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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탈재킷’(metal jacket) 혹 ‘재킷’(jacket)에는 ‘총탄의 금속 외피’라는 뜻이 있다. 설용근씨의 특수의상·소품 업체 ‘메탈자켓’도 거기에서 연유된 상호명이다. 사무실과 창고가 수원역 인근에 위치한 메탈자켓의 취급 물품은 경찰 및 군 관련 제복을 비롯한 각종 유니폼과 총기 관련 소품들. 200여벌의 경찰복 및 S.W.A.T 복장, 계급에 따른 군복뿐 아니라 환경미화원 복장까지도 상·하의에 벨트, 모자, 신발, 소지품을 세트로 구비해놓고 있다. 지하창고 구석에는 의사 가운과 간호사 신발, 최근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에 쓰인 간수복도 한 아름 쌓여 있고, 총기류는 콜트에서부터 M-60에 이르는 모형 총기를 주요 배역용(정밀한 모형 제품)과 보조출연자용(거의 껍데기만 있는, 몹신을 위한 저가 모형)으로 나눠놓았다. 차를 타고 5분여를 가면 두곳의 차고지가 있다. 대형차량과 소형차량으로 분류해놓고 순찰차 15대, 형사 기동대 봉고차 4대, 특공대 버스 2대
유니폼 및 총기 관련 소품 보유한 특수소품창고, 메탈자켓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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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촬영하는 곳 말이죠?” 경기도 남양주시 와부읍 율성리. 마을 입구에서 만난 한 중년 남자에게 금호상사의 덕소 차고지를 물었더니 자신있게 그곳을 안다면서, 종종 영화촬영도 하는 것 같다는 첩보도(?) 친절히 들려준다. 1937년산 엑스칼리버부터 1980년산 페라리까지, 1960년대 코로나부터 1990년대 슈퍼살롱까지, 200종 가까운 희귀 차량을 보유하고 있는 금호상사. 영화인들의 발걸음이 잦다보니 율성리 사람들은 이곳을 차고지가 아니라 촬영소라고 오해한다.
성인 남자 키의 2배는 너끈히 넘을 것 같은 높이의 대문을 열고 들어서자 경찰차를 비롯한 각종 트럭들이 경비원처럼 버티고 서 있다. 값비싼 희귀 차량은 일부러 안쪽에 배치한 건가. 도둑 걱정 때문이냐고 물었더니 차고 관리를 맡고 있는 백중기씨는 “대문은 안 잠가요. 워낙 특이한 차들이라서 잃어버려도 수배가 금방 되니까”라며 차량들을 한대씩 소개한다. 백중기, 백중길씨 등 3형제가 함께 운영하고 있는 금호상사가 있기까지는
200여종 희귀 차량 보유한 특수소품창고, 금호상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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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곗줄과 머리빗
오 헨리의 단편을 묶어 만든 에피소드영화 <마지막 잎새>(1978)의 세 번째 에피소드에서 두 남녀가 서로에 대한 변함없는 사랑을 확인할 때 사용한 시곗줄과 머리빗이다. 남편은 시계를 팔아 머리빗을 사고, 아내는 머리를 깎아 시곗줄을 사준다는 <크리스마스 선물>의 설정을 따왔다. 이 장면에 들어갈 소품 마련을 위해 종로 일대 금은방과 시계방을 모조리 돈 끝에 오래된 명품을 고르긴 했는데, 이성구 감독이 원작에서처럼 금빛 시곗줄을 원해서 새로 도금을 해야 했다. 그 바람에 애초 오메가 시계에 달려 있던 은빛 시곗줄은 쓸모가 없어졌다고. 대신 50년도 더 된 시계지만 밥만 주면 여전히 재깍거려서 김호길씨는 가끔 심심할 때 차고 외출한다고.
목칼
<춘향전>에서 빼놓을 수 없는 소품. 조선시대 형구 중 하나로, 중형을 선고받은 사람들이 도망가지 못하도록 목에 채워놓았던 기구다. 차순하씨는 1960년대 초만 하더라도 이 목칼 제작시 실제
창고 대개방 ② 남양주 한국영화소품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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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양주종합촬영소 내에 있는 소품센터의 주인공은 모두 다섯명이다. 차순하, 김호길, 이태우, 김태욱, 이예호 등 1960년대부터 소품 스탭으로 오랫동안 활동해온 이들은 한국영화 소품 역사, 그 자체이기도 하다. 과거 한국영화의 소품은 어떻게 만들어졌을까, 하는 궁금증을 풀기 위해 그들을 찾는 건 당연한 일. 현재 임권택 감독의 <천년학> 등에 참여하고 있어 모두 함께 자리하지 못했지만, 손재주라면 충무로에서 따라갈 자 없다는 차순하, 오랫동안 시대의 흔적을 수집해온 김호길, 전국에 모르는 골동품상이 없다는 이태우 등 3인에게서 지난 40년 동안의 충무로 소품사를 들었다. 인터뷰는 <근대의 풍경-소품으로 본 한국영화사>(차순하 외 지음/ 도서출판 소도/ 2001)를 참조해 이뤄졌음을 밝힌다.
“사극 촬영하면 엑스트라가 200∼300명씩 나오는 군중신 있잖아. 근데 내일 갑자기 몹신이 생겼다면서 영화사에서 오늘 아침에야 연락을 한다고. 배우가 스케줄 된다고 하니까
50년 소품지기들, 충무로 소품사를 회고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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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생멧돼지 박제
멧돼지를 잡을 생각이었다. 태릉 소품실 장석훈씨와 그의 조수들은 <괴물> 시나리오를 읽고 그렇게라도 해야 한다고 생각했었다. 강두(송강호)가 딸 은서(고아성)에게 휴대폰을 사주려고 푼돈을 모아 넣어두었던 사발면 그릇이 ‘야생 멧돼지 박제 뒤에 숨겨져 있다’고 책에 쓰여져 있기 때문이었다. 강원도에 있는 식용 멧돼지 농장을 찾아가서 못 쓰는 멧돼지 머리를 구했다. 소품실에서 손수 도전한 박제 작업이 만만치 않아 농장 소개로 전문가의 도움을 구하게 되었는데 할머니 전문가 왈, “야생 멧돼지는 이리 안 생겼습니다”. 야생 멧돼지와 식용 멧돼지는 “털부터 다르다”는 것이 그의 설명이었다. 4시간이나 걸려 찾아간 농장에서 구한 머리는 결국 폐기처분했다. 진짜 야생 멧돼지를 잡아야 했지만 야생동물 박제 자체가 법으로 금지돼 있어 그 또한 시작부터 불가능했다. 소품실은 결국 전문가에게 제작 전체를 의뢰하기로 방법을 바꾸었다. <괴물>에 등장했던 이 무시무시
창고 대개방 ① 남양주 태릉 소품실 & 파주 소품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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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상 소품창고가 궁금했다. 저 안에 도대체 얼마나 많은 물건들이 숨쉬고 있는 것일까. 먼지가 내려앉은 소품을 닦아내면 스크린에서 미처 보지 못하고 듣지 못한 이야기들이 주르르 쏟아질 것 같았다. 먼저 남양주 태릉 소품실과 파주 소품창고를 찾았다. 현재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두명의 소품지기를 그곳에서 만났다. 소품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알 수 있었다. 현재를 들었더니 이번엔 과거가 궁금했다. 이어 남양주종합촬영소 소품센터를 찾았다. 한국영화 소품 역사의 산증인인 3명의 소품지기들은 소품에 얽힌 웃지 못할 비사를 기꺼이 들려줬다. 흔히 볼 수 없는 소품의 소유자들도 궁금했다. 골동품 차들을 개조하고 각종 유니폼과 총기 액세서리를 만든다는 두명의 소품지기를 또 만났다. 고맙게도 7명의 소품지기들은 이야기보따리를 풀어내는 것 말고 그들의 보물창고를 개방해달라는 부탁에도 기꺼이 응했다. 시간과 기억을 머금은 소품, 아니 대품창고를 여기, 최초 공개한다.
세상 모든 물건이 여기에
소품창
남양주와 파주 소품창고를 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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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계수 감독은 대학 다닐 때부터 가끔 시를 썼고, 김동기 음악감독은 거기에 곡을 붙여 노래를 했다고 한다. <삼거리극장>의 뮤지컬 장면들은 그처럼 오래된 호흡 때문인지 가사와 음악과 무대가 서로 떼어놓지 못할 천생연분으로 만난 듯하다. 빙글빙글 돌아가며 하나의 색으로 녹아드는 삼원색의 판처럼 정신없는 와중에 하나가 되어버린다. 발랄하거나 처연하거나 허풍에 찬 가사를 직접 쓴 전계수 감독에게 어쩌다 이런 마술 같은 장면들이 나올 수 있었는지 한곡 한곡 코멘트를 부탁했다.
<밤의 유랑극단>
“피로 물든 만월의 밤은 다시 찾아와/ 죽은 혼령들의 차가운 심장을 두드리는 시간
무엇을 망설이느냐 때가 가까웠느니라/ 오늘밤 상상도 못할 끔찍한 공연을 계속하자
우린 모두 밤의 유랑극단/ 희극을 노래하는 비극의 자식들”
원래 오프닝 곡은 따로 있었지만 비오는 밤에 야외 뮤지컬 장면을 찍기가 힘들어서 뺐다. <밤의 유랑극단>이 오프닝처럼 되어버렸는데, 위협적
전계수 감독의 <삼거리극장> 뮤지컬 코멘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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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봐야 한다며 집을 나선 할머니를 찾아 삼거리극장까지 흘러든 소녀가 있다. 할머니 사진이 박힌 전단지를 돌리며 매표소에서 표도 팔던 그녀 소단이는 어느 밤 홀로 객석에 앉아 담배를 피우다가 요란하게 차려입은 유랑극단의 혼령들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쇼가 시작된다. 부천영화제 개막작으로 처음 관객을 만났고 11월24일에 개봉하는 <삼거리극장>은 쇼도 보고 노래도 듣고 무책임하게 황당한 이야기도 겪는 뮤지컬영화다. 삼거리극장 사장 우기남이 젊은 시절 만들었던 영화 <소머리 인간 미노수 대소동>, 그 영화에 출연했고 지금은 무슨 미련이 남았는지 극장에 붙어 있는 유령 배우들, 할머니를 찾아야만 하는 소단이. <삼거리극장>은 이러한 굵은 주춧돌 몇개를 놓아두고선 춤추듯 부유하듯 그 사이를 마구 오가는 영화다. 뮤지컬을 보는 것 같아도 틀림없는 영화이기도 하다. 뮤지컬영화의 역사가 거의 없는 한국에서 어떻게 이 느닷없는 영화가 튀어나왔을까. 이름도 범상치
주목할 만한 뮤지컬 <삼거리극장>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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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질라와 함께 마쓰리~
부드러운 감성의 잔잔한 사랑 이야기가 아닌, 색다른 일본영화를 원한다면 주목할 만한 작품들이다. 일본의 대표적인 괴수영화 시리즈 중 한편인 <고질라 대 메카고질라>부터 일본 요괴에 대한 총정리가 가능한 <요괴대전쟁>까지. SF와 액션으로 변주된 꿈과 모험의 세계.
리터너 Returner
야마자키 다카시 | 가네시로 다케시, 스즈키 안 | 2002년 | 118분
<올웨이즈: 3초메의 석양>을 연출한 야마자키 다카시 감독의 2002년작. 2084년 우주생물 다그라의 침략으로 인류가 멸종의 위기에 처하자 밀리라는 소녀가 최초의 다그라를 말살하기 위해 2002년 과거로 돌아온다. 밀리는 우연히 미야모토라는 남자를 만나게 되고, 그에게 자신의 임무를 도와달라는 요청을 한다. 미야모토는 의뢰인으로부터 돈을 받고 암거래 시장에 잠입해 부정한 돈을 빼돌려주는 리터너다. 그는 어린 시절, 눈앞에서 친구가 암살당한 아픔을 갖고 있어 이를
제3회 메가박스일본영화제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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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독과 판타지의 기묘한 변주
1회 일본영화제 개막작, 히로키 류이치 감독이 연출한 <바이브레이터>의 정서가 마음에 들었던 관객이라면 귀가 솔깃할 작품들. <매목> <부드러운 생활> <얼굴> <리얼리즘 여관> 등의 작품들은 고독, 방황, 자아, 삶 등의 주제를 단조롭지만 깊은 울림으로 전한다. 일상 속의 결핍과 상처를 바라보고 조용히 응시하며, 노래하고 치유할 줄 아는 영화들.
매목 埋もれ木
오구리 고헤이 | 히다리 도키, 아사노 다다노부, 오쿠보 다카, 카렌 | 2005년 | 93분
이야기의 우연과 묘한 조화. 재일동포 2세인 오구리 고헤이 감독이 1996년 안성기가 출연한 영화 <잠자는 남자> 이후 연출한 9년 만의 신작. 여고생 3명은 릴레이 형식으로 이야기를 이어가는 놀이를 하고 있다. 한 소녀의 이야기가 잠시 걸음을 멈춘 사이, 화면은 흑백으로 전환되고 한 마을의 ‘다른 이야기’가 얹혀진다. 이야기 안에
제3회 메가박스일본영화제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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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일간 펼쳐지는 꿈과 사랑의 세계. 11월15일부터 19일까지 서울 코엑스 메가박스에서 제3회 메가박스일본영화제(주체 일본영상산업진흥기구(VIPO)·공동주최 메가박스, 일본문화청)가 열린다. 한 가지 주제를 중심으로 다양한 일본영화를 국내에 소개해왔던 메가박스일본영화제는 3회를 맞아 꿈과 사랑을 테마로 선정했다. ‘사랑과 청춘’이란 주제 아래, 한-일간 문화교류가 단절됐던 시기의 영화를 소개했던 1회, 시리즈물을 비롯한 일본의 다양한 장르영화를 상영했던 2회 등, 지난 영화제가 주로 과거 일본영화에 초점을 맞춰 이뤄졌던 것에 비하면, 이번 영화제는 무엇보다 동시대 일본영화를 소개하고 있어 주목할 만하다. 개·폐막작으로 선정된 <편지>와 <다만, 널 사랑하고 있어>는 모두 올해 10월과 11월에 일본에서 개봉한 영화들이며, 이 밖에도 상영작 18편이 모두 2000년 이후에 만들어진 작품들이다. 상영작 수는 지난해 45편에서 18편으로 크게 줄었지만, 일본영화의
제3회 메가박스일본영화제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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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미엄 서비스
-CGV 골드 클래스+롯데시네마 샤롯데관
영화 한편을 보더라도 특별하게 보고 싶다?! 국내 최초로 극장에 항공기의 퍼스트 클래스 개념을 도입한 CGV 골드 클래스에 이어 롯데시네마가 샤롯데관을 오픈하면서, 멀티플렉스들이 이른바 ‘명품 서비스’를 선보이고 있다. 현재 상암, 용산, 오리, 관교 4곳에 위치한 CGV 골드 클래스와 롯데백화점 명품관 에비뉴엘 안에 자리한 샤롯데관의 트레이드 마크는 이른바 침대형 좌석. 널찍한 크기에 180도 가까이 등받이 각도 조절이 가능한 침대형 좌석에는 영화를 보며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사이드 테이블도 마련되어 있다. 영화 시작 시간보다 조금 일찍 도착한다면? 상영관 밖에 자리한 전용 라운지와 바에서 커피와 맥주 등을 무료로 즐기며 담소를 나누면 된다. 영화를 보는 중간에도 간단한 스낵과 와인을 제공받을 수 있다. 다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상영 전에 미리 원하는 메뉴와 서빙 시간을 직원에게 말해두어야 한다는 것. 이 밖에도 영화
멀티플렉스에 가면 맞춤 서비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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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장 서비스의 최전선 담당하는 멀티플렉스 스탭의 세계
영화는 배우를 통해 관객에게 전해진다. 하지만 영화를 만들어내는 원동력은 영화 스탭에게 있다. 멀티플렉스 운영과 관리가 매니저와 슈퍼바이저의 몫이라면 고객과 직접 마주치고 매 순간 서비스를 감당하는 것 역시 영화관 스탭이다. 시급 3700~4400원, 야간근무시 원래 시급의 1.5배인 5500원, 영화는 공짜, 평균 근무시간 6시간, 주 5일 근무, 평균 연령 20∼23살, 대학생이나 휴학생, 여성 비율이 70~80%, 평균 근무기간 1년 이상, 사이트당 100~120명이 근무하는 멀티플렉스 스탭. “사람에 따라 가장 쉬울 수도, 가장 까다로울 수도 있는 아르바이트”라는 신기묘 슈퍼바이저의 말처럼 멀티플렉스 스탭은 흥미로운 구석이 많다. 슈퍼바이저와 스탭의 관계는 교생과 학생처럼 보인다. 10여명의 스탭을 한명의 슈퍼바이저가 담임을 맡아 관리하는 구조나 용모검사, 조회 같은 절차는 학교를 연상시킨다. 한창 바쁜 순간에는 슈퍼바이
관객 뒤에는 우리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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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이밍량의 <안녕, 용문객잔>은 노회한 극장의 최후를 바라본다. 현실에서도 <안녕, 용문객잔>처럼 거대한 단관은 자취를 감췄고 멀티플렉스가 일상 속에 깊숙이 자리잡았다. 변하지 않은 건 영화에서 서로를 애타게 찾아 헤매던 다리가 불편한 여자매표원과 영사기사처럼 여전히 극장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것이다. 백몇십명의 스탭이 1만명의 손님을 상대하는 멀티플렉스의 하루는 쏜살같이 흘러간다. 관객은 스쳐가도 극장은 잠들지 않는다. 매점에서 땀범벅이 되고, 플로어에서 목이 뻐근하도록 인사를 해도 상냥한 미소를 잃지 않는 젊은 스탭들의 일상과 그들이 생각하는 멀티플렉스를 들여다보면 <시네마 천국>의 알프레도 아저씨처럼 이렇게 말하고 싶어질지도 모른다. “토토, 네가 영사실 일을 사랑했던 것처럼 무슨 일을 하든 네 일을 사랑하렴.”
오전 6시부터 새벽 4시까지 쉴틈없는 멀티플렉스의 하루
“우리는 쉬지만 멀티플렉스는 잠들지 않는다”고 스탭들은 이야기한다.
멀티플렉스는 잠들지 않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