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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젊어지는 영화제, 저한테 맡기세요. 열심히 할께요.”톡톡 튀는 끼와 외모로 신세대 스타의 대명사가 된 소유진이 3회 전주국제 영화제 홍보대사에 임명됐다. 개막식을 앞둔 26일 오후 5시 한국 소리문화의 전당 국제 회의장 전시실에서 열린 임명식에는 최민 영화제 조직위원장과 김완주 명예 위원장이 동참해 소유진의 홍보대사 취임을 축하했다. 이로서 영화제 기간 동안 발랄한 그녀의 모습과 목소리를 원없이 보고 듣게 됐다. 이미 소유진은 공연 일정 소개, 버스 정류장 안내, 상영관 내 규칙 등을 직접 녹음한 상태. 최민 위원장은 이 자리에서 “대안, 독립, 디지털 영화의 슬로건을 건 영화제니 만큼 소유진이 몰고 올 새로운 바람이 축제를 더욱 신선하게 할 것”이라고 위촉 이유를 밝혔고, 김완주 전주시장 역시 “전주영화제는 젊은 영화제다. 따라서 젊은 소유진의 이미지와 캐릭터가 영화제와 잘 맞아떨어지는 것 같다”며 새 홍보대사에 거는 기대를 숨기지 않았다. 두 위원장으로부터 기념품으로
[2002전주데일리]전주국제영화제 홍보대사 소유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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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요지(74)는 60년대부터 일본 독립애니메이션을 개척해온 1세대 감독. 가부장제 사회에 대한 풍자와 해학, 만화체와 실사영상, 초현실주의적인 이미지 실험을 넘나드는 독창적인 작품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온 노장이다. ‘일본 단편애니메이션’에 초청된 작품과 함께 처음 한국을 찾아온 그를, 개막식 직후에 만났다. “그림쟁이는 말이 없다. 그릴 뿐”이라는 그는, 인터뷰에서도 그림으로 많은 설명을 대신하곤 했다.좀전에 영화는 안 본다고 하면서 개막작을 안 보고 나왔는데, 영화를 안 보나.요즘은 거의 안 본다. 좋아하긴 하는데, 이제는 영화를 볼 때마다 중간에 잠이 들어 버린다. (웃음) 극장에 가면 사람이 많은데 코를 골며 자 버리니까 안 보게 된다. 애니메이션? 챙겨 본다. 애니메이션은 안 졸린다. 내가 하는 일이고, 생명이니까.애니메이션 감독보다 신문 만화가로 먼저 알려졌는데, 원래 만화를 좋아했나.출발은 그림, 회화였다. 신문만화? 돈 때문에 그렸다. (웃음) 회화는 안 팔리기
[2002전주데일리]특별기획-전주에서 만날 한국단편영화의 경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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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리 요지(74)는 60년대부터 일본 독립애니메이션을 개척해온 1세대 감독. 가부장제 사회에 대한 풍자와 해학, 만화체와 실사영상, 초현실주의적인 이미지 실험을 넘나드는 독창적인 작품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아온 노장이다. ‘일본 단편애니메이션’에 초청된 작품과 함께 처음 한국을 찾아온 그를, 개막식 직후에 만났다. “그림쟁이는 말이 없다. 그릴 뿐”이라는 그는, 인터뷰에서도 그림으로 많은 설명을 대신하곤 했다.좀전에 영화는 안 본다고 하면서 개막작을 안 보고 나왔는데, 영화를 안 보나.요즘은 거의 안 본다. 좋아하긴 하는데, 이제는 영화를 볼 때마다 중간에 잠이 들어 버린다. (웃음) 극장에 가면 사람이 많은데 코를 골며 자 버리니까 안 보게 된다. 애니메이션? 챙겨 본다. 애니메이션은 안 졸린다. 내가 하는 일이고, 생명이니까.애니메이션 감독보다 신문 만화가로 먼저 알려졌는데, 원래 만화를 좋아했나.출발은 그림, 회화였다. 신문만화? 돈 때문에 그렸다. (웃음) 회화는 안 팔리기
[2002전주데일리]일본독립애니메이션 대부 구리 요지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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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3회 전주국제영화제가 26일 김완주 명예조직위원장의 개막사와 함께 6박7일 여정의 첫걸음을 뗐다. 메인상영관인 전주 소리문화의전당에서 열린 이날 행사는 영화배우 조재현씨와 김규리씨의 사회로 진행됐으며, 전주영화제 홍보대사 소유진씨, 신상옥 감독과 임권택 감독, 이두용 감독, 이성강 감독, 문승욱 감독, 송일곤 감독, 영화배우 남궁원씨 등이 참석해 자리를 빛냈다.개막식은 풍물을 현대적으로 변형한 도깨비 스톰의 공연으로 시작돼 영화제 관계자와 초청 게스트들의 인사로 이어졌다. 조재현씨는 “전주영화제는 그 자체로 새로운 젊은 영화제”라는 서두로 전주영화제의 위상을 소개했으며, 신상옥 감독은 “영화제는 해가 가면서 발전하므로 관객 여러분의 지속적인 성원이 필요하다”며 대안영화제에 대한 관심을 부탁했다. 최민 조직위원장 역시 “우리가 마련한 성찬을 일주일 동안 골고루 맛보기 바란다”는 말로 관객에 대한 당부를 잊지 않았다. 이날 행사장에는 아쉽게도 개막작 <케이티>의 감독 사카모
[2002전주데일리]개막식 풍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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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영화는 디지털답게 보자덕진예술관이 명실공히 디지털영화 전용상영관으로 전주의 관객들을 맞는다. 지난해 디지털 프로젝터를 통해, <디지털 삼인삼색>을 필름으로 키네코하지 않고 바로 스크린에 투사했던 이 극장은 올해 디지베타부터 HD까지 여러 종류의 디지털 프로젝터를 갖췄다. 이를 바탕으로 필름의 도움 없이 촬영부터 상영까지 디지털로 마무리하는 ‘디지털의 독립’을 선언한다. 디지털로 상영되는 작품은 <아미그달라>, 올해 새로 찍은 <삼인삼색> 등 디지털 옴니버스 영화에서부터 헝가리 피테르 고타르 감독의 <패스포트>, 체코 블라디미르 미할렉의 <엔젤역 출구> 등 장편 극영화까지 모두 14편. 한편 영화제 쪽은 고사동 씨네21 극장 3개관 중 한 곳을 16㎜영화 전용상영관으로 정해 한국 단편 16㎜ 영화를 튼다.인터넷으로 영화제를 즐기자영화제 기간 동안 개·폐막식을 비롯해 관객과의 대화, 이벤트, 게스트 기자회견 등 중요 행사가
[2002전주데일리]짧은 소식들 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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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슬픔을 안고 떠나다 Leaving in Sorrow빈센트 츄 | 홍콩 | 2001 | 88분홍콩 반환 직전인 96년, 다양한 직업과 연령대의 홍콩인 7∼8명이 삶의 좌표를 찾아가는 과정을 디지털 카메라에 담았다.11:00마리 이야기 My Beatiful girl, Mari이성강 | 한국 | 2002 | 80분바닷가 외딴 소년 남우는 학교 앞 문방구에서 신비한 빛을 발하는 구슬을 손에 쥔다.그해 겨울은 따뜻했네 The Winter of the Year eas Warm배창호 | 한국 | 1984 | 86분수지는 피난길에 동생 오목을 버린다. 십여 년이 지나고 성악가가 된 수지는 남편 공장의 여공이 된 오목이 남편의 아들을 낳았다는 사실을 알고도 나서지 못한다.끽연 구역 Smokers Only베로니카 첸 | 아르헨티나 | 2001 | 88분여주인공은 무명 록밴드의 보컬리스트이지만 밴드의 다른 멤버들은 그를 교체하려 한다. 거리에서 우연히 남창을 만났다가 그와 사귀고, 그의 세계
[2002전주데일리]27일 오늘의 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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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유령들이 어둠 속 스크린에서 형체를 얻어 움직이기 시작하면, 1년만에 다시 밤을 만난 흡혈귀떼처럼 숨어있던 영화광들이 모여들어 전주 시내를 휩쓸고 다닐 것이다. 캄캄한 실내에서 벌어지는 ‘빛과 그림자의 항연’에 미친, 심지어 거기서 대안을 찾겠다는 기이한 축제 제3회 전주국제영화제가 막을 연다.개막 의전행사는 단촐하다. 26일 오후 7시 덕진동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도깨비 스톰’의 소리 공연에 이어 김완주 명예조직위원장의 개막선언, 최민 조직위원장의 인사말과 게스트 소개로 1시간 안에 끝날 예정이다. 주요 게스트는 유현목, 신상옥, 이두용, 장길수, 박찬욱 감독과 배우 남궁원, 이보희, 김보연, 이영하, 배두나, 소유진씨 등. 원로 감독과 배우가 많은 건 한국영화회고전 ‘한국영화가 기억하는 전쟁’ 부문을 마련한 덕택이다. 사회는 배우 조재현, 김규리씨. 평론가 토니 레인즈, 미국 독립영화 프로듀서 크리스틴 버천 등 외국 손님들도 자리를 함께 한다.그러는 사이에 기지개를
[2002전주데일리]소식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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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한 마을 The Town is Quiet로베르 게디귀앙|프랑스|2000|133분로랑 캉테, 알랭 기로디, 필립 르 게이, 그리고 로베르 게디귀앙, 이들은 모두 신자유주의 이후 노동자 계급의 세계를 향해 카메라를 조준한 프랑스 감독들이다. 물론 우리는 영국의 켄 로치를 떠올릴 수도 있다. 그러나 어쨌든 그는 낭만적인 사회주의자, 소외되지 않은 공동체적 삶의 세계인 노동자 세계를 회상하는 감독이다. 로베르 게디귀앙의 <조용한 마을>은 몰락하는 산업도시 마르세이유에서 살아가는 노동자들의 삶을 파노라마처럼 펼쳐보인다. 비상하게도 어판장에서 일하는 어느 중년 여성노동자와 그를 에워싼 노동자와 하층계급의 삶을 통해 게디귀앙 감독은 지금 여기에 관한 이야기를 건넨다. 이 작품은 여러 곳으로부터 지난 해 발표된 프랑스 영화 가운데 탁월한 영화란 평을 얻었다.자유 Freedom리산드로 알롱소|아르헨티나|2001|73분현실로의 귀환이라는 세계 영화의 흐름은 무엇보다 남미 영화, 특히 아
[2002전주데일리]프로그래머 3인의 추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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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케이티>는 1973년 한국과 일본의 8월을 뜨겁게 달궜던 김대중 납치사건을 소재로 삼고 있지만, 이 사건의 진상을 그리려는 영화는 아니다. 한국의 중앙정보부, 주일 한국영사관의 일부 외교관, 그리고 일본 자위대가 이 사건의 수면 아래 존재했다는 사실을 통렬하게 폭로한다.
하지만 <케이티>가 진정 보여주려 하는 건 통제할 수 없는 거대한 역사적 소용돌이에 휘말린 개인들의 비장한 삶이다. 자신과 가족의 생존을 위해 눈을 번득이는 김차운과 ‘군인이 아닌 군인’이라는 존재조건을 견디지 못하는 도미타는 자신만의 신념을 세우고 이에 따라 단호하게 행동을 취한다.
반면 이들에게 명령을 내리는 중앙정보부와 자위대라는 거대한 조직은 우유부단한 태도를 보이기만 한다.아웃사이더들의 비루한 삶을 격정적이면서도 넉넉하게 담아온 사카모토 준지 감독은 국가, 조직, 이데올로기라는 거대한 장벽 뒤에서 꿈틀거리는 군상의 모습을 힘있게 스케치해낸다.
[2002전주데일리] FOCUS TODAY - 개막작 <케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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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카모토 준지(44)는 <멍텅구리-상처입은 천사> <의리없는 전쟁> 등 부산국제영화제 상영작을 통해 국내에 알려진 일본의 중견 감독이다. 올해 전주국제영화제 개막식 참석을 약속했다가 영화 촬영일정 때문에 방한하지 못했다. 이 인터뷰는 지난 4월 22일 그가 서울에 왔을 때 인터뷰한 내용과, 2월16일 베를린국제영화제 공식기자회견의 내용을 종합한 것이다.<케이티>를 만들게 된 배경은.요즘 들어 만들어진 한·일 합작영화들은 주로 러브스토리다. 나는 다소 무거운 메시지가 있는 영화를 만들려고 했다. 기획단계에서 관계자들을 대상으로 리서치를 했더니 차가운 반응 일색이었다. 이웃나라의 대통령을 소재로 영화를 만들어봤자 일본 관객이 공유할 수 있겠냐는 것이었다. 그렇게 주위에서 냉담한 반응을 보일수록 영화를 만들고자 하는 내 열망은 뜨거워졌다.사실과 픽션의 비율은.사실과 픽션의 비율이 몇 대 몇이라고 말할 수는 없을 것 같다. 도미타 소령과 미시마 유키오의 이야기는 픽션
[2002전주데일리] 사카모토 준지 감독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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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행사의 특징을 꼽아본다면, 또 관객들이 가장 눈여겨 봤으면 하는 부분은.지금까지 두차례 행사를 치른 만큼 이번에는 영화제의 틀을 다져야 할 시점이라는 부담감을 안고 준비를 시작했다. 주요 국제영화제를 통해 인정받은 영화들을 모은다든가,이미 인지도가 높아져서 이론이 없을 것으로 간주되는 작가에게 의존하든지 하는 편의적인 프로그램 방식은 피하려 했다.전주영화제에 걸맞는 과감한 선택이나 발견을 시도해보자는 생각이었다.그러나 결과적으로 프로그램을 공개하고 나서 보니 우리가 생각했던 프로그램 방식이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게 아닌가 하는 회의도 든다. 어쨌든 모아진 프로그램을 가지고 정리한 결과는 이렇다.올해 영화 지형의 변화 경향을 찾아보면 남미와 프랑스 영화다. 이렇다할 붐을 일으키고 있지는 않지만 여러 영화제를 다니며 깊은 인상을 받았던 영화가 주로 남미영화였다.90년대 남미에 민주화의 바람이 분 뒤, 독재시절에 외국으로 나갔던 감독들이 다시 돌아오고 대학내의 영화 서클 활동 같은
[2002전주데일리]프로그래머 서동진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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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의 스와 노부히로, 중국의 왕샤오솨이, 한국의 문승욱. 해마다 영화적 개성이 각기 다른 세 감독의 디지털 영화를 제작, 상영해온 전주국제영화제의 특별기획 ‘디지털 삼인삼색’은 올해 이들의 디지털 프로젝트를 소개한다. ‘전쟁과 영화’를 주제로 내세운 전주영화제가 세 감독에게 던진 공통의 화두는 ‘전쟁 그 이후’다. 제 2차 세계대전이라는 동일한 사회적 사건을 각기 다른 입장에서 거쳐온 아시아 세 나라의 감독들, 더구나 전쟁을 직접 체험하지 않은 세대인 이들은 전쟁에 대해 어떤 기억과 단상을 담아냈을까. 4월27일 디지털 상영관인 덕진예술회관에서 상영될 <히로시마에서 온 편지> <설날> <서바이벌 게임> 등 3편은, 세 감독의 전쟁에 대한 사적인 진술을 담고 있다.스와 노부히로의 <히로시마에서 온 편지>는, 히로시마를 어떻게 영화에 담아낼 것인가를 둘러싼 감독과 배우의 만남을 담은 영화다. 전주와 광주 등의 영화제를 통해 국내에 소개된 바
[2002전주데일리]스와 노부히로, 왕샤오솨이, 문승욱의 디지털 삼인삼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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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적비연수>로 데뷔한 박제현(34) 감독의 두 번째 영화 <울랄라 시스터즈>는 웃기기로 작정한 코미디다. 라라클럽과 네모클럽은 두 가문이 3대째 가업으로 이어온 유흥업소. 처음엔 라라가 우세했으나 창업 2대 조만기가 의문의 죽음을 맞으면서 라라는 네모에 밀린다. 3대 경영자인 라라의 은자(이미숙)와 네모의 거만(김보성)은 운명적 대결을 피할 수 없다. 거만은 은자의 몰락을 재촉하기 위해 사채를 쓰도록 계략을 꾸민다. 이때부터 라라를 지키려는 은자의 눈물겨운 고투가 시작된다. 은자에겐 고락을 함께 한 미옥(김원희), 혜영(김민), 경애(김현수) 등 세 ‘동지’가 있다. 거만이 라라가 키운 가수 유방희를 거액으로 스카우트해 가자, 라라의 네 여성들은 댄스그룹 ‘울라라 시스터즈’를 구성해 직접 라라 구하기에 나선다. 영화는 과장된 대사, 망가진 몸짓, 슬랩스틱 등 웃기기 위한 모든 수단을 동원했다. 여기에 트위스트에서 막춤까지 울랄라 시스터즈의 쇼를 더했다. 아쉽게
`우리업소 우리가 지킨다` 라라클럽 네여자의 쌩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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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릇 정치적 사건에는 좋은 쪽과 나쁜 쪽의 편가름만 남고, 주역만이 기억된다. 하지만 그 뒤엔 상처의 경중을 따질 수 없는 무수한 사람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얽혀들어 있기 마련이다. 전주영화제의 개막작이자, 1973년 도쿄 김대중 납치사건을 배경으로 한 사카모토 준지 감독의 <케이티>는 이런 말을 하고 싶었던 듯하다. 이 영화는 가해자라고도 할 수 있는 한국 중앙정보부원인 김차운(김갑수)과 일 자위대 소령 도미타(사토 고우이치)를 쫓아가며, 거대한 조직이 희생시킨 개인들의 내면을 파고든 지적 스릴러물이다. 도미타는 자위대 방위청내 한국통. 군대지만, 한 나라의 군대에 걸맞은 결정권도 작전권도 없는 자위대에 회의를 느끼고 그만두려던 그에게 어느날 직속상관(박정희와 일본육사 동기)은 흥신소를 차려 한국의 작전을 도울 것을 명령한다. 도쿄의 한국 안가에선 김차운을 비롯한 몇명이 참가한 극비회의가 벌어진다. 이어 8월8일 도쿄 그랜드 팔레스 호텔에서 김대중은 납치되고, 미국
조직속의 개인 가해자? 피해자? <케이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