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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괴물이… 쳐들어왔다. 이 세계를 구할 건… 너뿐이다.” 간신히 말을 마친 옆집 노인은 숨을 거두었다. 괴물이라니 도대체 무슨 얘긴지, 왜 내가 세계를 구해야 하는지, 묻고 싶은 게 많지만 대답해야 할 사람은 이미 싸늘한 시체로 변한 후다. 머릿속이 터질 것 같다. 왜 나지? 내가 왜 지루하지만 평화로운 삶을 떠나 검을 잡고 싸워야 하는 거지? 겁이 난다. 죽은 자는 말이 없다. 이미 돌아가신 후니 모른 척하는 게 좋겠다. 그렇지만 죽은 사람 유언을 깡그리 무시하자니 어딘가 찜찜하다. 이 생각 저 생각 끝에 울컥 신경질이 난다. 귀찮다. 이왕 죽을 것 곱게 가시지 왜 하필이면 여기까지 와 돌아가셔서 사람 피곤하게 하는 거지?판타지 롤 플레잉 게임 <던전 시즈>는 평범한 농부가 운명의 바퀴에 깔리면서 시작된다. 생각해 보면 이 얼마나 재수없는 일인가. 자극적인 삶? 물론 원한 적 있다. 해가 뜨면 어김없이 밭으로 나가 어두워지면 또박또박 집으로 돌아오는 생활을 벗어날 것을
<던전 시즈>, 아무도 모르는 농부의 삶의 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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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해와 착각이 유독 많은 사람들이 있다. 그들에게는 대체로 오해할 충분한 근거와 착각할 개연성 또한 주어져 있다. 5월 첫주 독립영화관(KBS2TV 금, 새벽 1시15분)에서는 그런 유전자적 ‘질환’이 어린 시절부터 나타나는 것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농담이며 짧은 영화 특유의 반전이 매력이다. 게다가 코믹한 설정과 이젠 상업영화계에서도 더러 볼 수 있게 된 배우들이 제각각 빛을 내뿜는다.<나는 왜 권투심판이 되려 하는가>(최익환 연출, 35mm, 컬러, 18분, 2000년)의 주인공은 장래 희망이 권투심판인 9살짜리 진수다. 엄마는 아직껏 젊음을 잃지 않은 호랑낭창한 몸매와 부드러움을 간직하고 있고, 아빠는 적당히 게으르고 왜소한 착한 표정의 남자다. 문제는 진수가 자신의 아빠가 다른 사람일 것이라고 착각하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왜 나는 권투심판이 되려 하는가? 생각해 보니 계기가 없다. 그래서 엄마의 과거 행각을 조사하는 수밖에 없었다. 그 결과 드러난 사실, 엄마
독립·단편영화 <나는 왜 권투심판이 되려 하는가> <돌아보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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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금 낯선 가족의 풍경을 그려 보이는 가족 드라마. 차스키는 엄마와 단둘이 사는 처지. 미인인 엄마에겐 늘 남자친구가 끊이질 않는다. 차스키는 자신의 아버지가 멋진 그리스 잠수부라는 사실만 알고 있다. 엄마는 앨범 준비와 공연으로 정신이 없고 차스키는 아버지를 만나고 싶은 생각이 든다. 차스키는 엄마를 졸라 그리스 여행에 나서지만 예상 밖의 만남이 그를 기다리고 있다. 차스키 역을 맡은 새뮤얼 하우스의 앙증맞은 연기가 볼 만하다.
[TV영화] 차스키 차스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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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덤 샌들러의 재치있는 입담과 연기가 빛을 발하는 영화. 소니는 법대를 졸업했지만 마땅하게 하는 일도 없다. 애인마저 그의 품을 떠나 다른 남자에게 가는 상황이 벌어진다. 어느 날 소니에게 꼬마 줄리안이 찾아온다. 줄리안은 소니의 룸메이트인 캐빈의 아들이었던 것. 소니는 애인의 마음을 되돌리기 위해 책임감 있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줄리안을 입양하려 한다. 차츰 그는 줄리안에게 애정을 느낀다. 스티브 부세미 등이 카메오로 출연한다.
[TV영화] 빅 대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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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r&Mrs. Bridge 1990년, 감독 제임스 아이보리 출연 폴 뉴먼 <EBS> 5월4일(토) 밤 10시1990년대 머천트 아이보리 프로덕션의 영화들은 비슷한 궤도에 있다. <모리스>와 <전망좋은 방> <하워즈 엔드> 등은 E. M. 포스터의 원작을 영화로 옮긴 것이며 1900년대 초반 무렵을 시간적 배경으로 하는 시대극들이다. 이 작업들 사이에 놓인 <브릿지 부부>는 조금 색깔이 다르다. 미국 중산층에서 벌어지는 일상적인 사건을 다루는 <브릿지 부부>의 원작자는 에반 코넬이며 극적인 로맨스가 부각되지는 않는다. 우아하고 품위있는 귀족사회라곤 없다. 그럼에도 영화는 제임스 아이보리 영화에 흥미를 가졌던 사람이라면 감상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집 센 변호사 월터 브릿지는 아내와 자식들에게 냉담하다. 그는 늘 무심한 태도로 가족들을 대하고 독재자 같은 태도로 군림한다. 그에게 자식들은 단지 철없는 아이들일 따름이다. 월
제임스 아이보리 감독의 <브릿지 부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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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11일 1시30분 MBC E스튜디오, 2시부터 시작될 <전파견문록> 녹화 준비가 한창이다. 방청객은 앞에 선 사람의 지시에 따라 프로 시작할 때의 박수, 재밌는 이야기를 했을 때의 웃음, 문제를 냈을 때의 웃음, 정답이 공개되었을 때의 웃음 등의 여러 가지 웃음, 정답을 유인하는 또는 오인하게 하는 야유의 소리를 준비중이다. 무대 위에는 오늘 처음 시작하는 코너의 세트 준비가 일사분란하다. 유치원 100명에게 물어서 만들어낸 삼지선다 ‘앙케트 눈높이 100’. 어린이들이 가장 많이 답했으리라 생각하는 곳으로 이동하는 것이다. 그전의 한 아이에게 스피드 퀴즈를 내던 코너가 바뀐 것이다. 1, 2, 3이 적힌 섬이 깔린 철도를 따라서 붙었다가 떨어졌다 한다.“어른도 그렇게 멋지게 표현하기 힘들죠”옆의 대기실에는 출연자들이 한명씩 모이고 있다. 조형기씨, <뚫어야 산다> 촬영 때문에 3일을 샜다, 이의정씨, 4월9일 방송분에서 보인 거친 목소리가 완전히 낫지 않았
MBC 오락 프로그램 <전파견문록> 녹화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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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학년 - 반 이름 ---1. 이건 작지만 들어 있을 건 다 있어요.2. 아빠가 출장을 가도 계속 남아 있는 거예요.3. 이건 아래랑 위랑 바뀌면 안 돼요.4. 아빠가 제일 크고 그 다음이 나예요. 엄마가 제일 작아요.5. 여기 있는 글자는 읽기가 힘들어요.6. 누가 너무 쉬 마려워서 엘리베이터에 쉬를 하면 사람들이 이걸 해요.7. 엄마가 하면 동생이 안 보여요.8. 어른들이 어린이가 다 갈 때까지 보고 있어요.9. 내 양말에 빵구가 났는데 친구가 자기 집에 가재요.10. 이 사람이 가고 나면 막 혼나요.11. 공부를 안 해도 똑똑해요.12. 네모 안에 사람이 있어요.13. 이건 되게 작은데 여기 사는 주인은 되게 커요.14. 이게 있는지 없는지는 째려보면 알아요.15. 이건 시작만 하고 안 끝내도 돼요. 어른들은 피곤하니까 이게 필요 없어요.16. 사람들이 그 속에 많이 들어 있어요.17. 아빠가 이걸 하면 싫어하고, 애기가 하면 좋아해요.18. 우리 집은 1층만 사요. 이건 동
김지연 작가가 뽑은 순수 퀴즈 베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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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탄-제작연도 2002년 광고주 현대카드 대행사 웰콤 제작사 옐로우프로덕션(지덕엽 감독)2탄-제작연도 2002년 광고주 현대카드 대행사 웰콤 제작사 매스메스에이지(박명천 감독)솔직히 첫인상은 시큰둥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를 대충 훑어봤는데 호감가는 구석이 그닥 눈에 띄지 않았다. 빼어난 외모가 아니었고, 세련된 옷 따위로 감각있게 자신을 포장한 흔적도 별반 없었다. 말투도 요즘 감각에 맞지 않게 진지하고 고지식했다. 그 정도 경쟁력으로 어떻게 나같이 콧대 높은 여성을 사로잡겠다고 나섰는가란 의구심이 들었다. 예전에 만나본 ‘킹카’급 상대를 떠올리니 더욱 한숨이 나왔다. 그들은 애교있는 화술과 여유로운 상류층 이미지로 처음 대면하자마자 내 가슴을 콩닥거리게 만들었다. 근데 예상치 못한 후유증을 맛보고 말았다. 헤어진 뒤 그가 던진 말 한마디가 자꾸 귓전에 맴도는 것이었다. 그의 애프터 신청을 받아들이고 싶다는 욕구가 솟기 시작했다.현대카드 CF를 미팅에서 만난 이성으로 비유하면 그랬다
일과 즐거움에 함께 주목한 현대카드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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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집으로…>(감독 이정향)는 올해 나온 영화 가운데 가장 의미있는 문제작이라고 생각된다. 텍스트 외적인 차원에서 이 영화가 끼치게 될 영향만 예상하더라도 범상치 않다.산업적으로 이 영화는 <쉬리>(1999, 감독 강제규)의 역할에 필적하는 중요성을 갖지 않을까 싶다. <쉬리>가 주제나 형식상으로 적절한 흥행 코드를 배합할 경우 한국 시장에서도 600만명의 관객 동원이 가능하다는 사상 초유의 경험을 안겨줌으로써 영화산업의 규모를 급팽창시켰다면, <집으로…>는 통상 비상업적이라고 간주돼온 요소만으로도 대형 흥행을 끌어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줌으로써 기획과 제작의 다양성을 고무하는 기폭제가 될 것으로 보인다.작가주의/여성/어린이, 가장 비주류적인 것이 얽어낸 성취어떠한 제작자나 투자자라도 이른바 ‘예술영화’ ‘작가주의영화’에 손대고 싶다는 욕망을 피력한다. 속칭 블록버스터나 대형 장르영화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예산을 들이면서도 합리적인 선
<집으로…>의 감동, 그 인공성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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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ief Encounter 1946년, 감독 데이비드 린 출연 실리아 존슨, 트레버 하워드, 스탠리 할로웨이, 조세 카레이 자막 영어, 한국어 화면포맷 4:3 오디오 돌비 디지털 지역코드 3 출시사 스펙트럼
46년 칸영화제 황금종려상 수상작. 가정이 있는 두 중년 남녀의 사랑을 담담하게 그려낸 멜로드라마이다. 어느 유부남과 유부녀가 매일 같은 시간에 같은 역에서 기차를 타게 되면서 자연스럽게 가까워지고 사랑에 빠지지만 결국 각자의 가정으로 돌아간다는 줄거리. 매일 아침 TV드라마를 통해 만나는 흔해빠진 이야기 같지만 영화의 모든 요소가 한데 어우러진 멜로드라마의 고전이다. 서플로 출연진 및 제작진 소개, 영화평론가인 브루스 에더의 음성해설, 그리고 극장용 예고편 등을 담았다. ▶ <밀회> 자세히 보기
밀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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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riginal Sin 2001년, 감독 마이클 크리스토퍼 출연 안토니오 반데라스, 안젤리나 졸리, 토머스 제인 자막 한국어, 프랑스어, 스페인어 화면포맷 아나모픽 오디오 돌비 디지털 5.1 출시사 스펙트럼
앨프리드 히치콕 영화 <이창>의 원안을 썼던 코넬 울리치의 원작소설을 영화화한 작품. 열대풍과 아름다운 자연을 가진 낭만적인 나라 쿠바가 영화의 배경으로 두 남녀의 사랑과 배신의 변주곡이 펼쳐진다. 드라마는 다소 엉성하지만 쿠바 아바나 항구의 야릇한 풍경과 격정적인 리듬의 삼바음악 등이 볼 만하다. ‘팜므 파탈’로 변신한 안젤리나 졸리를 보는 것도 큰 재미. 서플로 출연진 및 제작진 소개, TV 광고모음, 포토 갤러리, 뮤직비디오, 극장용 예고편, 제작과정 현장스케치 등을 담았다. ▶ <오리지널 씬> 자세히 보기
오리지널 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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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n Independent life 1992년, 감독 비탈리 카네프스키 출연 파벨 나자로프, 디나라 드루카로바, 도시히로 바타나베 자막 영어, 한국어 화면포맷 4:3 스탠더드 오디오 돌비 디지털 2.0 출시사 스타맥스
45회 칸영화제 심사위원 특별상 수상작. 한편의 시와 같은 영화 <울지마, 죽지마, 부활할거야>로 칸영화제 황금카메라상을 수상하며 화려하게 데뷔했던 러시아 출신 비탈리 카네프스키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이다. 스탈린 시대 황량한 시베리아를 배경으로 소년과 소녀의 애절한 사랑 이야기를 담았다. 러시아의 눈덮인 들판과 바다가 아름답게 펼쳐지며 구차한 일상 속에서 슬픔과 아름다움을 함께 찾아내는 영상이 날카롭다. 서플로 극장용 예고편과 감독 소개, 하이라이트 모음 등을 담았다.▶ <눈 오는 날의 왈츠> 자세히 보기
눈오는 날의 왈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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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ooden man’s bride 1993년, 감독 황지엔신 출연 쟝스, 왕란, 왕유메이, 카오밍준 자막 영어, 한국어 화면포맷 4:3 스탠더드 오디오 돌비 디지털 2.0 출시사 스타맥스
첸카이거와 장이모 감독과 함께 80년대 중반에 영화계에 뛰어든 이른바 ‘중국 5세대’에 속하는 황지엔신 감독의 작품. 인습을 거부하는 남녀간 사랑 이야기를 통해 현대 중국이 직면한 정신적 위기를 우회적으로 그리고 있는 작품이다. 광활한 대자연의 풍광을 은은하게 배경에 깔고, 눈앞의 자잘한 욕심과 인습에 묶인 인간의 왜소한 모습을 대조함으로써 인간의 존재 조건을 돌아보게 만든다. 결혼 풍속과 주거 양식, 장례 풍속 등은 볼거리 차원을 넘어 문화인류학적 가치를 지닌다. 서플로 극장용 예고편과 감독소개 등을 담았다.▶ <목인의 신부> 자세히 보기
목인의 신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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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ulholland DR. 2001년, 감독 데이비드 린치 자막 영어, 한국어 오디오 돌비 디지털 5.1, 2.0화면포맷 아나모픽 1.85:1 지역코드 3 출시사 스타맥스‘영화를 볼 때 머리에 쥐가 나게 만드는 감독’ 리스트를 작성한다면 아마도 데이비드 린치가 맨 첫 자리를 차지할 것이다. 꿈과 현실을 마구 넘나드는 스토리에 기이한 이미지까지 가세해, 도무지 시작과 끝을 판단할 수 없는 영화만을 줄곧 만들고 있기 때문이다. 물론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린치표’ 영화에 한번 중독성이 생기면,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면서도 그의 영화가 개봉되기만 하면 1순위로 보러 나서게 된다. 그중에서도 난해하기로 소문난 <로스트 하이웨이>를 보며 스토리의 논리적인 연결고리를 찾으려 노력하다가 탈진한 경험이 있던 나는, <멀홀랜드 드라이브> 때는 아예 ‘어떠한 연결고리도 찾으려고 애쓰지 않는다!’라고 자기 암시를 열심히 걸었었다. 그런데 예상외로 뭔가 스토리가잡히는 듯한 느낌에 ‘이
<멀홀랜드 드라이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