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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대여점은 유난히 외국인 손님이 많다. 미대사관, 일본문화원, 프랑스문화원, 사우디대사관 등이 대여점 주변에 있는 데다 종로학원가 일대에서 강사로 일하는 사람들이 가까이에 살고 있고, 심지어 인사동 여관에 살고 있는 배낭족과 조계사에서 공부하는 외국인 스님들까지 ‘영화를 보기 위한 열정’ 하나로 우리 대여점으로 모여든다.어느 날, 외국인 손님이 대여를 하고 나간 직후, 아르바이트 동식이가 “누나, 저분 이제 한국말 잘해요”라는 것이었다. 외국인이면 무조건 ‘영어’로 말해야 한다고 생각하고 그들과 별 불편함 없이 대화를 나누었지만, 동식이의 말인즉 우리 대여점에 오는 외국인 고객들 대개가 한국어를 배우려는 노력이 대단해 자신은 의도적으로 한국말로 유도한다는 것이었다. 곰곰이 생각해보니, 서툴긴 하지만 많은 외국인들이 들어오면서 “안녕하세요”로 시작해 꼬박꼬박 “안녕히 계세요”로 인사를 하고 나가는 공통점을 발견할 수 있었다.영국문화원장 마크 봄 필드가 우리 대여점에 온 지 1년 정
영어로? 영화로 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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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면 밝아지면. 안락한 중산층의 단란한 가족의 저녁 식사시간. 부인은 맛없는 자신의 요리를 너무도 맛있게 먹어주는 남편을 바라보며 감동된 듯, 행복에 겨운 눈빛으로 말한다. “당신은 신사예요.” 부인의 칭찬에 보답을 하려는 듯 격렬한 피스톤 운동의 호흡을 멈추며, 아내의 젖가슴에 머리를 박는 남편. 그의 뒤통수 옆으로 희열에 찬 아내의 행복한 만족스런 얼굴은 잠든 아들의 얼굴을 보는 남편의 모습과 겹쳐진다. “내가 네 아빠란 걸 잊지 마라.” 이렇듯 행복한 가정의 자상한 가장이자 남편 그리고 아빠인 그 남자 하비 케이틀은 영화감독이다. 그것도 영화를 통해서 진실을 말하려고 하는….
스네이크 아이를 본 적이 있는가?
난 7살 초등학교 1학년 첫 봄소풍길, 그날 스네이크 아이를 처음 보았다.
그날도, 그래 화창한 봄날 소풍과 함께 있을 그림동화대회에서 솜씨를 뽐낼 양 새 크레파스와 스케치북을 가방에 안고, 5월의 개나리 꽃망울인 듯 샛노란 학교 모자를 줄줄이 머리에 쓰곤 참새와 병
비겁한 남자들만 봐라, <스네이크 아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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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영화는 아직도 발명중입니다. 우리는 그저 시작을 목격한 것에 불과하죠.” <씨네21>에 보낸 편지에서 빔 벤더스는 말했다. “디지털영화의 도래는 유성영화의 그것에 비할 만한 이행”이라고 그는 디지털을 편들었다. 영화에 소리가 도입될 때, 무성영화가 획득한 아름다움이 사라지는 것을 슬퍼하는 소리가 있었고 드디어 영화가 현실만큼 풍부해지리라고 반기는 선언도 있었는데.민규동 감독이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영화촌에서 보내온 감동적인 보고서에서도 디지털은 중요한 단어다. 가볍고, 쓰기 쉬운 디지털카메라가 영화창작에 어떤 자유를 부여하는가를 디지털영화 <어둠 속의 댄서>의 감독은 이야기했고, <여고괴담2>의 감독은 공감했다. 디지털이 라스 폰 트리에게 100대의 카메라를 동시에 돌릴 수 있는 환경을 제공했다면, 한국의 가난한 감독에게는 35mm 필름으로는 엄두를 낼 수 없는 영화제작을 실현시켜주었다.디지털은 또 영화유통산업에도 당연히 변화를 불러온다. 국
너의 디지털, 나의 디지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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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 파치노와 힐라리 스왱크가 <메멘토>의 크리스토퍼 놀란이 연출하는 <불면증>에 출연한다. 1997년 노르웨이의 에릭 스키욜드비야르드 감독이 만든 동명의 작품을 리메이크하는 이 영화는 실수로 동료를 살해한 한 경관이 완전범죄를 노리는 살인범을 추적하는 이야기. 파치노는 살인범을 잡기 위해 덫을 놓았다가 거꾸로 범인의 의도에 말려드는 주인공 형사 역을, 스왱크는 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경관 역을 맡는다. 이 작품은 스티븐 소더버그와 조지 클루니의 프로덕션인 섹션 에이트에서 제작할 예정이다.
파치노+스왱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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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극장가에서 입장료 10달러 시대가 열린다. 지난달 말 로우즈 시네플렉스가 뉴욕 맨해튼 지역 극장의 입장료를 종전 9달러50센트에서 50센트 인상한다고 발표함에 따라 그동안 ‘마의 벽’으로 여겨졌던 10달러 장벽이 허물어진 것. 로우즈는 아울러 LA 극장입장료도 8달러75센트에서 9달러로 인상할 것을 발표했다. 최근 자금난에 시달리며 자산매각, 극장폐쇄, 법정구제신청 등의 조치를 잇따라 취해온 로우즈는 이번 입장료 인상이 최근 2년 동안 부동산 비용 및 인건비가 오른 데 따른 것이라고 밝혔지만, 관계자들은 자금난을 극복하기 위해 취한 고육지책으로 보고 있다.
관람료, 10달러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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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이 신인감독을 찾기 위해 주최한 ‘그린라이트’ 프로젝트의 최종승자가 발표됐다. 7000명의 경쟁자를 물리치고 1등을 거머쥔 사람은 <잃어버린 여름>(Stolen summer)이라는 작품으로 응모한 로스앤젤레스의 31세 남성 피터 존스. 이 신인감독에겐 제작비로 1백만달러의 상금이 지급되고, 완성된 영화의 배급은 프로젝트의 또다른 후원사 미라맥스가 맡는다. 영화는 한 젊은이와 성직자가 나누는 신과 믿음, 그리고 천국에 대한 대화를 담는다. 현재 그린라이트 프로젝트의 웹사이트에는 <잃어버린 여름>의 한 신이 올라있다. 영화의 프로듀싱을 맡게 될 맷 데이먼과 벤 애플렉은 프로젝트를 시작하기전 “우리는 영화판에 발을 들여놓는 것이 얼마나 힘든 일인지를 알고 있다. 무명의 작가들에게 그들의 작품이 영화로 만들어지는 것을 돕고 싶다”는 행사 취지를 밝힌 적 있다.
‘그린라이트’ 당선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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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듀서 찰리 에반스 주니어가 하워드 휴즈의 일생을 다룰 예정이었던 자신의 프로젝트가 도용당했다며 영화사와 감독 등을 고소했다. 지난 2월28일 LA 상급법원에 뉴라인 시네마와 매니지먼트회사 AMG, 감독 마이클 만을 상대로 한 고소장의 내용은 대충 이렇다. 1993년부터 에반스는 백만장자 하워드 휴즈의 삶을 토대로 한 영화를 준비중이었고 97년엔 케빈 스페이시에게 이 영화를 감독해줄 것을 상의했다. 이를 수락한 케빈은 잭 핀처에게 시나리오를 맡겼고, 둘은 뉴 리전시로부터 제작의사를 받아내었다. 98년, 에반스는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에게 젊은 시절의 하워드역을 맡아줄 것을 이야기했고 디카프리오와 AMG의 대표 릭 욘은 자신들이 감독을 직접 고르겠다고 말했다. 그들이 추천한 감독은 <인사이더>의 마이클 만과 <글라디에이터>의 작가 존 로건. 이를 수락한 에반스는 디카프리오, 마이클 만과 함께 뉴 리전시에서 이 프로젝트를 몇달간 진행했다. 그러나 에반스는 마이클 만
도둑맞은 프로젝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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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니발 렉터가 무섭긴 무서운가 보다. 앤서니 홉킨스 주연의 <한니발>이 지난 주말 1576만달러를 벌어들이며 개봉 3주째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이로써 <한니발>은 총 1억2천8백만 달러를 벌어들인 셈. 크리스 록의 코미디 <지상으로>(Down to Earth)는 1121만달러로 지난주에 이어 2위 자리를 지켰고, 엘비스분장을 한 갱단이 라스베가스의 카지노를 턴다는 케빈 코스트너, 커트 러셀 주연의 <그레이스랜드로 삼천마일>(3000 Miles to Graceland)은 ‘올해 최악의 영화’라는 평과 함께 716만달러로 3위에 머무르고 말았다. <휴식시간: 수업은 끝났다>(Recess: School’s out)는 693만달러로 그 뒤를 이었다. <와호장룡>은 659만달러로 꾸준한 인기를 반영했다.
<한니발> 3주째 1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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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해리 포터>의 팬들이 영화 <해리 포터> 프로젝트에 대해 보이코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암흑의 예술 프로젝트에 대한 방어’(Defense Against the Dark Arts Project)라는 이름의 이 운동은 영국 레스톤에 거주하는 헤더 로버(16)와 런던의 알래스테어 알렉산더(33)가 만든 사이트 ‘www.potterwar.org.uk’를 거점으로 한다. 발단은 해리 포터의 트레이드마크와 저작권을 사들인 워너브라더스가 인터넷 상의 해리 포터 팬페이지에 협박메일을 보낸 사건. 워너브라더스는 팬페이지를 개설해 놓고 있는 어린이 및 청소년들 앞으로 저작권 위반에 대한 법적 조치를 취하겠다는 메일을 보냈으며, 이에 사이트 개설자들은 분노와 두려움을 느꼈고 몇몇 사이트들(www.harrypotterfan.co.uk나 www.harrypotterfaq.com)은 폐쇄되기도 했다고 유에스투데이닷컴은 전한다. 로버와 알렉산더는 워너브러더스사에 대한 대응에서
<해리 포터> 팬들의 보이코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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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잉글리쉬 페이션트>로 오스카 여우주연상을 받았던 줄리엣 비노쉬가 앤서니 밍겔라와 다시 손잡는다. 밍겔라가 연출하는 전후 배경의 드라마 <더 리더>에 출연을 결정한 것이다. 감독이 “위대한 소설”이라 평한 베른하르드 쉬링크의 원작소설에 바탕한 이 영화는 연상의 여인과 연애를 하는 십대 소년의 이야기를 그린다. 크랭크인은 올해 하반기로 예정되어 있다.
줄리엣 비노쉬 신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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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 봄영화, <멕시칸> <캡틴 코렐리의 만돌린> 등 로맨스와 스릴러 강세<엔터테인먼트 위클리>는 봄 영화 가이드 특집 서두에서 “올 봄 영화의 양상을 보면, 밀레니엄이 2001년부터라는 말이 맞다. 엽기영화 시대가 도래한 것인가”라는 의문을 던진다. 근친상간을 둘러싼 시끌벅적한 코미디, 동굴에 사는 피아니스트가 나오는 스릴러, 괴짜 코미디언 톰 그린이 쓰고 연출한 코미디, 르네 젤뤼거가 영국처녀라고 우기는 영화, 3년 동안 촬영하고 촬영하고 또 촬영한 영화 등이, ‘엽기’ 리스트에 오른 영화들. 그렇다 해도 올 봄 할리우드영화의 키워드는 역시 가벼운 웃음과 로맨스다. 두터운 외투 대신 가벼운 봄볕을 두르고 나설 관객에겐, 때려부수는 액션 블록버스터도, 정색하는 예술영화도 부담스러운 법. 봄에는 가벼운 게 좋다.이중 기대를 모으는 작품은 줄리아 로버츠와 브래드 피트의 코믹 로드무비 <멕시칸>. 갱단의 일원인 브래드 피트와 새출발을 종용하
스릴이 녹고, 사랑이 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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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한국영화의무상영일수 미달극장은 151개관으로 1999년에 비해 15.18%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스크린쿼터문화연대(이사장 문성근)가 지난 2월27일 전국 503개 주요 개봉관을 대상으로 조사한 ‘스크린쿼터 활동결산’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의 허위공연신고일수는 평균 2.9일로 99년과 비교해서 4.19일 감소했다. 이는 매년 스크린쿼터제가 정착되고 있음을 보여주는 수치다. 그러나 문화관광부 장관이 한국영화 수급상황을 고려, 20일 범위 내에서 감경토록 되어 있는 의무상영일수를 극장쪽이 관례대로 20일에 맞추어 한국영화를 상영한 탓에 지난해 의무상영일수 미달극장은 99년과 비교해서 크게 늘었다. 한편 지상파 6개 방송사를 대상으로 실시한 방송쿼터제의 경우 한국영화 편성비율은 기준에 5% 모자란 평균 20%에 그쳤고, 3개 방송사에서 방영한 국산 애니메이션은 KBS만이 고시기준 40% 이상을 기록했을 뿐 MBC, SBS 등의 편성비율은 크게 모자란 것으로 나타났다.
쿼터 미달 극장 늘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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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에게 세월은 따로또같이 흘러간다. 열세살, 사춘기의 문턱을 밟는 네 남자아이들에게 우정은 이소룡 브로마이드, 여드름과 더불어 맺어졌다. 폭력배의 아들이건 장의사의 아들이건 그들에게 세상은 ‘폼나는’ 것. 그렇다고 ‘그 시절 그 친구들’의 벌거벗은 이야기 <친구>가 낭만적 회고담으로 끝나는 건 아니다. `청춘'이라는 중간기착지, 대학생이 된 중호와 상택 앞에 동수는 감옥에 수감된 모습으로, 준석은 어머니를 잃고 마약에 중독된 상태로 발견된다. 곽경택 감독이 스스로 나고 자란 고향 부산에서 자전적인 요소를 다분히 담아 만든 이 영화의 시간적 배경은 1976년부터 96년까지 스물한 해. 시절을 생각게 하는 아스라한 소품들, 뒷골목을 달리는 포니픽업의 소독연기라든지 허름한 교실 나무책상에 걸린 국방색 책가방 같은 것들이 화면을 수놓는다. <억수탕> <닥터K>의 곽경택 감독은 “단지 눈요기가 아니라 보는 이의 속내에서 울컥 치밀어오른 그 무엇인가가 온몸의
커밍순...<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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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묵시록’은 언제쯤에야 코폴라를 놓아줄까?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 감독이 1979년작 <지옥의 묵시록>의 재편집판을 올해 5월9일 개막하는 칸영화제에서 공개하겠다고 발표했다. <로이터>의 보도에 따르면, 칸영화제 질 자콥 집행위원장 역시 코폴라의 발언을 확인했다. 코폴라는 79년 개봉판보다 53분이 길어져 러닝 타임이 3시간17분에 달하는 이번 편집판에 대해, “그저 남은 필름을 덧붙인 것이 아니라, 오리지널 촬영분을 이용해 완전히 새롭게 편집한 새 영화”라고 밝혔다.이로써 <지옥의 묵시록>은 역사상 어떤 영화보다 지독한 강박으로 한 감독을 사로잡은 영화로 기록될 듯하다. 필리핀 밀림의 악천후 속에 만들어진 <지옥의 묵시록>은 예정 촬영기간을 다섯배, 예산을 두배 이상 초과한 촬영 과정에 주연 마틴 신을 비롯한 여러 관계자를 신경쇠약에 빠뜨렸고 코폴라는 영화 완성을 위해 집까지 저당잡혔다. 집착이 깊어진 코폴라는 79년 칸영화제의 공식
묵시록, 지옥을 떠나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