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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령가 소년 살인사건>(1991)이 26년 만에 정식으로 국내에서 개봉한다. 대만 뉴웨이브의 기수 에드워드 양 감독은 2007년 우리 곁을 떠났지만 그의 영화들은 시간이 지날수록 점점 더 영롱하게 빛난다. 타이베이 3부작의 마지막에 해당하는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은 대만 사회를 떠들썩하게 했던 실제 사건을 경유하여 시대의 불안과 부평초 같은 대만인의 심리를 그리고 있다. 2000년 연출한 <하나 그리고 둘>이 다음 세대에 거는 희망에 관한 영화라면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은 에드워드 양이 직시하는 어둠에 관한 영화다. 사실 이 영화에 관해 어떤 수식어를 더한다 해도 본질에서 멀어질 뿐이다. 다만 영화의 역사가 얼마나 장대해지건 이 영화가 반드시 봐야 할 영화 리스트에서 빠질 일은 없다는 것 정도는 단언할 수 있을 것 같다. “인생의 하루를 바칠 충분한 가치가 있는 작품”(<뉴욕 타임스>), 그걸로 충분하다. 당신이 영화에 관심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 착각하지 마라 모든 것을 말할 수 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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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해의 독립영화를 결산하는 자리이자 앞으로 개봉할 독립영화를 미리 만나는 자리가 바로 서울독립영화제다. 올해로 43회를 맞는 서울독립영화제2017이 11월 30일부터 12월 8일까지 CGV아트하우스 압구정, 독립영화전용관 인디스페이스, 시네마테크전용관 서울아트시네마에서 열린다. ‘MADE IN NOW’라는 슬로건에서 짐작 가능하듯, 올해 서울독립영화제는 ‘지금’의 독립영화가 건져올린 동시대의 이야기, 동시대의 감수성에 주목한다. 서울독립영화제2017에서 상영되는 작품은 총 111편. 이중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처음으로 상영되는 프리미어 작품들 위주로 추천작을 뽑았다. 극영화, 다큐멘터리, 장편, 단편 할 것 없이 독립영화만의 패기와 실험정신을 만끽할 수 있는 작품이 될 것이다.
<너와 극장에서>
유지영, 정가영, 김태진 / 2017년 / 개막작
개막작 <너와 극장에서>는 ‘극장’이라는 소재를 공유한 세편의 단편, <극장쪽으로> <극장에서 한
서울독립영화제2017 상영작 프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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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이 있었다. 케네스 브래너 감독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시작에 불과하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원작을 영상화해 그녀의 유산을 이어가려는 수많은 시도가 있다. 2017년 이후 스크린과 브라운관에서 만날 애거사 크리스티 원작 영화와 드라마를 소개한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조국, 영국에서는 지난 2015년 애거사 크리스티 탄생 125주년을 기념해 <그리고 아무도 없었다>(방영채널 <BBC One>)를 3부작 미니시리즈로 방영했다. 이 작품은 매회 500만명 이상의 시청자를 끌어모으며 평단으로부터 “줄거리뿐만 아니라 (애거사 크리스티) 원작 소설의 정수를 충실히 반영한 작품. 범죄의 여왕이 인정할 만한 작품이다”(<가디언>)라는 호평을 받았다. 이에 고무된 애거사 크리스티 프로덕션은 향후 3년간 <BBC One>에서 방영할 7편의 새로운 드라마를 선보이기로 했다. 그 첫 작품은 <누명>이다. 애거사 크리스티가 생전 개
앞으로 제작될 예정인 애거사 크리스티 소설 원작 영화와 드라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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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사 크리스티가 발표한 작품 중 소설과 연극을 통틀어 지금껏 영화화 된 작품은 원작으로 삼았거나 혹은 모티브를 얻어 만든 작품까지 합하면 거의 100여편에 가깝다. 전체 소설의 총 판매 부수는 세계에서 성서와 셰익스피어 다음 3번째로 많이 팔린 작가로 기네스북에 올랐을 만큼 잘 알려진 그녀의 작품은 영화계로선 흥행 보증수표나 다름없었으리라. 1928년 단편집 <신비의 사나이 할리퀸>의 첫 번째 수록작인 <퀸의 방문>이 영화화된 뒤 지금껏 수많은 그녀의 작품들이 영국을 비롯해 미국, 독일, 프랑스, 러시아, 일본 등 세계 각국에서 앞다투어 영화화됐다. 그중에서도 가장 완성도와 재미가 뛰어나다고 평가받는 작품을 골라 소개한다.
<패딩턴발 4시50분>(1961) Murder, She Said
포와로와 함께 주목해야 할 애거사 크리스티의 주요 캐릭터 미스 마플을 연기하는 마거릿 러더퍼드는 첫 번째 데뷔작인 이 영화를 포함해 모두 4편의 영화에 출연했는
영화화된 애거사 크리스티 작품들 중 놓치기 아까운 수작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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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거사 크리스티는 100여권의 소설을 썼다. 세상을 떠난 지 40년이 지났지만 여전히 사랑받는다. 앞으로 100년이 더 흘러도 그녀의 작품은 여전히 각색되어 영화나 드라마로 만들어질 것이다. 그런 크리스티에 대한 정보를 모아보았다. 어떤 것은 크리스티 입문 가이드로 필수적인 정보일 테고, 또 어떤 것은 TMI(Too Much Information). 아마도.
● <오리엔트 특급 살인> 말고도 애거사 크리스티는 기차와 관련된 작품을 더 썼다. <칼레 열차 살인 사건>은 <오리엔트 특급 살인>과 마찬가지로 살해 방법이 자상이며, <블루트레인의 수수께끼>의 살해 방법은 교살, <패딩턴발 4시50분>은 교살과 비소, 아코니틴을 사용했다. 단편 <플리머스 급행열차>(<포와로 초기 사건집> 수록)에서도 자상으로 죽은 사람이 등장한다.
● 애거사 크리스티의 <쥐덫>은 연극으로 만들어져 런던 웨스트엔드에서
<오리엔트 특급 살인>과 애거사 크리스티에 관련된 쓸모 있는 정보와 굳이 알 필요 없는 정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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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터 유스티노프 Peter Ustinov
명실상부 포와로 전문 배우이자 대표 배우다. 1921년생인 그는 배우이자 작가, 제작자, 연극과 오페라 감독은 물론 무대 디자이너로도 활동한 바 있다. 그외에 책도 쓰고 신문과 잡지에 기고를 했고 코미디언으로 TV나 라디오 방송 프로그램에서도 활동했다. 늘 빵빵 터지는 개그로 주변 사람들을 흐뭇하게 해주는 긍정의 아이콘이었다고 전해진다. 여러 학술 활동과 유니세프 친선대사, 세계 연방주의 운동 회장 등 외교관으로서의 활동도 많이 해온 배우다. 그는 다수의 TV영화 시리즈에서 포와로를 연기했고 1978년작 <나일강의 죽음>을 시작으로 <백주의 악마>와 <죽음과의 약속> 등 5편의 장편영화에 더 출연했다. 가장 포와로다운 연기를 했지만 외형적으로는 가장 포와로답지 않다고 여겨졌던 배우다. 그는 또 <오리엔트 특급 살인>을 영화나 드라마에서 한번도 참여해보지 못했다.
앨버트 피니 Albert Finn
포와로를 연기한 대표 배우들 - 피터 유스티노프 vs 앨버트 피니 vs 데이비드 서쳇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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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드니 루멧의 영화 <오리엔트 특급 살인>(1974)
<오리엔트 특급 살인>의 영화화에 처음으로 성공한 사람은 당대의 뛰어난 스토리텔러, 미국 감독 시드니 루멧이었다. 비평적으로 상업적으로 크게 성공한 이 작품은 애거사 크리스티의 소설을 원작으로 하는 영화 중 가장 성공적으로 영화화된 작품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영국 배우 앨버트 피니가 포와로를 연기한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숀 코너리, 로렌 바콜, 바네사 레드그레이브, 잉그리드 버그먼, 앤서니 퍼킨스, 존 길구드 등 당대의 톱스타들을 한데 모았다는 점에서도 화제가 되었다. 특히 잉그리드 버그먼은 그녀와 마찬가지로 스웨덴 출신인 캐릭터 그레타 올슨을 연기해 아카데미 여우조연상을 수상했다. 시드니 루멧 영화는 원작과 달리 모든 사건의 전말이 된 비극적인 사건을 보여주고 시작한다. 이 작품의 가장 흥미로운 점은 소설 속 캐릭터의 다국적성을 십분 이용한다는 것인데, 이름 있는 영미권 배우들의 이국적인 악
<오리엔트 특급 살인> 영상물 베스트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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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리의 여왕, 애거사 크리스티의 추리소설 속에는 두명의 명탐정이 있다(상대적으로 활약이 적었던 부부 탐정, 토미/터펜스와 할리 퀸은 잠시 잊도록 하자). 영국 근교의 세인트 메리 미드 마을을 거의 떠나지 않음에도 누구보다 명석하게 인간 본성의 이면을 들여다보는 할머니 탐정, 미스 마플과 “영국에서 가장 멋진 콧수염을 가진” 세계적인 명탐정, 에르퀼 포와로가 그들이다. 미스 마플이 크리스티의 유년 시절을 행복하게 해준 “강인하고 독립적인 여성들”(가장 직접적인 롤모델은 크리스티의 외할머니 마거릿 밀러다)로부터 영향받아 만들어진 인물이라면, 에르퀼 포와로는 낯선 장소와 우연한 만남을 사랑했던 모험가로서의 애거사 크리스티를 닮은 캐릭터다. <메소포타미아의 살인>(1936)과 <나일강의 죽음>(1937) 등 이국적인 장소를 배경으로 한 포와로의 여정은 실제로 두 번째 남편이자 고고학자였던 맥스 맬로원의 탐사 여정에 종종 동반했던 크리스티의 삶과 맞닿아 있다.
애
미스터리 고전 걸작 <오리엔트 특급 살인> 케네스 브래너 연출로 다시 태어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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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열차엔 죽음이 타고 있다. 애거사 크리스티의 대표작 중 하나로 평가받는 추리소설 <오리엔트 특급 살인>(1934)이 영화화됐다. 영국 감독 케네스 브래너가 감독과 주연을 겸한 2017년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은 원작의 품격과 21세기적 즐거움을 두루 장착한 영화로 완성되었다. 이 작품의 개봉(11월 29일)과 더불어 새로운 <오리엔트 특급 살인>의 매력과 원작을 집필한 애거사 크리스티의 작품세계를 보다 자세히 소개하는 지면을 마련했다. 20세기 수많은 걸작 추리소설을 남긴 ‘미스터리의 여왕’은 21세기가 된 지금의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얼마나 거대한 영향을 미치고 있나. 여기에 그 답이 있다.
케네스 브래너의 <오리엔트 특급 살인>과 애거사 크리스티의 세계로의 초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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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장 바다로 뛰어들고 싶게 만드는(그러기엔 요즘 날씨가 너무 춥나?) 베스트 스쿠버다이빙 영화들을 소개한다. 수중 액션, 수중 탐험, 수중 훈련, 수중 로맨스 등 온갖 해저 모험을 시현한 작품들이다.
1. <해저 2만리> 20,000 Leagues Under the Sea, 1954
쥘 베른이 1869년에 쓴 소설 <해저 2만리>는 꾸준히 리메이크됐다. 그중 디즈니 스튜디오가 제작하고 리처드 플라이셔가 연출한 <해저 2만리>는 오랫동안 영화화된 모범 사례로 꼽히고 있다. 대왕오징어의 습격 장면 등 1954년에 만들어진 작품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상상력의 구현 또한 훌륭하다.
2. <007 썬더볼> Thunderball, 1965
핵폭탄을 탈취한 스펙터 일당을 쫓는 제임스 본드의 이야기. 수십명의 스턴트 다이버들이 동원된 수중 액션 시퀀스로 유명하다. 식인 상어떼의 등장 장면도 기억이 날텐데, 실제로 숀 코너리는 풀장에서 안
영화 속 베스트 스쿠버다이빙 신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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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0년대 방송에 자주 얼굴을 비쳤던 고태식 수중촬영 감독이 진모영 감독의 다큐멘터리 <올드마린보이>의 수중촬영을 맡았다. <올드마린보이>의 수중 영상은 숨막히도록 아름답다. 그것은 CG가 아니다. 강원도 고성의 차가운 바다에 공기탱크를 메고 들어가서 찍은 영상이다. 독학으로 수중촬영을 마스터한 그는 수시로 스쿠버다이빙 장비와 카메라를 챙겨 바다에 뛰어들었다. 그 시간만 어느덧 30년이 넘었다. 1세대 수중 비디오 저널리스트 고태식 감독의 지난 시절과 현재의 이야기를 전한다. 더불어 수중촬영이 빼어난, 함께 보면 좋을 스쿠버다이빙을 소재로 한 영화들도 소개한다.
<고태식의 수중세계> <고태식의 해양 대탐험> <고태식의 바닷속 이야기>를 기억하시는지. 1990년대부터 2000년대 초까지 고태식 수중촬영 감독은 자신의 이름을 건 방송을 <생방송 좋은 아침입니다> <모닝 스페셜> 같은 지상파 아침 프로그램에
<올드마린보이> 고태식 수중촬영 감독, "물속에 들어가 있을 때가 제일 편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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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두명의 주목할 만한 신인배우에 대해 말하려 한다. <박열>의 최희서는 그야말로 ‘올해의 배우’다. 대종상영화제 여우주연상·신인여자배우상 수상, 부일영화상 신인여자연기상, 한국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여우상 등 연말 시상식의 주연으로 자리매김했다. 대종상영화제에서 최희서는 “90년 전 23살 나이로 세상을 떠난 가네코 후미코로부터 많은 것을 얻었고, 나이 서른에 이제야 어른이 된 것 같다”고 수상 소감을 전했다. 마침 지난 10월 부산국제영화제에서는 <죄 많은 소녀>로 전여빈이 올해의 배우상을 수상했다. “여배우상만 둘을 선정해야 하는 게 아닐까”라는 말이 공공연하게 나돌 정도로 올해 부산에서는 여자배우들의 캐릭터가 유독 강렬했고, 그만큼 좋은 연기를 보여주었다. 각축전 끝의 수상이라, 전여빈의 수상도 전에 없이 의미가 큰 해였다. <킹콩을 들다>(2009)로 데뷔해 <동주> <박열>로 기막힌 리듬감으로 인물을 창조한 배우 최희서
<죄 많은 소녀> 전여빈 <박열> 최희서 - 이 배우를 주목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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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한번도 답장하지 않은/ 세상에게 보내는 나의 편지/ 자연이 부드러운 당당함으로/ 전해준 소박한 소식이다./ 그 소식은 내가 볼 수 없는 손에게 맡겨진다/ 다정한 동포들이여 자연을 사랑하듯/ 나도 후하게 판단해주길.” 에밀리 디킨슨은 은둔자로 불리며 당대에는 평가받지 못했지만 이후 시대를 앞서간 문학적 감수성으로 숱한 영감을 남긴 19세기 미국의 대표적인 시인이다. “called back”(불려갔음)이라는 단순하고도 피할 수 없는 문장을 묘비명에 새긴 것처럼 에밀리 디킨슨의 시는 군더더기 없이 아름답고 솔직하다. <조용한 열정>은 에밀리 디킨슨의 삶을 담은 전기영화다. 유년 시절부터 죽음까지의 일대기를 담아냈지만 테렌스 데이비스의 영상으로 표현된 삶은 여느 일대기와는 결이 완전히 다르다. 표면화된 서사가 아니라 시의 아름다움을 담은 영화는 생생하고 고통스러우면서도 눈을 돌리기 힘든 마력이 있다. 고통을 외면하지 않고 써내려갔던 시인의 삶은 어떻게 시가 되었을까. 시
에밀리 디킨슨의 생을 그린 <조용한 열정>의 아름다움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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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C 코믹스의 슈퍼히어로 캐릭터를 원작으로 한 영화 <저스티스 리그>의 소재가 된 ‘저스티스 리그’ 팀은 유구한 역사를 자랑하는 슈퍼히어로 집단이다. 이 팀의 탄생은 무려 제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시기로 거슬러 올라간다. 정의를 구현하기 위해 모인 히어로 협회라는 재미있는 의미의 이름인 ‘저스티스 소사이어티 오브 아메리카’(JSA)는 미국 만화 역사상 최초의 슈퍼히로 팀인데 이것이 지금의 저스티스 리그 팀의 조상에 가깝다. 1938년 최초의 슈퍼히어로 만화인 <액션 코믹스> 1호에 슈퍼맨이 등장한 이후, 하나의 만화 타이틀에는 한명의 슈퍼히어로만 등장시키는 것이 관례였다. 또한 한권의 책에 여러 명의 히어로가 등장한다 하더라도 각각 다른 스토리를 모아놓은 옴니버스 형식이었다. JSA는 그런 관행을 깨고 여러 명의 히어로가 같은 세계관을 공유하도록 한 최초의 시도였다.
캐릭터들의 변천사를 보는 재미
1940년 출간된 <올 스타 코믹스> 3호 표
‘저스티스 리그’ 팀의 역사를 알려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