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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냐, 너. 밤마다 나를 부르는 토끼 머리, 이놈!
<도니 다코> 도니 다코
인적 사항: 도니 다코. 남성. 19살. 까칠하지만 매력적인 성격. 영민하고 권위를 두려워하지 않으며 심성이 곧다. 교양있지만 쿨한 집안에서 부모, 누나, 여동생과 산다.
증상: 몽유병. 밤마다 환청을 들으며 거리를 쏘다닌다. 어느 날 밤, 어디서 날아왔는지 알 수 없는 비행기 엔진이 그의 방에 떨어졌지만 몽유병 덕에 목숨을 건진다(당시 골프장에서 침흘리며 자고 있었던 도니). 그러나 그날부터 그의 상태는 점점 심해져, 대낮에도 백일몽 속의 목소리를 따라다니기 시작한다. 그의 꿈속에선 토끼 가면을 쓴 자가 나타나 세상의 종말과 시간여행에 대해 말하고, 도니는 그가 시키는 대로 학교를 파괴하고 위선자의 집을 불태운다.
발병 원인: 알 수 없다. 그의 증상은 현대과학으로는 설명할 수 없는 미지의 과학 영역 혹은 초자연 현상에 가깝다. 몽마의 목소리를 통해 자신의 미래를 미리 따라가보게 된
강박에서 도벽까지, 마음에 병이 있는 캐릭터들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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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찬욱 감독의 신작 <싸이보그지만 괜찮아>. 그 무대는 정신병원이다. 신세계 정신병원 신입 영군(임수정)은 자신을 사이보그라고 생각하는 망상환자. 형광등에 훈계를 늘어놓고 자판기의 안위를 걱정하는 이상한 여자다. 사이보그가 밥을 먹을 수는 없는 법. 전지로 충전하면 괜찮다고 생각하는 영군은 밥을 먹지 않고 점점 말라간다. 한편, 자신이 언제 사라질지 모른다는 두려움에 가면을 쓰고 다니는 환자 일순(정지훈)은 영군을 사랑하게 된다. 사이보그가 망가지면 평생 A/S 해주겠다나?
영군이나 일순처럼 정신병원에 살지 않아도, 어떤 영화 주인공들은 정신병을 친구처럼 달고 산다. 몸의 병만큼이나 심각한 마음의 병. 공황장애, 몽유병, 자폐증, 도벽 등 정신병력을 지닌 캐릭터들의 사연을 여기 모아 보았다.
히이~익! 때려 죽여도 집 밖엔 못 나가!
<카피캣> 헬렌 허드슨
인적 사항: 헬렌 허드슨. 여성. 30대 후반~40대 초반. 장대한 골격과 남자 같은 목소리.
강박에서 도벽까지, 마음에 병이 있는 캐릭터들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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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식 2000년대 조폭영화가 자리잡은 이후 올해는 조폭영화가 조폭코미디에서 벗어나 리얼리티에 좀더 근접한 한해라고 볼 수 있겠습니다. 이 자리는 조폭영화의 진화와 매력적인 남성 캐릭터를 축하하는 자리입니다. 저 이상식과 나편견 평론가가 함께 진행합니다.
나편견 쟁쟁한 후보들과 조연들, 자리 함께하셨습니다. 후보작들은 웬만한 영화 아니면 명함도 못 내밀 만큼 쟁쟁합니다. <거룩한 계보> <달콤한 인생> <역도산> <연애, 그 참을 수 없는 가벼움> <열혈남아> <주먹이 운다> <친구> <태풍>….
공로상 - <역도산>
이상식 먼저 공로상 부문입니다. 캐릭터 가운데 가장 연로한 역도산! 축하드립니다. 한 말씀 부탁드립니다.
(역도산이 곱슬머리를 양손으로 만지며, 흰 턱시도 차림으로 올라오는데 배에 피가 스며나온다.) 역도산이 얼마나 강한지 알고 싶다면 프로레슬링 티켓부터 사십시
찌질이 캐릭터 시상식으로 살펴본 한국영화의 찌질한 남성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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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의 한국영화에는 남성들이 넘쳐난다. 남자들끼리 만나서 ‘짝패’를 이루기도 하고, ‘폭력써클’도 만들더니 ‘뚝방전설’을 남기고, ‘거룩한 계보’까지 생성한다. 그렇게 냉혹한 생존의 룰이 지배하는 스크린 속의 ‘비열한 거리’는 ‘열혈남아’들로 가득 채워졌다. 이런 일련의 영화들을 지켜보고 있자면, 한국의 남성들이 자신의 존재를 증명하려면 어떤 식으로든 조직과 연루되어 자신의 힘을 폭력을 통해 전시하고, 자신이 보호해야 하는 가치나 대상을 위해 죽음을 불사해야만 할 것 같다. 그들의 신상명세에 공통적으로 기입되는 직업명은 조직폭력배, 혹은 좀더 전통적이고 서정적인 아우라를 갖는 ‘건달’이다. 영화 속의 이런 직업 편중화 현상을 우리는 청년 실업률이 최고치에 달하고, 경제적 양극화가 심화된 대한민국의 절망적인 현재에 그린 초상이라고 받아들여야 하는 것일까.
무한복제되는 두 가지 기원, <친구>와 <파이란>
조폭영화의 기폭제가 되었던 2001년 <친구>
폭력 넘치는 남성영화 속 가짜 눈물의 공포, 그 기원과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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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남자들이 운다. 아프니 어루만져달라고 울고, 가족을 부양하느라 힘이 부치다고 운다. 어른의 자리로 가지 않고 아직 어린아이의 자리에 머물러 엄마를 찾는 이 아웃사이더들은 관객에게 연민을 요구한다. 충무로 남성, 또는 건달영화는 이렇게 몇년째 성장을 거부하고 가족의 바람막이 뒤에서 징징거리는 남자들을 봐달라고 호소한다. 이들은 사회에 저항하지도, 공동체에 대한 연대의식을 느끼지도 않으며, 자신의 행위에 책임을 느끼지도 않은 채 기존 도덕의 가치 속에서 폭력을 휘두르고 그 폭력의 질서 안에 뭉개면서 그럴 수밖에 없었노라고 항변하는 중이다. 그러나 이들은 연민이 가는 아웃사이더도 아니고 반항아도 아니며 기껏해야 순응주의자이고 여성을 자기 존재의 증명에 이용하려는 어린아이들이다. 남다은, 김지미 평론가가 지금 퇴행 중인 한국 남성영화의 기이한 성장통을 짚었다. 마지막으로 이종도 기자의 한국영화 속 찌질한 남성상 천태만상이 이어진다.
한국영화여, 연민의 최면에서 깨어나라!
2004
무력함과 자기 연민에 빠진 한국의 남자 아웃사이더들을 비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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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미로
자신을 찾기 위한 장소
‘패턴’이라는 일종의 미로를 창조한 <앰버 연대기>의 로저 젤라즈니가 그랬듯이, 많은 작가들은 미로가 자아와 운명을 찾기 위해 걸어가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기예르모 델 토로도 비슷한 믿음을 가지고 있다. 그는 <헬보이> 감독판 코멘터리에서 “미로는 길을 잃고 헤매는 곳이 아닌, 자신을 찾기 위한 장소라는 말이 있다. 미로에서는 자신에게 꼭 맞는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그 때문에 델 토로는 자신의 영화에서 미로 혹은 어느 한 길을 택해야만 하는 갈림길을 자주 사용하곤 한다. <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개의 열쇠>는 그러한 미로의 이미지가 가장 직접적으로 드러나 있는 영화다. 이 영화에서 오필리아는 미로 동굴을 통과해, 그 중심에 놓인 조그만 미로 도형에 당도하는데, 그 원형의 미로는 <헬보이>에서 라스푸틴을 부활시키기 위해 희생자의 피를 흘려보내는 원형 미로와 매우 비슷한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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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개의 열쇠>에 이르는 다섯 가지 열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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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예르모 나바로
기예르모 델 토로는 <악마의 등뼈>를 “관음증적인 카메라”로 찍고 싶어했다. “카메라가 제3의 캐릭터처럼 인물 곁에 머물면서도 두드러지지 않는, 일종의 훔쳐보기”를 하는 유연하고 은밀한 카메라는 <블레이드2> <미믹>을 제외한 기예르모 델 토로의 모든 영화를 촬영한 기예르모 나바로의 것이었다. 사진을 공부했고 유럽에 유학을 가기도 했던 나바로는 <데스페라도> <스파이 키드 3D: 게임 오버> 등의 로버트 로드리게즈와도 좋은 파트너로 일해왔다.
론 펄먼
<크로노스> <블레이드2> <헬보이> 등에 출연한 론 펄먼은 기예르모 델 토로가 편지로 간청해서 <크로노스> 출연을 승낙했다. <크로노스>에는 분장을 하지 않아도 기괴한 맨 얼굴로 나오지만, 델 토로가 그에게 매혹된 까닭은 “론 채니처럼 분장을 활용할 줄 아는 배우”이기 때문이었다. TV시리즈 <미녀와
기예르모 델 토로의 왕국 건설을 도운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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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의 미로: 오필리아와 세개의 열쇠>의 숲은 현실과 전설이 뒤섞여 있는 곳이다. 파시즘 정부에 저항하는 게릴라들은 산등성이에 모닥불을 피우고, 그 아래 산기슭에는 기원 이전의 물건인 듯한 석상이 당연하다는 듯이 양치식물 사이에 피있다. 오솔길을 따라가면 이끼로 뒤덮인 아치 너머 미로 동굴이 있어 오래전에 닫혀버린 지하 왕국의 입구로 인도한다. 햇빛 사이로 어둠이 깃드는, 참혹한 전쟁터이면서 서글픈 마법에 걸린 숲. 이 공간을 창조한 멕시코 감독 기예르모 델 토로는 <블레이드2> <헬보이> 같은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를 만드는 사이사이 <악마의 등뼈> <판의 미로…>처럼 사적이고 신비한 영화를 만들어왔다. 스페인 내전을 작은 숲으로 축소하여 세상 모든 이가 타협하여도 홀로 타협하지 못했던 소녀를 감싸안는 <판의 미로…>는 그 이란성 쌍둥이 버전인 <악마의 등뼈>처럼 불가해한 존재를 믿는 상상력으로 야만의 세상을
상상과 모험의 세계, 기예르모 델 토로의 영화왕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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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 감독의 세 번째 영화 <아주 특별한 손님>은 전작 <여자, 정혜> <러브토크>보다 비균질적이면서 다층적이다. <여자, 정혜>와 유사한 배경 아래 있지만 다소 건조해 보였던 그때의 영화적 표현에 비해 훨씬 더 정묘한 화음을 갖췄다. 갑작스럽게 일어난 보경의 하룻밤 이야기는 의문투성이의 구조로 시작하지만, 마침내 가능한 자기 회복의 조짐을 보이며 끝을 맺는 데까지 이른다. 게다가 영화의 중반부에는 그런 처음과 마지막 사이에 있을 거라 상상하기 힘든 우스꽝스러우면서도 우울한 분위기까지 끼어든다. 건조하면서도 직선적인 다이라 아즈코의 단편소설 <애드리브 나이트>와는 달리 <아주 특별한 손님>은 명백히 다른 차원에서의 영화적 중층을 만끽하게 한다. 이윤기 감독은 세 번째 작품에서 확실히 한발 더 디디는데, 그가 말하는 “생경함”이 바로 그 힘이 아닐까 싶다.
-할 이야기가 많은 영화라는 생각을 했다.
=그렇게 이상했나
<아주 특별한 손님>의 이윤기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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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윤기의 세 번째 장편영화 <아주 특별한 손님>이 개봉한다. 조용하게 큰 홍보없이 만들어진 작은 영화다. 그러나 영화를 들여다보니 이런저런 할 이야기들이 꽤 많다. 두편의 전작에서 보여주었던 가능성들이 좀더 정밀하게 묶인 형태의 영화가 나왔고, 상업적 부담에서 벗어나 있어 그런지 자유로운 영화적 필치도 엿보인다. 갑작스럽게 떠밀려 시작된 한 여자의 하룻밤 이상한 여정을 통해 기묘한 삶의 애착을 길어올리는 영화다. 올해의 아주 특별한 영화로 기억될 만한 <아주 특별한 손님>을 소개한다.
삶을 향해, 자아를 찾아 ‘한 걸음 더’
“저는 미요코가 아니에요. 루미에요. 오사와 루미라고 해요. 사람 잘못 보셨어요.” <아주 특별한 손님>의 원작인 다이라 아즈코의 단편소설 <애드리브 나이트>의 주인공은 소설이 시작하자마자 그렇게 간단히 말해버린다. 독자는 이 여자가 한 무리의 남자들이 찾는 그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적어도 그녀의 진술에 따라 확
이윤기 감독의 세 번째 장편영화 <아주 특별한 손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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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1월20일, 로버트 알트먼이 세상을 떠났다. 마치 자신의 죽음을 느꼈던 듯, 사라지는 것들의 아쉬움을 따스하게 위로했던 <프레리 홈 컴패니언>(2006)을 유작으로 남긴 채. 하지만 이미 알트먼은 자신을 비참하게 매장시켰던 무덤에서 ‘보란 듯이’ 부활한 감독이기도 했다. <야전병원 매쉬>(1970)로 시작된 명예로운 70년대가 끝나갈 무렵 그를 기다리고 있던 것은 지옥 같은 80년대였다. <버팔로 빌과 인디언들>(1976) 이후 증폭되었던 할리우드와의 갈등은 <뽀빠이>(1980)의 재난 이후 폭발하게 되었고, 알트먼은 80년대 내내 긴 공백기를 ‘강요당해야만’ 했다. 물론 잠깐이나마 영화연출을 하기도 했고, 옴니버스영화인 <아리아>(1987)에 참여하기도 했지만, 그 시기 대부분을 알트먼은 TV영화와 연극 각본을 쓰면서 버텨야 했다.
1992년, 알트먼은 할리우드에 대해 신랄함까지는 아니더라도 꽤 따금한 풍자가 돋보이는
81년 생을 마감한 거장 로버트 알트먼의 영화인생을 돌아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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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26 15:00 <아주 특별한 손님> 예고편 제작 회의
와인시장은 한국영화에서도 가능할까?
26일 오후 3시께 용이 감독이 도착하자 <아주 특별한 손님> 예고편 제작 회의가 소집된다. 다른 한쪽에선 막 촬영을 마친 황규덕 감독의 <별빛 속으로> 후반작업이 나직히 진행 중이다. 이튿날에는 또 다른 저예산 프로젝트 <열아홉 수아>의 캐스팅 회의가 기다리고 있다. 모두 스폰지가 투자하고 개봉을 책임진 한국영화들이다. ‘고개 숙인 업자’ 대열에서 탈출하기 위한 고육지책? 은근슬쩍 계산이 빠른 조 오빠가 이미지 때문에 한국영화 제작을, 그것도 아직 답이 나오지 않는 저예산영화에 덜컥 손을 댈 리 없다. 여기에는 복합적인 요인이 작용하지만, 그 한 가지는 작고 예쁜 외화의 수익모델을 안착시킨 전례다.
“(스폰지가 수입·배급한 외화) 시장 자체가 좋아질 수밖에 없는 게 와인시장을 닮았다고 볼 수 있어요. 우리가 완전히 선진국이 된 것도 아
[이성욱의 현장기행] 스폰지 조성규 대표가 걷는 길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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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장_수입·배급·제작사 스폰지
타깃_대표 조성규
취재기간_2006년 10월24일~11월8일
취재 중에 만난 사람_배창호·봉준호·이윤기·김대승·김현석·김태용·강이관·용이 감독, 정유미, 한효주, 민진수 수필름 대표, 스폰지 식구들 등
프롤로그
<사랑니>와 <가족의 탄생>에서 청초한 개성을 반짝였던 배우 정유미의 눈을 실제로 보면 더 반짝거린다. “<조제, 호랑이 그리고 물고기들>이나 오다기리 조는 나만의 보물이었을 때가 좋았어요. 너무 많은 이들이 좋아하게 됐으니 저는 이제 그만 놔줄래요.” 정유미는 <여고괴담> 시리즈의 오디션에서 배우 한효주와 나란히 미끄러진 뒤 절친한 사이가 됐다. 스폰지하우스에서 스폰지가 수입·배급한 영화들을 보는 건 이들의 주요한 친교 아이템이다. 오다기리 조를 국내에서 스타덤에 올린 <메종 드 히미코>나 <조제…>를 국내 개봉한 것도 스폰지다.
10월26일 메가박스
[이성욱의 현장기행] 스폰지 조성규 대표가 걷는 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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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홍보 일정 때문인지 피로해 보인다.
=홍보와는 상관없다. 어젯밤에 너무 무리를 한 탓이지… 뭘 했는지는 묻지 말라. (웃음)
-<디파티드>는 홍콩영화 <무간도>의 리메이크인데, 혹시 원작과 비교해볼 수 있을까.
=리메이크라고 듣기는 했다. 하지만 원작을 본 적도 없고, 아는 바가 별로 없다. 우리 모두 리메이크라는 사실은 알고 있었지만, 영화 작업과 관련해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리메이크할까 등을 논의한 적은 없다. 어떤 사람들은 원작을 보기도 했다는데, 내 생각에 이건 그냥 또 하나의 다른 영화가 아닐까 싶다. 잘 모르겠군. 오히려 우리가 고심한 것은 이 영화가 마틴 스코시즈가 지금껏 꽤 많이 작업해온 갱스터 장르 영화라는 점이다. 그런 점에서 어떻게 좀더 독특하게 차별화할 수 있을까 하는 문제였다. 리메이크보다는 이 문제에 신경을 많이 썼다.
-장르 이야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갱스터 캐릭터 중에는 익숙한 것들이 많다. 특히 마피아 두목의 경우 &l
<디파티드> 배우 잭 니콜슨 인터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