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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출 경력이 많지 않은 감독을 보통 신인감독이라고 한다. 이를테면 몇몇 영화제에서 신인감독상 후보 요건으로 ‘연출 작품 몇편 이내’라고 못을 박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하지만 흔히 신인감독이라는 말을 데뷔감독을 통칭하는 의미로 쓰기도 한다. 그러다보니 영화 제작현장에서 십 수년 동안 일을 해도 자기 작품 연출 경력이 없으면 신인감독이고, 나이가 중년이어도 처음 작품을 만들었으면 신인감독으로 구분한다. 또 대학을 갓 졸업하고 바로 작품을 만들어도 똑같이 신인감독으로 불리는 것이다.영화계에서는 대체로 신인감독을 보는 눈이 두 가지다. 뭔가 ‘사고’를 칠지 모른다는 기대이거나 장편 작품으로 검증된 바 없다는 우려다. 그래도 나는 우려보다는 기대가 많은 편이다. 신인감독들의 작품에서는 설사 결과적으로는 작품 속에 잘 녹여내지 못했더라도 창의적인 상상력이나, 도발적인 시도, 야심만만한 패기를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수년 동안 등장한 신인감독들의 데뷔작은 두루 살펴보면 형식이든 내용이든 흥행
20대 감독이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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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서울의 거리 중에서 광화문이 좋다. 20대의 한 시절, 미래가 불안하니 서로 매일 만나 붙어다니던 여자친구들과 밤늦도록 헤어지질 못하고 서성이던 거리. 세종문화회관 계단이나 분수대 옆 나무의자, 교보문고의 시집코너나 지금은 사라지고 없는 양지다방, 시립미술관으로 변한 서울고등학교 운동장이나 미리내 분식점, 무심히 안을 들여다보던 꽃집과 공중전화부스와 83-1번이 서던 버스정류장.세월과 함께 추억 속으로 아슴하게 밀려나던 광화문 거리를 요즘 다시 자주 찾게 된 것은 광화문에 극장이 생겨서다. <부에나비스타 소셜클럽> 같은 멋진 영화를 내가 좋아하는 거리에서 볼 수 있었으니. 지난해 12월에 일 때문에 이광모 감독을 만날 기회가 있었는데 그가 카드를 한장 주었다. 멋도 모르고 받았는데 자세히 읽어보니 그 카드를 소지한 사람과 동반자 한명이 영화를 무료관람 할 수 있게 돼 있는 카드였다. 선뜻 카드를 받은 게 진심으로 미안했다. 씨네큐브에 영화를 보러 갈 적마다 빈 좌석이
불행도, 나의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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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어쩔 수 없이 닥치는 대로 보게 되는 영화들이 있다. 하는 일과 상관있는 영화들로서 주로 시사회를 통해서 보게 된다. 체질적으로 영화 보기를 중간에 그만둬버리지는 않는 성격이고, 그나마 휴대폰 꺼놓고 누구로부터도 방해받지 않는 혼자만의 휴식시간 같기도 하고, 어떤 영화라도 음미할 만한 약간의 미덕은 지니고 있다는 생각에서 시작부터 시시한 느낌이 들더라도 끝까지 있어본다. 기대없이 보기 시작했다가 몰입할 만한 근사한 영화라도 만나면 그날은 이른바 횡재라도 한 듯 흐뭇하고 뿌듯하다. 그런데 거슬러 올라가보면 영화일에 종사하기 이전에도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영화를 보는 ‘행사’들은 꽤 있었다. 학창 시절에 단체관람이라는 이름 아래 본 그렇고 그런 영화들이 가끔씩 떠오르면 쓴웃음이 난다.
대학교 일학년 때의 교련시간이었다. 비가 와서인지 원래 그런 프로그램이 있었던 것인지는 잘 기억나지 않지만 영화를 보여준다고 대형강의실에 모여서 영화를 한편 보게 되었다. 강의실 문
우수반공영화상의 아이러니, <짝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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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계천 황학동에 가면 마치 내가 인디아나 존스가 되어 고대유적지를 탐험하는 듯한 느낌이 들곤 한다. 양복에서 양말까지 없는 옷들이 없고, 돌돌 말아져서 팔리는 고미술품들 하며 각종 액세서리에다 귀하디 귀한 LP판들까지 진귀한 옛 물건들로 가득한 황학동에서 특히 나의 관심을 끄는 것은 헌 비디오 테이프들이다. 황학동 바깥쪽 큰길가에 쭉 늘어선 비디오 가게들은 새로 나온 비디오에서부터 헌 비디오까지 다양한 영화들로 가득한데 가게마다 바깥쪽에 온갖 먼지가 가득한 채 버려두다시피 한 테이프들이 있다.대개 4개에 2천원에서부터 어떤 것은 3개에 1천원까지 파격적인 가격에 거래되곤 하는데, 가게 주인들이 오래되고 유명하지 않다는 이유로 싼값에 내놓은 것이다. 이런 테이프들은 옛날 에로영화에서부터 출처불분명한 액션영화들 그리고 다수의 홍콩영화들이 대부분이지만, 열심히 먼지를 닦아가며 찾다보면 귀하디 귀한 보물들을 발견할 때가 있다. 그것은 가격 대 성능비의 경제적인 가치평가보다는 남들이 쉽게 지
어눌하다, 그러나 섬뜩했다 <비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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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민담에는 ‘소원 성취’에 관한 재미난 이야기가 많다. 어떤 질투꾼 농부 이야기도 그중의 하나이다. 한 마을에 시기심 많은 농부가 살았는데, 하루는 그에게 신이 나타나 말한다. “네 소원이 무엇이냐? 하나만 말하라. 내가 이루게 하리라.” 돈벼락? 하루 종일 달려도 끝이 안 보일 넓은 밭과 나귀 100마리? 아니다. 농부는 한참 생각하다가 대답한다. “하느님, 우리 동네 사람들 눈을 하나씩 빼서 모두 애꾸가 되게 해주십시오.” 이 농부에게는 무엇을 얻느냐가 소원이 아니라 남들이 가진 것을 어떻게 박탈하는가가 소원이다. 차르시대 러시아 농사꾼들의 심성을 마비시킨 ‘질투의 문화’를 슬쩍 엿보게 하는 대목이다.이런 것도 있다. 이번에는 가난한 농사꾼 부부에게 신이 나타나 소원 세 가지를 말하라고 제안한다. 밥짓던 아내가 냉큼 대답한다. “하느님, 소시지 못 먹어본 지가 오랩니다. 소시지가 소원입니다요.” 그 말을 듣고 있던 남편은 불쑥 화가 치민다. 모처럼 찾아온 기회인데, 저 여편
천사가 그대에게 묻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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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빛과 카리스마에 있어 둘째라면 서러울 두 배우가 한 영화에서 격돌한다. 조재현과 최민수. 이들이 <결혼이야기> <북경반점>의 김의석 감독이 연출하는 ‘무협액션 블록버스터’ <청풍명월>에 나란히 캐스팅됐다. <동감>의 화이트리엔터테인먼트가 제작하는 <청풍명월>은 인조반정이라는 혼돈의 시대를 배경으로, 불운한 역사 속에서 칼부림을 하며 마주할 수 밖에 없었던 두 무사를 스펙타클하게 조명하는 영화. 비운의 운명을 선택받은 외로운 두 남자의 슬픈 이야기이다. 제작사의 설명에 따르면, ‘청풍명월’은 ‘태평성세를 바라는 백성들의 바램으로 결성된 조선시대 엘리트 무관 양성소’라고. 청풍명월이라는 글귀가 새겨진 칼, 청풍명월도는 임금이 청풍명월 부대원에게 내린 칼로, 격동적인 인조반정 사건 전후에 줄곤 날선 빛을 발한다. 이 영화는 올 4월 크랭크인하여 2003년 개봉할 예정이다. 드라마 <피아노>, 영화 <나쁜 남자>
광기어린 칼잡이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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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도 조폭 열기는 사그라지지 않을 것 같다. 게다가 한명이 아니라 둘, 게다가 형제 조폭이다. 형제 조폭영화 <패밀리>에 김민종과 윤다훈이 캐스팅됐다. 목포 출신으로 정통 엘리트 깡패 코스를 밟으며 승승장구해온 형제 조폭이 인천지역을 평정하기 위해 뜨지만 뜻밖에 토착세력인 인천의 룸살롱 ‘패밀리아’의 반격이 만만치 않다. 윤다훈이 형, 김민종이 동생조폭으로 분하며, 그들과 대결을 벌이는 룸살롱 패밀리아의 ‘깡 있는’ 마담 역엔 황신혜가 캐스팅됐다. 남자 대 여자, 조폭 대 룸살롱 마담의 대결구도를 통해 코믹함을 선사하겠다는 것이 <패밀리>의 각오다. 감독은 영화아카데미8기 출신이자 MBC 시트콤 <테마게임> <해바라기> 작가 등을 거친 최진원 감독. 감독이 직접 시나리오를 썼으며, 액션보다는 코미디에 무게중심을 둘 것이라고. 매니지먼트 회사였던 배우마을의 영화사 창립작품이며, 3월쯤 인천에서 촬영을 시작한다.
형제 조폭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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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존인물 연기? 다큐멘터리를 찍은 게 아니다”"Happy Birthday” 하며 인사를 건네자 “나도 까먹고 있었는데 고마워요”하며 큰 미소를 지어 보인다. <뷰티풀 마인드>의 개봉과 리안 감독의 <헐크> 촬영까지 생일조차 잊을 만큼 바쁜 스케줄 때문에 LA에서 따로 인터뷰를 진행한 제니퍼 코넬리는 11살에 <원스 어폰 어 타임 인 아메리카>로 데뷔하여 소년들의 심장을 훔쳐갔던 하이틴 스타로 활동하다 이후 약간의 공백을 가졌고 <레퀴엠>을 발판으로 제2의 전성기를 맞은 듯했다.-현존하는 실제 인물을 연기했는데 평소보다 더 힘들지는 않았나.=처음엔 실제 알리샤도 만나고, 머리도 악센트도 똑같이 해야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론(감독)은 “제니퍼, 우리는 다큐멘터리를 만드는 게 아니야. <뷰티풀 마인드> 버전 알리샤를 표현해줘요”라고 했다. 결국 내가 만난 알리샤의 느낌에서 그 에센스만 뽑아내게 되었다.-실제 알리샤를 만났을 때 느낌
<뷰티풀 마인드>의 `제니퍼 코넬리`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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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지현, 내추럴 본 치어리더? 광고전문 인터넷 방송이 지난 1월2일부터 8일까지 네티즌을 상대로 ‘월드컵에서 한국팀의 치어리더로 활약하면 어울릴 것 같은 연예인’을 물은 설문조사에서 전지현이 1위를 차지했다. 전체 응답자 4070명 가운데 절반이 넘는 2422명(59.51%)의 압도적 지지를 등에 업고서. 전지현이 선택된 데는 지난해 여름 <엽기적인 그녀>에서 ‘터프한 엽기녀’ 인상이 네티즌의 뇌리를 강타한 때문일 듯. 580명의 지지를 얻은 김현주가 2위, 330명의 지지를 얻은 김민희가 3위를 차지했다.
내가 응원하면 다 이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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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 분장하고 스타벅스 갔더니 자리를 양보했다”"내 `자살성 흡연`에 이의를 제기할 사람 있소?” 길게 곱슬진 머리에 다소 육중해진 몸집으로 성킁성큼 걸어 들어온 러셀 크로는 의례적인 인사말 대신 담배에 대한 선언에 가까운 양해를 구하는 것으로 대화를 시작했다. 존 내시의 예민함과 막시무스의 기백을 동시에 품고 있는 이 서른여덟의 배우는 질문의 의도가 명확지 않은 경우엔 역질문을 던져 취재진을 당황시키기도 했고 대답할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는 질문에는 과감하게 `다음!`을 외쳤다.-존 내시를 직접 만났었나.=일부러 만나고자 했던 건 아니고 그가 세트로 찾아와서 보게 되었다. 한 15분쯤? 그 시간도 우리는 단 하나의 질문과 대답을 나누었을 뿐이다. 나는 단지 “커피나 차 중에 뭘 마시겠냐”고 물었고, 그가 대답을 마치는 데는 15분 넘게 걸렸다. “만약 내가 커피를 먹겠다면 블랙인지 크림과 설탕을 넣을 건지, 블랙이라면 어디서 만든 커피인지, 또 크림과 설탕을 넣을 거라면 그것이 어
<뷰티풀 마인드>의 `러셀 크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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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운드 오브 뮤직> <웨스트 사이드 스토리>를 제작·연출하고 <시민 케인>의 편집을 하기도 한 할리우드 원로 영화인 로버트 와이즈(87)가 미 엔터테인먼트 업계에 한 “역사적 공헌”을 인정받아 미국제작자협회에서 수여하는 2002년 마일스톤상 수상자로 선정됐다. “내게 그렇게 많은 기회를 준 업계에 도리어 고마울 따름이지요”라고 와이즈는 미리 수상소감을 전했다. 로버트 와이즈는 RKO사의 편집부서 심부름꾼으로 영화계에 입문했다. 커크 더글러스, 앨프리드 히치콕, 스티븐 스필버그 등이 마일스톤상의 역대수상자들. 2002년 마일스톤상 시상식은 오는 3월3일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다.
원로 영화인, 마일스톤 영예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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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고하는데, 살 좀 빼! 할리우드 제작자들이 요즘 러셀 크로만 보면 하는 이야기다. <글래디에이터> 이후 몸이 많이 불은 러셀 크로. ‘톰 크루즈, 브래드 피트 등 몸매 잘 빠진 배우들과 경쟁하려면 적어도 42파운드(약 19kg)는 감량해야 한다’는 게 그를 보는 제작자들의 의견이라고 IMDb 뉴스는 전했다. 한 영화사 관계자는 영국 일간지 <브리튼스 데일리 스타>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하기도. “러셀은 그 뱃살을 어떻게 좀 해야 한다. 로맨틱영화의 주연을 따내려면 말이다. 살을 빼든지 당분간 주연상 받을 생각을 말든지 둘 중 하나라고 영화사 사장들마다 그에게 얘기하고 있다.”
살빼거나, 혹은 떠나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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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 내시, 영화에 그려진 자기 과거를 보고 놀라더라”크리스마스를 훔쳐간 녹색괴물의 동화 <그린치>를 만든 감독의 차기작이 정신분열로 고생한 수학자라니, 조금 많이 튀었다. 그러나 TV연출로 시작해 <스플래쉬> <파 앤 어웨이> <아폴로13> 등 어떤 장르에서든지 자신만의 호흡을 잃지 않는 론 하워드는 “180도 다른 작업을 하는 것을 즐긴다”고 자신한다. 늘 착용하는 야구모자를 벗고 시원한 이마를 드러낸 그는 카랑카랑한 목소리를 가진 자신감에 넘치는 명쾌한 사람이었다.-실존인물을 기본으로 하는 작업이라 쉽지 않았겠다.=우리는 여러 방향에서 여러 스토리로 발전시켜나갔다. 정말 별별 스토리가 다 만들어졌다. 사람들은 보통 그의 정신분열이라든지 노벨상 수상이라든지 하는 데 관심을 더 많이 두는데 나와 브라이언 그래이저(프로듀서)가 흥미로워했던 건 존 내시만의 독특한 캐릭터였고 그의 삶의 방식이었다.-존 내시가 완성된 영화를 보았나.=물론이다.
<뷰티풀 마인드>의 감독 `론 하워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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찰리 신(36)이 여배우 데니스 리처즈(30)와의 결혼을 발표했다. 데니스 리처즈는 <와일드 씽> <스타쉽 트루퍼스> 등에 출연한 육감적인 할리우드 여우. 이들은 지난 1993년 <리쎌 웨폰>의 패러디영화 <로디드 웨폰1> 촬영을 하며 처음 만났다. 찰리 신은 모델인 돈나 필레와 지난 96년 이혼한 경력이 있다. 마틴 신의 아들로, 올리버 스톤의 <플래툰>에서 잊지 못할 연기를 보이며 일약 스타가 된 찰리 신. 하지만 그는 할리우드의 유명 매춘부 하이디 플라이스의 고객명단에 이름이 있는 게 밝혀지는 등 언제부턴가 영화보다는 매춘과 마약복용 등으로 얼룩진 뉴스를 제공해왔다.
찰리 쉰·데니스 리처즈 결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