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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단편 애니메이션 모음구리 요지와 오카모토 다다나리, 다무라 시게루. 일본 단편애니메이션 묶음에서 소개될 이들은 미소년, 미소녀 캐릭터나 정교한 메카니즘의 SF 등 눈에 익은 ‘아니메’와는 또다른 일본 독립애니메이션의 세계를 보여주는 작가들이다. 신문 만화가로 먼저 이름을 떨친 뒤 회화와 조각, 애니메이션과 실사영상을 넘나들며 왕성한 창작활동을 펼쳐온 구리 요지는 일본의 독립애니메이션을 개척해온 1세대. 동물원 우리 안에 갇힌 채 갖가지 방식으로 때리는 여자와 맞는 남자를 그린 <인간동물원>, “사랑!”을 외치며 끊임없이 도망치는 남성과 그를 쫓는 여성을 그린 <사랑> 등 단순하고 만화적인 그림체로 가부장제 사회의 모순된 성 이데올로기를 파헤쳐왔다. 학생, 화가, 작가 등 여러 직업군의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서 아무 것도 하지 않고 시간을 보내는 실사영상을 활용한 <의자>나 인간의 육체를 해체하고 새가 새장을 먹어버리는 기괴한 이미지를 선의 움직임으
[2002전주데일리]추천영화 두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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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임리스 멜로디>의 감독 오쿠하라 히로시가 신작 <파도>를 들고 전주영화제를 찾았다. <파도>는 오쿠하라가 10여년 동안 사적으로 작업해온 두번째 장편. “왜 영화를 만들게 됐는지는 잘 모르겠다. 그저 언제부터인가 8mm 카메라를 들고 영화를 찍고 있었다. 다소 지루한 부분이 있겠지만 참고 봐주기 바란다.” 그는 솔직한 말로 자신의 영화를 소개했다.<파도>는 1999년 부산영화제 ‘새로운 물결’ 부문을 수상한 그의 전작 <타임리스 멜로디>와 여러 모로 비슷한 영화다. 여름이 끝나가고 있는 어느 바닷가 휴양지, 겐사쿠는 여느 때와 마찬가지로 호텔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그는 매년 친척 아저씨의 주유소에서 일하러 내려 오는 연인 미카를 기다렸지만, 미카는 1년새 새로운 남자친구를 사귀었다. 대신 실연한 뒤 혼자 호텔에 묵고있는 유카가 그와 잠자리를 같이 하게 된다. 여기에 빚에 쫓기는 겐사쿠의 친구 다츠가 합류하면서 젊은이들의
[2002전주데일리]관객과의 대화 - <파도>감독 오쿠하라 히로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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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ho Is Cletis Tout? 2001년 감독 크리스 베르 윌 출연 크리스천 슬레이터, 팀 앨런, 포티아 드 로시 장르 코미디 (영유통)
<티파니에서 아침을> <대탈주> 등 고전영화를 잘 알고 있다면 더욱 즐겁게 볼 수 있는 영화. 다이아몬드를 훔치고 복역중인 마술사 마이카는, 트레버와 함께 탈옥에 성공한다. 마이카는 딸 테스와 재회를 하고 다이아몬드를 되찾을 계획을 세우다가, 난데없는 총격으로 사망한다. 알고 보니 트레버가 받은 위조 신분증의 주인이 갱한테 쫓기던 인물이었다. 트레버와 테스는 다이아몬드를 묻었던 나무를 찾아가는데, 그곳은 교도소 내 정원이다.
다이아몬드를 쏴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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칠레 감독 올란도 루버트는 57살의 나이에 비해 작품수가 적다. 이번 영화제에 온 <삼인조 택시강도>가 세번째 장편이다. 서른살이던 1975년 칠레 노동운동을 다룬 단편 <대포에 저항하는 주먹들>을 찍다가 피노체트가 집권하자 찍던 필름을 들고 독일로 망명했다. 그곳에서 79년에 아르헨티나와 독일 배우를 섞어 만든 <엘 파소>로 장편 데뷔했다. 단편영화들과 두번째 장편 <식민지>를 찍고 나서 96년에 칠레로 돌아왔다. 고국에서 만든 <삼인조 택시강도>는 2001년 산세바스찬영화제 대상을 받았고, 칠레에서 25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면서 흥행에도 성공했다.<칠레전투>의 파트리스 구스만 등 망명한 칠레 감독들과 같은 세대로 봐도 되는지.구스만이나 라울 루이스 등은 나보다 앞 세대로 봐야 한다. 그들은 칠레에서 영화감독으로 전성기를 구가하다가 망명했다. 우리는 영화 한편 발표하지도 못한 채 아무 근거없이 망명했다. 내 세대는 잘
[2002전주데일리]<삼인조 택시강도>감독 올란도 루버트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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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keletons in the Closet 2000년, 감독 웨인 파워 출연 트리트 윌리엄스, 린다 해밀턴, 조너선 잭슨, 고단 클랩, 칠러 피스크 장르 스릴러 (LG)
셰드가 6살이었을 때, 사고로 어머니가 불에 타 숨진다. 그뒤 셰드는 날마다 어머니의 꿈을 꾸며 충격에서 벗어나지 못하는데, 셰드의 꿈 속에서 어머니를 죽인 사람은 아버지 윌이다. 셰드는 차츰 아버지가 어머니를 죽였다고 확신하게 되고, 날로 반항적이 된다. 어느 날 셰드의 친구인 던컨이 처참한 변사체로 발견된다. 계속해서 연쇄살인이 벌어지는데 그때마다 윌의 주변에서 희생자의 소지품이 발견된다.
스켈리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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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듀 전주비사벌을 달군 일주일 간의 영화장정이 막을 내린다. 2일 오후 7시 한국소리문화의전당 모악당에서 열릴 폐막식을 끝으로, 전주국제영화제는 내년을 기약하며 또다시 ‘대안의 영화’를 찾아 물밑으로 들어간다.올해 3회 행사에 보내준 관객의 성원에 보답하고 내년 4회 행사 때 더 알찬 모습으로 찾아올 것을 기약할 폐막식의 사회는 윤인구 아나운서와 배우 예지원씨. 최민 조직위원장의 인사에 이어 경쟁부문인 ‘아시아 독립영화 포럼’과 ‘디지털의 개입’ 수상작 시상식이 치러진다. 모두 15편의 작품이 경합한 ‘아시아 독립영화 포럼’ 부문에선 홍콩 얀 얀 막 감독의 <형>이 뽑혀 ‘우석상’을 받게 된다. 또 ‘디지털의 개입’ 부문 출품작 15편 가운데선 체코 블라디미르 미할렉 감독의 <엔젤역 출구>가 선정돼 ‘디지털 모험상’의 영예를 안게 된다. 이 두편에는 트로피와 상금 1만달러(우석상), 5천달러(디지털 모험상)가 수여된다. 시상식이 끝나면 우석상 수상작인 <형
[2002전주데일리]폐막을 앞둔 전주의 표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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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One 2001년, 감독 제임스 왕 출연 이연걸, 칼라 구기노, 델로이 린도, 제이슨 스테이뎀, 제임스 모리슨 장르 스릴러 (콜럼비아)
또 다른 우주에 이곳과 동일한 세계가 있고, 그곳의 나를 죽이면 그의 힘이 다른 나에게 흘러든다. 비밀을 알아낸 율라우는 123개의 자기 자신을 죽이고 엄청난 힘을 얻게 된다. 마지막 남은 자신을 죽이기 위해 율라우는 또 하나의 자신인 게이브가 존재하는 지구로 향한다. 게이브는 자신과 똑같은 모습의 율라우를 만나고 충격에 빠진다. 이연걸끼리 싸우는 화려한 액션이 등장하지만, 안타깝게도 상당 부분을 특수효과로 처리한다.
더 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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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as Experiment 2001년, 감독 올리버 히르쉬비겔 출연 모리츠 블라입트로이, 크리스찬 버켈, 올리버 스토코우스키, 저스투스 본 도나니 장르 스릴러 (새롬)
인간의 본성은, 평범한 일상생활이 아니라 극한 상황에서 드러난다. 전직 기자였던 타렉은 심리학 실험에 자원한다. 자원자들을 간수와 죄수로 나누고, 일주일의 감옥생활을 시키는 실험이다. 처음에는 일종의 게임이라고 생각하고 웃고 떠들지만, 점차 간수들이 폭력적이 되면서 최악의 통제불능 상태로 빠진다. 1971년 스탠퍼드대학에서 실패로 돌아갔던, 인간조작 심리실험을 영화화했다.
엑스페리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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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근한 풍채의 눈사람이 살아나고, 그와 함께 하늘을 날아 환상의 여행을 떠나는 소년의 꿈을 기억하는지. 이언 하비는 해외는 물론 국내에도 비디오로 소개돼 꾸준한 인기를 누려온 영국 애니메이션 <스노우맨>의 프로듀서다. 영국의 대표적인 동화 작가 레이몬드 브릭스의 원작에 바탕한 <스노우맨>과 <산타할아버지의 휴가>, 에릭 칼의 원작을 살려낸<배고픈 애벌레> 등 주로 동화를 애니메이션의 상상력으로 움직인 작품을 만들어왔다. 이번 영화제의 ‘전쟁과 애니메이션’에 소개된 장편 <바람이 불 때>와 단편 <지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경기> 역시 그의 손을 거친 애니메이션.전쟁에 대한 우회적인 경고를 담은 2편의 작품과 함께 전주를 찾은 그는, 은빛 수염 아래로 자신이 제작해온 작품들 만큼 아이같은 미소를 띄우곤 했다. <지상에서…>는 전쟁 중에 크리스마스를 맞이한 영국, 독일의 젊은 병사들이 전투 대신 축구 경기를 벌인 실
[2002전주데일리]영국애니메이션 프로듀서 이언 하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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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를 찾은 중국의 독립영화 감독들은 인터뷰와 세미나를 통해 중국에서 영화 만들기의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러면서도 희망을 가지고 낙관하는 이들은 영화를 둘러싼 여러가지 제약을 뚫고 나가려는 의지와 동성애를 비롯해 금기시되는 다양한 소재를 파고드는 도전정신을 지니고 있었다.쿠이지엔, 닝징우, 에코 윈디 등 이들 젊은 감독들에 따르면 중국에서는 80년대 중반부터 소위 ‘관(官) 다큐멘터리’라 불리는 TV용 다큐멘터리의 제작이 활발하게 일었고, 그보다 조금 늦은 80년대 후반 우웬광 감독을 앞세운 ‘민간 다큐멘터리’가 제작되기 시작했다. 이른바 ‘지하전영’이라 불리는 독립영화 그룹의 시초인 91년 허 젠준과 장 위엔, 왕 샤오솨이 감독의 등장과 함께 현재의 중국 독립영화 레이블의 기반이 된 사건이다. 작년 가을, 베이징에서는 최초의 독립영화제가 개최됐다. 무려 200편이 넘는 독립 장·단편 영화가 상영됐고, 이 중 관객들의 뜨거운 반응을 일으켰던 작품이 현재 전주 영화제에 출품 중인
[2002전주데일리]특집 -중국독립영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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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감독 로브 프리츠 출연 크리스 캐튼, 피터 포크, 프레드 워드, 크리스 펜, 피터 버그, 비네사 쇼 장르 코미디 (브에나비스타)미국 코미디언의 산실은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다. 토요일 밤에 방영되는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는 독특한 캐릭터와 신랄한 풍자, 괴상한 표정연기와 슬랩스틱으로 관객을 사로잡아온 미국 오락 프로의 대명사로 꼽힌다. 80년대 코미디 스타인 에디 머피, 존과 제임스 벨루시, 체비 체이스 등 대부분이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 출신이었다. 미국의 코미디언들은 대체로 지역의 코미디클럽에서 시작하여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를 비롯한 TV쇼나 시트콤에 발탁되고, 거기서 인기를 얻으면 자신의 이름을 단 TV쇼를 진행하거나, 영화로 진출한다. 지금도 마찬가지다. 애덤 샌들러, 다나 카비, 크리스 록, 제이미 폭스 등이 <새터데이 나잇 라이브>를 통해 명성을 얻었고, TV와 영화에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코르키 로마노(Corky Romano)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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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00키즈 Kids래리 클럭 | 미국 | 1995 | 91분<키즈>는 스케이트보드를 타고 맨해튼의 밤거리를 누비며 섹스에 탐닉하는 10대들의 하룻밤을 좇는 영화다. 텔리는 성적 경험이 없는 처녀들을 찾아내 섹스를 나누는 것에만 골몰하는 10대 소년. 그와 친구들은 뉴욕의 거리를 휘젓고 다니며 술과 마약, 섹스로 뒤엉킨 밤을 보낸다. 거의 다큐멘터리에 가까운 시선으로 미국 10대들의 문화 자체를 적나라하게 포착한다. 미국에서 개봉 당시 포르노그라피 논쟁과 함께 격렬한 찬반을 불러일으켰다.에스코트 Eacort치싱 | 중국 | 2001 | 88분사기사건 용의자가 경찰에 체포되면서 벌어지는 코미디로, 중국에서 흥행한 장르영화의 성향을 들여다볼 수 있게 해준다.자유문신 A Way We Go왕툰 | 대만 | 2001 | 147분중국 전통음악 단원들이 모여 사는 마을에서, 수호신이 새겨진 고대의 문이 주민들의 대화를 돕는 신비한 힘을 발휘한다. 그 문이 학자들에게 발견돼 뜯겨져 나
[2002전주데일리]2일 오늘의 상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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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에서 만난 미국 여자애가 미네소타 출신이라고 말했을 때 내가 처음 물은 건 위노나에 가본 적이 있냐는 질문이었다. 그 애는 위노나에 살진 않지만 집앞 건널목을 너머 갑자기 바뀌는 지명의 이름이 위노나이며, 아주 작고 아담하고 예쁜 나무가 많이 심어져 있는 동네라고 했다. 많이들 알고 있겠지만, 미네소타주 위노나는 위노나 라이더가 태어난 곳이다. 피렌체에서 태어나 플로렌스란 이름을 갖게 된 나이팅게일 간호사는 어느 정도 이해가 간다고 해도, 자식들의 이름을 몽땅 출생지를 따 지은 위노나의 부모는 정녕 특이한 족속들이었음에 틀림없다(이창동 감독이 도봉구 창동에서 태어나서 창동이라고 이름붙여졌다고 상상해보라!).<청춘 스케치>를 다시 보려고 집어들었을 때 옆에 있던 아줌마가 여기 나온 애가 백화점에서 ‘쓰리’를 한 도둑이 아니냐며 참견을 해오셨다. 그렇다. 그녀는 서른이 넘자마자 이해하기 힘든 짓을 저질렀다. 대부분의 영화에서 위노나는 엄청난 자의식과 제멋대로인 캐릭터를 지
위노나, 영원한 23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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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민(조직위원장)무엇보다 기분좋은 상영관을 갖추고 행사를 치러 흡족했다. 지난해 2회 때 극장 사정이 좋지 못해, 장소도 좁고 영사 사고도 많았는데 올해는 크게 안심할 수 있었다. 두번째는 2회 때 협찬받은 회사나 전주시쪽에 초대권을 많이 발급해서 사람들이 많이 보기도 했지만 혼란도 많았다. 올해는 초대권을 없애는 대신 새로 도입한 패밀리 JIFF카드가 3천장 넘게 팔리면서 영화관람 분위기도 훨씬 안정될 수 있었던 것 같다. 전주 관객들이 그동안 두번의 영화제를 겪으면서 좋은 관객으로 성장했다는 걸 느낄 수 있어서 기쁘다.서동진(프로그래머)지난해 2회까지는 영화제로서의 위용과 수준을 어떻게 갖추느냐를 고민했다면, 올해부터는 영화제의 자기 정체성에 조응하는 관객 공동체를 만들어내는 게 현안이었다고 생각한다. 영화제 기간동안 많고 작은 여러 문제가 있었고 큰 성공을 거뒀다고 하기 힘들지만, 관객들이 고루 많은 작품에 관심을 보여줘서 희망했던 공동체가 형성되는 것 같아 흡족하게 생각한다.
[2002전주데일리]영화제 사람들의 후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