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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리얼리스트’의 판타지저는 원래 기억력이 별로 좋은 편이 아니거든요. 그래서 술을 얼마까지 먹었는지 잘 모르거든요. 그리고 술을 마시는 내가 지금의 난지, 옛날의 난지 구별이 안 돼요. (웃음) 지금도 잘 마시는 줄 알고 마시다간 중간에 필름이 끊긴다든가 할 텐데…. <성공시대> 할 땐가 그러셨잖아요. 리얼리즘은, 그게 뭐였지? 리얼리즘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를 표명하신 것 있었잖아요.<성공시대> 할 때요?<성공시대> 그 앞에 자막으로 처리하셨잖아요. 감독님은 아무리 기억력이 나빠도 기억하셔야 돼요.아, 있어요, 있어요. 그 비슷한 말. 있어요, 내가 뭐라 그랬지? 리얼리즘에 대해서 ‘이다’, ‘아니다’를 얘기했어요.리얼리즘이 전부는 아니라고 얘기하셨어요.하여튼 그것도 애매한 말을 했어요.장 감독 작품 중에 <우묵배미의 사랑>처럼 정말 한국 리얼리즘영화의 백미, 완결판이라고 불러도 좋을 그런 영화들이 있는가 하면, 사실 <경마장
“지금도 희망을 못버려요, 병신같이”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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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 감천동 화력발전소의 철탑 8층. 차관을 상환하는 대신 러시아가 보냈다는 ‘현물’ 헬리콥터 속 제1 카메라가 성소를 훑고 지나는 동안 나머지 스탭과 출연진은 은신처를 찾아 몸을 숨겼다. “어어!” 모니터와 함께 구석자리를 잡고 있던 장선우 감독은, 등 뒤를 돌아보더니 그렇게 싱겁게 틈입자를 반겼다. 헬기의 굉음 속에서, 내년이면 철거된다는 미래파 설치물 같은 박정희시대 유물의 그림자 속에서 이야기는 시작됐다. 아니, 시작된 건 20년 전쯤인가. 88년 장선우 감독은 첫 단독 장편 <성공시대>를 만들었고, 틈입자는 영화기자의 첫해를 운행중이었다. 한국영화의 새물결이 이렇게 거대한 바다에 와닿을 줄 그때, 그들은 알고 있었을까. 이건 흐름인가, 단절인가, 인터뷰는 촬영이 끝난 뒤 자리를 옮기고 옮겨가며 해뜨기 전까지 계속됐다.시작- 착한 영화<거짓말> 만들고 나서 아주 착한 영화 만든다고, 인터뷰할 때 그러셨잖아요.네, 앞으론 그러려고 해요.그럼 <성냥팔이
“지금도 희망을 못버려요, 병신같이”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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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에는 누가 나오나요?`무술감독 정두홍`은 잊어주세요워낙 임은경이라는 존재가 앞에 부각되는 탓에 <성냥팔이…>의 다른 배역은 잘 알려지지 않고 있다. 우선 성소를 구하기 위해 온몸을 던져 시스템과 맞서 싸우는 주로는 김현성이 출연한다. <세 친구>에서 무소속 역으로 나왔던 그는 유약하기 그지없는 ‘찌질이’이면서도 성소를 위해서라면 물불을 가리지 않는 연기를 펼친다. 주의 친구이자 컴퓨터 게임의 천재로, 뒤에 시스템에게 포섭되는 이 역은 가수 김진표가 맡았다. 그가 맡은 이라는 캐릭터는 자신이 속한 시스템과 친구 주 사이에서 갈등을 거듭하는, 미워할 수 없는 존재. 세명의 청춘 캐릭터를 뒷받침해주는 조연으로는, 우선 정보복덕방 방장 추풍낙엽 역의 명계남이 있다.그는 시스템을 구축한 컴퓨터 고수지만, 시스템에게 배신당한 과거를 갖고 있어 성소와 주를 돕는다. 주를 돕는 다른 인물은 맹렬 여전사 라라다. 묵직한 오토바이를 탄 채 기관총
출연진과 스탭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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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3. TTL 소녀가 기관총을 쏜다고요?““액션요?…(눈만 데굴데굴)… (미소만 짠-)… 남자애들하곤 다르게 어릴 적에 총을 갖고 논 적이 없어서 처음엔 되게 어색했는데, 실탄 사격연습도 하고 그러다보니까 익숙해진 것 같아요. 기관총요? 그것도 별로… 팔이 뻐근하긴 해요. 총소리도 뭐… 처음엔 깜짝 놀랐는데 지금은 괜찮아요. 총을 쏠 때 다른 사람들은 귀에 솜을 넣고 있는데, 그러다보면 평형감각이 좀 떨어지잖아요. 그래서 전 그냥 쏴요.”(임은경)지난해 12월 <성냥팔이…>의 주연 성소 역으로 ‘TTL 소녀’ 임은경이 발탁됐다는 발표가 나왔을 때 반응은 엇갈렸다. 연기 경험이 일천하기 짝이 없는 열아홉 소녀가 과연 초대형 영화의 주인공 연기를 소화할 수 있겠냐는 쪽과, 그동안 이정현, 정선경, 김태연 등 ‘생짜 신인’을 배우로 키워내는 데 비범함을 보여온 장 감독이니 믿어볼 만하다는 쪽이 팽팽한 논쟁을 펼쳤다. 그리고 9개월이 지난 지금, 과연 어느 쪽의 예측이 맞았을까
정말 장선우 감독이 `액션의 종합선물세트`를 만드나요?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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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은 일반인은 물론이고 영화계에서조차 ‘장선우가 감독하고 임은경이 주연한다’는 사실 정도 이외엔 거의 알려지지 않은 프로젝트다. 여기에는 제작사와 투자사가 그동안 영화의 실체를 보여주길 꺼려했다는 점뿐 아니라, 이 작품이 몇 마디로 설명해선 도통 이해할 수 없는 내용이라는 점 또한 큰 영향을 끼쳤다. 이제 막 비밀의 문을 열기 시작하는 <성냥팔이…>에 관한 궁금증은 비단 아래 다섯 가지만이 아닐 것이다. “촬영이 끝나면, 편집이 있고, 그 뒤엔 CG가 있고, 사운드도 있다”는 장선우 감독의 말대로, 영화가 완성돼감에 따라 궁금증은 더욱 다양해질 수 있다. 이 다섯개의 의문은 오히려 <성냥팔이…>에 대해 좀더 깊이있고 본질적인 질문을 던지기 위한 전초전에 불과한지도 모른다.질문1. 대체 무슨 얘기예요?“검게 결빙된 도시가 빙산처럼 떠다니는 곳, 성냥팔이 소녀, 그 소녀가 또 다시 재림했나. 눈발이 자갈처럼 쏟아지고. 소녀의 바구니
정말 장선우 감독이 `액션의 종합선물세트`를 만드나요?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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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들이 술렁거린다. “악수도 했댄다. 쪼매만 더 보자. 야, 임은경이다, 임은경!” 스러지려는 여름의 빛이 가득한 8월28일, 부산시 사하구 감천1동 감천화력발전소 주변은 TTL 소녀를 만나려는 10대들의 그림자로 넘실거렸다. 영화촬영이라는 말에 가슴 설레는 것은 아이들만이 아니었다. 전날 화력발전소 입구에서 진행된 촬영에서 인도에 설치된 감독 모니터를 흘끗흘끗 보며, “와, 점마들, 엔쥐냈네. 졸라 고생하네”라고 쑥덕거리면서 발걸음을 머뭇거린 것은 나이 사십을 훌쩍 넘긴 아저씨들이었다.촬영이 이뤄지고 있는 화력발전소 안쪽을 향해 연신 발돋움하는 10대들을 뒤로 하고, 촬영장으로 들어서니 발전소 건물 꼭대기에 어른거리는 검은 점들이 보였다. 촬영이 진행되는 곳은 발전소의 8층 꼭대기. 이날 촬영분은 거리에서 자신을 외면하는 사람들에게 마구잡이로 총격을 가한 성소(임은경)가 시스템의 추격을 피해 발전소 꼭대기로 올라간 뒤, 자신을 생포하려는 보위대와 대치하는 장면. 그 과정에서 성소
“와, 점마들, 졸라 고생하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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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키시마 마루호 사건을 다룬 일본영화 <아시안 블루>가 한국 시민단체에 의해 수입돼 스크린을 탄다. 광주시민연대는 이 영화를 제작사인 시네마워크로부터 무료로 들여와 오는 17일부터 21일까지 서울 사간동 아트선재센터에서 상영한다.해방 직후인 1945년 8월24일 일본은 한국에서 강제로 끌고온 강제노역자를 포함해 일본에 거주하던 한국인 4천여명을 고국으로 데려다 준다며 우키시마 마루호에 태웠다. 그러나 이 배는 항로에서 벗어나 마이즈루만 근해로 향했고, 출항 이틀만에 그곳에서 원인모를 폭발과 함께 침몰했다. 일본정부 발표로 594명이 숨진 이 사건에 대해 일본이 일부러 침몰시킨 게 아니냐는 의혹이 컸지만 일본 정부는 진상규명을 외면했다. 사건의 유족과 생존자들이 92년 일본 교토지방법원에 손해배상 소송을 냈고, 일본정부에 일부 배상책임이 있음을 인정하는 판결이 지난 8월13일 선고돼 우키시마 마루호 사건은 다시 한번 관심을 끌게 됐다.영화 <아시안 블루>는 지난
`우키시마호` 사건 진실은 숨었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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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단한 일 아닙니까. 올해의 한국 콘텐츠상이라도 만들어줘야 할 거 같아요. 미국에 제대로 진출한 한국 문화상품 1호라고 봐야죠. 영화야 찔끔찔끔 갔지 메이저로 푼 적이 있나요. 완성도요? 훌륭하잖아요. 현지 시장의 정서도 잘 담았고.”최근 열린 3D(3차원) 애니메이션 <큐빅스> 시사회 직후, 이를 관람했던 영화사 기획시대의 유인택 대표는 허를 찔린 듯한 표정을 지었다. <아름다운 청년 전태일> <이재수의 난> 등을 만든 그가 허튼 소리를 할 리는 없다. 말하자면, <큐빅스>는 `마른 하늘에 날벼락'처럼 나타난 국산 애니메이션이다. 지난 8월 중순 미국 공중파 <키즈워너브러더스>를 통해 방송을 시작했는데, 이 채널의 프로그램 가운데 일본의 세계적 히트 상품 <포켓몬> 다음으로 2위를 기록하고 있다. 남자아이들 사이에서는 이미 1위를 차지했다.<큐빅스>, 국산품 맞나?20분짜리 텔레비전 시리즈인 <큐빅스
국산 <큐빅스> 미국서 대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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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9년에 기획을 시작해 작품 컨셉과 캐릭터 개발을 모두 끝낸 차기작 <아쿠아 키즈>가 <큐빅스>의 히트를 이어갈 준비를 하고 있다. <큐빅스> 제작진과는 별도로 팀이 구성돼 진행중인데, 작품의 배경은 마찬가지로 미래다. 공해로 인한 온실효과로 남극의 얼음덩어리가 녹아내리면서 땅이 귀해지고 사람들의 생활은 해상 중심으로 바뀐다. 새 로봇 아이디어는 이런 설정에서 나왔다. 평소에는 사람을 장난감처럼 따라다니는 로봇이 물을 만나면 `주인'의 잠수복으로 변신한다(그림). 변신 로봇이긴 한데 인간과 합체가 된다는 점이나 생활의 도구라는 점에서 친근감이 느껴진다. 또 연출까지 국내 인력이 맡고 있어서 `국산화' 비율은 100% 가까이 올라갈 것으로 보인다.시네픽스는 이 작품에 이은 제3프로젝트도 개발중이다. 시네픽스는 “<아쿠아 키즈>의 컨셉도 처음 공개하는 것”이라며 “모방의 위험이 있어 <위니 미니>(가제)의 윤곽까지 밝히기는 곤란하다”
차기작 `아쿠아 키즈`도 심상찮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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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의 백인들은 틀림없이 미국의 흑인음악을 미국의 백인들보다 더 잘 받아들인 것 같아 보인다. 미국의 백인들이 감탄과 경멸감이 섞인 방식으로 흑인음악을 받아들이고 모방했다면, 영국의 백인들은 약간은 숭배하는 방식으로 받아들였다. 실제로 60년대 모드족 가운데에는 제임스 브라운을 실제로 숭배하는 사람들이 있었다.그 숭배는 기본적으로 영국의 ‘성난 젊은이’들의 허탈감이 블루스에 이입되는 방식으로 행해졌으며, 그 이입에 따라 흑인음악은 새로운 가치와 스타일을 부여받게 된다. 그 전통이 깊어서 그런지 이른바 ‘애시드 재즈’ 같은 최근의 장르를 통해서도 영국식의 ‘이입법’은 상당한 힘을 발휘한다. 그 방식은 늘 흑인음악을 ‘내 것’이라고 거짓말하는 미국사람들과는 달리, 흑인음악에 ‘힘을 더 실어주는’ 방식이다. 그 숭배/거리두기와 이입의 변증법이 영국에서 벌어지는 흑인음악 실험이 미국 본토에서보다 역동적인 무엇이 되도록 한다.이번에 새 앨범 <A Funk Odyssey>을 낸 자미
검은 그루브, 흰 제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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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락희맨쇼>‘뒤숭숭한 세상, 마음껏 웃을 수 있는 연극’을 표방하고 지난 1999년 연우무대가 초연했던 작품. 당시 젊은 연극인들의 재치가 돋보이는 작품으로 인정을 받았으며, 늘 쫓기며 사는 현대인의 전형 ‘나다’와 삶 본래의 여유를 지니고 있는 ‘너두’가 일상을 엮어나가는 이야기다. 천상의 마법주 ‘참이슬소주’를 마시고 슈퍼맨으로 변신한다는 등 만화적인 발상으로 가득 차 있다. 극 중간중간 ‘락희맨’들이 등장해 고달픈 인생에 대한 위로차 막간 쇼를 연다. 고선웅 작, 최우진 연출. 황택하, 오오영 등 출연.<이상은·어어부 프로젝트 ‘가을용 구름’>폴리미디어씨어터/ 9월15, 16일 7시30분/ 좋은콘서트/ 1588-7890어떻게 보면 비슷하고 어떻게 보면 전혀 다른 두 음악가, 이상은과 어어부 프로젝트가 마련하는 조인트공연. 이상은이 상처를 치유하는 노래를 한다면, 어어부 프로젝트는 비수를 품은 듯한 음악을 한다는 점에서 다르지만, 두 아티스트 모두 동양적
공연... <락희맨쇼><이상은·어어부 프로젝트 `가을용 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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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Diddy & The Bad Boy Family>
노터리어스 B.I.G, 페이스 에반스, 크레이그 맥 등을 배출한 배드보이 엔터테인먼트를 세운 사업가이며 머라이어 캐리, TLC 등의 음반에 참가한 프로듀서, <I’ll Be Missing You> 이후 래퍼로서도 성공을 거둔 퍼프 대디가 피 디디로 이름을 바꾸고 낸 첫 음반. 페이스 에반스, 칼 토머스, 블랙 롭, 지 뎁, 마크 커리 등 배드보이 사단의 식구들이 총출동했다. ‘샘플링의 천재’라는 평가처럼 여전히 앨런 파슨스 프로젝트의 <Sir.ius>, 알 그린의 <Love & Happiness> 등을 세련되게 샘플링한 곡들도 실려 있고, 자신의 사운드를 정련시키려 노력한 흔적이 엿보이는 음반.
음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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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성의 약속블랙홀과 우주론 연구로 세계적인 명성을 얻은 파리 뫼동 천문대의 천체물리학자 장 피에르 뤼미네가 쓴 첫 번째 장편소설. 1761년과 69년 금성이 태양면을 통과하는 과정을 관측하기 위해 천문학자들이 전세계로 퍼져나갔던 천문학사의 대사건을 배경으로 그려낸 ‘열정적’인 과학모험담. 선의의 경쟁자이며 절친한 친구, 한 여자를 동시에 사랑하는 연적인 랄랑드와 르 장티, 샤프는 영국해군의 폭탄, 러시아의 혹독한 겨울, 멕시코의 티푸스와 맞싸우며 ‘우주적 만남’의 현장에 동참한다. 근대를 가능하게 했던 과학, 모든 것이 뒤집히던 격동의 역사, 흥미로운 픽션을 적절하게 배합한 지적인 소설이다.타고난 지능 만들어지는 지능사이언티픽 아메리칸 편/ 궁리 펴냄/ 1만원<타고난 지능 만들어지는 지능>은 각 분야의 전문가들이 인간, 동물, 기계, 외계생물편으로 나누어 ‘지능을 결정하는 것은 유전인가 환경인가’, ‘머리를 좋게 하는 약물을 찾아서’, ‘동물도 사유를 하는가’, ‘말하는
책... <금성의 약속> <타고난 지능 만들어지는 지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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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작. The End. 이 영화의 오프닝은 도어즈의 <The End>, 끝이다. 끝이 시작인 영화다. 터질 듯한 살인에의 욕정과 혼돈, 습기와 광기의 상징인 야자수들의 느린 흔들림. 그 야자수의 정글 안에 숨겨진, 사랑과 돌봄의 인간성과 작별을 고하고 살육과 광기의 세계로 진입하는 신의 아이들의 놀이가 어디까지 가는지, 그 끝이 어디인지 엿보기 위해 날아다니는, 파리와도 같은 헬리콥터들. 이윽고 불이 지펴진다. 야자수들은 화염에 휩싸인다. 네이팜 탄. 이미 영화의 시작에서부터 관객의 얼굴을 붉게 물들이는 화염과 함께 도어스의 <The End>는 고조되면서 이 영화가 끝에 관한 영화임을 알려준다. 종말은 먼 미래가 아니라 바로 지금이다. 종말이 맨 처음에 미리 와 있다.종말은 희망이 아니라 정글 속에 들어 있는 끔찍한 전쟁 지옥에 와 있다. 짐 모리슨은 영화의 맨 처음에 “This is the end”(여기가 끝이야)라고 말한다. 프랜시스 포드 코폴라식 인사법이
영화음악 <지옥의 묵시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