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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마와 루이스>
오디션을 할 때 지나 데이비스가 참 잘 대해줬던 기억이 난다. 정확히 일주일을 기다렸는데, 아무 연락이 없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전혀 조바심이 나지 않았다. 별 근거없이 내가 선택될 것 같았는데, 그 예감이 적중했다. 그리고 난 해냈다.
<흐르는 강물처럼>
내가 연기한 캐릭터 폴의 치명적인 결함은, 아닌 척 괜찮은 척 위장하고 살았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누구나 마음의 평화를 추구한다. 폴은 절대 평화와 자유에 다다르는 길을 알고 있었지만, 그 방법을 알지 못해 방황하다가 내면의 모순과 갈등 때문에 파멸한 것이다.
<가을의 전설>
영화에서 내가 어떻게 등장하리라는 걸, 그 모습이 어떻게 비춰질 거라는 걸, 별로 의식하지 않았다. 들판을 가로질러 말을 타고 달려오는 내 모습을 보며 ‘아차’ 싶었다. “저런, 그랬구나.”(“Oops, I see.”)
<뱀파이어와의 인터뷰>
과연 내가 제대로 해낼 수 있을지,
브래드 피트 [2] - 브래드 피트가 말하는 ‘나의 출연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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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델마와 루이스>에서 <스내치>까지
할리우드의 연인에서 연기자로 변모해가는 배우 브래드 피트
1999년 11월 <엔터테인먼트 위클리>는 할리우드 파워맨 100인 리스트에서 오랜 단골 브래드 피트를 떨궈냈다. 96년부터 내리 3년간 온갖 장르와 캐릭터를 갈지자로 오가며 부진한 성적을 보인 브래드 피트는 케빈 코스트너와 더불어 졸지에 ‘지는 별’이 돼버렸다. 결정적으로 당시 개봉작 <파이트 클럽>의 흥행 성적이 저조해, 배급사인 폭스를 실망시킨 탓이 컸다. 그러나 당사자인 브래드 피트는 아랑곳하지 않았다. 할리우드가 그의 남은 상품가치를 측량하며 배우로서의 생명력을 의심하고 있을 때, 그는 유유히 영국으로 전화를 걸었다. <록 스탁 앤 투 스모킹 배럴즈>의 감독 가이 리치의 새 작품에 배역을 따내기 위해서였다. 그는 흥정하지 않았다. 배역의 비중도, 성격도, 개런티도 논외였다. 무조건 출연하기만 하면 됐다. 자신의 아름다운 얼굴
브래드 피트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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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상용 아저씨는 춘천 육림극장의 영사기사다. 원래 나이는 쉰일곱, 호적 나이로는 쉰넷. 초로의 나이지만 열여섯에 시작한 영사기사 경력이벌써 40년이 넘었다. 그를 만나러 육림극장을 찾아가는 길. 서울 동서울터미널에서 출발하여 한 시간 반 남짓, 춘천시외버스터미널에 내려찾아간 육림극장은 닭갈비 골목이 있는 춘천시내 명동, “개고기 팝니다” 팻말이 즐비한 중앙시장 옆에 있었다. 흰 페인트칠이 돼 있는 오래된극장 외벽에는 아직도 사진 대신 그림 간판이 걸려 ‘상영프로’와 ‘다음프로’를 알리고 있었고, 극장 안 어둑한 매점에는 오징어, 팝콘,바나나우유가 그늘 속에 놓여 있었다. 예쁜 제복의 여자직원 대신 매표구에도 점퍼를 입은 아저씨가 떡 하니. “심상용 영사기사 아저씨를 만나러왔는데요”, 말을 물으니 올라가보라 한다. 영사실은 어디에 있을까. 일요일 낮인데도 관객은 별로 없고, 어둠 속에 몇번인가 발길은 계단턱을더듬는다. 영사실 창에선 예의 빛다발이 쏟아져나오는데 그곳으로 가는 문은 어디
마음은 언제나 꼬마 토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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봄비였을까? 마천동, 5호선 열차가 몇 안 되는 승객을 내뱉고 잠시 쉬어가는 종착역. 남한산성 아래 있다는 그의 집을 찾는 길에, 비가내렸다. 무성영화 <검사와 여선생>부터 최근작 <내 마음의 풍금>까지, 태동하던 이 땅의 영화가 나고, 옹알이를 하는 모습, 걸음마를 떼는순간, 갈 길 몰라 방황하는 청소년기를 거쳐 든든한 청년이 되기까지. 긴 세월, 가장 가까운 곳에서 한국영화의 성장을 지켜보았던 배우 박광진(77)은,그러나 더이상 청년이 아니다. 마치 손자에게 키를 나누어 주어 점점 키가 줄어든다 했던 <축제>의 동화 속 할머니처럼….초등학교를 따라 뻗은 길, “이리 오라”며 손짓하는 한복차림의 노인의 볼은 먼 길을 찾아온 손님에 대한 반가움 때문인지 오랜만에 홍조를띠고 있었다. “배우집이라 부잣집일 줄 알았을 텐데…, 이런 누추한 곳에서 두 노인네만 살아요.” 몇개의 골목을 지나 들어선 곳은 붉은벽돌의 빌라 지하방. 손자가 만든 조잡한 종이 카네이
내일은 내일의 해가 뜨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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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대 단역배우와 초로의 영사기사에게 들은 영화 옆의 삶, 영화 뒤의 흔적들영화라는 매체가 태어난 이래, 그리고 앞으로도 변함없이 최고의 순간은 여전히, 단독자로서의 관객과 스크린에투사되는 이미지와의 은밀한 만남일 것이다. 이 짧은 만남을 위해 많은 사람들이 자신의 생을 소비한다. 그중의 몇몇은, 아니 너무 극소수만이,스타로 거장으로 혹은 장인으로 역사에 이름을 새긴다. 그리고 대다수는 기억되지 못한 채 육신의 생을 마감한다.여기 두 노인이 있다. 아마도 100년 뒤의 한국영화는 이들의 이름을 기억해내지 못할 것이다. 변하지 않는 사실 하나는, 그들 앞에 섰던많은 사람들처럼, 그들의 생도 온통 영화로 채워져 있다는 것이다. 한 사람은 스크린 위에 잠시 머물다 사라지는 단역으로, 다른 한 사람은먼지 입자까지 눈에 박혀오는 좁은 영사실에서 평생을 살았다. 무례가 아니라면, 이들도 시네마 천국의 아이들이다. 말하지 못한 상처와 아픈회한이 왜 없으랴마는, 이들은 영화와의 생활을 행복했다고
시네마천국의 황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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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3월8일 한국영화계에 작은 ‘기록’ 하나가 수립됐다. 구스닥이라는 인터넷 업체가 네티즌을 대상으로 실시한 <엽기적인 그녀>의 1억원짜리투자 공모가 6시간40분 만에 마감된 것. <엽기적인…>은 이틀만에 1억원을 모은 <리베라 메>의 ‘기록’을 갱신했지만, 심마니 엔터펀드가실시하는 12일의 <친구> 투자 공모에 9일 현재 공모액 1억원 중 이미 6천만원이 대기 중이어서 그 영광을 오래 누리지는 못할 전망이다.네티즌들의 돈을 모아 영화에 투자하는 네티즌 펀드가 최근 들어 폭발적인 관심을 모으고 있다. 1999년 11월 인츠닷컴이 <반칙왕>에 대해1억원을 공모한 것으로 시작된 네티즌 펀드는 엔터펀드, 엔터스닥(옛 무비스탁), 구스닥, 한스글로벌, 문화거래소 등이 속속 참여하며 점차그 폭을 넓혀가고 있다. 특히 <반칙왕> <공동경비구역 JSA> <자카르타> 등이 높은 수익률을 올려 투자자에게 고액을
충무로에 부는 네티즌 펀드 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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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티즌 펀드의 선발주자로서 최근의 열기를 어떻게 보나.한마디로 과열됐다고 본다. 도저히 될 것 같지 않은 영화들에 대해서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이는 네티즌에게 피해를 입히는 행위에 불과하다.네티즌 펀드는 어떻게 시작하게 됐나.오프라인에서 진행하는 마케팅도 중요하지만 인터넷 환경이 급속하게 발전하면서 온라인 마케팅이 갈수록 중요한 것으로 떠올랐다. 네티즌 펀드투자자들은 한마디로 걸어다니는 홍보맨이다. 얼마 안 되는 돈이지만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인터넷 공간에서 열성적으로 영화의 장점을 알리려고노력한다. 우리는 네티즌 펀드의 주요한 기능이 투자자에게 수익을 가져다주는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보다 중요한 것은 영화에 대한 관심을불러일으키고, 투자자들이 영화에 좀더 가까워질 수 있다는 점이다. 이와 관련, 우리는 투자자로부터 어떠한 수수료도 받지 않는다.결국 투자자 입장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투자이익 아닌가.물론이다. 하지만 우리는 거액을 투자해 엄청난 이익을 노리는 투자자를 원치
김정영 인츠닷컴 영상사업부장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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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성주·조선희·최보은·안판석 - 세 아줌마와 한 아저씨, <아줌마>를 논하다과거지사. 최보은씨는 축시(丑時) 즈음 술자리를 박차고 일어나 민가를 찾아 떠나는 일을 종종 벌였는데, 어느 날 일산 정성주 작가의 집도레이더망에 걸려들었다. 새벽녘 일어나서 글을 쓴다는 작가와 잠을 거르고 달려온 옛 <씨네21> 기자 최씨는 저번에 보고 두 번째네요, 라고믿기지 않는 말을 나누고는, 정담으로 아침해를 맞았다. 야간 의기투합 얼마 뒤, 단지 밤잠없다는 이유로 끌려갔던 구 기자는 정성주 작가의집을 다시 찾는다. 정성주 작가는 <추억>이라는 드라마를 집필하고 있었고, 명목은 작가 인터뷰였다. 인터뷰 기사를 작성해 넘겼는데 어중이떠중이구 기자가 쓸 리 없는 아름다운 글이 되어 나왔다. 거기에는 비밀이 있었으니, 당시 데스크이자 당대의 명문장가 조선희씨가 보기 드물게 감동받은드라마 <추억>에 ‘의욕’을 보인 결과였다. <씨네21> 새로운 영
아줌마들의 저녁식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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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렉>의 주요 시퀀스 시사를 마친 2월15일 늦은 오후, 소강의실 크기쯤 되는 PDI 스튜디오 영상실에서는 투어의 마지막 순서로 제프리카첸버그와의 인터뷰가 진행됐다. “교실도 아니고, 형식적일 필요가 없지 않냐”고 입을 연 카첸버그는, 10명 좀 넘는 취재진에게 “난 물지도않고, 오늘 샤워도 했으니 가까이 와도 된다”며 편하게 둘러앉자고 장난스레 말을 건넸다. 카첸버그는 <인어공주>에서 <라이온킹>까지, 쇠락했던디즈니의 장편애니메이션에 활기를 불어넣으며 애니메이션 왕국 디즈니의 새 중흥기를 이끈 것으로 잘 알려져 있다. 파라마운트영화사의 중역으로재직중이던 84년 월트 디즈니의 사장으로 스카우트된 뒤, <귀여운 여인>(프리티 우먼) 등 실사영화와 89년 <인어공주>를 필두로 한 일련의애니메이션 흥행작들을 제작했다. 94년 마이클 아이스너 회장과의 불화로 디즈니를 떠나기 전까지, <알라딘> <라이온킹> 등으로
“디즈니는 디즈니, 우리는 우리만의 길을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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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PDI 스튜디오에서 만난 드림웍스 신작 애니메이션 <쉬렉>지난 2월15일 미국 샌 호세의 PDI 스튜디오에서 드림웍스의 신작 애니메이션 <쉬렉>(Shrek)이 일부 공개됐다. 반도체, 컴퓨터 등첨단산업 관련업체가 모여있는 실리콘 밸리 부근 PDI스튜디오에서 5년에 걸쳐 제작된 <쉬렉>은 <개미><이집트 왕자><엘 도라도>, 그리고아드만 스튜디오의 완제품이지만 드림웍스가 공동제작한 <치킨 런>에 이어 다섯 번째로 선보이는 드림웍스표 애니메이션. 드림웍스와 영화, CF등에서 컴퓨터그래픽 특수효과 회사로 명성을 쌓아오다가 <개미>로 애니메이션 제작에 나선 PDI가 두 번째로 의기투합해 만든 100% 3D컴퓨터그래픽 애니메이션이다. 현재 90% 이상 제작이 진행된 <쉬렉>의 완성을 앞두고, 드림웍스와 PDI는 세계 각국의 기자들을 모아 제작과정및 작품 일부를 공개하는 투어를 가졌다. 프랑스,
드림웍스 6년, 미리보는 <쉬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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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임은 놀이다. 일이나 공부와는 달리 좋아서 하는 일이고, 싫으면 안 하면 그만이다. 놀이의 즐거움을 극대화하기 위해서는 자세가 편안해야한다. 나처럼 서 있으면 앉고 싶고, 앉아 있으면 눕고 싶은 사람은 특히 그렇다.하지만 모든 게임을 누워서 할 수는 없다. <철권> 같은 대전 액션 게임은 앉아서 해야 한다. 실제 얻어맞는 것도 아니면서 하다 보면 열이오르고, 치열한 심리전에 골치도 아프다. 느긋하게 누워서 할 게재가 아니다. 미국 오락실에서는 서서 하게 되어 있지만 대전 액션 게임은역시 한국 오락실처럼 앉아서 하는 게 좋다. 실시간 전략 시뮬레이션 게임처럼 순발력이 필요한 게임 역시 누워서 못한다.건슈팅 게임이라면 서서 해야 한다. 앉아서 하면 뭔가 어색하다. 저격수처럼 바닥에 배깔고 누워서 쏘기까지야 못하지만, 의자에 뻘쭘히 앉아서총을 쏘는 것보다는 두 다리를 적당히 벌리고 버티고 서서 건맨이라도 된 것처럼 폼을 잡아보는 게 제맛이다. 뒤통수에 꽂히는 구경꾼들의 시선도
서서, 앉아서,누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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멕시코, 오하이오, 샌디에이고 세곳의 마약현장을 잘 짜맞춰진 그림퍼즐처럼 보여주는 영화 <트래픽>. 홈페이지도 영화 못지않게 역동적이다.
영화 예고편을 방불케 하는 인트로가 그렇고, 사이트의 화면 구성이 그렇고, 게시판에서 느껴지는 네티즌의 관심이 그렇다. 영화에 대한 정보는
영화를 보는 것만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하는 사람일지라도 최근 할리우드에서 아낌없는 지지를 받고 있는 베니치오 델 토로를 비롯해서 마이클 더글러스,
캐서린 제타 존스, 데니스 퀘이드 등 배우에 대한 필모그래피와 짧은 인터뷰를 담고 있는 ‘Cast’는 살펴봐도 좋을 코너. 영화포스터,
스틸사진, 예고편, O.S.T를 포함하는 ‘Gallery’ 코너도 들러볼 것을 권한다. 특히 O.S.T는 수록곡 전체를 들어볼 수 있다.
아카데미시상식 전날인 3월24일까지 열리는 <트래픽>의 아카데미 수상 예측 이벤트도 흥미롭다.
▶ http://www.trafficmovie.co.kr/
인터넷 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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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6년 전쯤 미국에 업무상 출장을 왔을 때의 이야기다. 샌프란시스코의 한 호텔에서 미국 업체쪽 대표와 식사를 하는 자리에서 우연치않게 출신지역 이야기가 나왔다. 서울에서 날아간 나와 동료들은 모두 서울 출신들이었는데, 상대편 미국인들은 모두 출신지역이 달랐다. 그중한명이 뉴욕 맨해튼에서 태어나 자랐다는 이야기를 듣고, 맨해튼에 가본 경험이 없었던 나는 그렇게 위험한 곳에서 어떻게 살았냐는 질문을 던졌다.순간, 좌중은 조용해졌고 잠시 당황해하던 그 미국인은 내게 이렇게 되물었다. ‘거리에 장갑차가 다니고 최루가스가 난무하는 서울은 살 만한도시인가?’ 좀 황당한 대화였기는 했지만, 그때 내가 깨달은 것은 영화나 TV에서 보는 미국은 그야말로 ‘실재하는’ 미국이 아니라는 것이었다.지난 2년여 동안 뉴욕을 7번이나 방문하면서 확인한 것도, 뉴욕이 생각보다 너무나 안전하다는 사실이었다.그렇게 안전한 ‘진짜’ 뉴욕에서 마피아나 갱단의 조직원들을 만난다는 것은 쉽지 않은, 아니 거의 불가능한
옆집 아저씨는 마피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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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니메이션에서 우리가 주목하는 나라는 대개 한정돼 있다. 미국과 일본. 유럽의 경우 영국과 프랑스 독일 외에 동구권의 몇몇 나라 정도.이베리아반도의 끝에 위치한 포르투갈의 경우는 일반인은 물론이고, 애니메이션 애호가들에게도 꽤 낯설다. 하긴 애니메이션이 아닌 다른 문화에서도우리가 아는 한계는 스페인까지이다. 그 너머 포르투갈의 경우, 그들의 문화와 역사에 대한 우리의 지식은 그리 많지 않다. 기껏해야 그들의전통음악인 파도(fado) 정도를 꼽을 수 있을까? 이는 우리나라뿐만 아니라 다른 나라에서도 마찬가지이다. 심지어 유럽에서도 포르투갈은경제 문화적으로 변방의 국가로 취급받고 있다.아비 페이조(Abi Feijo)는 포르투갈의 대표적인 애니메이션 작가이다. 80년 디자인 전문학교인 오포르토스 스쿨을 졸업한 뒤 활발한작가 활동을 하고 있는 그는 포르투갈의 문화와 전통, 역사를 주요 소재로 삼아 작품을 발표하고 있다.페이조의 작품에는 다른 유럽 작가들과는 다른 특징이 몇 가지 있다. 우선
한(恨)의 정서, 이미지의 씻김굿