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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아사 마사아키 감독은 누구와도 닮지 않았다. 간단해 보이지만 선이 살아 있는 작화, 역동적인 움직임과 강렬한 색채, 틀에 박히지 않은 상상력, 관습을 탈피한 자유분방한 연출은 오직 그만의 것이다. <새벽을 알리는 루의 노래>(이하 <루의 노래>)와 <밤은 짧아 걸어 아가씨야>(이하 <아가씨야>)를 계기로 세계를 확장한 유아사 마사아키는 올해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와 오타와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 대상을 동시에 차지하는 이변을 연출했다. 포스트 미야자키 하야오로 불리는 세간의 평을 그는 어떻게 생각하고 있을까.
-올해 부산에서 무려 4편의 작품이 상영된다.
=가까운 나라인데, 영화 상영 기회가 없었다. 그동안 쌓여왔던 것들이 한번에 평가받는 기분이라 설레고 긴장된다. 올해 안시와 오타와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대상을 수상한 것에서도 비슷한 기분을 느꼈다(<루의 노래>가 2017년 안시국제애니메이션영화제에서 대상을 받았다. 1993년
[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⑦] 유아사 마사아키 감독 - 대중을 배워나가는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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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신작 <산책하는 침략자>는 개념을 수집하는 외계인들이 인간의 정신에 침입해 지구를 말살하려는 이야기다. 이 영화의 장르적 키워드는 ‘SF’, ‘외계인’, ‘러브스토리’로 적어도 이 영화에서만큼은 감독의 주특기인 ‘호러’가 들어설 자리가 없다. SF영화와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의 접점은 최근 그가 장르의 지평을 점점 넓혀가고 있다는 증거다. 지난해 <은판 위의 여인>(2016) 상영에 이어 올해 역시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은 그에게 어떤 변화가 일고 있는지 물었다.
-극작가 마에카와 도모히로가 이끄는 극단 이키우메의 연극 <생매장>을 영화화했다. 그리고 5부작 스핀오프 TV드라마와 이번 영화가 함께 기획됐다.
=사실 외계인의 침공을 다루는 SF영화는 할리우드에서 거대 자본을 들여 만들지 않나. 꽤 오래전부터 이런 장르에 도전해보고 싶었는데 일본에서는 어떻게 풀어야 할지 아이디어가 떠오르지 않았다. 그러다가 원작인 연극을 봤는데
[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⑥] 구로사와 기요시 감독 - 이런 러브스토리를 내가 찍을 줄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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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세 번째 살인>은 두 번째 살인을 저지른 남자 미스미(야쿠쇼 고지)와 그의 변호를 맡은 유능한 변호사 시게모리(후쿠야마 마사하루)를 중심으로 한 법정 드라마다. 살인을 순순히 인정했던 미스미가 살인을 부정하면서 끝나는 이 이야기는 결국 ‘법정에선 아무도 진실을 말하지 않는다’는 진실을 말하는 영화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작품 중 가장 서늘하고 어두운 작품으로, 감독은 “좋은 의미로 관객을 배신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세 번째 살인>이 처음 공개된 날,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을 만났다.
-3년 연속 부산국제영화제를 찾았다. 올해는 아시아영화아카데미(AFA) 교장으로, ‘십년 인터내셔널 프로젝트’의 책임 프로듀서로, <세 번째 살인>의 감독으로 다양한 역할을 소화하고 있다. 그런 만큼 부산국제영화제가 더욱 각별한 영화제로 느껴지지 않을까 싶은데.
=<환상의 빛>(1995)으로 데뷔했을 때
[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⑤]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 진실은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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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세 나오미 감독에게 영화는 스스로를 위한 치유다. 어린 시절 부모님과 이별한 아픔이 있는 그의 첫 작품은 아버지를 찾아나가는 여정을 담은 다큐멘터리 <따뜻한 포옹>(1992)이었다. <수자쿠>(1997)에서 <앙: 단팥 인생 이야기>(2015)로 이어지는 그간의 필모그래피도 상실감을 극복해가는 연대의 범위가 넓어지는 과정이었다. <빛나는>은 시력을 잃어가는 포토그래퍼 마사야(나가세 마사토시), 그리고 시각장애인의 영화 감상을 돕기 위해 음성해설을 녹음하는 내레이터 미사코(미사키 아야메)가 갈등을 넘어 소통하는 이야기다. “예술이 곧 삶인 아티스트”라는 개인적 접점을 발견하고 소재로부터 결핍이 주는 상상력의 힘을 배웠다는 가와세 나오미 감독을 만났다.
-첫 배리어프리영화(청각장애인을 위한 자막과 시각장애인을 위한 음성해설이 들어가 있는 영화)였던 <앙: 단팥 인생 이야기>가 이번 작품에 영감을 줬다고.
=원래 내 작품은
[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④] 가와세 나오미 감독 - 근본적으로 변하지 않는 질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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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하지 않아서 더 좋은 것들이 있다. <맨헌트>는 오우삼 감독이 가장 잘하는 것, 멋들어진 액션과 낭만의 귀환을 확인할 수 있는 영화다. 아니, 귀환이란 표현은 적절치 않은 것 같다. 그는 언제나 그 자리에 서 있었고, 70이 넘은 지금도 한결같이 흰 비둘기의 날갯짓으로 스크린을 장식 중이다. 부산을 찾은 오우삼 감독의 외양은 어느덧 칠순이 넘어 이제 세월의 흔적이 완연히 묻어났지만 영화를 향한 에너지는 여전했다.이번엔 아예 흰 비둘기를 포스터 중앙에 내세운 <맨헌트>는 다카쿠라 겐의 대표작 <그대여, 분노의 강을 건너라>(1976)를 리메이크했다. 전설은 현재진행 중이다.
-일본영화 <그대여, 분노의 강을 건너라>를 리메이크했다. 2014년 세상을 떠난 다카쿠라 겐에게 바치는 헌사라고 들었다.
=60, 70년대 일본영화를 비롯한 예전 영화들을 그리워하고 있다. 지금 생각해도 그 당시 영화가 훨씬 좋고 재미있었다. <그대여, 분
[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③] 오우삼 감독 - 액션영화의 화양연화를 찾아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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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야마 마사하루는 부족한 구석이 없어 보이는 남자다. 키 크고 잘생기고 가수와 배우로서 모두 성공을 거둔 그는 20년 넘게 일본에서 가장 인기 있는 연예인으로 손꼽히고 있다. 주연을 맡은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2013)가 칸국제영화제 심사위원상을 받으면서 세계적으로 작품성을 인정받은 필모그래피까지 갖게 됐다. 그의 대표 캐릭터가 반듯한 의대생 아들(드라마 <한 지붕 아래>(1993)), 천재 물리학 교수(드라마 <갈릴레오>(2007)) 그리고 일본인들이 가장 좋아하는 위인 사카모토 료마(드라마 <료마전>(2010))인 것은 우연이 아닐 것이다. 하지만 이렇게 완벽한 이미지의 후쿠야마 마사하루가 유독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작품에 출연할 때 격랑에 휩싸인다. 산부인과에서 아기가 바뀌었다는 사실을 몇년이 흐른 후에야 알게 된 아빠 료타를 연기한 <그렇게 아버지가 된다>에 이어 <세 번째 살인>에서 그는 살인범 미스미
[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②] 배우 후쿠야마 마사하루 - 더 깊어지는 멋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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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만드는 사람 입장에서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건 더 많이 대화하고 더 많이 논쟁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드는 거다.” 그렇다면 <마더!>는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의 의도가 적중한 영화다. 종교적 상징과 세계에 대한 알레고리로 가득한 <마더!>는 일종의 멸망을 향해가는 창세기다. 영화는 집으로 찾아온 무례한 손님들, 그들을 관대하게 품어주는 남편(하비에르 바르뎀), 그런 남편 때문에 힘겨운 아내(제니퍼 로렌스)의 이야기로 채워진다. 상징을 발견하는 재미, 폭주하는 이야기의 힘을 느끼는 재미가 큰 작품이다. <블랙스완>(2010), <노아>(2014)보다 더욱 격렬한 영화 <마더!>를 들고 한국을 처음 찾은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을 만났다.
-5일 만에 시나리오 초고를 완성했는데, 어떤 생각과 질문이 실마리가 되어 탄생한 이야기인가.
=우리가 살고 있는 지구, 이 땅에서 살아가는 사람들의 정신과 역사를 담으려 했다. ‘지
[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①]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 - 영화만이 주는 강렬한 체험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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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걷다 고개를 들었는데 내 옆을 스쳐 지나가는 이가 올리버 스톤이고 고레에다 히로카즈다. 부산국제영화제에선 이런 반가운 만남이 깜짝 선물처럼 주어진다. 제22회 부산국제영화제가 열린 열흘 동안, <씨네21>은 반가운 손님들과 영화에 대한 흥미로운 얘기들을 나눴다. <마더!>의 대런 애로노프스키 감독을 비롯해 오우삼·가와세 나오미·구로사와 기요시·고레에다 히로카즈 등 자기만의 영화 세계를 확고히 다져온 영화인들과의 대화가 영화제 폐막의 아쉬움을 달래줄 것이라 믿는다. 부산에서 만난 한국 감독들의 이야기는다음주에 계속된다.
부산에서 만난 영화인들 ① ~ 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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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후반부에서 첫째 사치(아야세 하루카)와 막내 스즈(히로세 스즈)가 함께 속 깊은 이야기를 나누는 가마쿠라의 기누바리산 정상까지 다녀왔다. 감독님께서 이번 <씨네21>에서 영화 속 촬영지로 꼭 다녀왔으면 좋겠다고 추천한 장소였다고 들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굉장히 높고 힘들어서 걷는 내내 감독님을 원망했다.(웃음)
=기누바리산 정상에서 촬영하던 기억이 지금도 생생하다. 우리도 촬영 기자재를 가져가느라 정말 고생했다. 대형 크레인까지 가져가야 해서, 대학 산악부 동아리 학생들이 도와줬다. 사치와 스즈가 정상에 올라 이야기를 나누기까지 땀 흘리며 함께 올라갔다고 하는 게 중요하다. 그렇게 말없이 산을 오르면서 이미 무언의 대화를 나눴다고 생각한다.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주요 촬영지인 가마쿠라 지역과 에노시마섬은 일본의 영화나 드라마 그리고 만화에 종종 등장하는 곳이다. 이 지역이 일본인들에게, 그리고 감독님에게 어
<바닷마을 다이어리>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 아직 되고 싶은 어른이 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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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평론가 허지웅과 <씨네21>이 일본정부관광국의 지원으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바닷마을 다이어리>(2015) 촬영지 투어를 다녀왔다. <바닷마을 다이어리>는 일본에서 ‘동쪽의 교토’라 불리는 가마쿠라 지역과 에노시마섬의 정취를 근사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도쿄에서 1시간 거리로 주말이면 발 디딜 틈 없이 붐비는 곳이기도 하다. 영화 속 에노시마섬의 바다고양이 식당, 자매들이 헐레벌떡 출근하던 고쿠라쿠지역, 첫째 사치(아야세 하루카)와 막내 스즈(히로세 스즈)가 속마음을 털어놓던 기누바리산 정상, 그리고 네 자매가 마지막에 이르러 가족의 의미를 되새기던 시치리가하마 해변 등을 돌아다니며 다시 한번 영화를 곱씹었다. 그중에는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이 직접 추천한 장소와 음식도 있었다. 허지웅의 기행문과 함께 바쁜 가운데 시간을 내준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과의 인터뷰를 더한다.
공항을 나설 때면 있는 힘껏 숨을 들이쉬는 버릇이 있다. 다른 동네에
<바닷마을 다이어리>의 촬영지 가마쿠라를 찾아나선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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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5년 전, 해리슨 포드는 훗날 <블레이드 러너>(1982)의 속편이 만들어질지 조금이라도 예상했을까. 레이첼(숀 영)의 손을 붙잡고 방을 나가는 <블레이드 러너>의 마지막 장면에서 아주 잠깐 머뭇거리는 릭 데커드(해리슨 포드)의 모습은 영원한 퇴장을 원치 않는 듯 했다(고 믿고 싶다). 그렇게 거창한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 보여준 연기는 당연히 아니었지만, 어쨌거나 <블레이드 러너>의 속편이 35년 만에 제작돼 우리 앞에 당도했다. 드니 빌뇌브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블레이드 러너 2049>를 여러 각도에서 살펴봤다.
“인간보다 더 인간답게.” 35년 전, 그러니까 <블레이드 러너>(감독 리들리 스콧)에서 타이렐 회장이 블레이드 러너 릭 데커드를 만나 신형 복제인간(리플리컨트 넥서스6)의 모토라고 알려준, 아이러니한 이 말은 아주 틀린 얘기가 아니었다. “인간 못지않게 오래 살고 싶다”는 요청을 들어주지 않아 자신의 창조주인
걸작! 드니 빌뇌브의 <블레이드 러너 2049>는 리들리 스콧의 <블레이드 러너>와 어떻게 다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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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병국 감독의 <천화>와 지혜원 감독의 <앵그리버드와 노래를>은 소통의 어려움에 대한 이야기를 담고 있는 영화다. <천화>는 제주도를 배경으로 다양한 관계를 맺고 있는 인물들의 소통이 불발되는 과정을, <앵그리버드와 노래를>은 수많은 충돌을 극복하고 끝내 음악으로 소통을 이뤄내는 과정을 조명한다. 이 두 작품은 각각 제주도와 인도 푸네를 배경으로 한다는 점에서, 한국 다양성영화의 로케이션에 대해 생각해볼 여지를 제공한다.
-두 작품 모두 소통의 어려움에 대해 말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지혜원_ 이 영화에는 문화와 문화의 충돌이 있고, 자식과 부모 세대의 충돌이 있고, 가르치려는 자와 배우려는 자의 충돌이 있다. 이 충돌을 극복하고, 음악을 통해 서로 소통하면서 콘서트라는 결과를 향해 달려가는 모습을 담고 싶었다. KBS에서 방영한 케냐 지라니 합창단에 대한 다큐멘터리를 제작하며 이 합창단의 지휘자 김재창씨를 알게 됐다. 나중에 안부를
[G-시네마④] <천화> 민병국 감독 & <앵그리버드와 노래를> 지혜원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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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부부>의 전규환 감독과 <괴물들>의 김백준 감독은 경계에 위치한 인물들에 대한 영화를 지속적으로 만들어왔다. 상업영화가 쉽게 간과할 수 있는 주변부의 이야기를, 10여년이 넘는 시간 동안 꾸준히 만들어왔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다. 누구나 영화를 만들 수는 있지만 극장에 걸기는 쉽지 않은 지금의 한국영화 생태계에서, 두 감독이 고군분투하며 지켜온 다양성의 가치에 대한 이야기를 들어보았다.
-<숲속의 부부>는 해고노동자가, <괴물들>은 학교폭력에 시달리는 청소년이 주인공이다. 사회적 사각지대에 놓인 인물들에게 관심을 가지게 된 계기는 뭔가.
=전규환_ 노동자 문제에 관심이 많다. 지금까지 9편의 영화를 만들었는데 돌이켜보면 내가 만든 모든 영화에 무의식적으로 비정규직과 난민에 대한 이야기가 담겨 있지 않나 싶다. 이제는 그런 영화를 만들지 말아야지 하다가도 영화를 찍다보면 노동자 이야기를 하고 있다. (웃음)
=김백준_
[G-시네마③] <숲속의 부부> 전규환 감독 & <괴물들> 김백준 감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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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G-시네마’ 배급지원 사업의 최우수작으로 선정된 남연우 감독의 <분장>과 이동은 감독의 <환절기>는 지난 2016년 부산국제영화제 ‘한국영화의 오늘-비전’(<분장>), 뉴 커런츠(<환절기>) 부문에 초청돼 많은 주목을 받았다. 가족이 성소수자였다는 점을 뒤늦게 깨달은 엄마(<환절기>)와 형(<분장>)이 경험하는 마음의 격랑을 조명하는 이 두 작품은 젠더 이슈를 영화의 중심부로 끌어왔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두 작품 모두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주목받았다. <분장>은 얼마전에 개봉했고 <환절기>는 개봉을 준비하고 있는데, 영화제와 극장 개봉 사이에서 어떤 온도차를 느끼나.
=남연우_ 극장 개봉을 준비하며 현실의 벽을 실감했다. 영화제에 초청되었을 때는 꿈을 꾸는 듯했고 모든 게 순탄한 느낌이었다. 극장 개봉을 준비하면서도 영화로 관객을 만난다는 생각에 즐거웠던 건 매한가지지
[G-시네마②] <분장> 남연우 감독 & <환절기> 이동은 감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