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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국제영화제가 2회를 제대로 치를 수 있을까? 김소영, 정성일 두 프로그래머가 사퇴하면서 위기를 맞은 전주영화제는 프로그래머를 비롯한 실무진이 조직위원회를 성토하는 공식입장을 밝힘에 따라 점점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다. 두 프로그래머 명의로 밝힌 공식입장은 최민 조직위원장이 밝힌 프로그래머 사퇴 경위를 정면으로 반박하고 있다.두 사람은 “실제로 최민 위원장을 수반으로 하는 위원회의 의사결정이 매우 불투명한 방식으로 진행되었고, 프로그램에 대한 이의제기조차 매우 비민주적이고 비합리적인 과정으로 되었으며, 그에 관한 인사보복조치 식의 운영에 크게 실망했다”고 전했다. 일례로 김소영씨는 사전통보 없이 운영위원 자격을 박탈당했고, 정성일씨는 사표를 수리한다는 공식적인 통보조차 받지 못했다는 것이다.또한 그들은 “영화제가 지나치게 프로그래머들의 사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는 최민 위원장의 발언에 격분하며 “모든 인사발령 과정에 일체 개입한 바 없다”고 밝혔다. 프로그래머 사임과 함께 사직서
전주영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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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이 오기는 왔다. 지난해, 축제용 불꽃놀이 화약을 다 써버린 듯, 21세기의 시작이라 명명된 새로운 연도는 경제위기의 조짐과 구조조정, 그리고 실업의 불안 속에서 무겁게 시작된다. 그래도 영화는 계속될 것이다, IMF 한파 앞에서 사람들은 그렇게 말했다. 경제공황기에도 할리우드는 성업중이었거든. 그 단순한 예언은 복잡다단한 요소들 덕에 적중했다. 충무로에서도. 다시 그 예언은 반복된다. 한국에 이식된 할리우드식 대작전략은 더욱 공격적으로 확대적용될 예정이며, 다른 부문과 달리 엔터테인먼트산업의 투자는 성장했더라는 지난해의 기록은 올해도 계속될 것으로 보인다.새해 벽두부터 자꾸 지난해 이야기를 하는 것이 거북하기는 하지만, 2000년 <씨네21>을 다시 들추면, ‘영화는 디지털 혁명중’이었다. 그 혁명은 여전히 진행중이다. 하기는 과학기술의 자식인 영화가 그 기술의 발전과 유리된 적이 있었던가, 생각한다면 디지털화 역시 그런 진화의 한 대목일 뿐이라고 정리할 수 있
21세기의 선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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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공장을 만들고 싶어요.” 아주 오래된 신문인터뷰에 실렸던 어느 나라 ‘퍼스트 레이디’의 말이 문득 생각났다. 누구였는지는 고사하고 얼마나 오래된 기사였는지, 어느 나라였는지조차 기억이 나지 않는다. 성냥이라는 품목만 이상하게 머릿속에 남은 걸 보면, 한국이 일정 정도 2차산업을 일궈낸 다음이었으리라 짐작할 뿐이다. 그런데 왜 그 성냥이 떠오른 걸까.<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에서 설경구씨가 친구 진희경씨가 개업한 가게에 축하선물로 들고간 팔각성냥통들 때문이었을지도 모른다. 아직도 저런 선물을 갖고 가는 사람도 있네, 싶었다. 그러니 주변머리 없고 유행에 뒤진 주인공의 됨됨이를 보여주는 소품으로서 성공했구나, 그건 다음 생각이었다. 그래도 꼭 그 영화 때문만은 아닌 듯싶다.한국영화의 최신유행 탓이 더 컸다. 블록버스터, SF, 그런 표제어로 지칭되는 유행 말이다. 약속이나 한듯, 큐브릭의 미래였던 2001년 벽두 충무로에는 대형 공상과학영화 프로젝트들이 일시에 떴다
SF영화는 나의 성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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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철, 저 사람들을 1세대 영화광이라고 할 수 있어?” 마감을 끝내고 나서 두어 시간 ‘대화와 맥주’로 목을 축이고 돌아온 허문영이 던진 질문. “영화를 좋아한 사람들이 그 전에도 있기야 했죠. 그렇지만, 세대라고 부를 만큼 많은 수가 일제히 영화에 탐닉하지는 않았으니까….” “시네마테크는 없었어도, 프랑스문화원이니 독일문화원에서 고전과 걸작들을 열정적으로 찾아보며 집단적으로 환호하고 토론하고 고민하기 시작한 사람들이기도 하고.” 그러고보니, 정말 시네마테크는 없었어도 이들이 모여 자신들의 영화와 성장하던 그때부터 한국영화의 새물결은 준비되고 있었던 것 아닌가. 잡담인 척, 몇마디 주고받다가 <씨네21>은 290호 특집의 주인공들을, 아니 그들의 무리를 ‘1세대 영화광’이라 부르기로 한다. 2월 두 번째 주말, 토요일 새벽 5시.영화감독 김홍준씨가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집행위원장으로 결정된 뒤, <씨네21>은 김 감독이 정성일 전주국제영화제의 초대프로그래머와
전주영화제 유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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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영화에서 프로듀서라는 존재를 처음 알린 제1세대가 이태원, 황기성씨를 꼽는 데 이의를 제기할 사람은 없을 것이다. 신상옥 감독의 신필름에서 영화를 시작한 황기성씨는 ‘황기성 사단’이란 자신의 영화사를 만든 뒤, <안개기둥> <단지 그대가 여자라는 이유만으로> 같은 초창기 여성주의 영화에서부터 멜로, 로맨틱 코미디 등의 장르영화들을 매만져 왔다. 태흥영화사의 이태원 대표는 이제 임권택 감독, 하면 맨먼저 떠오르는 이름이 되었다. 배급과 극장업에서 먼저 자리를 잡았지만, 임권택 감독과 만난 뒤로 상업적 목표보다 작가와 동행하는 명예를 선택했다. 영화가 어느새 새로운 자본증식의 수단인 ‘콘텐츠’가 된 벤처의 시대, 문화‘산업’의 시대에 이건 참 아름답고 낭만적인 시대착오라 할 밖에.프로듀서의 전문성이 영화의 기획부터 배급까지, 모든 과정에서 반드시 필요하다는데 생각이 미친 건 겨우 10년 남짓한 일이다. 연출과 시나리오, 촬영 등과 함께 영화교육 과정에 독립적 영
낭만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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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번지점프를 하다>는 분명 ‘하나의 인연’에 관한 이야기지만, ‘세명의 배우’로 인해 비로소 완성된 영화다. 영화의 2/3 이상에 얼굴을 비추지만 예고편에서도, 포스터에서도 이름 석자 외에는 아무것도 발견할 수 없었던 신인 여현수(19). 이병헌과 이은주의 달콤한 멜로를 기대하고 극장에 들어간 관객은 그의 등장에 영화 속 인우만큼이나 당황하게 된다. 옛 연인이 열일곱 남자고등학생으로 다시 태어난다는 설정이 영화를 푸는 열쇠이다보니 여현수의 존재는 다른 주인공들에 ‘가려졌다’기보다 ‘감추어졌다’는 표현이 적절할 듯싶다. 얼핏 보이는 여현수는 나이를 짐작하기 어렵다. 작은 얼굴에 오목조목 둘러앉은 이목구비며 고운 선은 아직 세상을 모르는 소년 같지만, 185cm의 큰키에 스노보드를 비롯한 각종 레포츠로 다져진 몸은 성숙한 사내처럼 단단하다. 하지만 그의 이런 불균형은 영화 속에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하는 듯하다. 현빈이란 역은 전생의 태희를 품을 만큼 섬세함이 요구되는 동시에
<번지점프를 하다>의 배우 여현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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임권택 감독은 <춘향뎐>을 찍으면서, 내색은 안 했지만, 마지막 순간까지 ‘내가 이거 괜한 짓을 시작한 게 아닌가’ 하는 불안을 떨치지 못했다. 판소리와 영화가 한몸이 된 <춘향뎐>은 다시 생각해도 식은땀 나는 프로젝트였다. 패기 넘쳐야 할 젊은 감독들이 세공술에 몰두하고 있는 동안, 영화와 평생을 살아온 노감독은 영화의 한계에 도전하고 있었다. 임 감독은 편안하게 영화 만들고도 좋은 평판 들을 수 있는 길을 잘 알고 있다. 그 길에 유혹을 느끼면서도, 정작 일을 벌일 땐 몸은 정반대로 간다. 자책하면서도 그 길을 또 간다.임 감독의 새 영화는 조선말기의 화가 오원 장승업에 관한 영화다. 오원은 전설적인 풍운아로 알려져 있으니 인물이야기만 재미있게 푸는 쪽이면 좀 편하겠지만, 임 감독은 그렇게 가진 않으려 한다. 회화를 이야기의 소품으로 삼는 게 아니라 회화의 이미지가 이야기와 만나 만들어내는 새로운 리듬과 합주가 임 감독의 관심사다. 세계적인 갈채를 받은 &l
장승업을 보면, 내가 보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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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 지독한 사랑이다. 그 시절.CF와 잡지를 도배했던 ‘하이틴 스타’에서 동네 아줌마들의 사랑을 흠뻑 받던 브라운관의 히로인으로, 첫사랑의 두근거림으로 자전거 페달을 밟고, 노란손수건 속에 연하청년의 사랑을 받아들이던 스크린의 연인으로. 수많은 스타들이 소리없이 피고 졌던 긴 세월 동안 김혜수(31)는 그렇게 오래고도 지독한 사랑을 받아왔다.
한번도 스타덤의 외곽으로 내몰리지 않았던 그에게 연기는 벌써 인생의 절반 동안 해온 습관 같은 일. “연기란 인생을 아는 만큼 나온다는 말이 있잖아요. 그 말이 맞는 것 같아요. 어릴 때는 연기가 어렵다는 생각을 안 하고 그냥 했거든요. 그런데 요즘엔 어려워요. 왜? 연기하지 않는 순간에도 늘 인간적으로 잘살아야 좋은 연기가 나오니까, 결국 잘살아간다는 게 어려운 거니까….”
특유의 건강함과 활발함에는 감량이 없어보였지만 김혜수는 요사이 자칫 예민해 보일 만큼 살이 내렸다. “한번 크게 아프고 나니까 살이 빠지더라구요. 내 참, 옛날엔 빼려
첫사랑, 그후로도 오랫동안, <신라의 달밤>의 김혜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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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번 만난 남자에 대해 한 마디로 표현하는 게 허락된다면, 여명은 소년의 호기심을 키워가는 남자라 말할 수 있다. 그를 만난 곳은 그가 묵고 있던 호텔 룸의 거실. <천사몽>이라는 꿈같은 제목의 영화에서 한국남자로 분한 여명은 일요일 저녁 계속된 인터뷰에 조금은 지쳐 있었다. 하지만 인사를 건네니 곧 파란 광택성의 점퍼를 걸쳐 입고 SF얘기를 꺼냈다. 영화에 나오는 대로 ‘전생’을 물었을 뿐인데 말이다. “친구들과 수다떨 때 UFO얘기를 잘 해요. 공상과학에 관심이 많거든요. 6년 전 친구와 내기를 한 적 있죠. 10년 안에 공중에 떠서 달리는 차가 나올까 안 나올까 하는 거였고, 홍콩달러로 10만달러를 걸었어요. 제가 이기겠죠?” 공중을 달리는 차라거나 외계인의 비행접시를 얘기하며 ‘판타지’에 대한 호감을 드러내는 여명. 생소한 한국영화 <천사몽>에 출연하게 된 것도 그의 이 호기심 때문이었다.
<천사몽>에서 여명은 현생에서는 비밀경찰 성진, 딜
UFO를 기다리던 소년, 아직 있다, <천사몽>의 여명 黎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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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리 레빈슨 감독, 불성실한 마케팅 이유로 드림웍스 상대 소송 제기할리우드영화 마케팅의 위력은 영화 자체의 작품성을 뛰어넘는 수준이라고 할 수 있다. 지난해까지 9년 연속 아카데미 작품상 후보에 자사의 작품을 올려놓았던 미라맥스는 변변찮은 작품만 내놓은 올해에도 예상을 뒤엎고 범작 <초콜렛>을 노미네이트시켰다. 하긴 이러한 미라맥스의 마케팅 실력은 세상이 인정한 바이다. 스튜디오들이 마케팅 비용으로 다른나라 영화 한편 제작비의 몇 곱절을 아낌없이 쏟아붓는 이유는 이미 마케팅이 영화를 죽일 수도 살릴 수도 있는 마법의 손임을 알기 때문이다.그런데 이 마법의 손이 스튜디오의 모든 영화를 공평하게 어루만지지는 않는 것 같다. <레인맨> <왝 더 독>의 백전노장 감독 배리 레빈슨은 최근 자신의 영화 <에버래스팅 피스>가 드림웍스의 성의없는 마케팅으로 사장됐다며 공개적인 불만을 표출하고 나섰다.1천만달러의 소규모 예산으로 북아일랜드에서 촬영된 이 코
마케팅이여, 균등한 열정을 가져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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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여점을 운영할 때 가장 중요한 점은 ‘매출규모에 맞게 비디오테이프를 얼마나 합리적으로 잘 사느냐’이다. 한달 물건 구입비에 맞추어 테이프 수를 조절해야 하는데, 이번 달은 좀 판단하기 어려운 문제가 많다. 성수기의 끝 무렵에 출시되는 <공동경비구역 JSA>는 과연 몇장을 사야 할지에서부터, <스토리 오브 어스> <빅마마 하우스> <브링 잇 온> <웰컴 미스터 맥도날드> 등 고만고만한 영화들 중 두 번째 대박을 어떤 영화를 선택해야 할지까지...더군다나 몇달에 한편씩은 꼭 ‘사야 할지, 말아야 할지’를 고민하게 되는 골치 아픈 영화들이 있게 마련인데, 이번 달은 무려 4편이나 된다. 공교롭게도 모두 한국영화인데, 해당 영화들의 제작관계자들에게 결례를 범하는 일이지만 제목은 다음과 같다.<스트라이커> <아티스트> <봉자>.... 영화의 완성도는 내가 언급할 문제는 아닌 것 같다. 이 영화들은 살지
살까 말까, 이것이 문제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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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왓 위민 원트> O.S.T / 소니뮤직 발매이 영화에서 멜 깁슨은 전깃불에 두방 감전되고 나서 여성의 생각을 읽을 수 있는 일종의 초능력을 부여받는다. 더러운 속물에 여성 폄하자이자 바람둥이였던 그는 그 과정을 겪고 여성 옹호자가 된다. 그리고 나서 영화는 마치 <크리스마스 캐럴>처럼, 악몽에서 깨어나듯 멜 깁슨을 보통사람으로 복귀시킨다. 이미 그는 예전의 그가 아니다….이런 식의 스토리가 사람들에게 진한 감동을 주리라고는 아마 영화를 만든 사람들조차 기대하지 않았을 것이다. 그냥 그렇고 그런 드라마로 멜 깁슨 팬들의 돈을 좀 긁어보려는 수작으로밖에는 안 보인다. 두 주인공의 캐릭터도 진부하다. 여전히 마초/열혈 직업여성의 이분법이다.그런데 이런 스토리에 비해 음악의 사용은 비교적 흥미롭다. 우선 멜 깁슨을 대표하는 음악은 프랭크 시나트라다. 그의 미국식 스탠다드 가요는 미국 남성의 전세계적인 전성기를 상징하는 것이리라. 한국전쟁을 전후로하는 팍스아메리카나.
영화음악 - <왓 위민 원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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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로 폴리미디어 씨어터 로비/2월13∼14일 3시/
폴리미디어 씨어터/ 080-538-3200
노영심은 지난해 12월부터 한달에 한번씩 응접실 콘서트나 살롱음악회의 형식을 빌려 폴리미디어 씨어터 로비에 가벼운 음악회 프로젝트 ‘My Afternoon Piano’를 마련하고 있다. 발렌타인 데이를 맞아 여는 <영심의 발렌타인>은 그 세번째 프로젝트다. 그만의 ‘특별한 선물’ 비법을 전수하며 사랑을 이야기하는 따뜻한 자리를 마련할 예정이다. 피아노 연주를 하다가 초대손님과 이야기를 하기도 하고 관객을 불러내서 담소를 나누기도 하는, <노영심의 작은 음악회>보다 더 자유로운 방식으로 진행되는 이 공연의 특성상 구체적인 레퍼토리는 아직 알려진 바가 없다. 이어지는 3월의 테마는 <문득 친구에게>, 4월은 <꽃과 마음>.
공연 - <영심의 발렌타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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쌈지스페이스 이벤트카페 소리/ 3월11일까지/
쌈지스페이스/ 02-3142-1694∼5, 02-338-4236
영화포스터 및 스틸 사진작가 윤형문의 작업사진 발표전. 윤형문이 작업한 영화로는 <나도 아내가 있었으면 좋겠다> 등이 있다. 배우의 ‘또다른 얼굴’에 관심을 가져온 그는 오랜 시간 같은 포즈를 취해 긴장이 풀린 배우의 얼굴이나 스튜디오 밖에서 즉흥적으로 카메라와 만난 배우의 표정에서 정형화한 얼굴 이면의 ‘또다른 얼굴’을 발견한다고 한다. 이번 전시에서는 영화배우 박신양, 심은하, 상하이 무용단 단장 진싱, 그래픽 디자이너 안상수, 카레이서 신미아 등의 ‘또다른 얼굴’을 만날 수 있다. 전시가 열리는 이벤트카페 ‘소리’는 지난해 10월부터 젊은 작가들의 사진작품을 전시해온 공간.
공연 - Portrait-another fac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