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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d Life Goes On 1992년, 감독 압바스 키아로스타미출연 파르헤드 케라만드<EBS> 10월20일(토) 밤 10시개인적으로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를 다시 보고 가슴 찡했다. 지금쯤 이란과 가까운 어딘가에서 비슷한 일이 진행되고 있는 것은 아닐까 하는 생각에. <그리고 삶은 계속된다>는 압바스 키아로스타미 감독의 ‘이란 북부 3부작’ 중 한편이다. 영화는 감독의 전작 <내 친구의 집은 어디인가>(1987)의 허구성을 슬쩍 허무는 방식을 취하면서 이야기를 진행한다. 폐허가 된 이란 곳곳을 돌아다니는 감독의 시선을 통해 현실의 피폐함, 그리고 전작에 출연했던 아이들의 성장담을 병치해놓는 거다. 궁극적으로 키아로스타미는 영화만들기의 ‘윤리학’을 친절하게 스크린에 풀어놓는 특유의 솜씨를 발휘하고 있다.<그리고 삶은 계속된다>에는 어느 아버지와 아들이 등장한다. 이들이 길 위에서 보내는 시간이 영화의 전부다. 이란 북부에서 대
폐허의 삶, 그 이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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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ywhere But Here 1999년, 감독 웨인왕 출연 수잔 서랜던 <HBO> 10월20일(토) 오전 9시40분이 어머니의 꿈은 정말 단순하다. 너무나 간단할 지경이다. 그런데 문제는 그것이 이루어지기 무척 힘든 것이라는 점. 딸아이가 배우 오디션을 받고, 스타의 길을 걸어가는 것이 어머니의 꿈이다. 고급 승용차를 타고, 사람들에게 대접받겠다는 욕심은 꿈의 일부분일 따름이다. 막상 딸은 어떨까? 어머니의 비현실적인 꿈을 어이없게 생각하지만, 그렇다고 완벽하게 그녀를 무시할 수도 없는 노릇이다. <여기보다 어딘가에>에서 수잔 서랜던과 내털리 포트먼은 전형적인 ‘모녀’관계를 뒤집어 역전시킨다. 그런데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철없는 어머니가 막무가내로 고집을 피우는 것도 아니다. 자신이 걸어왔던 길, 즉 “아무것도 아닌 마을에서 아무것도 아닌 여자로서” 살아왔던 인생을 딸에게 유전시키고 싶지 않다는 게 그녀의 바람인 것. <여기보다 어딘가에>는 <
케이블영화 <여기보다 어딘가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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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처음으로 제시카 알바라는 이름을 알게 된 경위는, 순전히 데본 사와의 이름만 믿고 간 영화 <크레이지 핸드>(Idle Hands)였다. 그 와중에 정말로, 눈에 띄는 인물이 있었으니, 바로 제시카 알바였다. 한마디로 제시카 알바의 역은 ‘예쁘고 골 빈’ 여학생이었는데, 꺄악, 너무도 귀여웠다! 헤퍼 보이는 귀여운 미소, 짧아 보이지만 늘씬늘씬한 몸매. 왜 주인공이 목숨걸고 보호해야 하는지 당위성을 따로 설명할 필요가 없었다. 한동안 잊고 있다가, 미국 사는 친구가 제시카 알바 이야기를 꺼내서 다시 기억이 났다. 바로 TV시리즈 <다크 엔젤>의 주인공이라는 것이었다. 내가 소문으로만 들은 <다크 엔젤> 주인공은 날아다니고 때리고 부수고 난리가 아니던데? 그 친구가 테이프를 보내줘서 봤는데, 아, 멋있었다. 내가 알던 예쁘고 골 빈 아가씨는 어느 사이에 예쁘고 매력적인 아가씨로 변해 있었다.가까운 미래. 전사를 양성하려는 목적 아래 유전자 조합으로
제3등국 여전사의 투쟁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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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대를 닮은 광고’들이 10대란 과녁을 향해 힘차게 활시위를 당기고 있다. 이동통신시장에 뛰어든 10대전용브랜드인 팅(ting), 비기(Bigi), 카이홀맨 등의 CF다. 011이니 016이니 018이니 019니 하는 숫자브랜드에 안주해 있는 휴대폰 사용자는 이제 ‘부시맨’ 같은 존재일지 모른다. 1823세대를 겨냥한 TTL, Na, 카이 등이 어느덧 이동통신을 대표하는 범용 브랜드로 자리를 잡았으며, 여성전용브랜드에 이어 10대만을 위한 브랜드마저 탄생하는 시대가 도래했기 때문이다.현존하는 젊은 감수성의 자장은 TTL를 비롯한 1823세대 이동통신브랜드 광고가 이미 충분히 포괄해왔다고 여겼다. 그런데 그게 전부가 아니었나보다. 팅, 비기, 카이홀맨 등 이름부터 경쾌하고 발랄한 10대 브랜드의 광고가 ‘이제부터 시작이야’를 외치며 본격적으로 ‘틴’문화를 얘기하기 시작했다. 10대를 관통해 지금 이 나이에 와 있는 게 분명할 터인데 그때 그 시절의 감성을 되새기는 일이 쉽지 않아졌
10대를 향해 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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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10일 누벨바그 출신의 노장감독 자크 리베트의 <알게 되리라>(Va Savoir)가 개봉되었다. 이는 올해 같이 칸영화제에 초대되었던 고다르의 <사랑의 찬가>, 칸영화제에서 제외돼 논란을 일으켰다가 결국 베니스영화제에 초대됐던 로메르 감독의 <영국여인과 공작>에 뒤이은 누벨바그 출신 노장감독의 세 번째 개봉작이 된다.여기에 차이밍량 감독의 누벨바그, 특히 트뤼포 감독에 대한 존경이 저변에 깔린 작품이자, 트뤼포 감독의 영화적 분신이었던 의 장피에르 레오가 우정출연한 <거기 지금 몇시니?>가 같은 시기 개봉해 새삼 누벨바그에 대한 논의를 열어주었다.집단적인 운동으로서의 누벨바그는 60년대 초에 사라졌지만 그 구성원이었던 감독들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으로 비평가들을 가장 놀라게 해주는 작품들을 2∼3년에 하나씩 발표하고 있다. 여기에 정치적으로나 미학적으로나 여전히 가장 혁명적인 영화를 계속 만들고 있는 노익장 장 마리 스트롭과 다니엘
[파리통신] 거장의 `이유있는` 가벼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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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를 보는 것만으로도 행복해질 수 있을까? 홈페이지 곳곳에 ‘행복’이라는 단어가 유독 눈에 띄는 사이트가 있다. 영화 <아멜리에>의 홈페이지가 그 주인공.행복과 잘 어울리는 음악인 왈츠가 흐르는 이곳에 오면 <델리카트슨> <잃어버린 아이들의 도시> <에이리언4>로 이미 우리에게 낯익은 감독 장 피에르 주네가 선사하는 영화 <아멜리에>의 이모저모를 만날 수 있다.등장인물들이 좋아하는 것과 싫어하는 것, 아멜리에가 되기 위한 행복전략, 영화를 백배 즐기기 위한 6가지 방법 등이 담겨 있는 All about Amelie는 그야말로 아멜리에에 대해 속속들이 알 수 있는 코너. 이 외에 영화에 대한 전반적인 얘기가 소개되어 있는 Amelie’s Story 코너와 스틸, O.S.T, 예고편 등으로 꾸며진 Amelie’s 보물상자 코너도 있고 장 피에르 주네에 대한 설명도 준비되어 있다. 이벤트 코너는 현재 5번째 이벤트까지 모두 종료된 상
<아멜리에> 홈페이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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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웅본색>에서 <첩혈쌍웅>으로 이어지는 주윤발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치밀한 전개니 심오한 주제니 하는 건 필요없었다. 쉴새없이 쏟아지는 총알과 발레를 연상시키는 우아한 모습으로 그 많은 총알을 다 피하는 고독한 남자. 어울리든 말든 검은 트렌치 코트에 성냥을 물고 다니는 게 대대적인 유행이었다. 하지만 아무리 멋지게 담뱃불을 붙여도 현실은 합성된 누드 사진만큼 어색하고 초라하다. 영화는 그렇게 우리를 약올렸다. 현실이 얼마나 참을 수 없이 재미없고 지루한지 조잘조잘 떠들어대놓고 자신은 화면 건너 저편에서 우아하고 여유있는 모습으로 미소를 짓는다.게임은 영화를 넘어선다. 게임을 하면 전부 내 일처럼 느껴진다. 용이 불을 뿜고 로봇 전사가 활보하는 세계가 당연하게 여겨진다. 마우스를 딸깍대는 건 스텔스를 켜고 적의 움직임을 탐색하는 거고, 키보드를 누르는 건 멋지게 한 바퀴 굴러 소음총을 겨냥하는 것이다.3D 액션 어드벤처 게임 <맥스 페인>은 펄프 컬
마우스만 쥐면 영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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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땅에 사는 필리핀인이 필리핀 동포들의 자본을 모아 할리우드에서 찍은 영화는 ‘필리핀영화’일까 ‘할리우드영화’일까. “나의 영화는 할리우드영화”를 당당히 내세우는 한 필리핀-아메리칸 영화 청년의 씩씩한 행보가 이곳 영화 관객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서른살 동갑내기인 진 카자욘 감독과 작가 존 마날 카스트로 콤비가 만든 <데뷰>는 지난 10월5일부터 LA의 6개 극장에서 상영중인 코미디영화다. 전통적인 필리핀 이민 가족으로서의 자신을 혐오하는 한 고교 졸업생이 동생의 18번째 생일파티를 치르면서 미국인이 되고 싶어하는 자신과 부모세대의 갈등을 통해 자신의 정체성을 되돌아본다는 내용이다. 필리핀 전통 대나무 춤과 힙합 댄스가 교차하고, UCLA 메디칼 스쿨에 장학생으로 아들을 보내고 싶어하는 아버지의 바람과 칼 아츠에서 애니메이션을 전공하고 싶어하는 아들의 소원이 엇갈리는 영화는 이곳에서 거의 접할 기회가 없었던 필리핀-아메리칸들의 삶의 모습을 유쾌하게 그린 작품으로 좋은 평
[LA통신] 필리핀 피가 자랑스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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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엔 한편의 시로 시작해 보자. ‘다시 너니? 그토록 요란스레/ 올라와서 다시 푸르게 하는/ 이 도래가 내겐 전혀/ 가능해 보이지가 않았거든. 다시 너니? 대지가 죽은 생명과/ 새로운 생명으로 너의 가슴을 살찌우는 동안/ 네 가슴은 그토록 대책없이/ 터지도록 자라나는구나. 다시 너니? 이름 모를 무덤 위에/ 참호의 흙덩이 위에/ 꽃을 피우며. 피로 얼룩진 이 조국에/ 그 형형색색의 형상을 만드는 자가?/ 다시 너, 봄이니?’ 조금 더 감상적이긴 하지만, 이상화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를 연상시키는 이 시는 스페인의 유명한 시인 라파엘 알베르티가 쓴 이라는 제목의 작품이다.제목에서 드러나듯 스페인 내전을 소재로 한 이 시는, 모 유명 학원강사의 방식으로 해석하자면, 참혹한 전쟁 속에서의 희망을 봄을 통해 노래한 작품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빼앗긴 들에도 봄은 오는가>와 달리 이 시가 내포하고 있는 전쟁의 참혹함이 전혀 느껴지지 않는 것은 아마도 우리
게르니카의 들녘에 봄은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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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영, 조승우 주연의 <후아유>의 제작발표회가 지난 10월 9일 여의도 63빌딩 컨벤션센터에서 열렸다.
<바이준>의 최호 감독이 메가폰을 잡은 <후아유>는 명필름과 화이트의 합작영화사인 디엔딩닷컴의 창립작품.
이나영과 조승우가 각각 수족관 다이버와 게임기획자로 분하는 감성멜로 <후아유>의 촬영은 60% 이상이 63빌딩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후아유> 당신, 누구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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홍승우의 비빔툰 3권 <다운이에게 동생이 생겼어요>가 출간되었다. <한겨레>에 연재되고 있는 홍승우의 <비빔툰>은 1, 2권의 단행본을 내면서 팬층을 넓게 확보해왔고, 최근 <아스테릭스>를 시작으로 만화 출판에 뛰어든 문학과지성사의 첫 창작만화 출간이라는 점에서도 큰 주목을 끌고 있다.<다운이에게…>는 1, 2권과 마찬가지로 <한겨레>에 연재되고 있는 작품들을 모은 것으로, 약간의 편집과 더불어 새롭게 그린 만화들을 흑백으로 배치해 신문 속에서 미처 다 못한 이야기들을 함께 전하고 있다. 지난 2권에서는 지나치게 작은 그림으로 편집해 가독성이 떨어졌는데, 이번에는 신문보다 큰 구성의 그림을 배치해, 시원하게 보는 맛을 더했다.이야기는 회사원 정보통 대리의 집안에 다운이의 동생 겨운이가 들어서면서 더욱 활기차게 진행된다. 전편에 비해 정보통 대리의 역할은 줄어들고, 부인 활미씨와 두 아이의 이야기가 중심을 형성한다. 전형
홍승우의 비빔툼 3권 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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홀어머니와 컨테이너 집에 살면서 보트를 빌려주는 걸로 생계를 유지하는 중학생 스미다. 그는 철저하게 보통 사람으로, <두더지>처럼 땅 속에 엎드려 지내고 싶다. 그리고 아무런 재능도 없는 주제에 자신이 무언가 될 거라고 믿으며 이상을 향해 달려가는 녀석들을 용서할 수 없다. 정말로 진실되게 만화가의 꿈으로 다가가는 키이치를 보며 감동을 받기도 하지만, 그래도 자신은 외친다. “난 승부 따위 하지 않아. 꿈이라는 링 위에 오를 생각은 눈곱만큼도 없다. 나는 일생 누구에게도 피해를 주지 않겠다고 맹세해. 그러니 누구도 내게 피해를 입히지 말아 줘!”쓰다쓴 일상 속으로 침잠하는 젊음후루야 미노루의 청춘만화가 제3라운드에 접어들었다. <크레이지 군단> <그린 힐>을 이어 <두더지>. 이들은 연작이라고 할 만큼 비슷한 면모를 지니고 있다. 주인공은 왕따 학생, 변태 아저씨, 원조교제 소녀, 소매치기, 가출소년과 같은 사회적 마이너리티이고, 한 줄기로
유머의 탈을 쓴 청춘의 불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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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화가 성공적인 미디어 콘텐츠 상품이 될 확률은 어느 정도나 될까? 일단 세계에서 가장 활발하게 만화가 애니메이션으로 제작되고 있는 일본을 예로 들어보자. 일본에서는 한해 대략 2천편 정도의 TV와 비디오용 상업애니메이션이 제작된다. TV시리즈가 일반적으로 13화에서 26화 정도에 완결되고, OVA의 편수를 감안해 한 작품당 20화 정도로 나누면 대략 100여개 정도의 작품이 만들어진다. <포케몬> <철권>처럼 게임에서 <성계의 문장> <은하영웅전설>처럼 소설 등에서 비롯되는 것도 꽤 많아지는 추세긴 하지만, 역시 아직까지 애니메이션의 원천지는 만화다. 따라서 약 60여개 작품은 원작자에 만화가의 이름이 실린다고 봐야 할 것이다.‘만화왕국’ 일본에서는 한해 6천편 정도의 만화가 나온다. 그중에서 재미와 그림실력을 인정받아야만 잡지에도 실리는데, 그 만화들도 다시 100 대 1의 경쟁을 통과해야만 애니메이션의 원작이 되는 축복(?)을 받을 수
99%의 거름, 1%의 씨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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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lena 2000년, 감독 쥬세페 토르나토레
출연 모니카 벨루치, 쥬세페 술파로
자막 영어, 한국어, 스페인
화면포맷 아나모픽
오디오 DTS, 돌비 디지털 5.1
순수하면서도 관능적인 아름다움을 지닌 모니카 벨루치 주연의 유머러스한 작품. 2차 세계대전에 휩싸인 이탈리아 지중해의 한 작은 마을을 배경으로 전쟁의 끔찍함과 남자들의 음탕한 성욕 등을 아름답게 담아냈다. 영화음악의 거장 엔니오 모리코네의 서정적인 음악을 DTS로 듣는 맛이 남다르다. DTS뿐만 아니라 돌비 디지털 5.1도 함께 지원한다. 출연진과 제작진 소개, 예고편, 제작 과정 등이 서플로 제공한다.
말레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