세편 [1] - <마지막 밥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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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일 흥행 기록을 세우고 있는 <괴물>은 잘 알려졌다시피 봉준호 감독이 고등학교 시절부터 간직하던 꿈의 결정체다. <괴물>에 또 다른 사람의 꿈이 서려 있다면 그 주인공은 이 영화의 제작사인 청어람의 최용배 대표다. 오로지 <괴물>의 완성이라는 목표를 위해 그동안 단단한 기반을 다졌던 배급업까지 포기했을 정도로 그는 이 프로젝트에 사활을 걸었다. 그런 그의 베팅은 일단 성공한 것으로 보인다. 폭발적인 흥행 성과는 그 성공에 대한 증명 중 일부일 뿐이다. 어려운 환경에서도 완성도 있는 영화를 제작했다는 칭찬이나 그의 뚝심에 대한 재평가도 그에게는 성공이라면 성공일 터. 하지만 무엇보다 최용배 대표 개인에게 <괴물>은 가깝게는 10여년 전, 멀게는 20여년 전, 막연하게 세워놓았던 ‘한국영화로 할리우드영화를 대체한다’는 목표를 어느 정도 달성케 했다는 의미를 가진다. 연출, 투자, 배급이라는 우회로를 통해 결국 제작자의 세계로 들어와 오래된 꿈
배급업 포기하며 <괴물> 제작에 매달린 청어람 대표 최용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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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각설탕>의 각설탕은 주인공 말 천둥이가 먹는 간식이다. 사람과 말이 나누는 따뜻한 정이 영화 제목인 것이다. ‘말에게 속삭임’(Horse Whispering)이란 말이 따로 있을 정도로 말은 인간과 친밀한 의사소통을 나눌 수 있는 몇 안 되는 섬세한 동물이다. <각설탕>은 <호스 위스퍼러>가 그리는 말과 인간의 교감, 그리고 <씨비스킷>에서 보여준 말과 인간이 함께 장애를 딛고 일어서는 감동을 함께 주는 영화다.
시은(임수정)은 제주도 푸른 목장에서 태어나고 자랐다. 시은에게 말보다 더 친한 친구는 없다. 태어나자마자 엄마를 잃은 말 천둥이에 대한 시은의 사랑은 너무나 애틋하다. 시은 역시 엄마 없이 자란 터라, 천둥이는 친구 이상의 가족 같은 각별한 존재로 다가온다. 달리는 일이라면 아무한테도 지고 싶지 않은 시은은 최고의 기수가 되고 싶은 꿈을 키워나간다. 그러나 천둥이가 다른 곳으로 팔려가면서 둘의 운명은 끝이 난다.
낙마 사
소녀 기수와 경주마, 꿈은 이루어진다, <각설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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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애들’이 놀러왔을 때 사람들은 반응에 따라 크게 두 부류로 나뉜다. ‘귀여워라!’라며 눈을 반짝이는 사람과 ‘어떻게 이것들을 피하지’ 하고 뜨악한 표정을 짓는 사람. 당신이 후자에 속한다면 다음 글로 초대한다. 영화에 등장했던 아이들 10인의 아귀다툼 배틀을 구경할 기회다. 꿈에라도 내 조카일까 두려운 아이를 가리는 결승전의 최후 승자는 누가 될 것인가. 빅마마와 맥피 아줌마가 중계한다.
빅마마: 전국에 계신 시청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여기는 가장 상종하고 싶지 않은 아이, 왕중왕을 가리게 될 꽃동산 유치원 햇님반입니다. 이곳 플레이그라운드 스타디움은 이미 응원의 열기로 활활 타오르고 있습니다. 예비 학부모들이 관중석을 가득 채웠군요. 오늘 경기 해설을 위해 아동심리 전문가이신 내니 맥피 선생님이 자리해주셨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시렵니까.
맥피: 네, 안녕하십니까.
빅마마: 얼마 전 새 저서 <애 키우기가 가장 쉬웠어요>를 내셨다고 들었습니다.
맥피:
상종하고 싶지 않은 아이 왕중왕전 중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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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1월부터 4월까지 <메종 드 히미코> <박치기> <스윙걸즈> <린다린다린다>가 매달 한편씩 차례로 개봉했다. 그 선두는 역시 최근 일본영화에 주목하게 만드는 연원을 제공한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의 이누도 잇신이 만든 <메종 드 히미코>였다. <조제…>에 환호했던 관객은 기다렸다는 듯이 재차 이누도 잇신의 영화를 반겼고, 그 관심의 폭은 이미 다른 영화들에도 미쳐 있었다. 네편의 영화는 적게는 2만에서 많게는 10만 사이를 오가는 관객을 모았다. 입소문은 늘어갔고, 마니아들은 더 분명하게 수면 위에서 형성됐다. 급기야 7월에 열린 일본인디필름페스티벌은 매진을 기록하며 보기 드문 성공 사례를 남기고 있다. 물론 이 성공을 뒷받침한 외부적 요인을 간과해서는 안 될 것이다. 마니아들을 상대로 한 영화사의 소규모 장기 상영 전략과 일본영화 전용관 개관에 따른 여파, 일본 텔레비전 드라마의 일반화로 인해
일본 젊은 영화의 힘!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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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는 유독 일본 배우들의 방문이 잦았다. <메종 드 히미코>의 오다기리 조, <박치기!>의 사와지리 에리카와 다카오카 소우스케, <나나>의 나카시마 미카와 나리미야 히로키, <좋아해>의 미야자키 아오이와 니시지마 히데토시 등. 아사노 다다노부가 2001년 그의 20번째 영화 <일렉트릭 드래곤 80000V>를 마치고서야 처음으로 한국을 방문했던 것과 비교해보면 이들의 방문은 매우 빠른 편이다. 일본 배우에 대한 갈증의 해소. 하지만 이는 외우기 어려운 그들의 이름만큼 생소한 행사이기도 했다. 문화지체의 역설적인 현상. 1998년까지 금지된 일본문화 개방은 한국 관객들을 지체된 문화적 시차에 길들여왔다. 일본 배우는 당연히 지각생이라는 생각. 그래서 2006년, 실시간에 가까워진 일본 배우들의 방문은 다소 낯설게 느껴진다. 대체 이 배우는 일본에서는 얼마나 유명할까. 어, 얘는 노래도 하고 드라마도 했네. 이 꽃미남은 오다기리 조보
일본 젊은 영화의 힘!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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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상반기 기대 이상의 성적을 거둔 일본 인디영화의 행렬은 하반기에도 계속된다. 오다기리 조가 출연한 영화 <유레루>를 시작으로 기타노 다케시와 이상일 감독의 신작인 <다케시들>과 <훌라 걸>, 재일동포 양영희 감독의 <디어 평양> 등 총 10편의 작품이 개봉을 기다리고 있다. 실화를 소재로 한 작품부터 휴먼드라마까지, 기대되는 하반기 일본영화 5편을 소개한다.
빅 리버 Big River
감독 후나하시 아쓰시 | 출연 오다기리 조, 카비 라즈 | 8월17일
일본인 텟페이(오다기리 조)는 미국의 사막을 여행하던 중 우연히 파키스탄인 알리(카비 라즈)를 만난다. 알리는 아내를 찾아 미국의 곳곳을 돌아다니고 있는 중. 그랜드캐니언을 향하는 이들의 여행에 한명의 동반객이 더 등장한다. 홀로 여행을 하고 있던 미국인 사라(크로 스나이더). 서로 다른 국적을 가진 세 남녀의 여행기를 그린 <빅리버>는 9·11 이후 혼란스러워진
일본 젊은 영화의 힘!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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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김대중 정부의 일본 대중문화 단계적 개방으로 1999년 겨울 이와이 순지의 <러브레터>가 개봉했다. 서울 67만명, 전국 140만명이라는 기록적인 흥행 스코어를 남긴 <러브레터>는 이미 4년 전 일본에서 개봉해 한국의 일본영화 마니아들과 대학가 사이에서 엄청난 입소문을 몰고 다닌 전설의 영화였다. 지직거리는 VHS로 20만 한국인이 보았다는 소문도 있었다. <러브레터>의 국내 흥행기록을 깨는 일본영화는 2002년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 개봉 전까지 나타나지 않았다.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이 세운 200만명의 흥행기록은 2년 뒤 겨울 미야자키의 또 다른 신작 <하울의 움직이는 성> 밑에 깔렸다. <하울의…>는 전국 300만 관객을 동원했다. 한동안 <러브레터> 뒤를 이어 흥행 3위에 머무른 영화는 공포영화 <주온>이다. 복고적 감성의 일본 멜로
일본 젊은 영화의 힘!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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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을 잘 모르지만 마음을 열어두고 연출한다”
김석윤 감독은 1992년에 공채 19기로 KBS 생활을 시작했다. 입사 초기에는 버라이어티 프로그램 연출자로 이름을 날렸던 그가 본격적으로 ‘극’에 맛을 들인 것은 지난 2000년 유재석, 이휘재, 남희석이 출연한 시트콤 <멋진 친구들>을 연출하면서부터다. 일종의 시트콤 연출 실험이었다고 할 만한 그 작품 이후 김석윤 감독은 <달려라 울엄마>와 <올드미스 다이어리>를 거치며 한국의 대표적인 시트콤 연출자로 단단하게 자리를 잡았다. 그러나 여전히 “버라이어티 프로그램을 연출하는 게 좋다”고 거침없이 말하는 그는 확실히, 여러모로, 버라이어티한 사람이다.
-직접 감독을 맡기까지는 고민도 많았던 것으로 안다.
=캐스팅이나 시나리오 부분에서 지원은 하겠노라고 했지만 감독에는 관심이 없었다. 이미 1년이나 시트콤 연출을 해서 타성에 젖은 상태여서 영화계 시각으로 완전히 새롭게 만들라고 했다. 영화는 나와
스크린에서 부활하는 <올드미스 다이어리> 촬영현장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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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자에게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시트콤 <올드미스 다이어리>(이하 올미다)의 205회 제목을 빌려 표현하자면, <올미다>에는 뭔가 특별한 게 있었다. 그건 바로 다양한 세대의 여성들에게서 공감을 얻어낼 수 있도록 섬세하게 짜인 일상성과 현재성이었다. 음모와 혈연과 선녀들이 연방 ‘하늘이시여!’를 외쳐대는 브라운관의 세계에서 <올미다>의 일상성은 참 귀중한 것이었다. 미자와 친구들이 보여주는 오뚝이 같은 30대의 여성성과 세명의 할머니가 보여주는 ‘늙은 여성’으로서 여성성. 보통의 드라마들이 끝끝내 외면하고 가는 현실적인 여성들의 삶과 고민이 얼마나 아름다운 것인지를 보여준 <올미다>는 KBS 사장의 재치있는 말처럼 ‘오랫동안(Old) 기억될(Miss) 일기(Diary)’였다. 지지부진하던 시청률은 15%까지 치솟았고, 인터넷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열혈팬들이 모여들었다. 그리고 지난해 10월 종방한 <올미다>는 영화라는 새로운 매
스크린에서 부활하는 <올드미스 다이어리> 촬영현장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