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호리호리한 몸에 가녀린 턱선, 수줍은 듯한 첫인상이 사기 인형처럼 가냘픈가 했더니, 이내 쨍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사기 인형을 닮은 그가 아니라, 잠깐 동안의 선입견이 조각나는 소리. “옛날부터 친구들이 그랬어요. 입만 열지 말라구. 그럼 분위기 있는 여자 같다구요.” 멋쩍은 듯 쓱 웃어버리는 김보경의 털털한 말투는, 상쾌한 파괴력으로 긴장의 방어선을 해제해버린다. “가증스러워서…”라며 카메라 앞에서 포즈를 취하는 게 영 쑥스러운 눈치더니, 오붓이 앉아 말문을 열자 웃음도 눈물도 참 솔직하다.
<연극이 끝나고 난 뒤>를 부르며, 얼굴을 반쯤 가린 앞머리 사이로 보일 듯 말 듯한 눈빛처럼 아스라하고도 도발적인 첫사랑의 공기를 되살려낸 진숙. “좋은 기억으로 남으려면 지금 그만둬야 하는 것 아닌지” 고민할 만큼 넘치는 시선을 받았던 <친구>는 그의 두 번째 영화였다. 기억하는 이가 많진 않지만, 정지영 감독의 <까>가 그의 데뷔작이다. <친구&g
솔직한 웃음, 눈물, 커피향이 난다, <아 유 레디?>의 김보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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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이 쉬도록 노래를 부르며 살아남은 자의 재기발랄한 위트로 가득 차 있다.”(LA타임스) “화려한 외관 속에 진실의 맥박이 고동치고 있다.”(로저 에버트) “가장 탁월한 정치적 드랙퀸 무비.”(서동진) 2001년 선댄스영화제 감독상, 관객상. 2001년 도빌영화제 씨네라이브상, 비평가상, 최우수영화상. 2001년 베를린영화제 테디베어상. <헤드윅>에 관한 소문은 무성하다. 본 이들은 하나같이 목소리 높여 찬사를 보내고 보지 못한 이는 해괴한(원작의 제목은 더욱 그러하다) 제목을 한번에 읊지 못한 채 호기심을 보인다. <헤드윅>은 과연 어떤 영화인가?작은 드랙퀸(여장 남자) 바에서 첫선을 보인 뒤 오프 브로드웨이의 유명 뮤지컬로 떠오른 록뮤지컬 <헤드윅과 앵그리 인치>를 영화로 각색한 이 작품은, 성전환수술로 여자가 된 가수 헤드윅의 삶과 사랑을 그린 록뮤지컬영화다. 헤드윅이 자신의 밴드 앵그리 인치와 함께 공연을 하는 사이사이 그의 성장기의 비밀과
해외신작 <헤드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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할리우드산 <지미 뉴트론>부터 <아이스 에이지>, 아니메의 대명사 미야자키 하야오의 <센과 치히로의 행방불명>까지, 그 어느 때보다 더 풍성한 일곱 빛깔 애니메이션의 대전을 예고하는 여름 극장가. <어머! 물고기가 됐어요>는 그 틈에서도 가장 낯선 국적을 달고 날아온, 덴마크산 장편 애니메이션이다. 제작 규모나 지명도에서 열세를 면하기는 어렵겠지만, 이미 유럽시장 일각에서 아드만의 <치킨 런>을 능가하는 성적을 거둔 만큼 판타지의 뒷심은 만만치 않다.플라이와 여동생 스텔라, 소심한 사촌 척은 부모님의 외출을 틈타 바다낚시에 나섰다가 파도에 휩쓸려 이상한 동굴에 이른다. 이 동굴은 괴짜 박사 맥크릴의 비밀 실험실. 그는 지구 온난화로 세상이 물에 잠길 때를 대비해 인간을 물고기로 만들고, 다시 인간으로 되돌리는 약을 연구중이다. 실수로 약물을 마신 스텔라가 불가사리로 변하자, 플라이와 척은 스텔라에게 인간이 되는 해독제를 먹이기 위
해외신작 <어머! 물고기가 됐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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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송도의 유흥가. 큼직큼직한 글씨의 유흥업소 간판들이 우후죽순 돋아나 있는 거친 밤길을 포대기에 아기를 업은 깡마른 배두나가 조심스레 걸어들어간다. <굳세어라 금순아>의 주인공 금순이가 남편을 찾아 무작정 밤세계에 들어서는 길, 술집 전단들이 발길에 채이고 금순이가 눈 둘 데라곤 하나도 없다. 이 험한 밤세계에서 금순이는 도대체 무슨 일을 겪는 걸까? 골목을 빠져나올 때, 웬걸, 깨끗했던 얼굴에 온통 검댕을 묻힌 금순이, 옆구리에 남편은 꿰찼으나 등에 업었던 아기는 없어진지도 모른다.<굳세어라 금순아>는 배두나, 김태우 주연의 코미디물. 전직 국가대표 배구선수 출신 21살짜리 젊은 아줌마 ‘금순이’(배두나)의 하룻밤 유흥가 무용담으로, 거액의 술값 때문에 술집에 잡혀 있는 남편(김태우)을 구하기 위해 생후 6개월의 딸아이를 업고 유흥가에 처음 발을 디딘 금순이가 겪는 좌충우돌을 그리는 영화다. 배두나가 주연을 맡은데다 그 역이 아이엄마라 캐스팅부터 시선을 끈
<굳세어라 금순아>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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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 나라가 술렁이는 월드컵 열풍으로 극장가가 때 아닌 불황을 맞고 있는 가운데 영화계가 '월드컵 마케팅'에 나섰다.불황을 가져온 월드컵을 오히려 영화 홍보에 이용, 관객들의 관심을 끌겠다는 전략이다.7월 12일 개봉 예정인 영화 <아 유 레디>(제작 눈 엔터테인먼트)는 '8강 기원부채' 4만여개를 제작, 대포르투칼전이 있는 14일 붉은 악마들이 몰려있는 광화문, 대학로 등에 배포할 예정이다.부채 양쪽의 태극마크와 영화 포스터로 한국팀의 선전과 함께 월드컵으로 쏠린 관객들의 관심을 영화 마케팅에 이용하겠다는 의도다.<아 유 레디>는 테마파크를 찾은 6명의 사람들이 사파리 투어 도중 예기치 못한 사고로 환상적인 모험에 빠져든다는 내용의 어드벤처 블랙버스터. 7월말 개봉할 영화<긴급조치 19호>(제작 서세원 프로덕션)는 16강 진출이 확정되면 7월 14일 서울 메리어트 호텔에서 선착순 2천명을 대상으로 무료 시사회를마련할 예정이다.16강 진출을 축하해 월드
영화계 ‘월드컵 마케팅’으로 불황타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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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배우 하지원(23)이 오는 7월 11∼20일 열리는 제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PiFan 2002)의 페스티벌 레이디로 선정됐다.
하지원은 개-폐막식과 자원활동가 발대식, PiFan 마라톤대회 등 영화제의 각종 공식 행사에 참가해 관객과 세계 영화인들에게 Pifan 2002를 홍보하게 된다.
하지원은 영화 <진실게임> <비밀> <가위>, TV 드라마 학교2, 비밀, 햇빛사냥 등에 출연했으며 7월 26일 개봉 예정인 공포영화 <폰>에서 주인공 지원으로 등장한다.
제1대 페스티벌 레이디 강수연에 이어 제6대 페스티벌 레이디로 뽑힌 하지원은 '2000년 <가위>와 함께 <폰>도 부천영화제의 폐막작으로 상영돼 남다른 인연을 느끼고 있다'면서 활발한 활약을 다짐했다.
부천영화제 페스티벌 레이디에 하지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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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11∼20일 열릴 제6회 부천국제판타스틱영화제의 개막작으로 영국 거린더 차다 감독의 <슈팅 라이크 베컴>이 초청됐다.부천영화제 집행위원회(위원장 김홍준)는 11일 기자회견을 열고 개-폐막작을 비롯한 38개국 170여편의 공식 상영작 명단을 발표했다.<슈팅 라이크 베컴>은 한일 월드컵의 잉글랜드팀 주장인 데이비드 베컴 선수를 소재로 삼은 영화. 그러나 베컴은 영화 속에서 사진으로만 등장한다.베컴의 열렬한 팬이자 축구선수를 꿈꾸는 두 소녀의 이야기로 지난 4월 영국에서 개봉돼 2주연속 박스오피스 1위를 차지했다.폐막작으로는 아키 카우리스마키(핀란드), 빅토르 에리스(스페인), 베르너 헤어조크, 빔 벤더스(이상 독일), 짐 자무시, 스파이크 리(이상 미국), 천카이거(중국)등 각국을 대표하는 거장 7명의 단편영화를 모은 <텐 미니츠-트럼펫>과 안병기 감독의 공포영화 <폰>이 선정됐다.경쟁부문인 부천초이스(장편)에서는 일본 나카다 히데오 감독
부천영화제 개막작 ‘슈팅 라이크 베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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맨디 무어가 영화 <워크 투 리멤버>로 지난주 LA에서 열린 2002 MTV Movie Award 최고여자신인상을 수상하는 영광을 안았다. <워크 투 리멤버>는 순수한 소녀와 반항아의 비극적이고 운명적인 사랑을 그린 멜로드라마로 국내에서는 오는 6월 21일 개봉예정. 맨디 무어는 이 영화에서 죽음을 앞둔 주인공 ‘제이미’역을 맡아 열연, 페넬로페 크루즈(Blow), 샤닌 소사먼(기사 윌리엄), 앤 헤더웨이(프린세스 다이어리), 브리트니 스피어스(크로스로드) 등을 제치고 신인상을 거머쥐었다.올해로 11회를 맞이하는 MTV Movie Award는 매년 다양한 부문에서의 수상자를 선정하여 시상, 세계적인 배우들과 영화관계자들 및 아티스트들이 참여하는 젊은이들을 위한 영화행사이다. 잭 블랙, 사라 미셀 겔러의 사회로 진행된 이번 MTV Movie Award 역시 니콜 키드만, 윌 스미스, 니콜라스 케이지, 아담 샌들러, 이완 맥그리거, 맷 데이먼 등 최고의 스타들이 자
맨디 무어, <워크 투 리멤버>로 2002 MTV Movie Award 여자신인상 수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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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렌치 파워, 2002년에도?지난해 프랑스영화계는 행복했다. <아멜리에> <늑대의 후예들> <거짓말을 한다면, 진실2> 등 100만명 이상의 관객을 동원한 영화 19편이 시장점유율을 40% 이상으로 끌어올리는 동안 장 뤽 고다르, 자크 리베트 등 노장들이 건재를 과시했고 알랭 기로디 같은 재능있는 신인 감독이 등장했다. 또 다른 누벨바그까진 아니어도 프랑스영화의 저력을 확인한 한해였던 것이다. 프랑스영화의 성공은 2002년에도 계속될 것인가? 오는 6월16일부터 20일까지 4일간 센트럴6시네마에서 열리는 제2회 프랑스영화제는 그 가능성을 엿볼 수 있는 자리이다. 유니프랑스와 프랑스문화원이 주최하는 이 행사에는 최근 프랑스영화의 대표선수격인 영화 12편이 소개된다.12편의 영화 가운데 2편은 올해 베를린영화제에서 처음 공개된 작품이다. 베르트랑 타베르니에의 <통행증>은 나치 치하 파리 영화인들의 모습을 그린 영화로, 주연을 맡은 자크 강블랭에
제2회 프랑스영화제, 6월 16일부터 20일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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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새로 부임해온 젊은 신부는 전임사제의 백발을 염색하며 “순종하며 지내면 어렵지 않을 것”이라는 얘기를 듣는다. 늙은 신부를 배웅하고 성당으로 돌아온 그에게 교도관들이 찾아와 살인범의 종부성사를 부탁한다. 사형장에서 죄수를 기다리는 동안, 답답하고 음울한 긴장이 흐른다. 마침내 얼굴을 마주한 살인범은 뜻밖에도 앳된 얼굴의 소년. 신부는 사형수가 미성년자라 생각하고 그를 구해보려하지만, 사형수는 담담하게 죽음을 받아들인다.■ Review“신념을 가지세요. 그러면 이루어집니다. 혼란스러워하지 말고, 믿음을 지니세요.” 어린 죄수의 눈동자에는 일말의 흔들림도 비치지 않는다. 사형을 언도받은 소년이 사제를 위로하고 충고를 건네며, 영혼의 구원에 대한 신념을 가져야 할 신부가 혼란스러워하며 되레 설교를 듣게되는 이 이야기는 1954년에 있던 실화를 바탕으로 만들어졌다. 소년이 사형 ‘집행’을 당하는 순간은 그가 아버지 살해를 ‘집행’하던 당시와 교차한다. 하얀 수의와 피묻은 칼,
[Review] 집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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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개구리가 성가시게 울어젖히는 시골. 부엌으로 내려선 할머니는 가마솥에서 따뜻한 물을 퍼서 정성스럽게 머리를 감아 말리고 얼굴을 꼼꼼하게 매만진다. 방에는 아들의 시신이 창백하게 누워 있다. 할머니는 자신을 단장하던 것과 똑같이 세심한 몸짓으로 아들의 주검을 구석구석 닦는다. 녹음 속에서 자전거를 타고 다가오며 웃는 아들의 영상이 잠시 떠오르고 다시 사라진다. 괘종시계가 여섯번을 울리자, 할머니는 추를 잡아 시계를 멈춘다.■ Review크로노스의 낫은 잔인하고 가차없다. 종종 소중한 것들과 고통을 맞바꾸고 총총히 사라지지는 시간의 힘을 이길 자는 없다. 그럼에도 할머니는 숨이 멎은 아들의 입가에 귀를 갖다대고, 창백한 사지를 헛되이 쓸어주기를 그치지 않는다. 마치 야속한 시간을 되돌려보겠다는 듯이, 한때 따스한 피가 돌던 뼈와 살점들을 한없이 닦고 어루만지는 것이다. 그리고 마침내 시계추를 붙드는 주름진 손은 시끄러운 뻐꾸기며 벌레소리들도 멎게 한다. 유한한 존재인 인간을
[Review] 영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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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할아버지는 부동산에 나가고, 정신이 맑지 못한 할머니가 혼자 집을 지킨다. 학사모 쓴 아들의 사진을 꺼내 빼뚜룸히 걸어두고 흐뭇하게 바라보던 할머니는 운동화발로 마루에 들어와 장롱을 뒤지고 있던 도둑을 아들로 착각하고, 애지중지하던 자개보석함에서 손목시계를 꺼내준다. 점심을 먹으러 들른 할아버지에게 할머니는 당장 김장을 하자며 떼를 쓴다. 어느 날 소포로 배달되어온 보석함에는 진주목걸이며 노리개와 함께 부부의 젊은 모습이 담긴 사진들이 들어 있다.■ Review<초겨울 점심>은 지글대는 조기구이의 클로즈업으로 시작해서 빨갛게 잘 익은 김치를 비추며 상을 물린다. “이봐, 뭘 꾸물대?” 백발의 남편은 무뚝뚝하기 그지없지만, 치매에 걸린 아내를 위해 날마다 식사를 준비하는 자상함이 있다. 매일 먹는 밥처럼 일상적이어서 ‘사랑’이나 ‘헌신’ 같은 이름을 붙이기조차 낯간지럽지만, 수천번의 끼니를 함께하며 같이 늙어온 이들의 정겨운 유대감과 안타까운 연민이 이 노인들에
[Review] 초겨울 점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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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
한반도가 통일된 뒤인 2020년. 은퇴한 과학자들이 잇따라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그 와중에 이 사건에 투입된 특수수사대의 반장 석(김승우)의 아들까지 납치된다. 인질극이 벌어지던 현장에 뛰어들어간 석은 자기 아들을 쏘게 된다. 아들이 범인들의 옷에 싸여져 있었던 것. 석은 아직 죽지 않은 아들을, 완전히 회생시킬 의료기술이 발달할 때까지 냉동보관시킨다. 1년 뒤 도심 한가운데서 경찰청장이 납치된다. 특수수사대는 이 일련의 사건이 과거에 국방부가 추진했던 비밀 프로젝트와 연관돼 있음을 알게 된다.
■ Review
‘SF’(공상과학)라는 말뜻에 충실하게 다가선다면, <예스터데이>는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본격적인 SF영화다. <천사몽>이 미래와 과거를 넘나들었지만 과학기술의 발달이 이야기의 전제가 되고 갈등의 중심에 놓이는 구성과는 거리가 멀었다. 도 마찬가지다. 과학의 발달이 아니라, 한국이 일본에서 해방되지 않았다는 과거사의 가정이 이야
[Review] 예스터데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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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곽경택 감독의 새영화 「챔피언」이 24일 오후 6시, 9시 두차례에 걸쳐 서울 삼성동 메가박스 16개 전관에서 4천5백여명이 참여하는 최대규모의 시사회를 연다.영화 홈페이지(www.champion2002.co.kr) 오픈 기념으로 마련하는 이날 시사회에는 배우 유오성, 감독 곽경택 뿐 아니라 OST에 참여한 가수 GOD도 참석할 예정. 28일 개봉하는 「챔피언」은 지난 82년 맨시니와의 경기도중 사망한 비운의 복서 김득구의 사랑과 야망, 도전을 다룬 영화. 시사회 응모는 오는 20일까지 영화 홈페이지와 다음, 프리챌, 드림엑스, 인터파크 등의 인터넷 사이트에서 신청할 수 있다.△서울 YMCA 좋은 비디오 숍 경영자 모임 '으뜸과 버금'은 '2002 월드컵 16강! 으뜸과 버금이 함께 합니다'라는 제목으로 16강 기원행사를 개최한다.한국축구 대표팀의 16강 진출이 확정되면 다음날 하루 동안 전국 150개 '으뜸과버금' 회원점에서 비디오 테이프를 무료로 대여해 줄 계획. ☎(02)73
‘챔피언’ 최대규모 시사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