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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탄 시즌이 되면 서구, 특히 미국쪽에서 항상 들려오는 해외토픽이 있다. 그해 인기있었던 캐릭터 상품들의 매진과 그걸 구하지 못해 안달인 부모와 아이들의 모습이다. 이런 해프닝이 아놀드 슈워제네거 주연의 <솔드 아웃>처럼 영화화할 정도로 이미 정기적인 사회현상이 돼버린 가운데, 최근에는 ‘파워 레인저’나 ‘포켓몬’ 같은 일본 캐릭터를 찾는 것도 그리 힘든 일이 아니게 되었다. 과거부터 ‘테디베어’나 ‘바비인형’과 같은 캐릭터 상품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작품 기획 당시부터 구상돼 수많은 변종 캐릭터 상품이 나오기 시작한 것은 그리 오래된 일이 아니다.70년대까지만 해도 ‘탱크’, ‘군함’, ‘자동차’와 같은 실제 사물을 축소한 것이나 우주선이나 SF메커닉, 로봇의 플라스틱 모형이나 봉제완구가 그러한 상품의 주류였다. 하지만 80년대 들어서는 사람 형태의 캐릭터를 활용한, 고무와 같은 연성 재질의 모형들이 많이 보급되기 시작했다. 지금도 어느 정도 나이를 먹은 남자가 인간
2차원에서 3차원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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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 아프리카> <마틴 앤 존>의 만화가 박희정이 개인 일러스트레이션집 <시에스타>(Siesta)를 출간했다. 박희정은 세련된 스타일 감각과 화려한 컬러링으로 만화잡지의 브로마이드와 캘린더의 단골 일러스트레이터로 활약해왔는데, 이번 화보집은 데뷔한 이후 8년간 그린 주요 일러스트레이션 113점을 한데 모은 것이다. 일본 등지에서는 이미 만화가들의 고급 화보집이 왕성하게 발간되고 있고, 비싼 가격에도 불구하고 만화 팬과 만화가 지망생들의 소장용으로 각광받고 있다. 이번 <시에스타>의 출간은 국내에서도 만화출판이 좀더 고급화하는 물결을 만들어낼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박희정은 또한 화보집 출간에 맞춰 오는 10월 초 홍익대 앞 예술전문서점 아티누스의 갤러리에서 개인 작품전을 가질 예정인데, 이 또한 만화가 고급문화와 만나는 청신호로 여겨진다. 박희정은 1993년 만화잡지 <윙크>에 단편 ‘썸머타임’으로 데뷔했는데, 이번 화보집의
박희정 일러스트레이션집 <시에스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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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만화는 눈동자가 절반을 말한다고들 한다. 정말이다. 강경옥의 주인공은 보통 사람의 세배는 될 만한 큰 눈을 가지고 있다. 그리고 그 대부분을 검은 눈동자가 차지하고 있다. 눈동자는 마치 우주와 같아 그 속에 작은 은하계가 춤을 추고 있다. 눈부신 태양과 별들이 반짝거리며, 그 미묘한 빛으로 주인공의 깊은 심상을 드러낸다. 그녀의 SF가 복잡다단한 과학적 장치의 박람회가 아니라 외로운 우주 속에 태어난 한 존재의 깊은 감정의 탐험이라는 걸 알게 해준다.눈동자가 말해주는 작가의 특성황미나 역시 별빛 반짝이는 로맨틱한 눈동자를 그려내길 좋아한다. 그러나 강경옥에 비해서는 부피가 작고, 검은 동자 역시 짧은 직선의 맛이 살아날 정도로 단단하게 그려내는 편이다. 가끔은 극도로 촉촉한 눈동자를 그리기도 하지만, 그것은 어느 정도 과장된 패러디에 가까워 보인다. 판타지를 추구하면서도 한쪽으로는 리얼리즘에 바탕을 둔 만화가의 성격이 잘 드러난다.정제된 보석처럼 가로로 균형있게 자리잡은 눈, 그
눈으로 말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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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야기에는 시작이 있다. 아무리 대단한 전설이 될 이야기라도 시작은 초라하다. 모든 이야기에는 또한 끝이 있다. 안타깝게도 마지막이 아름다운 전설은 많지 않다. 성공에 만취해서, 또는 지쳐서, 그것도 아니면 어느새 세상이 변해서, 물러갈 때를 놓친 전설은 초라한 모습으로 사라진다.<울티마>는 이 코너에서도 몇번 이야기된 유명한 롤플레잉 게임이다. 이 게임을 만든 리처드 개리엇은 <문명> 시리즈의 시드 마이어나 <블랙 앤 화이트>의 피터 몰리뉴와 함께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제작자 중 한명으로 꼽힌다. 그가 <울티마>를 기획하고 만들기 시작한 건 스무살도 안 되었을 때였다. 79년 처음 시리즈가 시작되었으니 벌써 22년이라는 세월이 흘렀고, 시리즈는 9편까지 이어졌다.<울티마>는 심오한 설정과 철학적인 세계관으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현실과 평행적으로 존재하는 또다른 세계에서 선택받은 영웅이 되어 세상을 구한다. 하지만 뻔한
`전설`의 초라한 뒷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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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거리에서 한번쯤은 보았음직한 <조폭 마누라>의 영화포스터를 보고도 어떤 영화인지 모르겠다는 사람들은 홈페이지에서 그 궁금증을 해결할 수 있을 것이다.
빗속에서 펼쳐지는 화려한 감각액션으로 꾸며진 인트로 화면. 그리고 그뒤에 이어지는 메인 페이지의 깔끔함이 돋보이는 홈페이지. 영화 전반에 대한 설명과 함께 재미난 뒷얘기를 들을 수 있는 Movie 코너, 신은경, 박상면뿐 아니라 안재모, 김인권, 심원철, 최은주 등의 돋보이는 조연진과 감독 조진규를 만날 수 있는 Cast & Staff 코너, 그리고 스틸과 포스터 등이 준비된 Gallery 코너, 오락적인 요소들로 가득한 Special 코너로 구성되어 있다. 아직은 채워질 여백이 더 많아 그만큼 기대가 되는 홈페이지.
영화 <조폭 마누라>는 9월28일 극장에서 그 실체를 드러낼 예정이다.
http://www.wifeisgang.co.kr/
<조폭 마누라>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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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옥의 묵시록>이 한창 제작단계에 있을 때 이야기다. 영화의 제작에 몇년을 쏟아붓고 있는 아버지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를 보고 어린 딸 소피아 코폴라는 엄마에게 물었다. “아빠의 직업은 뭐야?” 나중에 그 남편의 지루하면서도 긴장감 넘치는 제작과정을 다큐멘터리 <회상, 지옥의 묵시록>으로 남긴 아내 엘레노어 코폴라의 대답은 이랬다. “아빠는 영화 <지옥의 묵시록>을 만드는 사람이야.” 물론 아빠가 평생 <지옥의 묵시록> 한 작품을 만드는 걸 직업으로 삼았을 리 없다는 것은 그때의 소피아도 잘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영화가 개봉된 지 22년이 지나 새롭게 만들어진 <지옥의 묵시록: 리덕스>가 개봉되는 것을 보고 있으면, 그때 엘레노어 코폴라의 말이 그리 틀린 것도 아니었다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자신이 가진 모든 영화적 재능을 <지옥의 묵시록>에서 소진해버렸기 때문에 그뒤 이렇다 할 걸작들을 선보이지 못하고 있다는 평
코폴라, 새로운 두뇌를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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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가 한을 품으면 오뉴월에 서리가 내린다더니, 틀린 말이 아닌 것 같다. 또 인간에게 상처주는 일은 털끝 하나 건드리지 않는 신사적인(?) 방법으로도 얼마든지 가능한 것 같다. 무슨 납량특집도 아닌데 서늘한 이야기로 서두를 연 연유는 순전히 SK텔레텍의 휴대폰브랜드인 스카이(SKY) CF의 잔상에서 비롯했다.흔히 CF로 불리는 TV-CM은 프로그램과 프로그램 사이에 자리를 잡아 시청자의 눈에 들기 위해 다채로운 ‘쇼’를 벌인다. 시간 제한이 엄격하고 무수한 경쟁자가 앞뒤에 포진해 있는 악조건에서도 살아남기 위해 CF는 치열한 몸부림을 친다. 그들의 처절한 몸짓에도 불구하고 광고를 마주 대하는 시청자의 태도는 100% 자유롭다. 보기 싫으면 안 봐도 그만이며, ‘놀고 있네’라고 비아냥거려도, 심한 욕을 퍼부어도 상관없다. 하다못해 발가락을 까딱거리며 ‘쟤, 예쁘게 생기지 않았느냐’고 광고 속 인물을 불량하게 지칭해도 무방하다.직업상 방송프로그램 못지않게 광고를 챙겨보곤 하지만 TV수
이브의 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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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풍 산부인과>의 오지명이 <쌍둥이네>로 복귀 신고를 마치고, 코미디와는 인연이 없을 것 같은 연기자들이 속속 시트콤 왕국에 입성하면서 전에 없던 풍성한 시트콤 세상이 펼쳐졌다. 가을 개편에 살아남은 시트콤 수는 모두 8개. 시트콤 종주국인 SBS의 <웬만해선 그들을 막을 수 없다> <골뱅이> <여고시절>을 비롯, KBS 2TV의 <쌍둥이네>와 <멋진 친구들2>, MBC <뉴 논스톱>, 경인방송의 <립스틱>이 메뉴판에 올랐다. 기존에 방송되던 <뉴 논스톱>과 <골뱅이>를 빼곤, 모두 지난 봄 개편 때 신설된 프로들. 이들 시트콤에 지난 여름은 너무나도 가혹한 계절이었다. 여름 햇살보다 더 뜨겁던 사극 열풍이 <웬만하면…>을 제외한 나머지 시트콤들을 고사(枯死) 직전까지 몰고갔기 때문이다. 출연진을 대폭 물갈이하고, 초반의 극중 설정을 아예 바꿔 분위기 쇄
행진, 행진하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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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맬리스>와 <시티홀>을 만든 해럴드 베커 감독이 연출한 액션 스릴러물. 브루스 윌리스, 알렉 볼드윈 등이 출연한다. FBI 특수요원과 사건 열쇠를 쥔 어느 소년과의 따뜻한 교감을 그리고 있다. 특수요원 아트는 범죄조직 검거과정에서 상부에 항의하다가 한직으로 물러난다. 한편, 자폐아 소년 사이먼은 우연하게 미국 안보국의 ‘머큐리’라는 암호를 풀어낸다. 긴장한 안보국에선 요원을 파견해 사이먼을 살해할 계획을 세운다. 사이먼은 아트를 만나게 되고, 무언가 감춰진 음모가 있음을 알게 된 그는 사이먼을 지키기 위해 나선다. 실제 자폐아가 아닌가 하는 의문을 낳을 만큼 좋은 연기를 보여준 아역배우 미코 휴즈의 연기가 인상적이다.
TV영화...<머큐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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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학파 출신인 변혁 감독의 장편영화 데뷔작. 사람들 사이의 소통의 문제, 영상매체의 기능에 대해 논하면서 멜로적인 감성을 지닌 영화다. 은석은 영화감독으로, 사랑에 관한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카메라에 담고 있다. 은석은 어느날 이영희라는 여성을 만나는데 미용사보조로 일한다고 스스로를 소개하는 영희는 은석이 평소에 찾고 싶던 인물이다. 평범한 영희의 삶을 카메라로 들여다보면서 은석은 그녀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낀다. 남자친구가 군대에 가 있다고 말하는 영희는 뭔가 사연을 간직한 것처럼 보인다. 이후 은석은 캠코더를 통해 영희의 진실을 알게 된다. 심은하, 이정재 출연.
TV영화...<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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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부군>과 <하얀전쟁>의 정지영 감독작. 필름누아르의 영향을 짙게 깔고 있는, 한국 스릴러영화의 수작이다. 오세근 형사는 이혼남으로 자신만을 믿는 고독하고 이기적인 인물이다. 그는 나이트클럽 업자들과 결탁해 돈을 빼돌리다가 자신의 목표로 한 내부 감찰이 시작됐음을 알게 된다. 장은영이라는 여자와 우연히 만나게 된 오세근은 그녀와 깊은 관계가 되고, 은영은 세근에게 남편을 죽이고 싶다며 도움을 청한다. 그런데 세근은 이 모든 계획이 은영의 치밀한 계략에서 비롯됐음을 뒤늦게 안다. 강수연, 최민수, 정형기 등이 출연하며 배우들의 연기도 대체로 수준급이다. 정지영 감독의 잘 알려지지 않은 수작 중 한편.
TV영화...<블랙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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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에서 영원으로> <하이눈>의 만든 프레드 진네만 감독작. 배우 오드리 햅번의 청순한 매력을 살린 영화다. 가브리엘은 평소 동경해오던 수녀원에 들어간다. 사랑하는 청년의 어머니가 정신병이 있는 탓에 결혼하지 못한 것을 비관한 탓이다. 교육을 마친 뒤 가브리엘은 루크 수녀로 거듭난다. 그리고 콩고의 열대지방으로 떠난다. 루크 수녀는 원주민들에게 구원의 천사가 되려고 하지만 자신의 뜻을 제대로 펼치기 쉽지 않다. 게다가 폐결핵까지 걸려 본국으로 돌아온다. 1960년 아카데미 8개부문에 노미네이트되기도 했다. 캐슬린 헐메의 원작소설을 영화로 옮긴 것으로 피터 핀치 등이 출연한다.
TV영화... <파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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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anone Inverso 2000년, 감독 리키 토나치 출연 한스 마테손 <HBO> 9월16일(일) 밤 10시영화음악의 힘이란 단순히 음악에서만 나오는 것은 아니다. 좋은 영화음악이 있으되, 이를 뒷받침하는 드라마와 연기의 앙상블이 서로 맞아떨어질 때 영화가 전하는 감동은 배가되기 마련이므로. <캐논 인버스>는 이들 사이에 적절한 균형의 추를 맞추고 있는 작품이라고 할 만하다. 이 작품에서 영화음악은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 등으로 잘 알려진 엔니오 모리코네가 맡고 있다. <천국의 나날들>이나 <시네마 천국> 등의 영화에서도 영화음악을 작곡했던 엔니오 모리코네는 부드러운 현악기의 배열과 한번 들으면 쉽게 잊을 수 없을 만큼 쉽고도 인상적인 멜로디, 그리고 뛰어난 편곡솜씨를 발휘하는 음악인이기도 하다. 영화에선 가브리엘 번, 한스 마테손 등의 배우들이 호연을 보여준다. 음악가가 될 꿈을 갖고 있는 예노는 아버지가 남긴
케이블영화 <캐논 인버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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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es Diaboliques 1955년, 감독 앙리 조르주 클루조 출연 시몬 시뇨레 <EBS> 9월15일(토) 밤 10시(사진 이메일 포워딩)흥미로운 일화 한 가지. 한 남자가 히치콕 감독에게 어느날 짧은 편지를 썼다고 한다. “선생님, 제 딸아이가 <디아볼릭>이라는 영화를 보더니 욕조에 몸을 담그길 두려워합니다. 게다가 감독님의 <싸이코>까지 보고 나선 아예 샤워도 무서워하고요. 어떻게 하죠?” 히치콕의 답변이 걸작이다. “음, 딸아이를 세탁소로 보내면 되겠군요.” 이 일화는 앙리 조르주 클루조 감독의 <디아볼릭>이 스릴러물의 고전이 될 자격을 충분히 갖췄음을 암시한다. 생전의 히치콕 감독이 내심 클루조 감독을 라이벌로 여겼다는 사실 역시 유명한 일화. 클루조 감독은 프랑스 스릴러물의 거장으로 불리긴 하지만 그가 장르영화만 유별나게 고집했던 것은 아니다. 앙드레 바쟁으로부터 격찬을 끌어낸 바 있으며 화가 피카소의 작업과정을 그대로 옮긴 다
앙리 조르주 클루조의 스릴러 <디아볼릭>