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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쁜 녀석들 Bad Company
| 후루마야 도모유키 | 일본 | 2001 | 98분
일본에서 학원 폭력이 사회문제가 돼 군대식 통제 시스템을 학교에 도입했던 80년대 초반의 한 시골 고등학교. 학생들에게 정기적으로 자기 생활보고서를 쓰게 하고, 그것을 기초로 모든 학생을 모범생과 낙오자로 나눠 교실 게시판에 명패를 붙인다. ‘정직함’을 강요하며 학생들의 인격 하나하나를 통제하는 학교에서, 자기 인격과 판단을 소중히 여기는 주인공 사다토모와 그를 따르는 친구들은 담임교사의 표적이 된다. 80년대 중반 고등학생이었던 후루마야 감독은 탁 트인 시골풍경과 억압적인 학교 환경을 대조적으로 배치하면서 성장의 그늘과 고통을 그들의 편에 서서 차분하고 꼼꼼하게 들여다본다. 그를 통해 전근대적 질서로 퇴행하려는 기성 사회의 욕구가 학생들을 희생양으로 삼았고, 그 결과가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다고 넌즈시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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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전주데일리]FOCUS TODA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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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텔마이크 피기스 | 이탈리아, 영국 | 2001 | 114분영국 언론은 <호텔>을 그리 높이 평가하지 않았다. 일간지들은 별 하나부터 여섯 개까지 다양한 평점을 매겼지만, 어느 신문도 같은 감독의 영화인 <라스베가스를 떠나며>에 보냈던 열광을 되풀이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호텔>에는 대놓고 혹평만 할 수 없게 만드는 뭔가가 있다. 아마도 <가디언> 지의 말대로 “관객보다는 감독이나 배우에게 가치가 있었을 실험”이기 때문인지도 모르겠다.<호텔>은 매우 혼란스러운 이야기다. 영화의 첫머리에 존 말코비치가 연기하는 한 남자가 등장한다. 그는 그날 밤 창살 안에서 사람들과 식사를 한 뒤 아마도, 호텔 지하 주방으로 옮겨져 요리가 된다. 이야기는 곧 여러 갈래로 뻗어나간다. 중심이 되는 무리는 존 웹스터의 후기 희곡 <멀피 공작부인>을 도그마 영화로 만들기 위해 베니스에 묵고 있는 촬영팀이다. 이들은 문제가 매우 많다. 감
[2002전주데일리]30일 추천작 두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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팜 누에 지앙(45)은 국내 관객에게 처음으로 베트남 영화를 맛보게 한 주인공이다. 후반작업 때문에 이미 한번 한국을 방문한 적이 있는 그녀는, <잃어버린 계곡>이 한국 제작자 이인식씨를 통해 후반작업을 마쳤으며 배급사가 미로비전이라는 것으로 관객과 만나기 전에 이미 한국과의 연을 쌓고있었다. 지난해 베를린영화제 포럼에 초청된 바 있는 이 영화는 ‘베트남영화의 새로운 장을 여는 작품’으로 평가받으며 이미 베트남영화 발전의 계기가 되고 있다.베트남 영화가 베트남 대중에게 끼치는 영향력은 현재 어느 정도인가.베트남 영화로 대중들을 끌어들이기는 쉽지 않다. 국내 및 해외에서 상을 타서 언론에 알려지면 조금 관심을 갖지만 아직까지는 해외의 멜로나 액션영화가 훨씬 인기가 많다.여태까지 영화속의 베트남은 미국의 시각에서 본 베트남 전쟁의 무대였던 경우가 대부분이다.그런 영화에서 묘사되는 디테일들은 실제와 다른 경우가 많다. 외부인의 시선으로 베트남의 역사와 민족적 감정을 잘 이해하지
[2002전주데일리]<잃어버린 계곡>의 감독 팜 누에 지앙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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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독립영화의 대표 프로듀서 크리스틴 바숑이 29일 <고 피쉬> 상영 뒤 마지막 관객과의 대화를 가졌다. 바숑은 “나도 오래 동안 보지 못한 영화를 볼 수 있어 기쁘다. 오늘 마지막 30분 정도를 봤는데, 언제나 그렇듯 미소를 짓게 됐다”고 말문을 열었다. <고 피쉬>는 그 자신이 레즈비언이면서도 게이 영화만 제작한다는 비난을 받았던 바숑이 최초로 제작한 레즈비언 영화. 바숑은 우연히 발견한 이 영화의 매력을 자잘한 에피소드와 함께 전달했다.발랄한 흑백영화 <고 피쉬>는 친밀하고 작은 공동체를 이루고 있는 레즈비언들의 연애 이야기다. 레즈비언인 대학 교수 키아는 한동안 애인이 없었던 룸메이트 맥스에게 일라이를 소개한다. 맥스는 일라이가 못생기고 촌스럽다며 거부하지만, 차츰 그녀에게 이끌리기 시작한다. 맥스를 가로막는 건 섹스에 열광하는 또 다른 레즈비언 다리아와 지금은 시애틀에 살고 있는 일라이의 오랜 연인 케이트. 즐겁게 카드놀이를 하거나 머리를
[2002전주데일리]관객과의 대화 - <고 피쉬> 제작자 크리스틴 바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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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 "이것이 우리가 찾은 전주의 옥석"4월26일부터 29일까지, 전주국제영화제의 절반이 넘는 4일이 지나는 동안 관객들은 크게 홍보되지 않았던 작품들 가운데서 스스로 옥석을 찾아냈다. <란위> <인간희극> <광대, 무대에 오르다> <한스와 마리 이야기> 등이 그렇게 발견된 예상 밖의 화제작들. <란위> <광대…> 등 화제작 가운데 동성애를 다룬 영화가 많은 것도 올해의 한 특징이다. <란위>는 관금붕(스탠리 콴)이라는 감독의 이름은 널리 알려졌지만, 영화의 소재나 내용에 올해 전주영화제가 내세우는 구호와 특별히 만나는 부분이 없어 사전 홍보가 미미했다. 그러나 28일 밤 첫 상영 뒤, 객석을 가득 메운 관객들의 박수가 터져나왔다. 허리부상으로 한국에 오지 못한 관금붕을 대신해 관객과의 대화 시간에 무대에 오른 프러듀서 장 용닝은 관객의 질문이 쇄도하자 눈시울을 붉혔으며, 영화의 주제가를 직접 부르기까지
[2002전주데일리]29일의 이모저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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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스 폰 트리에는 거짓말장이다. 도그마를 내세우는 그의 영화가 오히려 도그마의 순결을 깨고 있음은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다. 실험적 영화의 배급을 위해 설립했다는 그의 회사는 상업영화의 배급에 바빠 가난한 작가들의 작품을 무시하고 있다.”스무번째 도그마 공식 인증을 받은 벨기에 영화 <스트라스>의 제작자 겸 배우인 피에르 르큐는 한국 관객에게 받은 ‘당신들의 도그마 영화는 진실한가?’라는 조금은 모호한 질문에 “우리는 솔직해지기 위해 영화를 만들지 않는다. 도그마 영화라고 해서 다큐멘터리가 가지는 내용의 사실성 혹은 진실성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하지만 도그마의 계율을 지키기 위한 노력은 순수해야 한다. 그것은 도그마 영화가 내용이 아닌 형식의 진실에 기대는 영화이며, 또한 저예산과 자유를 담보하는 가난한 작가들의 영화이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그에 덧붙여 도그마의 순결을 ‘더럽히는’ 몇 몇 작가들을 날카롭게 비판하기도. ‘적은 돈’과 ‘그보다 많은 자유’를 위해 도그
[2002전주데일리]<스트라스> 제작자 겸 배우 피에르 르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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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9일 3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국제회의장에서는 애니메이션 저널리스트 오토 앨더의 유럽 아트애니메이션에 대한 강연이 열렸다. 스위스 출신인 오토 앨더는 애니메이션계의 국제적인 연대를 추구하는 온라인 사이트 애니메이션 월드 네트워크(AWN)와 국제애니메이션필름 협회(ASIFA), 그밖에 <애니메이툰> 등의 잡지를 통해 다양한 비평 활동을 펼쳐온 저널리스트. 오타와, 안시 등 세계 주요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의 프로그래머와 자문 및 심사위원으로 활동해왔고, 1995년에 스위스 판토슈 애니메이션 페스티벌을 창설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애니메이션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만들어온 오토 앨더는, 이번 전주국제영화제의 ‘페도르 키투르크 특별전’에 초청된 <다큐멘터리 페도르 키투르크>의 감독이자 유럽 아트애니메이션의 강연자로 전주를 찾았다.1시간30여분 가량 계속된 강연은 애니메이션 비엔날레 부문의 프로그래머인 전승일 감독의 사회로 진행됐다. 오토 앨더는 “렌 라이, 오스카 피
[2002전주데일리]유럽아트애니메이션, 무엇이 다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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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6대 대통령 선거가 끝난 뒤 박정희는 김대중과의 표 차이가 95만표에 불과했다는 점에 위기감을 느낀다. 1972년 10월, 교통사고 후유증을 치료하기 위해 도쿄로 간 김대중은 박정희 대통령이 비상계엄을 선포하자 망명 아닌 망명생활을 시작한다. 1973년 봄, 김대중이 일본에서 벌이는 정치활동을 막기 위해 한국 중앙정보부(KCIA)는 그를 제거하기 위한 일명 ‘KT작전’에 들어간다. 한편, 일본 자위대 소령 도미타는 상부로부터 위장된 흥신소를 차려 한국의 작전을 도우라는 명령을 받는다. 외교관으로 신분을 감춘 KCIA 요원들과 도미타는 그랜드 팔레스 호텔에서 김대중을 납치해 미리 준비해둔 선박 금룡호로 옮기는 데 성공하지만….
■ Review <케이티>가 외형상 한·일 합작품이라는 건 분명하지만, 사실상 ‘메이드 인 재팬’이라고 봐도 무방할 듯싶다. 나카조노 에이스케의 소설 <납치>가 원작이고, 감독·각본·촬영·배우 등 주요 스탭 대부분을
[Review] 케이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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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3년 작가 스탠 리와 마블에 의해 탄생한, 마블 코믹스의 대명사 스파이더맨이 1억3900만 달러짜리 할리우드 블록버스터로 되돌아왔다. 정신을 빼놓을 정도로 빠른 액션에 10대의 성장이야기를 버무린 <스파이더맨>은 <스타워즈><맨인 블랙> 등으로 이어질 여름 대작영화 가운데 첫번째 타자다. 피터(토비 맥과이어)는 과학에 뛰어나지만, 학교에선 언제나 왕따 신세. 옆집의 엠제이(커스틴 던스트)를 좋아하지만, 말 한번 못 건네본다. 어느날 견학간 거미연구소에서 유전자 조작 거미에 물린 피터에게 신비한 힘이 생긴다. 피터는 자신의 힘에 득의양양하며 과시하려 한다. 그러나 사랑하는 삼촌이 죽기 전에 남긴 “큰 힘엔 큰 책임이 따르는 법”이라는 말을 가슴 깊이 새기고, 위기에 처한 사람들을 구해주는 일에 나선다. 그에겐 악당 그린 고블린이라는 맞수가 있다. 영화에서 쉴새없이 뉴욕 고층빌딩을 손에서 나오는 거미줄만으로 휙휙 날아다니는 스파이더맨의 모습은 멋진
유전자조작 거미에 물려 초능력 <스파이더 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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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30엔젤 역 출구 Angel Exit블라디미르 마할렉 | 체코 | 2000 | 100분야킴 토플의 소설 <엔젤>이 원작. 자신 속에 있는 무서운 과물과 싸우며 힘들게 살아가고 있는 마이크에게 옛친구 루카스와 크라라가 나타난다.바실 리가 그럴 수밖에 없었던 이유 Story of One Crime페토르 키투르크 | 러시아 | 1962 | 19분페도르 키투르크의 데뷔작. 러시아 애니메이션의 새 장을 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프레임 속의 남자 The Man i the Frame페토르 키투르크 | 러시아 | 1965 | 10분키투르크는 관료를 동물로 가장하지 않고 직접 비판하는 애니메이션을 만들고 싶어했다. 그래서 나온 작품이 이 애니메이션.필름! 필름! 필름! Film! Film! Film!페토르 키투르크 | 러시아 | 1968 | 19분20초영화 한 편을 완성시키기 위한 야단 법석이 벌어진다. 힘들게 만들었으나 해피엔딩이 아니라고 거절 당한다.섬 Island페토르 키투르크
[2002전주데일리]30일 오늘의 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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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목받는 홍콩의 독립영화 감독인 에반스 찬(천야오청·42)은 전주국제영화제의 경쟁부문인 `아시아 독립영화 포럼'에 <섹스와 사랑의 지도>(2001)란 작품을 들고 왔다. 세 주인공이 각자의 삶에 `비밀'로 남아 있는 상처를 치유해가는 과정을 그린 작품이다. 고등학교 때 동성애 충동을 억제하라는 상담교사의 끔찍한 처방을 잊지 못하는 댄서 래리, 극심한 소통의 갈망 때문에 벨그라드라는 낯선 도시에서 광기를 폭발시킨 `나쁜 기억'을 가진 미미, 그리고 자신의 아버지가 `세탁'을 위해 마카오로 흘러들어온 나치의 황금을 이용해 치부한 게 아닌가 하는 의심을 떨치지 못하는 다큐멘터리 감독 웨이밍. 세 사람은 서로의 가시 박힌 내면을 털어놓으며 기묘한 삼각관계를 형성한다. 매우 사적인 이야기이지만, 영화 구석구석엔 `반환'이라는 사태가 안겨준 혼돈을 떨쳐내지 못한 홍콩 사회의 불안한 모습이 배어 있다. 그 불안의 근저엔 `천안문 사태'가 놓여 있다. “홍콩이 `반환'을 두려워한 건
홍콩 독립영화의 상징 에버스 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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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이발사인 에드는 단지 머리를 깎을 뿐 자신을 이발사가 아니라고 생각하면서 하루하루를 무료하게 보낸다. 백화점 경리이며 완벽주의자인 아내 도리스와의 쳇바퀴 돌아가는 일상에서 그는 외부인에게는 말없는 평범한 이발사일 뿐이다. 어느 날 디너 파티에서 문득 아내 도리스의 외도를 눈치채게 된 에드. 아내의 외도 상대는 다름아닌 그녀의 직장 보스인 빅 데이브였다. 그는 이발소를 벗어나고 싶은 오랜 꿈을 실현시킬 기회가 왔다고 생각하고는 빅 데이브에게 익명의 협박편지를 보내는데….
■ Review 캘리포니아 산타 로사의 작은 마을, 이발사를 직업으로 삼은 한 사내가 있다. 그는 심지어 집에 와서도 아내의 다리털을 밀어주는 직업적 수행을 피할 길 없는 사내이다. 그런 주인공의 목소리가 보이스 오버로 깔리는 영화의 첫 대사는 “이렇게 이발소에서 일하지만, 내가 이발사라 생각한 적은 없었다”라는 것. 영화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는 자기 부정으로서 내면의 누수현상으로 시
[Review] 그 남자는 거기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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킬러 필름즈 대표인 제작자 크리스틴 바숑은 지난 10여년간 <키즈><벨벳 골드마인><소년은 울지 않는다> 등 만드는 작품마다 미국에서 격렬한 찬반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전주영화제에서 자신의 특별전이 열리는데 맞춰 방한한 그를 지난 28일 만났다. 사실 바숑이 토드 헤인즈 감독의 <포이즌>(1991)을 제작하기 전까지 미국에서 독립영화는 “감독과 친구들, 한대의 카메라가 전부”인 상황이었다. 그는 “예산규모에선 비교가 안 되지만 메이저영화의 제작방식, 사운드 등을 도입해 실험적 영화를 만들어야 할 필요성”을 느끼고, 대학 동창인 헤인즈와 함께 어페라투스 영화사를 설립한다.정부 공공기관의 지원금을 일부 받은 <포이즌>은 당시 미국 가족협의회 회장이 의원들에게 “국민의 세금이 게이 포르노영화 제작에 바쳐졌다는 사실을 아느냐”며 편지를 보낸 사실이 언론에 대서특필되며 커다란 논쟁을 일으켰다. 또 <키즈>(95)는 영화에 표현된
미국 독립영화의 대모 크리스틴 바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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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학교 서울(02-533-3316)은 `폭력과 성스러움 피에르 파올로 파졸리니 특별전`을 연다. 지난 26일 개막한 전주국제영화제의 `파졸리니 회고전`에 온 <살로, 소돔의 120일>(1975), <마태복음>(1964), <데카메론>(1970) 등 파졸리니의 중·후기 대표작 7편의 필름을 서울로 가져와 다음달 3∼9일 한국 시네마테크 전용관(가칭, 옛 아트선재센터)에서 상영한다.이탈리아 감독 마르코 툴리오 조르다니가 만든 <누가 파졸리니를 죽였나>(1995)는 서울에서만 상영된다. 이 작품 상영 뒤에는 영화평론가 김성욱씨가 `파졸리니, 죽음의 기호'라는 주제로 관객과의 대화(강연)를 진행한다.
서울서도 <파졸리니 특별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