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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오성은 동양챔피언이 된 김득구 선수가 몇년 전 도망치듯 떠나온 고향으로 돌아가 연설하는 장면에서 유일하게 치밀어 오르는 눈물을 느꼈다. 그는 당황해서 세계 챔피언이 되겠다고 오버하는 김득구가 순박하고 순수한 사람일 뿐이라고 믿게 된 것이다. 지금 그의 소망은 관객 역시 김득구를 순수한 한 남자로 바라봤으면 하는 것. 이미 죽어버렸기 때문에, 당신에게 폐를 끼치지 않겠다는 약속조차 할 수 없었던 남자를 위한 소망이다.
유오성은 <챔피언>이 아직도 끝나지 않았다고 생각한다. 촬영은 이미 5월에 마쳤지만, 그는 여전히 일주일에 두번 체육관에 가서 권투하는 습관을 버리지 못했다. “<챔피언>이 개봉하는 날까지 나는 연습을 계속할 것”이라는 약속은 쉬는 틈틈이 예전 기사를 들춰볼 때까지 까맣게 잊고 있었는데. 유오성은 죽은 사람을 욕되게 할 수 없다는 스스로를 향한 다짐과 처음으로 돌아간 듯 불안한 기분 속에서 혼신을 다한 <챔피언>의 결과를 아직 보지 못
<챔피언>에서 김득구로 돌아온 유오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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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이번에는 더 멀리, 더 높이 떠나볼까? <스튜어트 리틀>이 인간 가정에 입양된 꼬마 생쥐가 진정한 가족의 일원으로 동화되는 여정이라면, <스튜어트 리틀2>는 가족 밖으로 눈을 돌려 세상 속으로 떠나는 여행이다. 스튜어트 리틀은 리틀 집안의 사랑받는 아들인 꼬마 생쥐. 1편에서 조그맣고 종도 다른 동생을 못마땅해하던 형 조지와의 사이도 좋아지고, 가족과 단란한 나날을 보낸다. 더이상 과연 인간인 리틀 집안의 식구가 될 수 있을까 하는 고민은 않지만, 맘 한구석에서는 조금씩 세상에 대한 궁금증이 자라난다. 게다가 새롭게 사귀게 된 새 마갈로는 가족의 따뜻함보다는 모험의 즐거움에 더 관심이 많은 친구. 모형비행기를 타고 놀다가 집에서 멀어진 스튜어트는 마갈로와 함께 미지의 모험에 나선다.<스튜어트 리틀2>는 전편과 마찬가지로 E. B. 화이트의 인기 동명 아동소설 캐릭터에 바탕한 영화. 머리부터 발끝까지 100% 컴퓨터그래픽으로 창조된 새하얀 생쥐 스
해외신작 <스튜어트 리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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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릭스>는 무척 교훈적인 영화다. 유독성 폐기물을 아무데나 버리면 안 된다는 가르침을 뼛속 깊이 새겨주는. 사건이라고는 일어나지 않는 조용한 탄광촌. 거미 농장으로 흘러든 폐수가 수백 마리의 앙증맞은 거미를 터무니없는 덩치로 키워놓는다. 더욱 바람직하지 못한 점은 그들이 몹시 굶주려 있다는 사실. 눈치빠른 거미들은 심심한 시골 마을의 유일한 놀이장소인 쇼핑몰로 꾸역꾸역 모여든다. 재난의 도래를 믿으려 하지 않는 주민들과 훼방만 놓는 쓸모없는 시장 틈에서 보안관 샘 파커(캐리 워러)와 화학자 크리스 매코맥(데이비드 아퀘트)은 마을을 구하는 사명을 떠맡는다.9·11 테러의 후유증으로 말미암아 기획단계의 가제 <아라크 어택>을 대체한 현재 제목 <프릭스>(Eight Legged Freaks)는 방사능을 쐰 곤충 괴물이 스크린을 휘젓고 다니는 1950, 60년대 공포영화를 적절히 연상시킨다. <인디펜던스 데이> <고질라>처럼 다른 ‘
해외 신작 <프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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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 들어오지 못하게 해! 더 뒤로. 그래도 걸려, 앵글에 나온다고!” 멀리서 그저 눈으로만 스틸을 찍고 있던 기자들에게 한참 만에 접근이 허락된다. 이곳은 작고한 동화작가 정채봉의 원작을 영화화하는 <초승달과 밤배>의 막바지 촬영이 한창인 경기도 강화의 분오리돈대. 6년 전 원작을 읽고 영화화를 결심했다는 장길수 감독은 “따뜻하고 한없이 맑은 이야기”라면서 “섬세하게 표현해서 관객에게 따뜻함을 선사하고 싶다. 영화 <집으로…>처럼 재미있게 봐줬으면 한다”고 <초승달과 밤배>에 숨긴 속뜻을 내비친다.이날 촬영은 주인공 난나(이요섭)와 옥이(한예린)가 생활고에 못 견뎌 칠순 할머니(강부자)를 모시고 뭍으로 떠나는 장면들. 조그마한 포구에 물이 빠지며 갯벌에 걸린 배들과 커다란 닻을 배경으로 촬영에 여념이 없는 스탭들의 모습이 마치 예쁜 그림을 보는 듯 청명하게 느껴진다. 촬영 막바지에 밤촬영까지 강행하려 했던 장길수 감독은 한국의 월드컵 경기가 있는
<초승달과 밤배> 촬영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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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일 크랭크인한 영화 <해안선>은 감독 스스로도 말했듯이 스타배우와 인디영화 감독의 어울릴 것 같지 않은 만남으로 화제를 낳고 있는 작품이다.
장동건은 적은 개런티와 해병훈련에 대한 부담에도 불구하고 "전부터 좋아했던 감독이라 시나리오도 보지 않고 출연을 결정했다"며 감독에 대한 믿음을 표시했다.
매니지먼트사의 한 관계자는 "장동건이 해병대 머리 모양을 한 것으로도 10억원은 손해"라며 우스갯소리를 하기도 했다.
김기덕 감독도 해병대 훈련을 지켜보면서 모범적으로 훈련을 끝마친 장동건에 대해 흐뭇한 마음을 감추지 않았다.
"솔직히 장동건이라는 배우에 대한 느낌은 다소 추상적이었는데, 3일간의 훈련과정을 지켜보면서 참 좋은 배우구나 하는 것을 느꼈습니다. 아무리 힘들어도 매니저나 감독의 눈도 쳐다보지 않더군요"
해병대 출신의 김기덕 감독은 간첩 잡는 해병의 독기 어린 눈빛을 배우들에게 심어주기 위해 3일간 해병대 훈련을 받게 했다.
체력이 달려도 "악으로" 버텼다
새영화 <해안선>의 감독 김기덕과 배우 장동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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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통행증>으로 올해 베를린영화제서 남우주연상을 수상한 프랑스 배우 자크 검블랑과 감독 베르트렁 타베르니에 감독 등 프랑스 영화인들이 제2회 서울 프랑스영화제(6월16~20일) 참석차 대거 내한, 17일 오전 기자 회견을 가졌다.연극「마지막 지하철」을 각색한<통행증>은 나치 점령 기간 살았던 영화 조감독과 시나리오 작가인 두 남자의 활동과 삶을 통해 예술가로서 책임감과 사회 참여에 대한 고뇌와 갈등을 조명한 작품. 자크 검블랑은 "레지스탕스라는 세계적으로 보편적인 소재를 다뤘지만 나라마다역사와 경험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 관객들은 이 영화를 어떻게 받아들일까 무척 걱정했다"면서 "그러나 어제(16일) 한국 관객과 대화 시간을 가진 뒤 (한국 관객들의)뜨거운 관심에 놀랐다"고 말했다.이 작품에서 그는 항독운동가를 은밀하게 돕는 독일 영화사의 영화 감독보조로 열연했다.베르트렁 타베르니에 감독은 "사람들이 어떻게 이데올로기와 타협하지 않고 영화를 계속 만들수 있는지
베를린 남우주연상 받은 자크 검블랑 등 내한 인터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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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산국제영화제 조직위는 오는 11월 열리는 제7회 영화제에 참여할 자원봉사자를 모집한다고 18일 밝혔다.
모집 부문은 사업과 프로그래밍, 초청, 홍보, PPP팀 등이며 18세 이상이면 거주지에 관계없이 지원할 수 있다.
응모는 부산국제영화제 홈페이지(www.piff.org)를 통해 오는 20일부터 1개월간실시한다.
(부산/연합뉴스)
부산국제영화제, 자원봉사자 모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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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이혼한 뒤 딸과 둘이 살게 된 멕(조디 포스터)은 부자 동네인 맨해튼 웨스트사이드에 4층짜리 집을 구한다. 집안에 엘리베이터까지 갖춰진 고급주택, 이곳엔 ‘패닉 룸’이라는 공간이 있다. 집안 곳곳을 비추는 모니터와 비상용품이 준비된 패닉 룸은 밖에서는 절대 열 수 없는 금고 같은 방. 이사한 첫날밤, 뒤척이다 잠이 깬 멕은 침입자들의 존재를 발견한다. 멕은 딸과 함께 패닉 룸으로 숨고, 집안에 들어온 강도 세명은 패닉 룸으로 들어가려고 온갖 수단을 동원한다.■ Review<패닉 룸>은 이상한 공간이다. 가장 안전한 곳, 아무도 들어올 수 없는 장소, 하지만 패닉 룸은 그 안에 들어선 자들을 고립시킨다. 폐쇄공포를 느끼는 여인, 그녀는 이곳에서 벗어나야 한다. 당뇨병에 시달리는 딸에겐 인슐린 주사가 필요하고, 경찰에 연락하려면 전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어떻게? 밖에는 총을 가진 괴한이 있고 이웃은 절박한 구조요청을 끝내 외면한다. <파이트 클럽>의 작
[Review] 패닉 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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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전학생에게 신고식을 강요하다 대형 사고를 친 랜든(셰인 웨스트)은 그의 패거리를 대표해 학교 연극에 참여하라는 ‘벌’을 받는다. 연극부에는 마을 목사의 딸로 촌스런 패션을 고집해 왕따당하는 제이미(맨디 무어)가 있다. 랜든은 서서히 제이미에게 끌리지만, 학교 친구들의 이목 때문에 내색하지 못한다. 제이미의 감춰둔 아름다움을 본 랜든은 진심어린 구애를 하고 서로의 사랑을 확인하지만, 곧 제이미의 슬픈 비밀을 알게 된다.■ Review“날 사랑하지 않겠다고 약속해.” 촌스런 왕따 소녀가 매력덩어리인 학교 ‘짱’에게 받아낼 다짐이란 이것이다. 소년의 황당한 표정 뒤로 비웃음 비슷한 미소가 스친다. “그야 쉽지.” 그러나 그렇게 쉽게 할 약속이 아니었다. 그들은 사랑하도록 운명지어졌다. 그것도 시한부의, 애절하고 지고지순한 사랑을. <워크 투 리멤버>는 냉소와 회의로 가득한 세상에 그 사랑의 힘을, 고전적인 멜로드라마의 저력을 보여주려는 희귀한 시도다.<워크 투
[Review] 워크 투 리멤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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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도둑(전무송)의 아들 정우진(박광현)과 형사(양택조)의 딸 장윤아(박예진)는 게임으로 맺어진 연인 사이. 우진은 건물 내 보안을 뚫고 침투하는 내용의 ‘스틸게임’을, 윤아는 최첨단 방어시스템인 ‘시큐리티게임’을 개발해 각각 정부지원금 신청을 한다. 그러나 정부쪽에서 두 회사가 합치는 조건으로 50억원을 지원한다고 하자 이들은 빌딩 하나를 택해 ‘뚫기’와 ‘막기’ 게임을 벌여 이기는 쪽에 50억원을 몰아주기로 한다. 우진의 삼촌(조형기), 동생 성진(최상학) 등이 ‘뚫어야 사는’ 우진팀, 장용의 오른팔 안복(권용운), 옛 부하 ‘쓰레기’(김진만) 등이 ‘뚫리면 죽는’ 윤아팀을 구성한다. 폭력조직 ‘삽질이파’의 보스 봉창(이재용)이 소유한 빌딩이 게임의 대상이 되고, 건물의 경비 ‘쌍칼’(정운택)이 게임에 말려든다.■ Review그래도 조폭코미디는 계속된다. <뚫어야 산다>는 조폭이 아니라 컴퓨터 프로그래머가 주인공인 영화지만, 기존의 조폭 소재 영화들과 그다지
[Review] 뚫어야 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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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야쿠자 조직인 산세카이파와 이사미카이파간의 결연식이 있던 날, 나카모리파가 식장을 습격한다. 이에 산세카이파는 행동대장 유지(와타시 쓰히코)를 앞세워 나카모리파에 복수할 계획을 세운다. 이 소란의 주동자가 시마(오쿠다 에이지)라는 사실을 알게 된 유지는 그를 해치우려 하지만 완강한 저항에 밀려 오히려 쫓기는 신세가 된다. 조직의 안전을 위해 각각 잠적한 유지와 시마는 오히려 조직으로부터 버림받는다. 한편 교회에서 우연히 알게 된 유지의 아내인 성애(나영희)와 시마의 아내 영희(윤유선)는 자신이 한국인이라는 점과 야쿠자 남편을 뒀다는 공통점 때문에 친밀해진다.■ Review<미션 바라바>의 줄거리는 단순한 편이다. 불우한 환경에서 자라 평생 악행만 저지르던 조직폭력배가 신의 존재를 실감하게 되고, 죄를 씻어내기 위해 무거운 십자가를 등에 진 채 고행의 길을 떠난다는 것. 그렇다고 해서 기독교 신자가 아닌 사람에게는 매우 지루하게 다가올 것이라고 지레 짐작할 필요
[Review] 미션 바라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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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Story레이날도 아레나스(하비에르 바르뎀)는 풍요로운 자연 속에서 자유를 만끽하며 성장한다. 카스트로 혁명이 발발한 뒤 레이날도는 아바나 대학에 입학해 문학적인 재능을 키워간다. 작가로서 데뷔작을 발표하고, 레이날도는 동성애자로서 주변 남자들과 거리낌없이 몸을 섞는다. 카스트로 정권은 레이날도에게 족쇄 같은 존재가 된다. 1960년대 쿠바 정권은 예술가와 동성애자에 대한 탄압정책을 발표한다. 많은 예술가와 동성애자들이 ‘혁명의 적’으로 분류되기에 이른다. 레이날도는 감옥으로 보내지고 편지 대필을 하며 시간을 보낸다. 틈틈이 옥중에서 쓴 글을 감옥 밖으로 보내는 데 성공하지만 이 사실이 밝혀지면서 레이날도는 더욱 극한 처벌을 받는다.■ Review 어떤 남자가 이렇게 말한다. “난 이제까지 5천명이 넘는 남성과 잤다.” 그는 시인이자 소설가이며 물론 동성애자다. 도덕관념이라곤 없고 술과 파티, 쾌락을 즐긴다. 정치 현실에 대해서 무감각하다. 혁명정권이 들어서고 휘황한 구호와 선전
[Review] 비포 나잇 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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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포 나잇 폴스>에서 레이날도 아레나스 역을 연기한 하비에르 바르뎀은 스페인 출신이다. 이목구비가 뚜렷하고 선이 굵은 연기가 그의 특기. 그는 비가스 루나 감독의 <하몽하몽>으로 국제적인 스타가 되었고 이후 마뉴엘 고메즈 페레이라의 <보카보카> 등의 영화에 출연하기도 했다. 국내에서 개봉한 페드로 알모도바르 감독의 <라이브 플래쉬>에도 출연한 바 있다. <비포 나잇 폴스>에서 하비에르 바르뎀은 레이날도 아레나스의 동성애적 기질을 표현하기 위해 걸음걸이에서 몸짓, 세세한 말투까지 완벽한 연기를 펼친다. 한편, 눈길을 끄는 건 조니 뎁의 출연. 팀 버튼 영화에 자주 출연했던 그는 최근에도 <슬리피 할로우>에 얼굴을 내보였다. <비포 나잇 폴스>에서 조니 뎁은 1인2역을 소화하는데 정반대의 캐릭터라는 것이 재미있다. ‘봉봉’이라는 캐릭터와 ‘빅터’라는 캐릭터가 그것. 게이와 마초라는 극단의 캐릭터를 조니 뎁은 어
<비포 나잇 폴스> 배우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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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스트 월드>는 대니얼 클라우즈가 시카고의 빈민가를 지나다 우연히 본 낙서에서 시작됐다. 읽기 어려울 만큼 어지럽게 벽에 휘갈겨진 낙서 가운데, 주차장에 선명하게 쓰인 “Ghost World”란 단어가 클라우즈의 눈에 띈 것. 클라우즈는 이 단어에서 급속도로 변해가며 점점 획일화되는 현대사회의 풍경을 떠올렸고, 과거의 모습이 사라지고 남은 유령 같은 도시에서 벗어나고 싶어하는 이니드와 레베카의 캐릭터를 구상했다. 1년에 두번 발행되는 클라우즈의 만화잡지 <에이트볼>에 실린 <고스트 월드>는 냉소적인 캐릭터와 신랄한 유머로 많은 인기를 끌었다. 95년에 이 만화를 본 테리 즈와이고프는, “그저 하나의 거대하고 기업화된 쇼핑몰, 갭과 스타벅스와 버거킹으로 채워지는” 미국사회와 그에 적응하지 못하는 인물들의 이야기가 놀랄 만큼 자신의 생각에 가깝다고 느꼈다. 이내 클라우즈를 찾아간 즈와이고프는 당시 막 완성된 <크럼>의 비디오를 건넸고, 이 영
<고스트 월드>, 만화에서 영화까지