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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신은 여자를 창조했다>의 브리지트 바르도의 매혹적인 자태를 만날 수 있는 작품. 20대 시절 그녀의 발랄한 모습이 담겨 있다. 프랑스 총리의 딸인 브리지트는 청년 미셸을 사랑한다. 하지만 미셸은 브리지트에겐 관심조차 보이질 않고 정치인 부인과 밀회를 즐긴다. 바람둥이 기질이 다분한 미셸과 우여곡절 끝에 결혼하지만 브리지트는 그를 믿기 쉽지 않다. 한편, 미셀은 결혼 이후 브리지트를 점점 더 사랑하기 시작한다. 사소한 말 한마디에도 질투심을 느끼던 브리지트는 바람을 피우기로 작정하고 한 귀족과 니스로 여행을 떠난다. 미셸 부아롱 감독은 <나와 함께 춤을> 등의 슬랩스틱코미디를 주로 만든 바 있는 연출자다.
TV영화...<파리지엔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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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촌 안젤리카>와 <까마귀 기르기>의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작. 비극으로 돌진해가는 젊은이들의 삶을 리얼리즘적 시선으로 고찰한다. 파블로와 메카는 절도행위를 하며 살아간다. 주차장에서 차를 훔친 파블로는 카페에서 안젤라를 만난다. 파블로는 그녀를 오랫동안 좋아하던 처지. 둘은 영원히 함께하자며 서약을 맺는다. 파블로는 안젤라에게 총쏘는 법을 가르치고 자신들의 패거리에 끼워준다. 콧수염을 한 남자로 변장한 안젤라는 강도행각도 서슴지 않는다. 카를로스 사우라 감독은 영화에 출연하는 젊은이들을 거리에서 캐스팅했으며 이들과 직접 시나리오 작업을 하기도 했다. 공허한 일상에 지친 청춘들의 모습이 기억에 각인된다.
TV영화...<질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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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igger Movie 2000년, 감독 준 폴켄스타인 목소리출연 존 허트 <HBO> 8월19일(일) 오전 9시40분곰돌이 푸와 그의 친구 크리스토퍼 로빈이 등장하는 애니메이션. 주로 TV시리즈로 유명하지만 디즈니가 극장용 애니메이션으로 제작한 작품이다. <티거무비>는 앨런 알렉산더 밀른의 원작을 바탕으로 한다. 우리가 현재 알고 있는 ‘푸’ 가족들의 이야기는 모두 밀른의 동화에서 비롯된 것. 그런데 약간의 오해가 있다. 푸의 애니메이션 시리즈를 밀른의 원작과 비교해보면 차이가 크다. 디즈니의 애니메이션 작업을 거치면서 원작의 개성이 많이 깎여나갔고, 대신 상업화된 캐릭터들로 재창조되었다. 생김새도 많이 다르고, 무엇보다 작품에 숨어 있는 보석 같은 ‘교훈’들이 철없는 친구들의 모험담으로 각색되었다. 따라서 우리가 인형으로도 잘 알고 있는 ‘푸’는 철저한 디즈니사의 작품이며, 원작자의 의도와는 꽤 거리가 먼 캐릭터다. 무엇보다 푸는 그리 둔하고 멍청하지 않다!&
케이블 영화 <티거무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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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겐 1960년대 당시 영화를 기억하지 않으려는 본능적 거부감이 있다. 당시 10여년간 나는 영화계에 기생해 있었다. 자신의 의지와는 관계없는, 건강하지 못한 영화작업이었던 거다.”(<한국의 영화감독 13인>에서 재인용) 임권택 감독의 영화를 논할 때, 1970년대 이후 작품들만 거론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감독 자신이 영화적 출발점으로 삼는 것도 <잡초>(1973)다. 그런데 사실 이전 시기 임권택 감독의 작업이 주목받지 못한 것엔 다른 억울한 이유도 있다. 영화를 직접 본 사람도 적거니와 자료도 접하기 쉽지 않기 때문이다. <십오야>는 1960년대 임권택 감독이 만든 시대활극영화다. 언젠가 일본의 평론가 사토 다다오는 “한국의 시대극은 액션 중심보다는 주로 궁중 안의 정치적 논쟁이나 족벌끼리의 세력다툼에 치중했던 것 같다”고 논평을 한 바 있는데 그 견해를 정면으로 반박할 만한 작품이다. 임권택 감독은 <십오야>에서 일본 시대극이나 중
어느 여검객의 고백, <십오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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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세이 예스윤희는 작가지망생인 남편 정현의 원고 출판 계약을 기념해 겨울 바다로 함께 여행을 떠난다. 그러나 모처럼의 나들이에 한껏 들떠 있던 부부는 갑자기 차에 뛰어든 M(박중훈)을 치게 되고, 그와 속초까지 동행하기로 한다. 김성홍 감독, 박중훈, 추상미 출연, 제작 황기성사단, 상영시간 105분김봉석 머리가 없는 스릴러 ★★박평식 꺾고 찌르고 베는 데도 웃음이 터지다니 ★★☆심영섭 히치콕이 그러더군, No라고 ★★☆■ 하트 브레이커즈맥스와 페이지 모녀는 이들은 백만장자들을 대상으로 사기행각을 벌이곤 한다. 맥스가 적당한 표적을 골라서 결혼을 한 뒤 페이지가 남자에게 덫을 놓아 이혼시키는 것. 이 기술을 이용해 모녀는 여덟명의 백만장자들의 돈을 뜯어낸다. 데이비드 머킨 감독, 시고니 위버, 제니퍼 러브 휴이트 출연, 수입·배급 동아수출공사 등, 상영시간박평식 한국 꽃뱀들이 한수 배울 만하네 ★★★홍성남 시고니 위버의 놀라운 매력만 빛난다 ★★☆유지나 세상은 넓고 남자는 많다.
세이 예스/ 하트브레이커스/ 뉴 블러드/ 늑대의 후예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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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에서 기계를 들여다 조선 고유의 토키를 개발하다 동경에 가보니 한 삼년 만에 만난 쓰치하시는 발성기계로 돈을 꽤 벌어들이고 있다고 했다. “내가 시방 생활이 곤란해. 돈을 좀 다오.” 우리가 발성기계를 연구할 때 훗날 무슨 일이 있든 봐주기로 한 신의를 생각해서 자금을 좀 대라는 뜻이었다. 그때 한국에 기계라는 것은 바르보가 하나 있고(프랑스제 카메라. 1924년 조선키네마주식회사에서 <해의 비곡>을 촬영할 때 일본 기술진이 가져온 것으로 기록되어 있다.- 필자), 아이모도 없었다. 내가 사가지고 들어가지 않으면 있을 리 없다.그때 교토에는 촬영사의 소굴, 말하자면 일본의 하리우또(할리우드)다 할 만한 곳이 있었다. 쓰치하시하고 나카가와, 나까지 셋이서 그곳 녹음기사연구회에서 다시 모였다. “우리 식의 특허를 가져보자”는 의지로 착수해 라이트 바르보를 만들어냈다.그런 연구로 한 삼년을 일본에서 보내다가 한국으로 돌아왔다. 얼마간 손을 놓고 지내는데, 홍순언씨가 찾아와
<춘향전>으로 조선에 발성영화 시대를 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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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적 명망을 누리고 있는 유부남 박사가 자신을 따르던 젊고 매력적인 여자조수를 임신시킨다. 승강이를 벌이던 중 여자조수가 뜻밖의 사고로 죽자 박사는 그녀의 시체를 집 앞의 호수에 수장해버린다. 그날 이후로 박사의 집에서는 괴이한 현상들이 잇따라 일어난다. 지난해에 개봉했던 해리슨 포드 주연의 <왓 라이즈 비니스>라고? 맞다. 그러나 그 이상이다. 박철민의 오리지널 시나리오로 만들어진 남궁원 주연의 <마의 침실>의 스토리라인이기도 한 것이다. 두 작품의 시차가 무려 30년이나 되니 굳이 표절시비(?)를 들먹이자면 할리우드만 손해다. 박철민은 이 작품의 설정이 무척 마음에 들었는지 10년 뒤인 1980년에 제작된 이두용의 <귀화산장>에서도 동일한 스토리라인을 변주하는데 이때에도 주연은 남궁원이었다.함경남도 혜산 출신인 박철민은 그곳에서 고등학교까지 마친 다음 부친과 단둘이 월남한 실향민이다. 모친과 형제들 모두를 휴전선 너머에 둔 채 아직까지도 애간장을
은막의 주인공, 펜을 잡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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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종종 스펙터클한 장관을 연출하며 흥미로우리만치 정신분열적이고 자주 사람을 황당하게 하며 <피노키오>와 <오이디푸스>, 스탠리 큐브릭과 ‘Creation of the Humanoids’를 적절히 섞어놓은 스필버그의 <A.I.> 는 영화라기보다는 용솟음치는 심리학의 대광맥이다.일단 제목 분석으로 시작해보자. ‘인공’은 스필버그에, ‘지능’은 큐브릭에 속한 것 아닐까? 아니면 혹시 그 반대일까? <A.I.> 는 불필요하게 복잡하면서도 뻔뻔스럽게 비이성적인 전제 위에 서 있다. 스필버그 단 한명의 이름만 크레디트된 각본은, 로봇이 꿈을 꿀 수 있는 과학적 원리나 인간이 복제될 수 있는 특수한 조건 등을 명료하게 밝히려다가 몇번이고, 에드우드식 횡설수설의 늪에 빠지곤 한다. 하지만 이 영화는 이성적인 물음만을 흥밋거리로 제시하는 것이 아니다. 울며 매달리며 비는 로봇 아이를 인간 엄마가 숲에 내팽개치는 대목은 <밤비>의 한 장면 이상으
모든 꿈들이 태어난 그곳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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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봉 이튿날엔가 <친구>를 보고 영화관을 나서면서 나는 꽤 흐뭇했다. 영화를 보는 데 들인 돈도 시간도 아깝지 않았다. 나는 한편의 시큼들큼한 영화를 본 것이다. 그러나 그게 다였다. 나는 이 영화가 잘 빚어진 작품이라는 생각도 하지 않았고, 관객 수의 기록을 경신하리라는 예상도 하지 못했다. 이 영화는 관객 수의 기록을 경신했다. 내가 예상하지 못한 일이지만, 잘된 일이다. 그런데, 이 영화가 대종상에서 푸대접을 받은 모양이다. 안 된 일이지만, 나는 그럴 수도 있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그것이 그럴 수 있는 일이 아니었던 모양이다. <친구>가 대종상에서 따돌림당한 일로 영화계에 소란이 일어났으니 말이다. 나는 조금 어리벙벙했다. 물론 상을 받은 작품들을 내가 보지 못해서 비교를 해볼 수는 없었지만, 그리고 영화계 내부의 어수선한 정치학에 대해서 아는 바도 거의 없지만, <친구>가 반드시 상을 받아야 할 영화라는 생각은 못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
우정의 내용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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용현, ‘그 자리’에 도착하다다시 처음으로 돌아가자. 용현은 왜 윤종찬이 가고 싶어하지 않은 미금아파트 504호로 돌아오는가? 그는 중간에 길을 잃었음에도 불구하고 기어이 504호로 다시 돌아온다. 그는 돌아온 것이 아니라, 사실은 자기가 알지 못하는 순환 안으로 돌아온 것이다. 그가 순환 안으로 들어오도록 광태는 강제적으로 자리를 비워주어야 한다. 그가 이 모든 사실을 다룬 소설을 쓰고 있었던 것은 매우 의미심장한 암시이다. 그 소설은 마지막 결말을 쓰지 못한 소설이다(그는 소설을 끝내기 전에 불에 타 죽고, 그 소설을 화재 속에서 건진 505호 이 작가가 용현에게 들려준다). 끝내지 못한 소설은 채워져야 할 것이다. 그것을 채우기 위해서 용현은 그 자리에 온다. 광태는(그가 자살한 것인지, 아니면 사고를 당한 것인지는 명백하지 않다. 아마도 그는 용현의 어머니와 윤종찬이 함께 죽인 것 같다) 무언가에 계속 사로 잡혀서 이곳을 떠나야 한다고 은수에게 말했지만, 그것을 미루기 때문에
뫼비우스 띠 위의 숨바꼭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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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아오면서 가장 소름돋는 공포를 느꼈던 순간은 언제였을까? 생각해보면 내 자신이 이유도 동기도 없는 비극의 한가운데에 서 있었을 때가 아니었을까? 누구에게나 그런 순간은 반드시 찾아오고야 만다. 그럴 때면 한없이 살 떨리게 무서웠고, 절망적이었다-윤종찬편지를 보낸 사람은, 말한 바처럼, 뒤집힌 형식으로 편지를 받은 사람으로부터 자신의 전갈을 받는다. 도둑맞은 편지, 그러니까 지연되어서 고통받고 있는(en souffrance) 편지는 결국 목적지에 도착하고야 만다.-자크 라캉 ‘도둑맞은 편지에 관한 세미나’그것을 말해야 한다. 그러니 그것을 말하게 해다오.-쇠렌 키에르케고르윤종찬의 <소름>을 보면서 내가 가장 이상하게 생각한 것은 정작 용현이 선영을 죽이는 방이 미금아파트 504호가 아니라 낯선 장소의 어느 모텔 방에서라는 사실이다. 그러니까 이 영화는 모든 사건이 504호를 중심으로 벌어지면서도 어떻게 해서든지 이 방으로부터 도망치려는 이야기이다. 그건 등장인물들뿐만
뫼비우스 띠 위의 숨바꼭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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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말에 ‘修身齊家 연후 治國 平天下’라고 하였으되 실은 맨 앞머리의 格物致知, 誠意正心을 빼먹는 수가 더러 있다. 독재 시절, 입신양명의 율법으로 수신제가 운운하는 실용적 처세를 최고 덕목으로 강요한 탓이겠으나 어쨌든 이 항목 중에 가장 어려운 대목이 적어도 나의 경우에는 격물치지, 네 단어다. 치국 평천하라고 해서 왼발로 프리킥 차듯이 조금만 노력하면 될 일은 물론 아니지만 격물치지, 이조차 해석이 달라서 ‘사물의 이치를 파고들어 궁극의 앎에 이른다’는 주희의 성리와 ‘마음을 어둡게 하는 물욕(격)을 물리쳐야 한다’는 왕양명의 도덕적 실천의 두 갈래로 나뉜다는데 실은 고현의 가르침을 편취하여 '혀를 놀리는 즐거움’을 주체하지 못한 천박함의 소산에 다름 아니다.그럼에도 ‘격물치지’라! 아쉬운 대로 들리는 뜻 그대로 받아들이되 ‘사물의 본질에 도달하는 앎’이란 과연 어떤 것인가. 이를테면 한때 우리는 텔레비전을 ‘바보상자’라고 불렀다. 그런데 과연 바보상자이기만 한 것일까. 즉물적 미
진리는 어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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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 시절 친구 하나가 울면서 왔다. 이유인즉슨 골목길에서 동네 깡패들이 돈을 뺏어갔다나…. 한동안 친구들은 그 골목을 피해다녔고, 그 와중에도 몇몇은 같은 경우를 또 당했다. 선생님도 경찰아저씨도 다들 조심히 다니라고만 했지 아무도 그 깡패들을 혼내주지도, 우리의 돈을 돌려주지도 못했다.
시간이 많이 흘러 어느덧 그 기억이 가물해질 정도로 성장했을 때 같은 모습을 또 목격했다. 이번에는 내 주변이 아니라 TV에서 나오는 얘기였다. 어느 사람이 너무 억울한 일을 당했는데 나쁜 짓을 한 사람을 알면서도 못 잡는다는 것이었다. 악당을 잡는 것은 고사하고 TV에 나온 사람이 보복을 당하지나 않을까 걱정이 되었다.
엉뚱한 얘기로 서두를 열어버렸다. 회사일로 바쁘던 어느날 비디오가게 아저씨가 꽤 재미있다고 권해준 영화가 <분닥 세인트>였다. 예전에 <펄프픽션>을 접한 뒤에 정서적 충격이 커서 한동안 타란티노 계열의 영화들만 찾아다닌 적이 있었다. 연출도 훌륭했지만 양
영상, 본능보다 가까운, <분닥 세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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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 감독 조너선 모스토 출연 매튜 매커너헤이, 빌 팩스턴 자막 한국어, 영어 화면포맷 아나모픽 지역코드 3이상하게 ‘잠수함이 등장하는 영화’라고 하면 뭔가 특별한 아우라가 느껴진다. 특히 심해로 잠수했을 때 느껴지는 밀폐된 공간감이나 고래의 울음소리같이 육중한 잠수함 특유의 소리는, 상상만으로도 온몸을 죄어올 만큼 매력적이다. 그런 현상은 진지한 잠수함영화일수록, 그리고 이른바 말하는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형태를 띨수록 심해진다. 그런 의미에서 지난해 여름 시즌을 겨냥해 개봉되었던 <U-571>은 반갑게도 이 두 가지 조건을 아주 충실하게 만족시켜주는 작품이었다. 게다가 매튜 매커너헤이가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만큼 유혈이 낭자한 전쟁영화용은 아닐 것이라는 추측도 딱 맞아떨어져, 상당히 느긋한 기분으로 감상할 수 있었던 영화이기도 했다.그런 연유로 이번 DVD는 서플먼트부터 공략을 시작했다. 사실 매번 새로 출시된 DVD 케이스의 뒷면에서 제일 먼저 살펴보는 것은 뭐니
전장의 복판에 선 기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